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0

민족종교 우수성 알리는 명상가 선불교 도전 만월 손정은 - 레이디경향

민족종교 우수성 알리는 명상가 선불교 도전 만월 손정은 - 레이디경향

민족종교 우수성 알리는 명상가 선불교 도전 만월 손정은
입력 : 2004.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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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인류의 정신적 지도자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죠”

세상은 너무나도 빨리 변해간다. 인간은 세월의 흐름에 맞추느라 피곤하기만 하다. 인간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해주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선불교가 우리의 눈길을 끈다. 마음에 안정을 주는 ‘명상’을 중요한 수행법으로 삼고 있기 때문. 선불교 지도자 만월 손정은은 종교 지도자로 드물게 여자여서 눈길을 끈다.

사춘기 시절 울릉도에서 보낼 때, 종교에 눈떠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효순·미선의 어이없는 죽음을 달래준다. 그리고 제주 4·3 위령제를 지내고, 격전지나 위령지를 찾아다니며 한을 풀어준다. 과거의 아픔을 청산하지 않으면 발전에 발목이 잡힐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묵묵히 가슴에 한을 품고 묻힌 영혼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런 일들을 해오고 있는 신흥 민족종교가 선불교(仙佛敎)다. 현재 30여개 분원에 3만여 명의 신도가 있다. 짧은 기간에 비해 교세가 빨리 확장한 편이다. 한민족을 인도하는 큰 기운으로 ‘불광선인’을 모시는 선불교의 정신적 지도자는 뜻밖에도 여자다. 대부분 종교 지도자가 남자라는 점에서 선불교는 매우 이채롭다. 도전(道田, 선불교 정신적 지주의 대표 의미) 만월(滿月) 손정은씨.

처음 봤을 때는 전혀 종교 지도자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다. 흔히 민족종교 지도자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수염을 기른 딱딱한 모습이 연상된다. 하지만 온화한 미소를 띠고 수수한 전통한복을 입은 모습에서 종교 지도자의 모습을 찾아보기 매우 힘들다.

“여자라는 선입관 때문에 고생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신도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편입니다. 신도들도 저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만 신도들이 함부로 대하지는 못하죠.(웃음)”

만월의 말처럼 온화한 웃음 뒤에는 강렬한 카리스마가 묻어 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치 전부터 알았던 사람처럼 쉽게 마음을 열게 만드는 힘이 느껴진다. 민감할 수도 있는 종교적인 이야기 역시 상대방을 편하게 배려해준다. 하지만 언뜻언뜻 종교 지도자의 엄숙함이 묻어난다.

만월의 부모님 역시 종교인이었다. 어릴 때부터 종교적인 환경에서 자라 종교에 대한 편견은 거의 없었다. 부모님을 따라 포항 구룡포와 울릉도 등에서 자랐다. 만월은 특히 울릉도에서 지낸 4년이 종교적으로 눈을 뜬 시기였다고 전한다.

“중학교 때 울릉도에서 살았어요. 지금은 키가 좀 큰 편인데, 어렸을 때는 아주 허약 체질이었거든요. 초등학교 때는 몸이 아파서 수학여행도 못 갔어요. 운동회도 거의 참석을 못했으니까요. 몸이 아프니까 자만심이 없어지더라구요. 세상의 모든 사물이 다 아름다워 보이고, 본질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눈이 생기던데요. 민감한 사춘기를 울릉도에서 보낸 것이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요.”

만월은 울릉도에서 신기한 체험을 했다. 저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화창한 날, 절벽 위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다가 수천 수백 개의 선으로 쪼개지더니 자기 몸으로 다가왔다. 그때 자신의 몸도 수천 수백 개의 선으로 분화되어 일대일로 맞부딪혔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 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자신과 바다가 합일을 이룬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일반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도 이해를 못했다. 예전에 UN 개최 세계 영성지도자 대회에 같이 참석했던 시인 고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울릉도에서 경험한 이야기를 했다. 고은은 별다른 설명 없이도 이해하는 것을 보고 ‘시인은 역시 다르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대구에서 학교를 마치고 20대 초반에 출가를 한다. 기를 수련하는 단체에서 공부하다가 계시(?)를 받고, 98년 홀로 충북 영동에 와서 21일간 장자불와(눕지 않고, 자지 않으며 수행하는 방법) 하다가 선몽을 꾼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어요. 꿈인 것 같기도 하고, 직접 본 것 같기도 하고. 비몽사몽간에 불광선인이 나와서 자신이 기거할 곳을 준비하라고 하셨죠.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본래 선함과 밝음을 되찾으면 자신의 상을 없애라고 했어요. 그래서 영동에 불광선인상을 모시고, 선불교를 만든 거죠. 일반인들은 믿기 힘들 거예요.(웃음)”

불광선인은 쉽게 말하면 단군이다. 선불교의 근본 가르침은 한민족 고유의 3대 경전인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이다.

