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6

이병철 - -실크로드 순례 다녀와 1 2 3 4

이병철 - -실크로드 순례 다녀와 1/ '2026년 지구행성 생태영성 순례'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 5일부터 6월... | Facebook

이병철

-실크로드 순례 다녀와 1/

'2026년 지구행성 생태영성 순례'라는 이름으로 지난 6월 5일부터 6월 15일까지 열흘간, 상하이를 거쳐 가욕관, 둔황, 산산, 투루판, 우루무치 등 신장 위구르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실크로드의 주요 구간을 다녀왔다.
이번 순례에 함께한 일행은 실무를 맡아 준 지구여행학교 새길님을 포함하여 모두 열세 사람이었다. 그렇게 꾸려진 순례단 가운데 새롭게 인연을 맺은 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나와 한두 번 이상 순례를 함께했거나 평소에도 허물없이 지내는 이들로, 모두 한 가족 같은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그동안 순례 때마다 그날그날 보고 느낀 것을 순례 일지 삼아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으로 함께 나누어 왔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와 인연한 이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내 순례의 경험을 전하여 함께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순례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중국에서는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짧은 형태의 글이나 사진은 간신히 전하거나 잠시 볼 수는 있었지만, 긴 글을 올리거나 제대로 소통하기는 어려웠다. 때로는 순례단에게 보내는 내부 공지조차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그 덕분(?)에 지친 몸으로 숙소에 돌아와 사진을 고르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수고를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오히려 나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실크로드에 대해서는 이미 모르는 이가 없다고 해도 될 만큼 잘 알려져 있는 까닭에, 내가 새삼 무엇을 보고 느꼈다고 하는 것이 그리 새로울 것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피곤하고 귀찮다는 핑계로 느낀 것을 메모조차 하지 않았더니, 돌아온 지금은 제대로 기억나는 것조차 많지 않다. 이번 순례기는 지금 내 안에 남아 있는 몇 가지 기억만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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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에서는 노신공원에 있는 윤봉길 의사 기념관과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에 들렀고, 상하이의 유명한 야경도 다시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감회로 다가왔다.

감숙성 가욕관에 위치한 만리장성의 서쪽 관문인 가욕관 성루에 올라, 중국 한족(漢族)들이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오는 서역의 이민족들을 두려움 속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까닭을 생각했다.
만리장성, 그 성 너머는 끝없는 모래사막이었다.
가진 것이 없어 두려움도 없는 거친 질주 앞에서, 가지고 지켜야 할 것이 많은 이들이 느끼는 두려움 같은 것이라 할까.
실크로드의 꽃이라고도 하는 둔황의 막고굴(莫高窟)에 들러 4세기 무렵부터 약 천 년에 걸쳐 조성되었다는 불상과 벽화들을 보았다.
'미소 석굴'이라고도 불린다는 그 석굴에서 나는 모든 불보살의 얼굴에 새겨진 천 년의 미소를 보았다. 그 미소는 세월을 초월하여 지금도 환하게 살아 있었다.
이 석굴 불보살들의 미소가 석굴암 천년의 미소와 하나로 느껴진 것은 비단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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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란 무엇일까.
어떤 믿음이 이 척박한 사막 한가운데에 천 년에 걸쳐 이런 석굴을 파게 하고, 불보살상을 조성하게 하고, 값비싼 염료로 벽화를 그리게 했을까.
(26. 06.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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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순례 다녀와 2>
-사막의 생명줄, 카레즈(坎兒井)/

