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9

인류세란 무엇인가 | 클라이브 해밀턴 외 | 한국식 수용이란?

인류세란 무엇인가 | 클라이브 해밀턴 외 | 알라딘

인류세란 무엇인가 - 유럽에서의 철학적 논쟁
 
클라이브 해밀턴,크리스토프 보뇌이유,프랑수아 주멘느 (엮은이),
조성환,허남진,이원진 (옮긴이)모시는사람들2025-11-25

영어판 (요약)은 어떻게 다른가?





























책소개
인류세라는 개념을 가장 본격적으로 탐구한 최초의 인문학 연구서이다. ‘인류가 지질학적 힘이 되었다’는 선언을 기초로, 근대 문명이 당연시해 온 자연/사회 이분법, 무한 성장의 신념, 인간 중심의 역사관을 전면 재검토하게 만든다. 가장 큰 특징은 인류세 논의를 선도해 온 세계적 사상가 14인이 한 권에 집결해 철학·역사·과학·정치·생태학을 횡단하는 총체적 사유 지도를 완성했다는 점이다.

제1부는 인류세 개념의 형성과 함의를 정리하며, 여러 서사와 개념 전환이 요구하는 인식론적 지평을 제시한다. 제2부는 파국·에너지 하강·민주주의의 위기라는 현실을 분석하고, 모두가 사실을 아는 데도 행동이 지연되는 사회심리의 메커니즘까지 해부한다. 제3부는 ‘가이아 정치학’과 ‘거주가능성의 권리’를 통해 자연을 보호 대상이 아닌 정치적 행위자로 사유하며, 사실/가치의 이분법을 넘어선 새로운 공적 협업의 언어를 모색한다. 이 책은 기후위기를 넘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사유의 전환을 요구한다. 인류세를 이해하지 않고는 우리는 더 이상 미래를 상상할 수도, 살아낼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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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역자 서문: 인류세를 해석하는 다양한 입장들 / 조성환·허남진
머리말: 인류세와 지구적 환경위기 / 클라이브 해밀턴·크리스토프 보뇌이유·프랑수아 주멘느
프롤로그: 인류세를 사유하기 / 클라이브 해밀턴·크리스토프 보뇌이유·프랑수아 주멘느

제1부 인류세 개념과 그 함축
1장 지질학적 전환 / 크리스토프 보뇌이유
자연주의 서사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을 수리하기
티핑 포인트와 디스토피아적 붕괴
자본세Capitalocene
결론

2장 인류세의 인간의 운명 / 클라이브 해밀턴
명제 1. 자연은 완전히 새로운 성격을 갖는다.
명제 2. 인류세 시대에 근대성은 불가능하다.
명제 3. 사회과학자는 지구물리학자가 되어야 한다.
명제 4. 진보의 철칙은 철회되었다.
명제 5. 인간은 가이아가 잠자고 있는 동안에만 유토피아를 꿈꿀 수 있다.
명제 6. 지구와 협상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명제 7. 지구는 우리의 사랑에 무관심하다.
명제 8. 근대성은 최후까지 싸울 것이다.

3장 인류세와 역사들의 수렴 /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확률과 급격한 불확실성
인간으로서의 분할된 삶과 지배종으로서의 집단적 삶
인간은 특별한가? 인류세의 도덕적 균열
기후와 자본, 지구적인 것과 행성적인 것

4장 테크노세의 정치생태학 / 알프 호른보리
서론
‘자연’과 ‘사회’ 범주는 없어도 되는가?
기술사에 대한 포스트 데카르트적 관점?
인류세 개념은 적절한가?
객체(object)는 어떤 의미에서 행위성을 갖는가?
테크노세의 정치생태학
산업주의를 되돌리기

5장 의도적으로 지구를 잃다 / 장바티스트 프레쏘
주위(circumfusa) / 환경(environment)
근대성의 취약한 기후
자연 경제
물질대사의 균열
엔트로피
고갈
결론

제2부 인류세의 파국주의
6장 인류세, 파국주의 그리고 녹색정치론 / 뤽 스말
인류세ㅡ그 시작과 끝
인류세 종언에 대한 네 가지 가설
후기 인류세ㅡ파국론 가설 대 연속론 가설
연속론과 파국론의 해석들
후기 인류세에서의 녹색정치 사상과 파국주의
후기 인류세 시나리오에 대한 생태파국론의 비판
후기 인류세에서의 파국론적 행동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기여
인류세 이후
감사의 말

7장 인류세의 종말론 / 마이클 노스콧
깊은 시간을 다시 인간화하기(rehumanising)
묵시(apocalypse)로서의 인류세
카이로스로서의 인류세

