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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 자연의 재발명  | Philos Feminism 4
도나 J. 해러웨이 (지은이),황희선,임옥희 (옮긴이)arte(아르테)2023-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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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36,000원
Sales Point : 5,782

9.8 100자평(51)리뷰(17)
이 책 어때요?
전자책
25,920원

528쪽
책소개
다학제적 연구의 선구자, 사이보그 페미니즘의 권위자, 실천적 사상가 그리고 무엇보다 독창적이고 재기 넘치는 이야기꾼 도나 해러웨이. 남성과 여성, 인간과 동물, 유기체와 기계 등 이분법적 질서를 해체하고 학문의 장벽을 뛰어넘어 종의 경계를 허무는 독보적인 사유로 명성이 높은 해러웨이 사상의 집성,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가 새로운 번역으로 독자를 만난다.

「사이보그 선언문」을 포함해 해러웨이가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쓴 글 열 편을 모은 이 책은 철학, 문학, 생물학, 동물사회학은 물론 포스트휴머니즘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사이보그 페미니즘과 과학기술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저작이다. 무려 21년 만에 복간되는 두말할 나위 없는 고전을 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황희선과 여성학자인 임옥희가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지식과 사유를 절묘하게 꿰어 내며 페미니즘과 과학기술 사이를 조망하는 이 책은 “인류가 남긴 최고의 고전”이자, “무엇을 공부하든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 될 것이다.


목차


서문

1부. 생산과 재생산 체계로서의 자연
1장. 동물사회학과 정체(政體)의 자연경제: 지배의 정치생리학
2장. 과거는 논쟁 지대다: 인간 본성, 그리고 영장류 행동 연구의 생산과 재생산 이론
3장. 생물학적 기업: 인간공학에서 사회생물학까지 성, 정신, 이윤

2부. 경합하는 독법들: 서사의 성격
4장.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생물학 이론의 창세기
5장. 영장류의 본성을 둘러싼 경합: 연구 현장에 있는 남성-수렵자의 딸들, 1960~1980
6장. 부치 에메체타 읽기: 여성학 연구에서 여성의 경험을 위한 쟁점들

3부. 부적절한/부적절해진 타자를 위한 차이의 정치학
7장. 마르크스주의 사전에서 젠더: 용어의 성적 정치학
8장. 사이보그 선언문: 20세기 후반의 과학, 기술, 사회주의페미니즘
9장. 상황적 지식: 페미니즘에서 과학의 문제와 부분적 시점의 특권
10장. 포스트모던 몸의 생명정치: 면역계 담론에서 자기의 구성

감사의 글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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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이 책은 몸, 정치, 이야기의 진화를 마주할 때면 조심하라는 이야기로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자연의 발명 그리고 재발명과 관련되어 있다. _서문
구성적이고 인공적이며, 역사적으로 우연적인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성의 본성을 음미하는 행위는 불가능하지만 너무나 강고한 현실에 처해 있는 우리를, 가능하지만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다른 곳(elsewhere) 으로 이끌어 줄까? 우리 괴물들은 기존과 다른 의미화의 질서를 밝혀낼 수 있을까? 우리, 사이보그가 되어 지구에서 살아남아 보자! _서문 접기
이 장은 정치와 생리학의 결합에 주목한다. 이와 같은 결합은 과거와 현대에 지배(domination)를 정당화해 온 방식, 특히 차이에 따른 지배를 자연스럽고 당연하며 불가피하고 따라서 도덕적이라고 보게 만든 주요 원천이 되었다. 특히 현대 생명행동과학 역시 우리가 지배관계가 없는 세상을 효과적으로 구성하려면 반드시 이해할 필요가 있는 방법을 통해 이 변환에 기여했다. 현재의 자연과학, 특히 사회집단과 행동을 설명하는 데 할애된 학문 분야에 지배의 원칙이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지배 개념이 현대 과학의 이론과 실천을 얼마나 깊숙이 관통하고 있는지 간과하다 보면, 과학의 사회적 기능 못지않게 그 내용을 검토한다는, 까다롭지만 반드시 필요한 과제를 건너뛰게 된다. _1장. 동물사회학과 정체의 자연경제 접기
우리는 동물이라는 거울을 닦아 그 속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 생명과학은 원숭이와 유인원에 주목해서, 우리 자신의 개인적⦁사회적 신체의 형태와 역사 모두를 드러내려 했다. 생물학은 시각적 형태와 가시적 형태의 해부학적 특징, 시각 질서의 수용과 구축에 두드러지게 관계된 과학으로 자리 잡았다. 비인간 영장류에 대한 과학, 곧 영장류학은 통찰의 근원이 될 수도 있고 환상의 근원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들은 우리가 거울을 만들어 내는 기술에 달려 있다. _2장. 과거는 논쟁 지대다 접기
하지만 자연사 그리고 그 자손인 생물과학은 희소성에 기초한 분과 학문이었다. 자연은 인간의 본성을 포함해 희소성과 경쟁의 기초 위에 이론화되고 구축되었다. 게다가 우리의 본성은,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안에서 그를 위해 구축된 생명과학을 구성함으로써 이론화되고 개발되었다. 이것은 풍요를 공동선이 아니라 사적 이해를 위해 전유하는 형태로서, 희소성 관리의 일환이다. 이는 또한 가부장제에 근본적인 명령-통제 체계의 논리와 기술이 점증하는 형태로 지배관계를 유지하는 과정의 일부다. 이와 같은 관행이 자연을 이론화하는 우리를 이끄는 만큼 우리는 계속 무지하며, 우리는 과학의 실천에 개입해야만 한다. 이것은 투쟁의 문제이다. 나는 우리 삶의 역사적 구조가 지배를 최소화한다면 생명과학이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른다. 다만 생물학의 역사를 통해, 기초 지식이 낡은 세계에 참여하고 그 세계를 유지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세계를 반영하고 재생산할 수도 있다는 점만큼은 확신한다. _3장. 생물학적 기업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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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이 책은 인류가 남긴 최고의 고전이다. 모든 경계를 새로운 지식 생산의 근거로 삼은 지성의 정점이자 융합의 모델, 과학이 집약된 성취다. 나의 언어는 이 책의 패러다임에 의지해 왔다. 우리가 배워야 할 관점과 태도가 여기 있다. 무엇을 공부하든 가장 먼저 읽어야 한다.
- 정희진 (이화여대 초빙교수,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페미니스트 과학기술학의 고전이 돌아왔다! 페미니즘과 과학기술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도나 해러웨이, 도나 해러웨이를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 여기 있다. 30여 년 전에 쓰인 이 책을 지금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제야 믿고 읽을 수 있는 번역서가 나왔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공지능과 전 지구적 기후위기, 페미니즘 백래시의 시대를 살아가는 21세기의 우리에게 영장류학과 기계-유기체 잡종 사이보그, 사회주의 페미니즘에 상황 지어진 20세기의 해러웨이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지 않은가? 지금이야말로 “숭배나 동일시보다는 신성모독의 충실함”으로 이 책을 읽을 절호의 기회다.
- 임소연 (과학기술학 연구자, 동아대학교 기초교양대학 교수)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는 진화를 이기적 유전자가 시장을 최대한 점유하기 위해 벌이는 드라마로 보는 접근법에 스며 있는 자본주의를 고발한다. 출간 당시 폭발적인 지지와 의도적인 외면이라는 양극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이 30년이 흐른 지금 예언서로 다시 태어났다. 진화와 생물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책이며 일단은 소장해 두어야 할 고전이다.
- 이상희