감숙성 만리장성 바깥 지역인 신장 위구르 지역은 말 그대로 황량한 사막 지역이었다. 서역의 이민족, 오랑캐의 땅으로 불렸던 이 지역은 자연 풍토도, 종족도, 언어도, 역사와 문화와 풍속도 한족 중심의 중국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그런 곳이 지금은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하나의 나라 이름 아래 묶여 있다.
쿠무타거 사막에 올라 천산산맥 너머로 지는 해넘이를 보고, 따뜻한 모래 위에 등을 기대고 누워 사막 위로 떠오르는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았다.
저 천산산맥 너머로 저무는 오늘의 일몰은 지금 지구 반대편 어디에선가 오늘 이른 아침의 해돋이로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따뜻한 모래 위에 등을 대고 바라보는 저 별들 가운데 어디에선가 이 지구를 바라본다면, 푸르게 떨고 있는 별빛 하나가 보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타클라마칸 사막 북단에 위치한 투루판의 화염산(火焰山)은 현장법사와 손오공의 이야기로 유명한 "서유기"의 중심 무대다. 여름철 관측 최고 기온이 89도에 이르렀다고 하며, 해발 0미터라는 표지가 세워져 있는 붉게 타오르는 용 같은 지형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때가 오전이었는데도 이미 기온은 45도에 이르고 있었다. 아마 오후에는 50도를 훌쩍 넘으리라 싶었다.
그런데도 화염산 일대에는 넓은 포도밭이 조성되어 있었다. 사막 한가운데에 지하수로를 이용해 물을 공급함으로써 포도 농장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이 물들은 모두 천산산맥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라고 한다.
그 물이 공급되지 않는다면 이곳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자랄 수 없는 불모의 땅이다.
어떻게 천산산맥의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을 이런 사막 한가운데까지 끌어올 수 있었을까.
신장 위구르 자치구 투루판에 있는 카레즈(坎兒井)는 중국의 만리장성, 대운하와 함께 고대의 위대한 3대 토목 유산으로 평가받는 수로 시스템이다. 투루판 지역의 생명줄과도 같은 존재로, 천산산맥의 녹은 눈과 지하수를 끌어들여 지하 터널을 통해 오아시스와 농경지로 보내는 시설이다.
지하 수로와 연결 수갱(竪坑)을 모두 합한 총길이는 약 5,272킬로미터에 이른다고 한다. 서울에서 인도 뉴델리까지의 거리에 해당하는 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거대한 지하 수로와 수갱을 모두 사람의 손으로 파냈다는 사실이다. 몸을 굽혀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따라 수천 킬로미터의 물길을 만들었다고 하니, 인간이라는 존재의 힘과 생명력에 대해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 힘과 생명력이 위대한 문명을 이루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계를 죽임의 길로 몰아넣기도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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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s post

<실크로드 순례 다녀와 3>
-천산 천지에서 고천제를 올리다/
신장 위구르 지역에 생명이 깃들 수 있는 것은 천산산맥이 있고, 거기에 쌓인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물이 없이는 풀 한 포기도, 사람 한 명도 살아갈 수 없다.
'천지부모'라는 말을 이곳에서는 '천산부모'라 해도 좋으리라 싶다.
그 천산에 있는 천지(天池)에 올라 천제를 모셨다.
중국에는 두 개의 천지가 있다. 우리가 백두산이라 부르는 산을 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 하는데, 그 장백산의 천지와 이곳 천산천지(天山天池)가 그것이다.
천산산맥의 주요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박격달봉(博格達峰, 해발 5,445미터) 기슭에 자리 잡은 이 호수는 약 200만 년 전에 형성된 빙하호라고 한다. 말 그대로 '하늘 산'의 '하늘 연못'이다.
한라산 백록담 높이 정도의 고도(1910m)에 자리한 이 호수는 수면 면적이 여의도의 1.7배 정도이며 길이는 거의 4,km에 이르고 최고 수심이 100m가 넘는 큰 고산 호수인데,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침엽수림과 박격달봉의 만년설이 비취색 호수와 어우러져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이 호수는 도교 설화 속 서왕모(西王母)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으로 예로부터 도가 사상과 신선 사상에서 신비로운 영지(靈地)로 여겨져 온 곳이라고 한다. 
그 신령하고 순수한 호숫가에 순례단이 둥글게 모여 앉았다. 가져간 쑥향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향을 피우며 한지에 정성으로 쓴 고천문을 아뢰는 천제를 올렸다.
비록 천산천지에서 목욕재계를 하지 못했고, 격식을 제대로 갖춘 천제는 아니었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자신과 가족, 그리고 세상을 향한 저마다의 소원을 소지문에 적어 아뢰고, 순례단 모두의 이름을 담아 고천문을 함께 올렸다.
우리의 고천제(告天祭)는 특정한 종교 의식이 아니다.
우리가 생태영성순례라는 이름으로 찾아가는 신령하게 느껴지는 장소에서, 순례단의 이름으로 마음을 모아 하늘과 땅, 천지만물에게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아뢰는 의식이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히말라야와 바이칼 순례를 비롯해 지금까지의 순례마다 천제를 모셔 왔다.