8장 녹색종말론 / 이브 코세
생태학적 종말론의 물질적 증거
타조 정책
반사적 상호작용
붕괴의 부정
의사결정자들의 심리학

제3부 정치를 다시 사유하기
9장 홀로세로의 귀환 / 비르지니 마리스
서론
죽음을 둘러싼 정황
기술, 경제, 관료 영역에서 자연의 희석
궁극적인 공격으로서의 ‘인류세’ 서사
왜 우리는 자연을 필요로 하는가?
최종적인 단상

10장 가이아의 실재를 받아들이기 / 이자벨 스텡거스

11장 인류세 시대에 적과 친구를 구별하기 / 브뤼노 라투르

12장 환경주의의 부활은 절실히 필요한가? / 인골푸 블루도언
서론
객관화 방식의 생태정치
주관화 방식의 생태정치
인류세 속으로
결론

13장 인류세와 그 피해자들 / 프랑수아 주멘느
인류세의 정치학
환경 변화로 이주한 사람들
코페르니쿠스적 혁명
우리는 어떻게 이주민을 줄여야 하는가?
이주를 탈정치화하기
지구를 거주가능한(habitable) 상태로 유지하기

에필로그: 행성시대위원회 결정 CC87966424/49/ 브로니슬라프 셔진스키
역자 후기: 2년 동안의 인류세 여정을 마치며

참고문헌
집필진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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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기


책속에서
P. 46 인류세 개념은 대기화학, 기후학, 해양학 및 지질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되고 탐구되어 왔다. 최근에는 역사학자와 사회과학자의 학제 간 대화를 통해 더욱 정교해졌다(Hornborg and Crumley 2006; Steffen et al. 2011a). 인류세에 대한 관심이 자연과학 분야를 넘어서 급증하고 있는 이유는, 인류세가 지구의 과정Earth process, 생명, 인간의 활동} 및 시간을 총체적인 틀에서 사유하려는 획기적인 시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기에 인류세는 세 가지 개념적 ‘정의’와 함께 사회과학과 인문학에 새로운 사유를 요청하는 두 가지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함축하고 있다.  접기
P. 126 인류세를 한탄하고 두려워하기보다는 경축해야 할 사건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제2의 창조 관념이 현대적으로 부활하는 사태를 우리가 목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유형의 ‘에코 모더니스트}’는 이 새로운 시대를 인간의 오만이 낳은 피해에 대한 최종적 증거가 아니라, 우리가 변형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의 징표라며 환영한다(Hamilton 2013a). 그들은 그것을 인류의 근시안, 어리석음, 냉담함의 증거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본다. 그래서 미국의 생태학자 얼 엘리스는 그가 ‘좋은 인류세’라고 부르는 것을 옹호한다(Ellis 2011a). 그에 따르면 인구의 지속적인 증가와 경제적 발전을 제한하는 행성 경계는 없다. 우리는 변형의 달인이기 때문에 ‘인간 시스템}’은 더 뜨거워진 세상에 적응하고 거기에서 번영할 수 있다.  접기
P. 202 인류세의 역사는 ‘환경 의식’의 출현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역사이다. 역사적 문제는 근대성이 자연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억제되지 않게disinhibited’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 근대의 탈억제(Fressoz 2012)는 서구 정신의 어떤 근본적 균열(그리스도교,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 자연과 문화의 분리, 과학혁명의 기계론적 존재론 등)의 결과가 아니라, 인류세 시기에 등장한 많은 전략적 장치에 의해 생성되었으며, 그중 다수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Bonneuil and Fressoz 2013). 우리는 인류세에 의도적으로 진입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며, 현재의 상황을 환경 인식의 문턱으로서가 아니라 2세기에 걸친 의식적인 파괴의 역사의 정점으로서, 과거와 연속성을 가지고 사유해야 한다.  접기
P. 250 인류세는 시공을 넘어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 사이의 사랑의 윤리를 회복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방인을 사랑하라”는 그리스도교 윤리는 길가에서 강도에게 붙잡힌 이방인을 구한 착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그리스도의 비유에 응축되어 있다. 그리고 이 비유로부터 서구법 역사에서 부상자에 대한 제3자적 책임, 즉 불법 행위 개념이 생겨난다(Bankowski 1994). 지구시스템에 의해 매개된 산업 활동으로 인한 현재와 미래의 제3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규모 개입은 인류세의 선언이라는 카이로스의 순간에 대한 희망적이면서 전환적인 응답으로 설명될 때, 그리고 현재의 인간 경제의 연대기적이지만 지속불가능한 성장을 위한 소품이 아니라 미래 세대와 종species에 대한 사랑의 행위로 설명될 때, 더욱 윤리적인 설득력을 지닐 가능성이 커진다.  접기
P. 325 인류세 개념은, 비록 함정이 있긴 있지만(Bonneuil and Fressoz 2013), 현명하게만 사용된다면 예전의 사회적 영역, 즉 ‘인간’ 영역이 지구인Earthlings의 땅 또는 지구에 뿌리박은 자Earthbound의 땅으로 재구성되는 것을 보장하는 동시에, 자연화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을 제공한다. 이솝의 혀처럼 그것은 최악의 상황을 전달할 수 있고, 심지어는 그보다 더 심하게 예전 그대로를 전달할 수도 있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자연의 사회적 구성’과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에 대한 환원주의적 관점’―인간이 탄소와 물, 여러 지질학적 힘들 중의 지질학적 힘, 진흙과 먼지 위의 진흙과 먼지 등으로 이루어졌다는 관점―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진동 운동이다. 그러나 이것은 또한 우리의 관심을 화이트헤드(Whitehead 1920)가 “자연의 이분화”라고 불렀던 것의 종언 쪽으로, 즉 근대화의 서광 이후로 과학과 정치를 마비시켜온 자연과 인간의 분리를 최종적으로 거부하는 쪽으로 돌릴 수도 있다.  접기
P. 379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집단행동이 근본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대부분을 기울여야 하는 산업국들이 오히려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게 될 것이라는 데에 있다. 그래서 합리적인 신자유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산업화한 국가들은 행동의 동기부여가 적다. 우리의 이익이 우리의 행위성을 부정한다. 기후변화가 빈부의 불평등에 뿌리박고 있다면, 이주는 이러한 불평등이 현실화되는 렌즈이다. 이주에 관한 초기의 이론들, 예를 들어 1966년에 나온 리Lee의 이주론은 이주가 불평등을 조정할 수 있다고 가정했다(Lee 1966). 그러나 이주는 치료가 아니라 증상이다.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클라이브 해밀턴 (Clive Hamilton)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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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캔버라에 있는 찰스 스터트 대학(Charles Sturt University)의 응용철학 및 공공윤리학 센터 교수이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인류세』, 『누가 지구를 죽였는가』, 『성장숭배』 등이 있다.

