[김경민의 한반도평화워치] 일본 항모에 대응하려면 한국형 항모 전단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2020.01.03 00:17 | 종합 23면 지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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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항모 전단 청사진한국이 올해 한국형 항공모함 개념 설계에 착수하기로 했다. 1953년 정전협정으로 전쟁이 끝나고 평화와 경제 번영을 구가해 오던 한국이 공격형 무기의 상징인 항공모함을 보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일본 항모 전단이 독도 근해서 무력 시위할 경우
한국에 항모 전단 없으면 맞대응하기 힘들어
바다의 활주로인 항모는 자체 방어 취약하므로
군함·잠수함·정찰기 등으로 작전 능력 높여야중국은 랴오닝(遼寧)함과 산둥(山東)함을 취역시켰고, 세 번째 항모를 상하이에서 건조하고 있다. 중국은 머지않아 미국처럼 핵 항모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중국의 항모 보유는 미국과의 패권 다툼의 일환이기 때문에 중국이 항공모함을 보유한다고 해서 한국도 항모를 보유해야 한다는 군사 전략은 생각하지 않았다.그런데 일본이 2018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 주재의 각의 결정으로 이즈모함과 가가함을 항모로 개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의 군사 전략도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전략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일본이 항모 보유를 선언한 이유는 일본이 실효 지배하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두고 중국과 영토 분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본토와 거리가 멀어 중간 거점 역할로서 항공모함이 필요해진 것이다.
한국이 항모를 보유해야 하는 이유는 독도 방어를 위해서다. 일본은 한국 영토인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런 일본이 항모 전단을 구축해 독도 근해에 포진시켜 막무가내로 무력시위를 펼치는 날이 오면 한국도 항모 전단으로 대처해야 한다. 항모 전단이 없으면 무방비 상태로 일본의 무력시위에 당하게 된다.
한반도 주변 4강 모두 항모 보유
일본의 이즈모함. 헬기 탑재함으로 운용되는 이즈모함은 F-35B를 탑재하는 항모로 변신 할 수 있다. [중앙포토]일본의 항모 전단은 항모 1척에 최소 6척 이상의 군함과 수 척의 잠수함, F-35B 전투기 10기, 대잠헬리콥터, 대잠초계기, 전자정찰기 등 대규모 무기 체계로 독도를 압박할 수 있다. 한국과의 관계가 나쁘다고 해서 반도체 소재의 핵심 기술을 수출 규제해 한국 경제의 급소를 누르는 일본의 행태를 볼 때 언젠가는 항모 전단을 앞세워 독도 탈취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또 중국 군용기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빈번하게 들어오는 심상치 않은 동향을 보면 언젠가 이어도 근처에 중국 항모 전단이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런 상황들이 한국에 최소 1개의 항모 전단을 구축해야 할 이유가 되고 있다.
일본이 항공모함 보유를 선언하면서 한반도 주변 4강인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모두 항공모함을 보유하게 된 셈이다. 이는 동북아시아 역사에서 새로운 안보 질서가 태동하게 됨을 뜻한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항공모함 군비 경쟁이 불붙고 있다.
그러면 한국형 항모는 어떤 항모여야 하고 어떻게 항모 전단을 구성해야 하는가. 11척의 원자력 항모를 보유한 미국의 항모는 평균 10만t급(만재배수량 기준)이고 캐터펄트(비행기 발사기)라는 장치를 이용해 전쟁 중에는 10분에 20기의 항공기를 고속으로 이륙시킬 수 있다. 반면 한국형 항모는 3만t급으로 작기 때문에 뱃머리의 상향 각도가 11도에서 12도 위로 휘어진 스키(Ski) 점프 대형의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설계 때 F-35B 탑재 고려해야
중국의 산둥(山東)함. 중국은 현재 2척에서 2035년 6척의 항모를 보유해 미국 해군력에 대응하는 대양 해군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중앙포토]규모가 3만t급이기 때문에 전투기는 미국산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하게 될 것이다. 항공모함의 형태는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하는 미국 강습상륙함 와스프, 일본 이즈모함,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를 참고할 수 있다. 그중 일본 이즈모함과 미국 강습상륙함이 한국형 항모에 시사점을 줄 것이다.