과학과 페미니즘의 교차점을 조사하는 이 책에서 해러웨이는 ‘영장류, 사이보그, 여성’을 주목한다. 이들은 서구 과학의 불안정한 위치에 놓인 존재이자 경계의 특이한 존재들이다. 읽는 이의 적극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글이기에 쉽지 않지만, 페미니즘의 관점으로 기술과학, 생명정치, 객관성, 자연-문화의 이분법을 검토하는 일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시간을 들여 읽어 볼 가치가 있다.
- 김초엽 (소설가)

이 책의 전체 장은 자연의 사회적 구성을 주장하는 최근 학문에서 가치 있고 중요한 추가 자료다. 해러웨이는 영장류에 대한 과학 연구사의 역사에서 인정받는 권위자이며, 이 책에서 펼쳐 보이는 영장류 연구 분석은 매우 철저하고 면밀하다. 성별, 자연, 경험과 같은 단어에 대한 논의 또한 도발적이고 독창적이다.
- M. H. 채플린 (웰즐리칼리지 철학 명예교수)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는 전체적으로 과학과 페미니즘 이론의 관계를 철저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제시한다.
- C. E. 리처드 (트란실바니아대학 인류학 명예교수)

1978년에서 1989년 사이 도나 해러웨이의 에세이들을 읽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다. 각 부가 독특한 즐거움을 주는데, 이 즐거움은 해러웨이가 선사하는 정치적 참여와 지적 프로젝트에서 비롯된다. 이 책을 읽으면 서구의 기존 개념의 틀을 끊임없이 되짚으며, 탐구하고, 도전하는 진지한 페미니스트 사상가의 궤적을 따를 수 있다.
- 모린 맥네일 (버밍엄대학 사회학 교수)

도나 해러웨이는 훌륭하고, 열정적이며, 독창적이며,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다.
- 애나 칭 (UCSC 인류학 교수)

현실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자.
- 가디언

이 시대에 큰 영감을 불어넣는 사회 이론가 중 한 명.
- 문화인류학

스스로를 사이버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기 시작한 여성 세대의 영웅.
- 위어드

해러웨이는 재난의 시대에 괴물과 잡종들로 가득 찬 반항적이고 희망적인 우주를 그리는 재능 있는 이야기꾼이다.
- 콘크레타저널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 한겨레 신문 2023년 10월 6일자 '책&생각'



저자 및 역자소개
도나 J. 해러웨이 (Donna J. Haraway)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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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생물학자, 문화비평가, 테크놀로지 역사가.
남성과 여성, 인간과 동물, 유기체와 기계 등의 이분법적 질서를 해체하고 학문의 장벽을 뛰어넘는 연구와 종의 경계를 허무는 전복적 사유로 명성이 높다. 1944년생으로 콜로라도대학에서 동물학, 철학, 문학을 전공하고 예일대학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타크루스 캠퍼스(UCSC)의 의식사학과 명예교수로, 인류학, 환경학, 페미니즘, 영상디지털미디어학 등과 연계하여 연구를 진행하며 인문학과 기술의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
저서로 『영장류의 시각』 『겸손한_목격자@제2의_천년.여성인간ⓒ_앙코마우스™를 만나다』 『한 장의 잎사귀처럼』 『종과 종이 만날 때』 『트러블과 함께하기』 『해러웨이 선언문』 등이 있다. 특히 이 책,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에 수록된 「사이보그 선언문」은 인간과 기계의 혼종인 사이보그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재형상화해 독창적이고 도전적인 사유의 지평을 연 과학철학과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접기

최근작 :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종과 종이 만날 때>,<트러블과 함께하기> … 총 40종 (모두보기)

황희선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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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국의 토종 씨앗 보전 운동을 주제로 인류학 박사학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의 SF》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등 다양한 책과 지면에 인간과 비인간을 주제로 글을 기고했고, 『어머니의 탄생』 『해러웨이 선언문 』 『가능성들』(공역) 『마지막으로 할 만한 멋진 일』(공역)을 옮겼다.

최근작 : <21세기 사상의 최전선>,<오늘의 SF #1> … 총 14종 (모두보기)

임옥희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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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 대표를 역임했고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주디스 버틀러 읽기』 『젠더 감정 정치』 『메트로폴리스의 불온한 신여성들』 『팬데믹 패닉 시대, 페미스토리노믹스』 『팬데믹 이후의 시민권을 상상하다』(공저) 『실격의 페다고지』(공저) 등을 썼고, 『전진하는 페미니즘』 『여자의 뇌』 『몸 페미니즘을 향해』 『여성과 광기』 등을 옮겼다.

최근작 : <우리 시대의 마녀>,<실격의 페다고지>,<팬데믹 이후의 시민권을 상상하다> … 총 73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arte(아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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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가운데땅의 위대한 이야기들 세트 - 전3권>,<후린의 아이들 + 박스>,<후린의 아이들>등 총 475종
대표분야 : 추리/미스터리소설 17위 (브랜드 지수 115,910점), 에세이 27위 (브랜드 지수 265,379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독창적이고 재기 넘치는 이야기꾼 도나 해러웨이가 선보이는
사이보그 페미니즘의 고전, 21년 만의 복간!

다학제적 연구의 선구자, 사이보그 페미니즘의 권위자, 실천적 사상가 그리고 무엇보다 독창적이고 재기 넘치는 이야기꾼 도나 해러웨이. 남성과 여성, 인간과 동물, 유기체와 기계 등 이분법적 질서를 해체하고 학문의 장벽을 뛰어넘어 종의 경계를 허무는 독보적인 사유로 명성이 높은 해러웨이 사상의 집성,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가 새로운 번역으로 독자를 만난다.
「사이보그 선언문」을 포함해 해러웨이가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쓴 글 열 편을 모은 이 책은 철학, 문학, 생물학, 동물사회학은 물론 포스트휴머니즘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사이보그 페미니즘과 과학기술학에서 가장 핵심적인 저작이다. 무려 21년 만에 복간되는 두말할 나위 없는 고전을 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황희선과 여성학자인 임옥희가 새로운 번역으로 선보인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지식과 사유를 절묘하게 꿰어 내며 페미니즘과 과학기술 사이를 조망하는 이 책은 “인류가 남긴 최고의 고전”이자, “무엇을 공부하든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 될 것이다.