최근작 : <인류세란 무엇인가>

크리스토프 보뇌이유 (Christophe Bonneuil)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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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있는 알렉상드르-쿠아레 센터(CNRS, EHESS and MNHN) 역사학 선임연구원(senior researcher)이다. 2017년에 장 바티스트 프레쏘와 함께 『인류세의 충격 The Shock of the Anthropocene』(번역은 David Fernbach)를 저술했다.

최근작 : <인류세란 무엇인가>

프랑수아 주멘느 (Francis Gemenne)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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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C 파리의 교수이자 FNRS(벨기에 국립과학 연구재단) 연구원이며, 『인류세 아틀라스Atlas de l’Anthropocee』의 저자이다.

최근작 : <인류세란 무엇인가>

조성환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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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수학과 철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원광대학교에서 철학과 교수와 기후인문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 근대의 탄생』, 『K-사상사』, 『한국의 철학자들』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인류세의 철학』(공역), 『인류세에 대해 인문학이 답하다』(공역), 『인류세란 무엇인가 『』(공역) 등이 있다.

최근작 : <세계철학사 : 사유번역과서사창조>,<문명전환의 한국사상>,<한국철학 다시읽기> … 총 35종 (모두보기)

허남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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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기후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에는 생태의 관점에서 생명과 죽음을 탐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개벽의 사상사』(공저),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 지구인문학의 발견』(공저) 등이 있으며, 『인류세의 철학』(공역), 『지구화』(공역) 등의 번역서와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원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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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미래융합연구원 X-Media센터 연구교수
만든 작품으로 『성학십도 VR』(공동작품), 저서로 『블랙미러로 철학하기』, 『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공저) 등이 있고, 『니체』를 번역했다. 논문으로는 「리기론(理氣論)과 신유물론의 교차점에 대한 시론」, 「농암 이현보(聾巖 李賢輔)의 「분어행(盆魚行」에 나타난 출처관과 이후 조선 유학 속 선비 표상의 형성」, 「키에르케고어와 퇴계(退溪)가 본 심병(心病)과 그 극복」 등이 있다.

최근작 : <한국유학의 미래적 전망과 과제>,<어떤 지구를 상상할 것인가?>,<탠저블 필로소피 : 성학십도 VR> … 총 13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기후위기를 이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우리는 ‘인류세’를 이해해야 한다.”
“인류세 담론의 핵심 사상가 14인, 최초로 한 권에 모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는 세계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인류세는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한 질문이다.”
“기후위기 다음에 오는 질문 — 누가, 어떤 세계에, 어떻게 남을 것인가?”