이즈모함은 현재 헬리콥터 탑재함으로 운용되고 있지만, 설계부터 미국산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탑재하는 항공모함으로의 변신을 염두에 두었다. 지휘탑이 배의 오른쪽 중간 지점에 있고 갑판이 수평으로 뻥 뚫려 활주로로 이용할 수 있다. 일본 해상자위대의 예비역 장성은 2018년 2월 “이즈모함은 2006년 기본 설계가 시작될 때부터 F-35B를 함정 격납고에 보관할 수도 있도록 배를 만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실제 이즈모함은 전투기를 함정 내부에 보관하고 작전할 때 전투기를 비행갑판에 올리기 위한 엘리베이터의 크기를 F-35B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이 15m, 폭 11m로 만들었다.
미국과 군사 동맹을 유지하는 한국은 미국과 연합훈련을 하는 걸 고려해 미국 강습상륙함도 한국 항모 설계에 참고해야 한다. 일본도 미국 F-35B를 자국 항모에서 이·착륙시키는 훈련을 구상하고 있어 이 훈련은 한국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다.
항공모함은 바다에 떠 있는 활주로나 다름없어 자체 방어가 취약하다. 한국형 항공모함이 작전 중일 때 물밑에선 잠수함이 적의 잠수함이 있는지 살피며 호위해야 한다. 또 바다 위에서는 적의 공대함 미사일에 대비한 요격 미사일 체제를 갖춘 이지스(Aegis)함과 구축함 4~5척을 항모 전후좌우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 항모가 진행할 방향에는 대잠초계기를 띄워 원거리 물밑에 적 잠수함이 있는지 수색해야 한다. 항모 근거리 전방에는 대잠 헬기를 띄워 적 잠수함을 찾아내 항모의 안전을 확보한다.
항모 전단은 우주·사이버·전자전도 대비
전파 방해 등 전자전이 일반화된 현대전에 대비해 전자정찰기도 합류시켜야 한다. 탑재된 F-35B도 항모 주변에서 항공기 공격에 대비해야 비로소 1개 항모 전단이 구성된다. 그렇게 된다면 3000t급의 잠수함이 더 건조돼야 한다. 현재 16기 정도 있는 대잠초계기도 항모 전단에 투입되는 것을 고려해 30여 기로 늘어나야 한다. 연료로 디젤 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유조선도 작전 반경이 넓어지게 되면 항상 따라다녀야 한다. 미국 항모 전단에 4~5척의 이지스함이 배치되는 걸 고려하면 1개 항모 전단을 꾸리는데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1개 항모 전단이 적의 도발에 제대로 대응하려면 우주·사이버·전자전 등에 모두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항모 전단을 준비하며 한국이 동시에 생각해야 하는 것은 동북아 군비 축소의 노력을 한국이 선도적으로 주창하며 ‘군비 축소 협의 대화 체제’를 출범시키기 위한 구상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는 중국과 일본 때문이다. 중국은 12월에 자체 건조한 산둥함을 취역시키며 앞으로 6척으로 증강할 예정이고, 일본도 4척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두 나라를 따라잡으려 계속해서 항모를 건조할 수는 없다. 국민 복지와 경제 성장에 써야 할 돈을 군비 경쟁에 쏟아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중국·일본도 엄청난 군사비를 지출하는 데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두 나라 국민의 반대가 높아지며 한국의 주장을 귀담아듣는 날이 올 것이다. 한반도 주변 4강이 항공모함을 보유하며 경쟁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지금, 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 바짝 차리고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11척의 핵 항모로 무장한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지닌 미국과의 동맹을 튼튼히 하고 부강한 나라로 발전해야 나라를 지켜낼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키워드
캐터펄트(비행기 발사기)
사출기(射出機)라고도 한다. 화약·증기·압축공기 등의 동력을 이용하여 함선으로부터 항공기를 발진시키는 장치. 항공모함의 비행갑판 앞쪽에 수십~100m 길이로 홈을 파고 그 밑에 압축공기나 증기의 힘으로 고속 이동하는 피스톤 장치를 항공기에 연결해 그 견인력으로 이륙시킨다.
이지스(Aegis)함
목표 탐색부터 파괴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에 포함한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함정. 동시에 최고 200개의 목표를 탐지·추적하고, 그중 24개의 목표를 공격할 수 있다. 한국에는 세종대왕함·율곡 이이함·서애 류성룡함 등 3척이 취역하고 있으며, 2028년 목표로 3척의 추가 건조가 예정돼 있다. 이지스는 제우스가 딸 아테나에게 준 방패의 이름.
김경민 한양대 특별공훈교수
[출처: 중앙일보] [김경민의 한반도평화워치] 일본 항모에 대응하려면 한국형 항모 전단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