사이보그 이미지는 우리 자신에게 우리의 몸과 도구를 설명해 왔던 이원론의 미로에서 탈출하는 길을 보여 줄 수 있다. 이것은 공통 언어를 향한 꿈이 아니라, 불신앙을 통한 강력한 이종언어를 향한 꿈이다. 이것은 신우파의 초구세주 회로에 두려움을 심는, 페미니스트 방언의 상상력이다. 이것은 기계, 정체성, 범주, 관계, 우주 설화를 구축하는 동시에 파괴하는 언어이다. 나선의 춤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_본문에서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세계적인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생물학자, 문화비평가, 테크놀로지 역사가
입지전적 존재, 도나 해러웨이가 선보이는 사이보그 페미니즘의 고전
‘무엇을 공부하든 가장 먼저 읽어야 할’ 대작

다양한 학문 분야를 종횡무진하며 사고의 지평을 넓힌 다학제적 연구의 선구자이자 사이보그 페미니즘의 권위자, 실천적 사상가 그리고 무엇보다 독창적이고 재기 넘치는 이야기꾼 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 남성과 여성, 인간과 동물, 유기체와 기계 등 이분법적 질서를 해체하고 학문의 장벽을 뛰어넘어 종의 경계를 허무는 독보적인 사유로 명성이 높은 도나 해러웨이 연구의 집성,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Simians, Cyborgs and Women)』가 새로운 번역으로 독자를 만난다.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는 「사이보그 선언문」을 포함해 해러웨이가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쓴 글 열 편을 모은 책으로, 2002년 출간된 『유인원,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의 복간본이다. 21년 만에 독자를 만나기 위해 과학자이자 인류학자인 황희선과 여성학자인 임옥희가 원전을 완전히 새로이 번역했다. 일례로 원제에 사용된 단어 ‘simian’은 기존에 ‘유인원’으로 번역되었으나 이번 복간본에서는 ‘영장류’라는 단어를 택했다. ‘simian’이 본래 원숭이(monkey)와 유인원(ape)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므로 ‘유인원’보다 지시체의 범위가 넓기에 ‘영장류’로 바꾸어 번역함으로써 보다 정확한 의미에 다가서려는 이유에서다.
열 편의 글 전반에 걸쳐 해러웨이는 자연, 유기체, 사이보그에 대한 연구와 서사를 분석한다. 원숭이, 유인원의 사회생활과 행동에 대한 지식과 그 의미를 생산하는 양식을 둘러싼 페미니즘의 투쟁을 검토하고(1부), 영어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며 모호한 단어인 ‘자연’과 ‘경험’의 이야기를 결정하는 권력 간의 경합을 탐사한다(2부). 나아가 젠더에 관한 다양한 개념들, 페미니즘의 윤리적⦁인식론적 목적에 맞게끔 시각의 은유를 재전유하는 문제, 그리고 포스트모던 세계에서 ‘차이’의 주요 체계를 그리는 생명정치의 지도로서의 면역계에 관한 새로운 시각 등을 제시한다(3부). 이를 통해 해러웨이는 여느 설화뿐 아니라 이성의 첨단으로 일컬어지는 과학과 의학의 기저에도 사회문화적 가설이 깊이 침투해 있음을 지적하며, 인종⦁성⦁계급 차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게끔 한 ‘젠더화된’ 학문의 뿌리를 추적한다.
다양하고 이질적인 지식과 사유를 절묘하게 꿰어 내며 페미니즘과 과학기술 사이를 조망하는 이 책은 “인류가 남긴 최고의 고전”이자, “무엇을 공부하든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인류가 남긴 최고의 고전이다. 모든 경계를 새로운 지식 생산의 근거로 삼은 지성의 정점이자 융합의 모델, 과학이 집약된 성취다. 나의 언어는 이 책의 패러다임에 의지해 왔다. 우리가 배워야 할 관점과 태도가 여기 있다.”
— 정희진(여성학 연구자, 이화여대 초빙교수)

여성의 몸은 어떻게 재상상되고 마침내 해방될 수 있을까?
경계에 놓인 존재를 다시 상상하다

도나 해러웨이는 1980년대에 성차별 사회를 극복하고 여성에게 주어진 성녀 혹은 창녀의 프레임이나 몸의 억압에 저항하는 상징이자 존재 양식으로 ‘사이보그’를 제안했다. 여성의 몸이 이질적이고 모순적인 잡종(hybrid)으로서 과학기술과 결합할 때 비로소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진다.
해러웨이는 인간과 동물 사이 영장류, 인간과 기계 사이 사이보그, 남성과 비-남성 사이 여성, 즉 경계에 있는 특이한 ‘괴물’ 같은 존재이자 고도로 논쟁적인 이들을 차례로 호명한다. 영장류의 사회생활과 행동 연구를 토대로 한 ‘젠더화된’ 과학을 지적하고, 나이지리아 작가 부치 에메체타(Buchi Emecheta)로 대표되는 마이너리티 여성의 서사를 분석하며 새로운 읽기를 제안하고, 해러웨이 자신의 표현처럼, “서양에서 버려진 페미니스트 카드 패”를 다시 살피며 “가능 세계를 재형상화”하는 데 집중하여 마침내 새로운 서사의 물꼬를 튼다.
특히 8장 「사이보그 선언문」은 인간과 기계의 잡종(hybrid)인 사이보그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과학철학과 페미니즘의 고전으로 손꼽히는 역작으로, 해러웨이 특유의 경계를 허무는 전복적 사유를 오롯이 엿볼 수 있다. 요컨대 해러웨이는 이 책에서 분야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수많은 젠더화의 징후를 포착하고, 나아가 새로이 명명하고 가능성을 제안함으로써 재기 넘치는 이야기꾼임을 스스로 증명한다.

“우리, 사이보그가 되어 지구에서 살아남아 보자!”
이분법적 질서를 허무는 도전적 읽기

자연은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구성된다. 과학적 연구 결과 또한 객관적 지식이 아닌 문화적 맥락에서 직조되는 상황적 지식이다. 그러므로 다른 언어를 이용해 새로운 의미를 짓고 나아가 서사를 부여하는 일련의 과정은 해방이라고도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에서 해러웨이가 열어젖힌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 잡종이자 괴물의 세계는 이미 우리 앞에 당도했다. 스마트폰을 비롯하여 일상에 깊이 침투한 수많은 기계들, 나아가 AI의 등장과 격변하는 기후 등이 역동하는 세계에서 끊임없이 주어지는 질문들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에서 어떻게 세상을 읽어야 할지 거듭 고민해야 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해방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야 한다.
이 책은 잘못 읽든, 편파적으로 읽든, 강제로 읽든, 상상하며 읽든 간에 모든 ‘읽기’를 이끈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태도를 제안하고, 혼란스러운 세계에서의 경합을 다시금 유도한다. 이 책에 담긴 철저하고도 도발적인 메시지는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 유효하기 때문이다. 해러웨이의 표현처럼 우리는 ‘가능한 자기를 연구하는 인류학자’이자 ‘실현 가능한 미래를 상상하는 기술자’로서 해러웨이가 그린 계보를 잇는 바통을 넘겨받은 셈이다.