“기후위기를 이해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우리는 ‘인류세’를 이해해야 한다.”
『인류세란 무엇인가』는 바로 이 명제를 가장 정교하게 사유하는 데서 출발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단순히 환경을 파괴하는 존재가 아니라, 대기 조성·빙하 용해·해양 산성화·종 멸종·기후 순환 등 지구 시스템의 작동 조건을 변화시키는 지질학적 행위자(geological agent)가 되었다. 이 변화는 “환경이 위기다”라는 차원을 넘어, 인간과 세계의 관계, 인간학·역사·정치·철학의 기반을 모두 다시 묻게 하는 근본적 전환을 요구한다. ‘인류세(Anthropocene)’라는 개념은 그 전환을 가리키는 이름이며, 이 책은 그 개념을 가장 포괄적이고 다학문적으로 탐구한 최초의 인문학 연구서이다.

이미 유럽 학계에서는 “인류세 사유를 정립한 기준 텍스트”로 자리 잡았고, 한국어판 출간은 단순 번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에서도 기후위기, 탈성장, 기후정의, ESG, 생태문명 전환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는 “정책·기술적 해결” 수준에 갇혀 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그보다 근본적이다. “기후위기는 무엇이 ‘망가졌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무엇이라고 믿어 왔는가의 문제다.” 즉, 인류세는 지구의 위기가 아니라 근대 문명의 자기 이해가 무너진 사건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성취는, 인류세 논의를 주도해 온 핵심 사상가 14명이 한 권에 집결했다는 점이다. 브뤼노 라투르,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이자벨 스텡거스, 클라이브 해밀턴, 크리스토프 보뇌이유, 알프 호른보리, 프랑수아 주멘느 등 인문·사회과학·과학기술학·지구정치학을 대표하는 사상가들이 참여해, 기존에 흩어져 있던 논의들을 하나의 사유 지도 위에 집약했다. 따라서 이 책은 “인류세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개론서가 아니라, 인류세를 둘러싼 사유의 충돌과 논쟁, 서로 다른 미래 서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구조적 독서를 제공한다.

인류세: 과학 개념을 넘어 문명 전환의 사유로
제1부는 인류세가 왜 환경학적·과학적 개념을 넘어 철학적·문명론적 전환의 계기가 되는지를 밝힌다. 인류세는 단순히 “지구에 손상을 입힌 시대”를 넘어, “인간을 중심으로 세상을 설명해 온 모든 사유 구조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시대”를 의미한다. 1~2장은 인류세를 둘러싼 대표적 해석틀 네 가지—자연주의 서사, 포스트자연 서사, 생태파국주의 서사, 생태마르크스주의 서사—를 정리하며, 인류세는 단일한 실체가 아니라 서사적 경쟁의 장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미래는 과학이 아니라 서사적 선택을 통해 구성된다”는 통찰로 이어진다.
이어지는 장들은 인류세가 근대 인식론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해밀턴은 인류세가 뒤흔든 근대성의 핵심 전제를 “자연은 배경이 아니다”, “진보는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 “사회과학은 지구물리학을 무시할 수 없다” 등의 명제로 정리한다. 차크라바르티는 인간의 역사·지구의 역사·생명의 진화사가 하나의 시간 축에서 교차하는 현상을 “세 개의 시간의 수렴”으로 개념화하며, 인류세는 학문을 재편할 사건임을 천명한다. 5장은 인류세가 “인류 전체의 책임”이라는 환상을 해체하고, 특정 국가·계급·산업체계의 선택적 파괴가 전 지구적 위기로 이어졌음을 폭로한다. 즉, 인류세는 “보편적 인간”이 만든 시대가 아니라, 불평등한 문명이 만들어낸 시대다.