명상이 중요한 수행, 현대인들의 관심 끌어

총본산이 있는 곳은 처음 출가해 마음 공부를 했던 곳이다. 영동의 지형과 에너지들이 아직 때묻지 않고 순수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공장도 별로 없고 농사 짓는 사람들만 있는 곳이었고, 다른 종교도 자리잡지 않았기에 터를 잡았다.

“원래 한자는 그렇지 않지만, 영이 다시 동하는 곳이에요. 영이라는 것은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정보를 의미하거든요. 그게 다시 움직인다니까 얼마나 좋아요. 저희 본산이 있는 곳이 영동군 양산면 봉곡리인데요, 그곳 지세가 ‘금계포란형’으로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곳이죠.(웃음)”

98년 선불교 활동을 시작했다. 만월은 민족의 고유한 가르침인 「천부경」을 통해 민족정신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명상수련법으로 웰빙을 지향하는 현대인들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명상의 종류는 5가지가 있다. 에너지가 안으로 들어와 자신에게 집중하는 ‘집중명상’, 혼자서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면서 명상 상태에 빠지는 ‘다이내믹 명상’, 사람이나 사물 어떤 것이 되었건 교감을 할 수 있는 최고의 단계 ‘교감 명상’이 있다. 교감 명상을 할 수 있다면 사람에 대한 편견이 깨기고, ‘일하는 명상’을 하면 모든 일을 즐기면서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웰빙을 지향하는 현대인에게 선불교의 명상법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매월 보름날 천제를 통해 고구려의 제천의식도 복원하고 있다. 북한 동포, 소년·소녀 가장, 종군위안부 할머니 후원, 봉사 활동도 선불교의 중요한 활동이다. 지난해 도전 만월은 기로서 그리는 ‘방운도’ 전시회를 열었다.

“방운도는 명상 상태에서 깨달음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거예요. 저는 방운도를 밑그림 없이 한번에 그려요. 그림을 그릴 때는 모르겠는데, 그리고 나면 각각의 그림에서 기운을 느껴요. 방운도를 그리는 도구는 펜부터 먹, 색연필 등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입니다. 방운도를 탐내는 사람도 많은데요,(웃음) 모든 그림이 다 도움이 되는 게 아니에요. 각각의 그림에는 다른 ‘기’가 흐르고 있거든요.”

선불교는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민족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흔히 미신이라고 치부하나 고루하다고 생각하지만, 「천부경」 같은 것을 보면 그 원대함에 놀란다고 이야기한다. 민족종교의 3대 정신인 ‘효·충·도 사상’ ‘천지인 사상’ ‘천화사상(신인합일)’은 물질문명이 만들어내는 단점들을 치유하는 데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선불교는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서양 사상으로 현대사회의 병을 치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정설인 이상, 선불교가 지니고 있는 동양 사상의 장점이 부각될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기를 모으는 수행법 ‘수벽치기’

선불교의 수행법에는 3가지가 있다. 
‘저의 얼’을 뜻하는 절수행은 몸을 굽혀 절하는 것을 말한다. 활구수행은 ‘불광성언’과 ‘불광신주’ 2가지의 활구를 통해 정진하는 것이다. 입으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업장이 소멸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수벽치기는 인체의 기를 발동시키는 손과 손을 맞부딪쳐 인체의 기를 자연스럽게 단전에 모은다. 특히 수벽치기는 건강한 기를 모으는 수행법으로 일반인들에게도 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손 안에는 14기맥이 있고, 손가락은 오장육부와 연결되어 있다. 손뼉을 치면 몸의 혈이 열리고 노폐물이 빠져나온다. 손바닥을 맞부딪치면 장기들이 살아난다. 특히 손의 움직임은 뇌와 연결되어 혈액순환과 두뇌 회전이 빨라지고 정신이 맑아진다.

수벽치기는 자신의 손과 손을 맞부딪치는 손뼉치기를 기본으로 한다. 팔을 굽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편 채로 손바닥을 마주친다. 그러면 몸의 중심선이 바로잡히며, 그 중심선에 인체의 내기가 모인다. 30분 정도 수벽치기가 끝난 후에는 따뜻해진 양 손바닥을 아랫배 단전에 겹쳐서 얹은 후 마음을 집중해 기운을 단전으로 모은다.

글 / 최영진 기자 사진 / 황정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