“구성적이고 인공적이며, 역사적으로 우연적인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성의 본성을 음미하는 행위는 불가능하지만 너무나 강고한 현실에 처해 있는 우리를, 가능하지만 좀처럼 만날 수 없는 다른 곳(elsewhere)으로 이끌어 줄까? 우리 괴물들은 기존과 다른 의미화의 질서를 밝혀낼 수 있을까? 우리, 사이보그가 되어 지구에서 살아남아 보자!”
_본문에서

■ 시리즈 소개

Philos Feminism 거부할 수 없는 물결, 새 시대의 상식
기꺼이 맞서 새 시대를 연 여성들의 목소리
쟁점을 사유하고 새로운 화두를 던지는 이 시대의 고전

1 백래시: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수전 팔루디 지음 | 황성원 옮김 | 손희정 해제
미디어, 자본, 정치가 결탁한 반(反)페미 여론전의 전말
132*204mm | 804쪽 | 48,000원

2 여성, 인종, 계급
앤절라 데이비스 지음 | 황성원 옮김 | 정희진 해제
흑인 여성 공산주의자가 기록한 20세기 인권 투쟁의 역사
132*204mm | 400쪽 | 32,000원

3 워드슬럿: 젠더의 언어학
어맨다 몬텔 지음 | 이민경 옮김
사회언어학으로 추적하는 언어 속 젠더 부조리의 근원
132*204mm | 352쪽 | 24,000원

4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자연의 재발명
도나 J. 해러웨이 지음 | 황희선⦁임옥희 옮김
사이보그 인류학의 권위자 도나 해러웨이의 대표작
132*204mm | 528쪽 | 36,000원

5 스티프드(가제)
수전 팔루디 지음 | 손희정 옮김
박탈감으로 들끓는 현대 젊은 남성의 초상화를 그리다
132*204mm | 2023년 11월 출간 예정

6 다크룸: 영원한 이방인, 내 아버지의 닫힌 문 앞에서
수전 팔루디 지음 | 손희정 옮김
폭력적 가부장에서 70대 트랜스여성이 된 아버지를 회고하다
132*204mm | 644쪽 | 33,000원

7 자본의 성별(가제)
셀린 베시에르⦁시빌 골라크 지음 | 이민경 옮김
성별에 따른 자본 상속의 메커니즘
132*204mm | 2024년 1월 출간 예정

8 임신중지: 재생산을 둘러싼 감정의 정치사
에리카 밀러 지음 | 이민경 옮김
정치 역학의 산물로서 임신중지를 분석하다
132*204mm | 352쪽 | 24,000원

9 페미니스트 킬조이(가제)
사라 아메드 지음 | 김다봄 옮김
쉽게 웃어넘기지 않는 이들을 위한 실용 서바이벌 안내서
132*204mm | 2024년 3월 출간 예정

10 가부장제 깨부수기: 성차별의 역사와 여성의 투쟁
마르타 브렌⦁옌뉘 요르달 지음 | 손화수 옮김 | 권김현영 해제
만화로 배우는 가부장제와 여성 투쟁의 역사
170*234mm | 104쪽 | 22,000원 접기


독자 북펀드 참여 고객
★한태경★, 강문희210917, 강서하, 강연실, 거리의화가, 고래이야기, 고봉준, 고아라, 공쟝쟝, 과학잡지 에피, 구세주, 구예림, 권무순, 그리움, 김가현, 김경민, 김관욱, 김구름, 김다일, 김다희, 김단비, 김대한, 김명심, 김미정, 김보경, 김상애, 김선애, 김수진, 김수현, 김시몬, 김시하, 김연수, 김연화, 김용석, 김우성, 김유미, 김윤정, 김자연, 김재건, 김정협, 김종승, 김지영, 김지현, 김혜수, 김혜원, 김화연, 김효영, 김희경, 김희원, 김희진, 나은하, 나채운, 노태훈, 느릿, 다다, 다음엇지, 도수정, 둥글레, 딥마고, 땅늘보, 류미숙, 류수현, 메두사 E, 무릎연골, 무우, 문소라, 문유신, 문정희 , 민가경, 박가람, 박가윤, 박나현, 박누리, 박동수, 박몽, 박상인, 박소현, 박소희, 박준영, 박지은, 박혜진, 밤별, 백다은, 뱃살무늬토끼, 복도훈, 볼프 강, 사랑의요정, 사이보그 미미, 사이보그다락방, 사이보그단발머리, 사이보그잠자냥, 사이보그책나무, 산보랭누나, 상부, 서다은, 서지혜, 성한아, 소양, 소영, 손진원, 송경아, 수려와 봄 , 수빈, 스튜디오 그레인풀, 시원, 신경혜, 심소연, 아샬, 안경화, 안나리, 안희제, 양돌규, 양동혁, 양희진, 어지영, 여름, 염다솔, 영목, 영사여난티나무, 영장류 건수하, 오돌이, 오수길, 오윤주, 오은정, 오혜리, 오혜민, 오혜진, 우희정, 유기훈, 유미정 , 유수연, 유일다, 유태현, 윤샤론, 윰마형, 이경, 이경희, 이광욱, 이규도, 이다미, 이명훈, 이브리, 이상영, 이상현, 이새롬, 이선인, 이설희, 이세희, 이수영, 이영숙, 이원우(저공비행), 이은수, 이재원, 이종희, 이주연, 이준용, 이지은, 이채은, 이청세상, 이춘혜, 이필, 이한별, 이화여대김윤정, 임동진, 임소운, 임연주, 장미례, 장미희, 장주영, 장준영, 장하원, 장현선, 전미영, 전영규, 전영준, 정도영, 정미정, 정민기, 정민채, 정수지, 정재린, 정한글, 정해윤, 정헌목, 정혜린, 정혜림, 정혜지, 조기성, 조꽃씨, 조아라, 조정현, 조제, 지동섭, 최민지, 최석현, 최송화, 최연지, 최윤지, 최지인, 최진석, 최혜정, 틈입하는 편집자, 하성희, 하피라슈, 한수민, 한탸, 현 경, 현선, 호섭이, 황선희, 황수연, 황의진, AR, EA조, herusion, jinjoo, KES, KimYHui, Medusa J (외 89명, 총 308명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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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황희선 x 임옥희 역자
라이브북토크 2023-11-06조회수 (849)공감 (3)댓글 (0)

북플 bookple
이 책의 마니아가 남긴 글

읽다 보니 이번 달 여성주의책같이읽기 책 크리스틴 델피의 가부장제의 정치경제학 시리즈와 일맥상통하는 점이 꽤 많을 것 같다. 참고문헌으로 언급했을 지도 모르지만 이 책에는 참고문헌이 번호로만 기입되어 있고 책 뒤에 모여 있어서 (가끔 궁금한 건 뒤에 가서 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발견하지는 못했다.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에 나왔던 에드워드 O. 윌슨의 사회생물학 이야기

<이기적 유전자> ESS (Evolutionarily stable strategy) 를 설명할 때 나온 매파-비둘기파의 예시가 나와서 반가웠다.





































역시 읽어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구나..