파국을 넘어: ‘행동 불능의 시대’를 분석하다
제2부는 인류세가 초래한 문명적 파국과 정치적 무력감의 구조를 분석한다. 6장은 인류세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며, 후기 인류세는 “에너지 하강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그동안 민주주의·복지국가·성장경제가 가능했던 조건은, 화석에너지의 과잉 공급과 자원 착취를 기반으로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7장은 기후위기가 정보 부족 때문에 해결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 상태”, 즉 가속적 마비의 구조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주체 개념이 붕괴한 결과다.
8장은 “인류세 = 곧 종말”이라는 단순한 서사에 반대하며, 파국 이후의 세계를 붕괴·전환·재배치·재구성이라는 다층적 시간 속에서 사유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더 나은 대응”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 방식”이며, 이 전환은 과학·정책·기술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사유의 재구조화 없이는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인류세 이후의 정치철학: 자연은 다시 ‘정치적 행위자’가 된다
제3부는 인류세가 소환하는 정치의 재탄생을 다룬다. 라투르와 스텡거스는 “자연을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정치적 행위자이자 우리와 함께 행성 조건을 구성하는 존재”로 사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근대 정치철학의 핵심 구분—주체/객체, 인간/비인간, 사실/가치—를 무너뜨린다. 또 다른 장에서는 인류세가 개인적 실천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구조를 분석하며, “윤리의 규모를 개인에서 행성으로 이동시켜야 한다”는 급진적 전환을 요청한다.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가이아 정치학, 공생적 지식 체계, 기후이주와 ‘거주가능성의 권리’ 등이 제시된다. 인류세에서 중심 질문은 “지구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어떤 조건 속에서 살아남을 권리를 갖는가”라는 정치적·윤리적 딜레마로 이동한다.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
『인류세란 무엇인가』는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왜 우리는 여전히 잘못된 질문을 반복하는가?”를 묻는 책이다. 인류세의 도래는 “환경을 보호하자”는 도덕적 요청이 아니라, “인간이 무엇인가를 다시 정의하라”는 철학적 요청이다. 따라서 이 책은 기후위기 시대의 윤리·정치·교육·경제·예술·종교·철학이 어떤 전환을 맞아야 하는지에 대한 사유를 촉발한다. 오늘의 독자에게 이 책은 이렇게 질문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인간이라는 이름을 유지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세계에 속할 자격을 갖고 있는가?”
“우리가 망가뜨린 세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가?”
기후위기 시대의 독서는 더 이상 ‘실천을 위한 정보’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사유’ 이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책은 필독서가 된다. 인류세를 이해하지 않고는, 우리는 더 이상 미래를 이해할 수도, 선택할 수도, 살아갈 수도 없다.