이번 순례의 고천문(告天文)을 함께 나눈다.
<실크로드 생태영성순례 천제 고천문>
하늘이시여.
천지신명이시여.
땅을 딛고 하늘을 품은 이들이
오늘 실크로드의 길 위에서
삼가 마음 모아 아뢰나이다.
동과 서가 만나고,
사람과 문명이 오가던 이 길에서
우리는 다시 묻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야 합니까.
지금 세상은
기후붕괴와 생태계 멸종,
인공지능과 전쟁의 먹구름,
문명 전환의 대혼란 속에서
길을 잃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믿지 못하고
나라는 나라를 두려워하며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하늘이시여.
우리의 무지와 탐욕을 굽어 살피소서.
생명을 함부로 대하고
땅을 소유하려 하며
하늘의 뜻을 잊고 살아온
우리의 부끄러움을 받아주소서.
이제 이 길 위에서
다시 새 길을 묻게 하소서.
이기는 길이 아니라
함께 사는 길을,
빼앗는 길이 아니라
나누는 길을,
지배하는 길이 아니라
모시는 길을 걷게 하소서.
모래바람 속에서도
풀 한 포기가 제 길을 찾듯이,
낯선 땅의 별빛 아래서도
사람의 마음속 하늘이 꺼지지 않듯이,
우리 안의 오래된 생명의 감각을
다시 깨워주소서.
하늘과 땅,
사람과 사람,
인간과 뭇 생명이
본래 한 몸임을 알게 하소서.
전쟁의 시대에 평화를,
분열의 시대에 화쟁을,
절망의 시대에 생명의 길을
우리 몸과 마음으로 증언하게 하소서.
이 순례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낡은 문명을 건너는 작은 다리가 되게 하소서.
여기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두려움에 갇히지 않고
생명을 모시는 사람,
평화를 짓는 사람,
새 문명의 씨앗이 되게 하소서.
하늘이시여.
천지신명이시여.
이 간절한 마음을 굽어 살피소서.
실크로드의 하늘 아래
생태영성순례단
삼가 마음 올립니다.
2026년 6월 13일
실크로드 생태영성순례단
(자명, 자우, 새길, 모정, 청야, 자천, 심천, 애슐리, 경원, 잎새, 정원, 영원, 여류)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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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순례 다녀와 3>
-천산 천지에서 고천제를 올리다/

신장 위구르 지역에 생명이 깃들 수 있는 것은 천산산맥이 있고, 거기에 쌓인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 물이 없이는 풀 한 포기도, 사람 한 명도 살아갈 수 없다.
'천지부모'라는 말을 이곳에서는 '천산부모'라 해도 좋으리라 싶다.
그 천산에 있는 천지(天池)에 올라 천제를 모셨다.
중국에는 두 개의 천지가 있다. 우리가 백두산이라 부르는 산을 중국에서는 장백산이라 하는데, 그 장백산의 천지와 이곳 천산천지(天山天池)가 그것이다.
천산산맥의 주요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박격달봉(博格達峰, 해발 5,445미터) 기슭에 자리 잡은 이 호수는 약 200만 년 전에 형성된 빙하호라고 한다. 말 그대로 '하늘 산'의 '하늘 연못'이다.
한라산 백록담 높이 정도의 고도(1910m)에 자리한 이 호수는 수면 면적이 여의도의 1.7배 정도이며 길이는 거의 4,km에 이르고 최고 수심이 100m가 넘는 큰 고산 호수인데, 주변을 둘러싼 울창한 침엽수림과 박격달봉의 만년설이 비취색 호수와 어우러져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특히 이 호수는 도교 설화 속 서왕모(西王母)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곳으로 예로부터 도가 사상과 신선 사상에서 신비로운 영지(靈地)로 여겨져 온 곳이라고 한다. 
그 신령하고 순수한 호숫가에 순례단이 둥글게 모여 앉았다. 가져간 쑥향으로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향을 피우며 한지에 정성으로 쓴 고천문을 아뢰는 천제를 올렸다.
비록 천산천지에서 목욕재계를 하지 못했고, 격식을 제대로 갖춘 천제는 아니었지만 모두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자신과 가족, 그리고 세상을 향한 저마다의 소원을 소지문에 적어 아뢰고, 순례단 모두의 이름을 담아 고천문을 함께 올렸다.
우리의 고천제(告天祭)는 특정한 종교 의식이 아니다.
우리가 생태영성순례라는 이름으로 찾아가는 신령하게 느껴지는 장소에서, 순례단의 이름으로 마음을 모아 하늘과 땅, 천지만물에게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아뢰는 의식이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히말라야와 바이칼 순례를 비롯해 지금까지의 순례마다 천제를 모셔 왔다.
이번 순례의 고천문(告天文)을 함께 나눈다.