사회제도는 집단적인 찌르기, 밀치기, 은근슬쩍 밀기의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일단 확립된 사회제도는 힘을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을 정의하는 대안 지위에 다시 영향을 미친다. 이 순환적 인과관계는 유사한 방식으로 생산과 재생산 과정에 영향을 미치며, 이렇기에 효율성과 불평등을 분리하려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시도는 무용지물이 된다. 기술적 용어로 파레토 최적성은 다른 사람을 더 불행하고 만들지 않고는 누구도 더 행복해질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개념으로 사회적 최적성을 정의하면 현재의 협상력 분배 상태를 승인하는 셈이 된다. 현재 우리는 파레토 최적 상태에 있는지 몰라도 이전 상태에서 누군가를 더 불행하게 만들어 달성된 파레토 최적 상태일 수 있다. - P146



전통적인 가부장적 가족의 제도 구조가 자본주의 기업의 제도 구조를 미리 형상화했음을 알아채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 예를 들어 19세기 후반까지 영국과 미국의 관습법은 기혼 남성에게 가족 재산과, 아내와 미성년 자녀의 노동에 대한 법적 권리를 부여했다. 남편과 아버지는 아내와 자녀에게 기본적인 생계 수단만 제공하면 됐고, 아내와 자녀에게 자신의 수입 전체를 공유해줄 필요가 없었다. 다시 말해 남편과 아버지는 자본가처럼 기본 비용을 공제하고 남는 모든 잉여를 법적으로 통제했던 잔여 청구자였다. - P149



지식 축적과 창조적 혁신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다른 원천에서 얻는 이득보다 클 수 있다. 이런 혁신은 좀 더 성 평등주의적이고 저출산을 유도하는 제도 구조를 마련하도록 경제적으로 압박하여 폭력적 갈등을 억제하고 인간 역량의 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 이런 시나리오는 그냥 희망적인 생각처럼 들릴 수 있지만 협상의 결과를 바꿀 수 있는 보상 체계의 변경 가능성을 보여준다. - P157



정당한 법치처럼 공정과 불공정에 대한 정의는 결국 민주적 협상을 통해서만 확립될 수 있다. 나아가 이런 현상만이 배상이나 화해의 과정을 거쳐 역사적 범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이다. 민주적 협상의 달성은 다양한 방식의 권력 배제와 착취를 경험한 이질적인 집단이 서로 동맹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동맹은 파편화되고, 중첩되는 집단들의 단체협상력이 경제적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결정될 수 있다. - P160



사회규범은 비용을 많이 초래하는 의견 불일치를 해결하는 암묵적인 규칙과 명시적인 해결책을 제공한다. 그러나 기존 사회규범에 순응하자는 제안은 보통 이미 유리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일단 장악된 권위와 재산에 대한 권리는 이데올로기에 의해 신성화된다. 에드나 울만 마갈릿이 기술한 대로 규범은 "불평등이라는 현 상태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집단이 현상을 유지할 목적으로 이해 관계를 조장하는 데 쓰는 세련되고 강압적인 도구이다."


건수하 2024-04-22 공감 (18) 댓글 (0)



막연하게 느끼던 단편적 의식이 언어로 가시화되어 반가웠다. 아직도 과학은 객관적이며 불변하는 진리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과학은 시대와 사회의 산물이며 절대적 진리가 아닌 특정 상황에서의 ‘상황적 지식‘이다. 과학은 문화이다.
건수하 2024-04-02 공감 (14) 댓글 (6)






해러웨이의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를 읽고 쓴다.






10편의 논문에서 해러웨이가 말하고 싶은 바를 꼬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지점은 ‘정체성’과 ‘객관성’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분법적 사고 체계와 타자화, 세계와 나를 구별하는 강고한 ‘구분’은 존재하는 ‘나’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근간이고, 인간 문화의 시작점이다. 그중에서 서구 전통은 여성, 유색인, 자연, 노동자, 동물을 지배하는 논리와 실천 체계를 이분법과 타자화를 통해 제공해 왔다. (321쪽)






해러웨이는 인간과 동물이 크게 다르지 않고, 동물-인간(유기체)과 기계도 그러하다고 말한다.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물질과 비물질간에도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이는 동물 위에 군림했던 인간의 위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사이보그로 존재하는 가능성과 현실, 그리고 생명을 담보한 유기체이자 진화 과정의 결정판으로서 인간이 지닌 것으로 추정(?)되던 ‘우주 내 가장 특별한 존재’로서의 권위를 완벽하게 해체했다.






인간과 동물이 크게 다르지 않고, 인간과 기계도 그러하고, 물질과 비물질 간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면, 여성과 남성간의 차이는 어떠한가. 해러웨이는 그것 역시 큰 차이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여성은 없고, 여성성은 없고, 여성됨은 없다’(282쪽)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스피박의 ‘전략적 본질주의’에 대해 다시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전에 써둔 글로 갈음하고 해러웨이에게만 집중하기로 하자. (전략적 본질주의: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5259889, 저항주체인 여성의 전략적 본질주의: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5262820)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의 저자인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는 37살이 되는 어느 날 아침, 좌뇌의 정위연합 영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뇌졸증이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끝없이 움직이는 유동적 세상에서 ‘내부에 액체가 차 있는 주머니’로 인식(59쪽)했다. ‘통합된 자아는 환상이다'라는 최근의 뇌과학 연구 결과 혹은 과학적 해석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나’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나’인가.



서구인에게 고유하고 적절한 상태는 자아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것이다. 마치 재산처럼, 핵심적인 정체성은 소유하는 것이다. (245쪽)






‘나’를 구성하는, 나를 설명하는 핵심적 정체성은 소유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피부의 경계까지’이다. 내 피부의 경계면, 내 몸이 바로 ‘나’다. 하지만.






인문과학 영역에서 비페미니스트 이론은 이처럼 '일관적이거나' 주인다운 주체성과의 결별을 '주체의 죽음'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새롭게 불안정하고 종속된 타자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인종화된/섹스화된/식민화된 발화자들이 '최초로', 다시 말해, 제도화된 출판의 실천과 다른 형태의 자기구성적인 실천 속에서 자신들을 스스로 대변하는 기원적 저작권(originary authorship)을 주장하려는 바로 그런 최초의 순간에, 그것의 출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런 프로젝트 공식을 거부한다. 페미니스트들에게 '주체'의 해체는 근본적인 것이었다. (267쪽)






이런 나, 일관적이거나, 주인다운 주체성의 구현자인 ‘나’는, 해체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주체의 발견’을 고민하시는 분이시라면 ‘주체의 죽음’에 대해 서술한 348, 349쪽 참고하시라 권해드린다)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부분이 <10장: 포스트모던 몸의 생명정치: 면역계 담론에서 자기의 구성>이다. 몸이 코드화되고, 실험실에서 과학기술적이고 유기적인 각인 장치의 조합과 특징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에 대한 서술은, ‘해체되어 버린 나’,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 나’를 묘사한 것으로 읽힌다. 인간을 단세포 번식체를 생산하기 위한 다세포 기계로 보는 도킨스의 의견에 해러웨이가 깊이 공명하는 것(399쪽)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을 인간 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백질 덩어리에 깃든 환상이 인간의 의식이라면, 그 용기에 불과한, 곧 해체될 운명을 지닌 우리는, 왜 오늘에도 살아가는가. 살아있는가.