■ 필자 소개

* 크리스토프 보뇌이유(Christophe Bonneuil)는 파리에 있는 알렉상드르-쿠아레 센터(CNRS, EHESS and MNHN) 역사학 선임연구원(senior researcher)이다. 2017년에 장 바티스트 프레쏘와 함께 『인류세의 충격 The Shock of the Anthropocene』(번역은 David Fernbach)를 저술했다.
* 클라이브 해밀턴(Clive Hamilton)은 호주 캔버라에 있는 찰스 스터트 대학(Charles Sturt University)의 응용철학 및 공공윤리학 센터 교수이다. 국내에 소개된 저서로는 『인류세』, 『누가 지구를 죽였는가』, 『성장숭배』 등이 있다.
* 디페시 차크라바르티(Dipesh Chakrabarty)는 시카고대학 역사학 교수이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는 『행성 시대 역사의 기후』, 『하나의 행성, 서로 다른 세계』, 『유럽을 지방화하기』, 『인류세에 대해 인문학이 답하다』가 있다.
* 알프 호른보리(Alf Hornborg)는 스페인에 위치한 룬드 대학(Lund University)의 인간생태학부(Human Ecology Division) 교수이다. 국내에 소개된 글로는 안드레아스 말름·알프 호른보리 지음, 김명진 옮김, 「인류의 지질학? 인류세 서사 비판」, 『인류세와 기후위기의 대가속』, 이별빛달빛 엮음, 김용우·김찬종·정홍상 외 옮김, 한울아카데미, 2022, 148~166쪽이 있다.
* 장 바티스트 프레쏘(Jean-Baptiste Fressoz)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에서 과학사, 기술사, 환경사 등을 연구하는 역사가이다. 최근의 저서로는 More and More and More: An All-Consuming History of Energy (2024)가 있다. 국내에 소개된 연구로는 파비앙 로셰 장바티스트 프레쏘, 「기후의 역사에 대한 성찰적 근대성」, 송성희 옮김, 이별빛달빛 엮음, 『인류세와 기후위기의 대가속』, 한울아카데미, 2022, 110~146쪽이 있다.
* 뤽 스말(Luc Semal)은 파리에 있는 국립 자연사박물관(Musem national d’histoire naturelle; Cesco)의 정치학 강사이다.
* 마이클 노스콧(Michael Northcott)은 스코틀랜드에 위치한 애든버러 대학(The University of Edinburgh)의 윤리학 명예교수로, 환경신학자이자 윤리학자이다. 저서로 God and Gaia: Science, Religion and Ethics on a Living Plane (2022), A Political Theology of Climate Change (2014), A Moral Climate: The Ethics of Global Warming (2007), The Environment and Christian Ethics (1996) 등이 있고, 국내에 번역된 글로는 마이클 노스콧, 「현존하는 미래의 지구」, 조니 베이 커 외, 『내일의 교회』, 김준철 옮김, 성공회브랜든선교연구소, 2020 가 있다.
* 이브 코세(Yves Cochet)는 모멘텀연구소(Institut Momentum) 회장으로, 프랑스 국회의원과 국회의원과 환경부장관을 역임했다.
* 비르지니 마르스(Virginie Maris)는 프랑스의 몽펠리에(Montpellier)에 있는 기능 및 진화 생태학 센터(Centre d’eologie fonctionnelle et eolutive; CEFE)의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선임연구원(research fellow)이다. 생물다양성, 지속가능한 개발, 에코페미니즘, 경제와 환경의 관계 등을 연구한다. 저서로 La Part Sauvage du Monde: Penser la Nature dans l’Anthropocene (세계의 야생적 부분: 인류세에서 자연을 생각하기 2018)가 있다.
* 이자벨 스텡거스(Isabelle Stengers)는 벨기에에 있는 브뤼셀 자유대학의 과학 철학 교수이다. ‘이자벨 스텐저스’나 ‘이자벨 스탕’, ‘이사벨 스탕제’, ‘이자벨스땅제’, ‘이자벨 스탕제르’, ‘이자벨 스탕게스’, ‘스텡게르스’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되고 있다. 국내에는 일리아 프리고진과 함께 저술한 Order Out of Chaos: Man’s New Dialogue with Nature (1984)로 처음 알려졌다. 이 책의 한글 번역은 두 종류가 있다. 신국조 옮김,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정음사, 1988/고려원미디어, 1993/자유아카데미, 2011; 유기풍 옮김, 『혼돈 속의 질서』, 민음사, 1990. 이 외에도 스텡거스가 필자로 참여한 『과학에서 생각하는 주제 100가지』도 번역되었다(공저, 2004). 영어로 번역된 저서로는 Making Sense in Common: a Reading of Whitehead in Times of Collapse (2023), In Catastrophic Times: Resisting the Coming(2015), Thinking with Whitehead:a Free and Wild Creation of Concepts (2011), Cosmopolitics (2010) 등이 있다. 이 중에서 In Catastrophic Times의 서문은 한글로 번역되어 있다(https://nanomat.tistory.com/1073). “Gaia, The Urgency to Think (and Feel) ”의 한글 번역도 인터넷에서 열람 가능하다(https://nanomat.tistory.com/937).
* 브뤼노 라투르(Bruno Latour, 1947~2022)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인류학자, 철학자이다. 국내에 번역된 저서로는 『존재 양식의 탐구』, 『우리는 결코 근대인이었던 적이 없다』, 『과학인문학 편지』, 『젊은 과학의 전선』, 『판도라의 희망』, 『브뤼노 라투르 마지막 대화』 등이 있다.
* 인골푸 블루도언(Ingolfur Bludorn)은 오스트리아의 비엔나경영경제대학(W)U에 있는 사회변화와 지속가능성 연구소(Institute for Social Change and Sustainability) 교수이다. 영어로 쓴 대표작으로 Post-Ecologist Politics: Social Theory and the Abdication of the Ecologist Paradigm(2000)이 있다.
* 프랑수아 주멘느(Francis Gemenne)는 HEC 파리의 교수이자 FNRS(벨기에 국립과학 연구재단) 연구원이며, 『인류세 아틀라스Atlas de l’Anthropocee』의 저자이다.
* 브로니슬라브 셔진스키(Bronislaw Szerszynski)는 영국에 위치한 랭커스터 대학(Lancaster University)의 환경변화학 센터와 사회학과의 선임강사(senior lecturer)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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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된 한국어 번역판 <인류세란 무엇인가: 유럽에서의 철학적 논쟁>(모시는사람들, 2025)의 서지 정보와 출판 맥락을 분석해 보면, 한국 학계와 출판계가 인류세라는 글로벌 환경 위기 담론을 어떻게 수용하고 해석하려 하는지 그 독특한 접근 방식을 엿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분석은 아래와 같다.

1. 인문학적·철학적 담론으로의 확장

한국에서 인류세는 초기에 주로 기후변화, 환경 오염, 생물다양성 감소 등 자연과학이나 환경 정책의 영역에서 다루어졌다. 그러나 이 책이 <유럽에서의 철학적 논쟁>이라는 부제를 달고 번역되었다는 점은, 한국 내에서도 인류세를 단순한 과학적 사실의 관측을 넘어 인간의 실존, 가치관, 그리고 사유 체계 전체를 뒤흔드는 <철학적·인문학적 의제>로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과학 기술적 해결책(기후공학 등)에만 의존하려는 태도를 비판하고, 인간 중심주의 근대 철학의 근본적인 반성을 요구하는 서구의 깊이 있는 논쟁을 국내에 소개함으로써 한국 기후 담론의 사유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2. 동서양 철학의 융합과 문명 전환적 접근

이 번역판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번역진과 출판사의 성격이다. 책을 옮긴 조성환, 허남진 교수 등은 한국 철학과 동학(東學), 그리고 생명 사상을 깊이 있게 연구해 온 학자들이다. 출판사인 '모시는사람들' 역시 동학을 비롯한 한국 자생 사상과 문명 전환 담론을 주로 다루어 온 곳이다.