<실크로드 생태영성순례 천제 고천문>
하늘이시여.
천지신명이시여.
땅을 딛고 하늘을 품은 이들이
오늘 실크로드의 길 위에서
삼가 마음 모아 아뢰나이다.
동과 서가 만나고,
사람과 문명이 오가던 이 길에서
우리는 다시 묻습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야 합니까.
지금 세상은
기후붕괴와 생태계 멸종,
인공지능과 전쟁의 먹구름,
문명 전환의 대혼란 속에서
길을 잃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람은 사람을 믿지 못하고
나라는 나라를 두려워하며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하늘이시여.
우리의 무지와 탐욕을 굽어 살피소서.
생명을 함부로 대하고
땅을 소유하려 하며
하늘의 뜻을 잊고 살아온
우리의 부끄러움을 받아주소서.
이제 이 길 위에서
다시 새 길을 묻게 하소서.
이기는 길이 아니라
함께 사는 길을,
빼앗는 길이 아니라
나누는 길을,
지배하는 길이 아니라
모시는 길을 걷게 하소서.
모래바람 속에서도
풀 한 포기가 제 길을 찾듯이,
낯선 땅의 별빛 아래서도
사람의 마음속 하늘이 꺼지지 않듯이,
우리 안의 오래된 생명의 감각을
다시 깨워주소서.
하늘과 땅,
사람과 사람,
인간과 뭇 생명이
본래 한 몸임을 알게 하소서.
전쟁의 시대에 평화를,
분열의 시대에 화쟁을,
절망의 시대에 생명의 길을
우리 몸과 마음으로 증언하게 하소서.
이 순례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낡은 문명을 건너는 작은 다리가 되게 하소서.
여기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두려움에 갇히지 않고
생명을 모시는 사람,
평화를 짓는 사람,
새 문명의 씨앗이 되게 하소서.
하늘이시여.
천지신명이시여.
이 간절한 마음을 굽어 살피소서.
실크로드의 하늘 아래
생태영성순례단
삼가 마음 올립니다.
2026년 6월 13일
실크로드 생태영성순례단
(자명, 자우, 새길, 모정, 청야, 자천, 심천, 애슐리, 경원, 잎새, 정원, 영원, 여류) 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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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
<실크로드 순례 다녀와 4> 
-다시 순례를 시작하며/