페미니스트들은 세계를 보다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집요하게 노력해야 한다. (337쪽)






나의 노력은 집요했나. 나는 잘 설명했나. 나는 끈질기게 노력했나. 3개의 반성을 곱게 접어두고 다음 책으로 간다. 읽을 것이, 고민할 것이, 생각할 것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나는 아직 어리고, 아직 젊고, 그리고 어쩌면 아직 청춘인지도 모르겠다.






어리니까 청춘이다.

많으니까 청춘이다.

모르니까 청춘이다.






단발머리 2024-03-28 공감 (33) 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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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신이 되기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기를 꿈꾸는 이들, 인종, 식민주의, 계급, 젠더, 섹슈얼리티의 지배로 인한 어떤 형태의 억압과 곤란함도 사리진 세계를 꿈꾸는 모든 이들을 위한 책.
잠자냥 2023-10-09 공감 (26) 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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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책을 재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3-09-01 공감 (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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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 넘쳐나는 이분법, 이원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젠더라는 그 오묘한 개념에 대해서도. 언젠가 이 책을 이해하여 해러웨이에게 나의 진정한 오별을 바치고 싶다. 10번 읽으면 가능할까? 이걸 한 번 읽었다고 할 수 있나? 사이보그 되기는 어렵구나.
햇살과함께 2024-03-26 공감 (21)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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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이분법적 사고가 통할 수 없는 세상이 된 지금 도나 헤러웨이의 혜안은 미래로 갈수록 탁월함을 느끼게 한다. ‘경계‘는 불안을 뜻하기도 하지만 변화와 새로움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사유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그녀의 철학을 이번에야말로 섭렵하고 싶다.
거리의화가 2023-10-12 공감 (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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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름과 책 제목만으로도 웅장한 느낌이 든다. ‘무엇을 공부하든 가장 먼저 읽어야‘ 하는 책이라는 정희진 선생님의 말씀에 더욱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난티나무 2023-10-12 공감 (1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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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어디까지가 ‘나’인가







해러웨이의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를 읽고 쓴다.






10편의 논문에서 해러웨이가 말하고 싶은 바를 꼬집어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지점은 ‘정체성’과 ‘객관성’에 대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분법적 사고 체계와 타자화, 세계와 나를 구별하는 강고한 ‘구분’은 존재하는 ‘나’에 대한 확신으로 이어지는데, 이것이야말로 인류 문명의 근간이고, 인간 문화의 시작점이다. 그중에서 서구 전통은 여성, 유색인, 자연, 노동자, 동물을 지배하는 논리와 실천 체계를 이분법과 타자화를 통해 제공해 왔다. (321쪽)






해러웨이는 인간과 동물이 크게 다르지 않고, 동물-인간(유기체)과 기계도 그러하다고 말한다.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물질과 비물질간에도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데, 이는 동물 위에 군림했던 인간의 위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인간이 사이보그로 존재하는 가능성과 현실, 그리고 생명을 담보한 유기체이자 진화 과정의 결정판으로서 인간이 지닌 것으로 추정(?)되던 ‘우주 내 가장 특별한 존재’로서의 권위를 완벽하게 해체했다.






인간과 동물이 크게 다르지 않고, 인간과 기계도 그러하고, 물질과 비물질 간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면, 여성과 남성간의 차이는 어떠한가. 해러웨이는 그것 역시 큰 차이가 아니라고 말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여성은 없고, 여성성은 없고, 여성됨은 없다’(282쪽)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스피박의 ‘전략적 본질주의’에 대해 다시 고려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전에 써둔 글로 갈음하고 해러웨이에게만 집중하기로 하자. (전략적 본질주의: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5259889, 저항주체인 여성의 전략적 본질주의:

https://blog.aladin.co.kr/798187174/15262820)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의 저자인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는 37살이 되는 어느 날 아침, 좌뇌의 정위연합 영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뇌졸증이었다. 그녀는 스스로를, 끝없이 움직이는 유동적 세상에서 ‘내부에 액체가 차 있는 주머니’로 인식(59쪽)했다. ‘통합된 자아는 환상이다'라는 최근의 뇌과학 연구 결과 혹은 과학적 해석으로 설명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나’인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나’인가.



서구인에게 고유하고 적절한 상태는 자아에 대한 소유권을 갖는 것이다. 마치 재산처럼, 핵심적인 정체성은 소유하는 것이다. (245쪽)






‘나’를 구성하는, 나를 설명하는 핵심적 정체성은 소유하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피부의 경계까지’이다. 내 피부의 경계면, 내 몸이 바로 ‘나’다. 하지만.






인문과학 영역에서 비페미니스트 이론은 이처럼 '일관적이거나' 주인다운 주체성과의 결별을 '주체의 죽음'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새롭게 불안정하고 종속된 타자들과 마찬가지로,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인종화된/섹스화된/식민화된 발화자들이 '최초로', 다시 말해, 제도화된 출판의 실천과 다른 형태의 자기구성적인 실천 속에서 자신들을 스스로 대변하는 기원적 저작권(originary authorship)을 주장하려는 바로 그런 최초의 순간에, 그것의 출현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런 프로젝트 공식을 거부한다. 페미니스트들에게 '주체'의 해체는 근본적인 것이었다. (267쪽)






이런 나, 일관적이거나, 주인다운 주체성의 구현자인 ‘나’는, 해체의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주체의 발견’을 고민하시는 분이시라면 ‘주체의 죽음’에 대해 서술한 348, 349쪽 참고하시라 권해드린다)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한 부분이 <10장: 포스트모던 몸의 생명정치: 면역계 담론에서 자기의 구성>이다. 몸이 코드화되고, 실험실에서 과학기술적이고 유기적인 각인 장치의 조합과 특징의 비밀을 알아가는 과정에 대한 서술은, ‘해체되어 버린 나’,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 나’를 묘사한 것으로 읽힌다. 인간을 단세포 번식체를 생산하기 위한 다세포 기계로 보는 도킨스의 의견에 해러웨이가 깊이 공명하는 것(399쪽)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그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을 인간 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백질 덩어리에 깃든 환상이 인간의 의식이라면, 그 용기에 불과한, 곧 해체될 운명을 지닌 우리는, 왜 오늘에도 살아가는가. 살아있는가.









페미니스트들은 세계를 보다 잘 설명할 수 있도록 집요하게 노력해야 한다. (337쪽)


나의 노력은 집요했나. 나는 잘 설명했나. 나는 끈질기게 노력했나. 3개의 반성을 곱게 접어두고 다음 책으로 간다. 읽을 것이, 고민할 것이, 생각할 것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나는 아직 어리고, 아직 젊고, 그리고 어쩌면 아직 청춘인지도 모르겠다.

어리니까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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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3-28 공감(33) 댓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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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난티나무 2024-03-15 공감(1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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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_ 도라 J. 해러웨이


144.