이러한 배경은 한국의 지식인들이 인류세 위기를 해결할 실마리를 서구의 이론을 수용하는 데서만 찾지 않고, 한국의 전통 사상과 연결하려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서구 근대성이 낳은 인류세라는 파국을 극복하기 위해, 만물에 신령함이 깃들어 있고 인간과 자연이 하나라고 보는 동학의 <시천주(侍天主)> 사상이나 생명 사상을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제시하려는 '주체적 수용'의 태도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3. '인류세(Anthropocene)' 수용의 본격화와 대중화

서구에서 2015년에 나온 원서(The Anthropocene and the Global Environmental Crisis)가 한국에서 번역·출간되며 철학적 논쟁을 포괄적으로 사유한 최초의 인문학적 탐구서로 소개된 것은, 한국 사회가 환경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진적 변화에서 '지질학적 대전환'이라는 거시적이고 급진적인 프레임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학술적 밀도가 높은 유럽 학자들(브루노 라투르, 이자벨 스텡거스 등)의 논의를 한국어로 정교하게 번역해 소개함으로써, 국내 환경 운동과 지성계에 '문명사적 성찰'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요약하자면, 한국은 이 주제에 대해 단순히 서구의 환경 담론을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서구 근대 철학의 한계를 해체하는 유럽의 최전선 논의를 한국의 자생적 생명 사상(동학 등)과 결합하여 '새로운 문명 전환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려는 주체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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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만 <한국 전체의 인류세 이해>를 알 수 있다기보다는, 이 한국어 번역판이 인류세 담론을 한국 독자에게 어떻게 소개하고 배치하려 하는지는 꽤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올려주신 자료의 표지, 목차, 출판사 책소개, 역자 소개를 보면 이 번역판은 인류세를 단순한 환경과학·기후정책 문제가 아니라 <철학·인문학·정치생태학·문명전환론>의 주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제목의 변화입니다. 원서는 『The Anthropocene and the Global Environmental Crisis: Rethinking Modernity in a New Epoch』, 곧 <인류세와 지구환경 위기: 새로운 시대의 근대성 재고>입니다. 그런데 한국어판 제목은 『인류세란 무엇인가』이고, 부제는 <유럽에서의 철학적 논쟁>입니다. 이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원제가 <지구환경 위기>와 <근대성 재고>에 무게를 둔다면, 한국어판은 <인류세란 무엇인가>라는 개념적 질문과 <유럽 철학 논쟁>이라는 지적 계보에 무게를 둡니다. 즉 한국어판은 이 책을 기후변화 입문서로 팔기보다, 인류세라는 개념을 둘러싼 사유의 장으로 제시합니다.

출판사 책소개도 그 방향을 분명히 합니다. 자료에는 “기후위기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제 우리는 ‘인류세’를 이해해야 한다”, “인류세 담론의 핵심 사상가 14인”, “기후위기 다음에 오는 질문 — 누가, 어떤 세계에, 어떻게 남을 것인가?” 같은 문구가 보입니다. 이것은 기후위기를 탄소배출·재생에너지·환경정책의 문제로만 보지 않고, 인간 자신에 대한 질문으로 밀고 가겠다는 뜻입니다. 한국어판의 핵심 프레임은 “기후가 망가졌다”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과 자연을 어떻게 잘못 이해해 왔는가”입니다.

목차 구성도 같은 방향입니다. 자료에 보이는 목차는 크게 <인류세 읽기>, <인류세와 파국론>, <인류세와 자연정치>, <인류세와 피해자> 같은 구획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는 자연주의 서사, 포스트자연 서사, 생태민주주의, 정치생태학, 가이아 정치학, 기후이주, 피해자, 종말론, 파국 이후의 사고 같은 주제들이 들어갑니다. 이것은 인류세를 “새로운 지질시대”라는 과학적 명명으로만 보지 않고, 정치적 책임, 윤리, 종말론적 상상력, 피해자의 위치, 생태민주주의의 문제로 확장해서 읽겠다는 구성입니다.

특히 한국어판 소개에서 중요한 말은 “인류세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인간 자체에 대한 질문”이라는 취지입니다. 이 표현은 한국의 인류세 수용에서 중요한 경향을 보여줍니다. 한국에서는 기후위기가 이미 정책·운동·ESG·탄소중립·재생에너지 담론으로 상당히 많이 말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번역판은 그런 기술적·정책적 언어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봅니다. 기후위기의 더 깊은 원인은 인간중심주의, 근대적 자연관, 진보주의, 성장주의, 산업문명, 자본주의적 세계체계에 있다는 쪽으로 독자를 이끕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이 책이 <유럽에서의 철학적 논쟁>으로 소개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가집니다. 장점은 한국 독자가 인류세 논의를 브뤼노 라투르, 디페시 차크라바르티, 클라이브 해밀턴, 크리스토프 보뇌이, 장바티스트 프레소즈, 알프 혼보리 같은 국제적 논자들의 사유와 연결해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어판은 인류세를 단순한 환경운동 구호가 아니라 세계 인문사회과학의 최전선 논쟁으로 소개합니다.