우리는 매일 아침 순례를 시작하기 전에 함께 모여 자신과 세상을 위해 기도하고, 아침을 여는 시 한 편을 나누며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하루의 순례를 마칠 때마다 그날의 느낌을 나누며 각자의 경험을 함께 공유했다. 그렇게 10박 11일간의 순례 여정을 마치고 어둠이 내린 인천공항에서 해단식을 끝으로 이번 순례여정을 마무리했다.
서울에서 상하이를 거쳐 우루무치에 이르기까지 비행기와 기차와 자동차로 약 4,500km를 달려갔다. 한반도의 동쪽 끝에서 중앙아시아의 문턱까지, 동서 문명이 만나고 오가던 실크로드의 입구에 다다른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길에서 다시 돌아왔다.
실크로드의 길에서 만년설을 이고 거대한 짐승처럼 웅크린 채 길게 이어져 있는 천산산맥을 보았다. 만리장성에서도, 투루판과 우루무치에서도 천산산맥을 만났다. 실크로드는 바로 이 천산산맥의 남쪽과 북쪽을 따라 이어져 있다. 동쪽 신장 위구르에서 시작하여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까지 이어진 2,500km의 거대한 산맥이 천산산맥이다. 그래서 천산산맥은 실크로드의 배경이 아니라, 실크로드 자체를 가능하게 한 생명의 산맥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문화와 언어, 생활양식 가운데도 이러한 북방 초원문화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 북방 유목민들의 활동 무대가 알타이산맥과 천산산맥 일대였다. 한민족의 뿌리를 반도의 좁은 울타리 안에서만 찾기보다, 거대한 대륙의 혈맥이었던 천산산맥과 그곳을 지났던 수많은 민족의 호흡 속에서 찾아내는 것, 그것이 곧 우리 역사의 외연을 넓히는 작업이 아닐까. 비행기 창으로 천산산맥에 쌓인 만년설을 내려다보며 든 생각이다.
해단식에서 내가 순례단원들에게 드린 말씀은, 지금부터 다시 새로운 순례가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자신이 순례객임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내가 2001년 '지구행성 생태영성순례'라는 이름으로 순례단을 꾸려 처음 길을 나선 이래, 이번 순례는 개인적으로 어느 때보다 몸과 마음이 부담스러웠다. 다친 발등이 순례가 끝날 때까지 계속 불편했기 때문이기도 했고, 삼중사중의 중국식 감시 체제와 통제 시스템이 줄곧 마음의 불편함으로 다가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직도 부기가 남아있는 발을 절면서 폭염 아래 날마다 만보 이상을 걸었더니 나중엔 몸살이 날 것 같았다.
중국의 감시 체제와 보안 검열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집요하고 철저했다. 이곳이 특히 신장 위구르 자치지구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으리라 싶기도 하다. 공항에서뿐만 아니라 기차를 탈 때에도, 유명 관광지나 유원지를 방문할 때에도 빠짐없이 소지품 검사와 안면 인식 확인이 이루어졌다. 심지어 호텔 출입구까지 검색대와 보안 요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유원지나 사람들이 모이는 중심지 곳곳에는 사회주의 핵심 구호와 문구들이 붉은 글씨로 새겨진 돌비석과 깃발이 세워져 있었다. 4인실 가족칸에서 함께 열차 여행을 하면서도 과일을 깎아 나눌 작은 과도 하나도 허용하지 않는 나라, 가는 곳마다 얼굴 인식과 동선이 속속들이 파악되고 감시되는 사회에서 인간의 개성과 자율성이란 어떤 것일까.
완벽한 감시와 통제 체제, 그리고 끊임없이 인민을 교육하고 규율하려는 구호들로 가득한 풍경은 순례 내내 마음 한편의 불편함으로 남았다. 이 또한 순례의 한 경험으로 받아들이자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마음의 불편함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었다.
중국, 중화인민공화국은 몇 해 전 방문 때보다 한층 발전했다는 것이 스쳐 지나가는 눈길 속에서도 느껴졌다. 특히 거리를 가득 채운 전기 자동차, 놀랍도록 깨끗해진 화장실(위생관), 중국 젊은이들의 세련된 복식과 태도, 사막 지대 곳곳을 채우고 있는 태양광 발전소와 풍력발전 설비 등이 두드러지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집요하고 철저한 감시 체제, 장갑차까지 동원된 무장 통제 등은 낯설고 불편했다. 그것은 이런 모습이 단지 중국식 사회주의나 통치 체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앞으로 인류 전체가 마주하게 될 미래의 한 단면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1984>의 그 '빅 브라더'가 지배하는 감시사회 '오세아니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미국과 더불어 지구촌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이 거대한 나라가 무엇을 두려워하기에 이렇게 철저한 감시 체제와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중국몽(中國夢)'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동안 내가 두려워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기후 붕괴와 생태 위기와 관련하여 필연적으로 도래할지도 모르는 '에코파시즘'에 대한 경계였다. 그런데 이번 순례를 통해서는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과 초연결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문명 전환의 시대에, 또 다른 형태의 '테크노파시즘'이 도래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더욱 깊어졌다.
통제된 채 굶주리지 않는 삶과, 다소 부족하더라도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 가운데 어느 것이 더 행복한 것일까. 안타깝게도 머지않아 이런 물음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지금 인류 앞에 다가오고 있는 현실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든다. 그럼에도 살아 있는 한 마지막까지 꿈틀거리며 저항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마지막 고귀함이 아닐까. 인간의 고귀함이란 이성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양심이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더 큰 힘에 꿋꿋이 맞설 수 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압제에 대한 저항이 다가오는 테크노파시즘에서 인간다움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끝내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의 근거일 수도 있다.
이번 순례에 함께해 준 열두 분의 순례단원들께 새삼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 실무를 맡아 수고 하신 지구여행학교의 새길님, 그리고 특히 위구르, 우루무치 지역을 상세히 안내해 준 우루무치 한인 회장인 정 선생께 깊이 감사드린다. 가히 입지전적인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정 회장의 열정과 노고에 순례단 모두가 마음 깊이 감사했다.
살아 있고 걸을 수 있는 한 앞으로도 순례단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촌의 성소들을 찾아 나설 생각이다. 이번 순례에 함께한 모든 분 또한 그 길에도 함께하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마음이 더욱 고맙고 든든하다. 순례해야할 곳이 있고 그 길을 함께 갈 길동무들이 있으니 고맙지 않을 수 없다.
길은 끝나지 않았다.
인천공항에서 순례단은 해산했지만, 우리 각자의 순례는 이제 다시 시작되었다. 부디 우리 모두 생의 마지막 날까지 순례객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2026. 6. 16) See less


이상권
 ·
우리는 모두 지구행성의 순례자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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