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은혜입니다.
-원불교성지 익산-
역마살 덕인가. 부르는 이, 초대하는 사람 없어도 아침에 길을 나섰다. 빛고을 광주행이다. 잠깐 멍한 사이 차창 밖으로 “모두가 은혜입니다. 원불교성지 익산”이라는 큰 간판이... 모두가 은혜라. 참 좋은 말이다. 그런데 모두라면 사물까지도...
전남대학교 법전원, 법학전문대학원을 줄인 말인 모양이다. 택시기사도 초행인 나도 헤매다가 간신히 도착했다. 전남대 종교문화연구소 주최 “근대문화에 대한 종교의 대응과 성찰”이라는 주제에 끌려 참석한 것이다.
불교, 유교, 기독교, 원불교의 근대문화에 대한 대응과 성찰에 대한 교수님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나는 아침나절 익산에서 원불교의 은혜라는 간판을 봐서 그런지 원불교에 대한 조성환 교수님의 발표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德이라 하는 것은 (…)
은혜가 나타나는 것을 이름이니,
하늘이 도를 행하면 하늘의 은혜가 나타나고,
땅이 도를 행하면 땅의 은혜가 나타나고,
사람이 도를 행하면 사람의 은혜가 나타나서
천만가지 덕이 화하니라. <<대종경>> 인도품 중에서
조교수님의 설명에 의하면, 원불교 설립자 소태산 박중빈 님은 어떤 사물을 그 사물의 본래 기능에 맞게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그 효과를 소태산은 ‘덕’ 또는 ‘은혜’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원불교에서는 물질 사용을 선용하는 물질도덕론 등을 중시하며 현재의 기후변화 위기의 인류세 시대에는 천지은(天地恩)의 물질 개벽정신이 중요하다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했다.
세종시로 귀가하면서 기찻길 옆에 세워진 “모두가 은혜입니다. 익산성지”간판을 다시 한 번 본다는 것이 그만 졸다가 지나쳤다. 학술대회 발표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