하지만 한계도 있습니다. “유럽에서의 철학적 논쟁”이라는 부제는 인류세 논의의 출발점을 유럽 지식장 안에 놓습니다. 그러면 동아시아, 한국, 식민지 경험, 압축근대화, 개발독재, 산업화, 새마을운동, 원전, 미세먼지, 4대강, 농촌 해체, 도시화, 해양오염 같은 한국적 경험은 부차화될 수 있습니다. 한국어판이 곧바로 한국의 생태사·개발사·민중사와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이 번역판은 한국적 인류세론의 완성이라기보다, 한국에서 인류세를 사유하기 위한 이론적 수입과 접속의 장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역자 소개도 흥미롭습니다. 자료에는 조성환, 한상진, 이원진 등이 보이고, 특히 원광대학교 기후인문학연구소, 지구인문학, 개벽사상, 한국철학, 생태적 사유와 연결된 경력이 언급됩니다. 이것은 한국어판의 수용 맥락이 단순한 환경공학이나 기후과학이 아니라 <기후인문학>, <지구인문학>, <한국사상>, <개벽적 전환>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한국에서는 인류세가 서구 근대성 비판만이 아니라, 동학·개벽·생명사상·생태문명론 같은 한국 사상 자원과 접속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점은 한국적 특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서구 인류세 담론은 흔히 지질학, 기후과학, 라투르식 과학기술학, 차크라바르티식 역사철학, 보뇌이·프레소즈식 정치생태학으로 전개됩니다. 그런데 한국어판의 역자·출판 맥락은 그것을 <기후인문학>과 <문명전환>의 언어로 다시 받습니다. 특히 “개벽”이라는 사상적 어휘와 접속될 때, 인류세는 단순히 지구가 위험하다는 진단이 아니라 인간 문명의 방향 전환, 삶의 양식 전환, 종교적·철학적 세계관 전환의 문제로 읽힐 수 있습니다.

한국의 독자층도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대중적 기후위기 입문서라기보다는, 인문사회과학 독자, 생태철학 독자, 기후정의 운동에 관심 있는 독자, 종교·철학·정치이론을 통해 기후위기를 이해하려는 독자를 겨냥합니다. 출판사 책소개가 “윤리·정치·교육·경제·예술·종교·철학이 어떤 전환을 맞아야 하는가”를 묻는다고 설명하는 점도 그것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이 번역판 정보에서 읽히는 한국의 접근은 대략 네 가지입니다.

첫째, 인류세를 <환경문제>보다 <문명문제>로 이해한다.
둘째, 인류세를 <기후과학>보다 <인문학·철학·정치생태학>의 문제로 번역한다.
셋째, 인류세를 <서구 근대성 비판>으로 받아들이면서도, 한국의 기후인문학·지구인문학·개벽사상과 접속하려 한다.
넷째, 기후위기 대응을 기술적 해결보다 <사유 방식·삶의 방식·정치 공동체의 재구성> 문제로 확대한다.

제 평가는 이렇습니다. 이 번역판의 방향은 상당히 좋습니다. 한국 사회는 기후위기를 자주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전기차”, “원전이냐 태양광이냐”, “ESG” 같은 관리 언어로만 다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보다 깊은 층, 곧 인간중심주의·성장주의·근대성·자연관·정치적 책임의 문제를 묻습니다. 이 점에서 한국 독자에게 필요한 충격을 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조심할 점도 있습니다. 인류세 담론이 너무 철학적·유럽적으로 소개되면, 한국의 구체적 생태 현실이 흐려질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인류세를 제대로 사유하려면 이 책을 읽은 뒤, 한국의 산업화, 식민지 근대, 분단체제, 개발국가, 재벌 중심 성장, 농촌·어촌 붕괴, 핵발전, 도시 아파트 문명, 미세먼지, 4대강, 새만금, 제주 제2공항, 기후불평등 같은 문제와 연결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한국어판 정보만 보아도 한국의 한 중요한 인류세 수용 방식은 보입니다. 그것은 <기후위기 대응론>이 아니라 <인간과 문명에 대한 근본적 재질문>입니다. 다만 아직은 “유럽 철학 논쟁의 번역” 성격이 강하므로, 앞으로의 과제는 이것을 한국의 역사적 경험과 동아시아 사상, 그리고 실제 기후정의 운동의 언어로 다시 번역하는 일이라고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