우리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우리는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탐구하는 공간을 획득하고 싶다면, 우리의 대안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이 책은 1978년에서 1989년까지 쓴 논문을 모았다. 이 시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형성된 다양한 페미니즘 갈래들 사이에서 복잡한 정치, 문화, 인식론적 선동이 이루어졌던 시기다. 그리고 국제 사회는 냉전 체제 말임을 감안해서 읽으면 좋을 듯 하다.

생물학과 진화와 자연사, 그리고 자본주의가 어떻게 페미니즘과 관련있는지를 여러 실험 관찰과 논문을 통해 탐구한다. 또한 언어, 문학, 이념과 사상, 과학적 담론이 그동안 어떤 방식으로 젠더를 다뤄왔는지 서술한다. 그리고 성sex이 어떻게 정치적 범주에서 이용되어 왔는지, 여성=젠더로 곧장 등치시키는 논리적 오류, 그리고 젠더의 계급화와 그 계급화를 소멸해야 하는 이유를 짚어내며, 앞으로 젠더적 차원 그 이상으로 차별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야함을 역설한다.



정치화된 신체 겸 정치제도, 정체政體/body ploitic의 개념은 고대부터 있어왔다. 산업혁명 초기에 정체 이론에 중요한 발전이 이루어졌고, 이에 따라 자연경제와 정치경제는 다양한 수준에서 상호 연관되었다.

1부에서는 동물사회학 혹은 동물집단에 대한 과학이 억압적인 정체 이론을 구성한다는 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이 생명사회과학을 새로운 실천과 이론을 고안해 재전유하면서, 동물사회학의 중심을 차지한 지배 개념에 기댄 생리학적 정치에 맞서 비판적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이 분야가 사회 세계를 비추는 성차별적 거울이 되었고, 정당화 이데올로기를 제공함과 동시에 물질적 힘을 증강시킴으로써 문제의 세계를 재생산하는 도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부분은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생명사회 이론의 바탕에는 근본적인 가정이 있다'는 명제다. 인간은 도구 사용 적응의 산물이다. 우리는 인간과 자연의 교류를 중재하는 도구들을 써서 우리 자신을 능동적으로 설계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인간의 부속물(도구)을 필연적인 인간 본성이자 기술적 요건으로 간주한다. 이 논리는 자연과 소외된 관계를 구축하면서 기계 및 기계의 산물을 우위에 둔다. 신체는 뒤쳐진 것이며, 인간 개조의 정당성을 확고하게 만드는데, 이와 다른 길은 개인적이거나 사회적인 몸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후반부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페미니즘까지 연결해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생물학 분야가 어떻게 신체와 공동체에 대한 이론을 자본주의적이고 가부장제적인 기계와 시장으로 구축했을까? 기계는 생산을 위한 것이고, 시장은 교환을 위한 것이며, 기계와 시장 모두 재생산을 담당한다. 저자는 사회생물학이 어떻게 자본주의적 재생산의 과학인지 보여주고자 한다. 제1차 세계대전과 현재 사이에, 생물학은 기능주의의 용어들로 파악된 유기체에 초점을 맞추는 과학으로부터, 사이버네틱스 체계의 용어를 통해 자동화된 기술적 장치들을 이해하고 연구하는 과학으로 변환되었다. 생명과학의 변화는 자본주의적 재생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권력의 본성과 기술의 변화를 수반했다. 사회생물학은 사회 및 개체군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다. 모든 자본주의적 과학에 관한 한 설명이 필요한 근본적인 문제는 개체가 공동선에 어떻게 이용되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사회생물학의 기초는 자연에 대한 자본주의적이고 가부장제적인 분석으로 지배 관계를 요구한다. 성차별주의의 근간은 성역할을 유전적으로 설정되었다고 합리화하는 데 있기보다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기본 공학의 논리에 따라 설정됨을 짚는다. 인간 사회에 적용된 사회생물학적 추론은 직업 분리, 우세 위계, 인종주의적 쇼비지즘, 그리고 성에 기초한 사회가 유전적 경쟁의 더 추악한 측면을 통제하기 위해 지배구조를 만들어 낼 '필요성'을 안이하게 자연화하는 경로로 흡수된다.



현재의 강력한 정치적 계기 속에서, 페미니즘 이론의 심화된 상호교차성, 공동 구성, 식민주의 담론 비판, 반인종차별주의 이론 등은 근본적으로 무엇을 '여성의 경험'으로 간주할 것인가를 두고 언제나 논란이 분분한 해석들을 개별적으로, 또 집합적으로 재구성해왔다. 무엇을 '여성 경험'으로 간주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페미니즘 역사 전반에 걸쳐 페미니즘의 담론 실천을 변화시켰다.저자는 이에 대한 생각을 바탕으로 문학을 비롯한 문학에 대한 고고학 외에도 여타 텍스트들을을 통한 페미니즘과 우머니즘을 넓게 톺아서 해석한다.

저자는 젠더에 관한 모든 근대 페미니즘적 의미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을 집단적.역사적 과정 중의 주체로서 구성할 수 있도록 해 주었던 사회적 조건 속에서,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라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주장에 토대했다고 주장한다. 젠더는 수많은 투쟁의 장에서 성차를 자연화하는 것에 반발함으로써 발전된 개념이다. 젠더를 둘러싼 페미니스트 이론과 실천은 성차의 역사적 체계를 설명하고 변화시키려고 한다. 그러나 생물학이 개입에 열려 있는 사회적 담론이라기보다 몸 전체를 지칭하는 것이 되어버리자 페미니스트들은 '생물학적 결정론'에 반발하면서 사회구성주의에 동조하게 되었다.

(중략)

젠더, 인종, 계급에 대한 의식은 가부장제, 식민주의, 자본주의라는 모순적인 사회 현실을 겪어 온 우리의 비참한 역사가 강제로 떠안긴 성과다. 여기에서 '우리'로 간주되는 이는 누구냐고, 저자는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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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봐서는 도대체 영장류와 사이보그가 어떻게 여자, 그것도 페미니즘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싶지만 읽다보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차별의 뿌리는 너무나 깊고, 그중에서 성sex과 인종(또 인종 안에서의 성차별, 젠더 안에서의 인종차별)에 관련한 차별은 어디까지 파고 들어가야 그 근원에 닿을 수 있을지 아득할 지경이다. '여신'이 되느니 사이보그가 되겠다는 책 속 저자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종단에는 납득이 된다.

책에 쓰인 내용을 내가 온전히 제대로 이해했는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다만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읽을 때와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뭔가 어렴풋하던 것이 선명하고 명확해지는 지점들이 있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막연하다거나 여성주의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독자라면 읽어보기를 권한다.


※ 출판사 지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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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율 2023-10-27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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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사이보그 페미니즘의 고전이라 불리는 저자의 책으로 21년 만에 복간되어 출간된 책-


1978년부터 1989년까지 쓴 10 편의 글을 모아서 출간한 내용들은 저자의 전공을 토대로 한 글은 확장의 세계가 넓다.

철학을 비롯해 문학, 생물학, 동물사회학, 포스트휴머니즘 연구에 영향을 끼친 글들은 현재 사이보그란 명칭이 어색하지 않게 다가온 만큼 여성학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내용들로 이뤄졌다.

