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21

강남순 - ’집단 멘탈리티의 덫'으로부터 벗어나기

강남순 - < ’집단 멘탈리티의 덫'으로부터 벗어나기 > 1. 정치사회적으로 마치 집단 린치를 당하는 것 같은 한... | Facebook


강남순 is in Tex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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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단 멘탈리티의 덫'으로부터 벗어나기 >

1.  정치사회적으로 마치 집단 린치를 당하는 것 같은 한 가족, 또는 누군가의 죽음과 삶이 지나치게 단순한 색으로 입혀지는 현상 등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착잡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인간의 삶도 또한 죽음도 결코 단순하지 않다. 그렇기에 그 누구의 삶이나 죽음은 전적으로 아름답기만 하거나 또는 추하기만 할 수 없다. 한 인간의 죽음이든 삶이든 ‘하나의 결’만을 가지고 재현될 때, 낭만화와 단순화의 위험성에 노출된다. 의도가 어떻든, 인식적 폭력의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2.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우리의 살아감이나 죽음이란 고정되어 표상화될 수 있는 정물화가 아니라, 복잡하고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무수한 색채들이 얽혀 있는 ‘추상화’ 같다. 개별인으로서의 인간 각자의 삶에는 다층적 명암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삶-일반, 또는 ‘죽음-일반’이란 우리의 인식적 유한성의 세계에서는 쉽사리 인지할 수 없다. 지극히 ‘낙관적 인간 이해’ 또는 극도의 ‘비관적 인간 이해’ 모두 우리가 경계해야 할 이해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애도 역시 마찬가지다. 애도는 죽은 이에 대한 낭만화나 미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그가 살고자 했던 삶, 살고 싶어 했던 세상을 함께 기억하면서 그러한 세계를 만들어 가기 위한 각자의 책임성과 과제를 상기하는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3. 내가 한국, 독일, 미국, 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 오랜 시간 떠돌며 살아오면서, 한국에 대하여 가지게 되는 ‘어두움의 결’이 있다. 그것은 한국이 전형적인 ‘표지 붙이는 사회’라는 것이다. 특히 특정 인물에 대하여 쉽사리 판단하고 고정된 ‘표지 (label)’를 성급히 붙인다. 그리고 누군가에 의해서 특정 표지가 붙여지기 시작하면, 표지가 붙여진 사람은 오로지 그 표지로만 절대화되고 고정되어버리고 만다. 나쁜 사람-좋은 사람, 피해자-가해자, 억압자-피억압자, 내 편-네 편, 또는 보수-진보 등의 ‘표지’가 너무나 쉽사리 붙여지면서, 그 표지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의 덫 속에 스스로를 가두고 만다. 물론 어느 사회나 이러한 현상이 있다. 그러나 한국은 지극한 단순한 ‘표지 붙이기’의 극치에 이르는 사회다. 

4. 다양한 SNS, 미디어, 유튜브, TV, 단체 카톡방 등을 통해서 이러한 표지 붙이기는 강력하고 파괴적인 ‘무기’의 기능을 한다. 다수가 흐르는 물결 속에 잠겨서, 그 집단 다수의 소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소수의 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봉쇄하는 한국 사회가 되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염려스럽다. 한 떼의 무리 속으로 들어가서 ‘다수’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는 사회인 것이다 (순기능보다는 가짜뉴스 확산과 정치사회적 또는 종교적 ‘선동’이라는 역기능이 훨씬 많은 ‘단체 카톡방’ 같은 매체의 역할이 이렇게 왕성한 사회는, 아마 한국이 세계 최고일 것이다). 소위 ‘집단 멘탈리티 (무리 멘탈리티: herd mentality)’가 모든 것들을 좌우하는 사회가 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삶에 관한 것이든 또는 죽음에 관한 것이든, 한국 사회는 유독 단순한 ‘표지 붙이기’를 통해서 그 삶이나 죽음을 재단하고 판단해 버리는 현상이,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날로 심해지고 있다. 

5. 니체는 이러한 ‘집단 멘탈리티’를 따르지 말라고 강력하게 경고한다. 이 ‘집단 멘탈리티’를 따르는 사람은 다수와의 동질감을 느끼게 되면서 안정감과 안전한 삶을 사는 것 같이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집단 멘탈리티 속에 자신을 가두는 삶을 살아갈 때, 생존만을 위한 동물적 삶을 살아갈 수 있을 뿐이다. 유일무이한 존재로서의 한 인간인 ‘나’라는 개별성과 창의성은 사라지는 삶을 살게 된다. 특정 이슈가 사회적으로 등장할 때마다, 이러한 ‘표지 붙이기’로 ‘내편-저편,’ ‘나쁜 쪽-좋은 쪽’ 등으로 한국 사회는 흑백 논리적으로 이분화되곤 한다. 

6. 그렇다면, ‘집단 멘탈리티’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고유한 생각과 관점을 지켜내기 위해서 무엇이 요청되는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  첫째, 복합적인 질문하기, 
  • 둘째, 특정 사안에 대한 지속적이고 복합적인 조명과 비판적 검토, 
  • 셋째, 관점과 입장이 다른 사람들 간의 인내심있는 열린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나는 본다. 
이러한 ‘탈-집단 멘탈리티의 문화’가 확산되고 ‘주류 문화’로 자리 잡게 될 때, 비로소 민주사회로서의 성숙성, 그리고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작은 희망과 가능성이라도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