성(sex)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이용해 왔는지, 여성은 곧 젠더라는 오류에 대해 논리적으로 접근하는 방식부터 젠더의 계급화와 이 계급화를 소명해야 하는 이유를 지적한 글등은 지금의 여성학에 대한 발전사는 물론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1부에 수록된 논문중 원숭이와 유인원을 연구하는 부분인 생명정치적 서사를 다룬 부분에서는 생물학과 동물 사회학을 연계해 이론을 통해 과학에 접근해, 과학이 어떻게 부계를 계승하며 연구들이 사회주의 페미니즘과 만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저자의 글은 인상 깊다.


2부에 이르면 본격적으로 페미니즘 서사를 다루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기엔 여성들의 '이종어(heteroglossia) 대한 저자의 글이 기존에 생각하지 못하던 지적들이라 새로운 전환의 시간이 되기도 했다.

특히 논문의 형식상 딱딱하고 의미가 깊은 용어들을 찾아가며 읽느라 타 책을 접할 때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바, 그런 가운데서도 길버트와 구바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이나 ' 여전히 미쳐있는' 책과의 연관을 계속 떠올릴 수 있는 내용들이 들어 있어 페미니즘에 대한 다각적인 방향성 제시글들이 와닿았다.


저자는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생물학을 위시로 근대 과학이 주는 결과에 안주하지 않는 객관성이란 것에 대한 허구와 사이보그란 용어를 택함으로써 여성에 대한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여성이란 존재에 대한 정체성을 밝힌 글들의 진행이 처음보다는 뒤쪽에 갈수록 조금씩 이해가 되는 점을 느끼게 했다.

그저 순수하다는 인식의 여성만이 아닌 계급, 인종, 젠더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 남성들의 전유물이 되다시피 한 기술과학, 현실적인 여러 가지 상황에 뛰어들겠다는 저자의 의미를 내포하는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다가온 것 자체가 이 책을 읽는 보람을 느끼게 했다.


사실 그동안 많은 페미니스트나 페미니즘의 어떤 기초적이고도 획기적인 출발선에서 다룬 저자의 글은 읽기가 쉽지 않았다.



기존에 페미니즘에 대한 글들을 접해온 경험과는 비교할 수 없는 끈기가 필요한 책이었던 만큼 모두가 함께 그려나가는 세상에서 여성의 주도적인 역할과 그 밑바탕에 뿌리 박힌 고정관념과 인습을 헤쳐나갈 때 미래는 보다 원활한 소통의 장이 마련될 수 있겠다는 의미로 다가온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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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노마드 2023-10-31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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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부수는 해러웨이,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세상을 부수는 해러웨이,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오늘의 책은 도나 J. 해러웨이의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입니다.




이 책은 해러웨이의 1978년에서 1989년까지 쓴 논문 10편을 모은 책입니다. 해러웨이의 가장 유명한 글인 <사이보그 선언문> 또한 이 책의 3부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해러웨이는 사이보그라는 개념을 여성의 정체성에 대한 은유로 사용합니다. 특히 해러웨이가 집중하는 부분은 '경계'인데, 기존 이분법적으로 나뉘어 위계 관계를 해체하자는 주장이 주를 이룹니다.




1부에 수록된 논문은 "원숭이와 유인원을 연구하는 과학에 내포된 생명정치적 서사에 주목"(11쪽)하고 있습니다. 이때 기존의 생물학, 동물사회학의 이론을 살피고 이때의 과학이

어떻게 부계를 계승하며 이 과학 연구들과 당시의 사회주의 페미니즘이 만날 수 있는 지점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겨 있습니다.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페미니즘 서사를 통하여 남성 중심적인 생물학에서 어떻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에 관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히 해러웨이는 여성들의 '이종어(heteroglossia)'에 대하여 말하는데,




"인간에게 언어는 실재를 생성하는 데 주요한 기능"을 하며 "권력의 맥락 속에서 실재를 생성"(142쪽)한다고 말합니다. 이름짓기는 언제나 권력의 특권이었기에, 이에 반대하는 페미니스트들은 이름짓기로 권력을 행사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렇다면 세상을 전혀 인식할 수 없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4장.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생물학 이론의 창세기'가 재밌었는데, 이 논문의 도입부에 해러웨이 특유의 여러 학문을 꿰뚫어 사회주의 페미니즘적 입장을 주창하는 논리구조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길버트와 구바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의 '밀턴의 딸들'(에밀리 브론테와 메리 셸리)을 가져와서 '밀턴의 과학적 딸들, 밀턴의 페미니스트 딸들'이라고 풍자해서 쓰는데, 유쾌함에 웃음이 났습니다.




"발화의 조건(terms of speech)을 설정하고자 경합하는 수사학적인 전략은 자연과학 분야의 페미니스트 투쟁의 핵심이다"(130쪽)라는 주제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 "아버지에게 받은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데, 우리의 시작은 이 언어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라는 점, 솔직히 여성주의적으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처지에서 깊이 공감했씁니다.




3부에서는 '타자'의 존재를 정의하고 그들을 재현하려는 논문들이 실려 있습니다. "나선의 춤에 갇혀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328쪽)는, 해러웨이 이름만큼이나 유명한 문장으로 끝나는 <사이보그 선언문>이 이 3부에 해당합니다.


해러웨이를 읽기 전과 후의 글쓰기에 스스로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러웨이가 끊임없이 말한 '사이보그, 키메라가 사용하는 이종어'라는 개념으로 왜 내가 사회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사용할 언어가 없는지를 이해했고, 저는 이제 해러웨이의 단어와 문장, 논리를 인용하지 않고서는 글을 쓰지 못하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분법의 경계를 사이보그라는 은유로 해체하고, 그 개념을 '느슨한 그물망'으로 엮어내 타자의 존재를 포용하는 하나의 단어로 만들었다는 점과, 이런 이론의 기반이 해러웨이가 가진 생물학, 영장류학과 같은 언제나 남성중심적이던 생물학계(특히 진화 이론에 있어서 남성 중심 시각이 주류라고 생각하는데)의 사실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이 벼락 맞은 것처럼 눈을 뜨게 해줍니다. 특히 일원론적 합일이 아닌, 해체 자체를 긍정하는 시각도 제게는 큰 새로움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질적인 이종어의 집합으로서의 사회. 상상하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해러웨이가 새로운 사이보그의 신화로 제시하는 페미니즘 SF들도, 계보와 신화의 필요성을 절절히 느꼈던 저한테 정말 새로운 세상을 열어 준 열쇠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은 해러웨이가 많이 인용한 마지 피어시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를 읽고 있습니다. (솔직히 러스, 《여성인간》 번역 아직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2023년의 세상은 SF 앞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그렇다면 사이보그로서의 내가 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해러웨이가 필수적이지 않을까, 이미 모두가 사이보그가 되어버린 현재에 계보 없는 이종어를 사용하는 사이보그이자 키메라이자 잡종이자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바로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다! 해러웨이다! 라고! 주장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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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요로운 2023-10-29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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