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인도에서 불교는 멸망했는가’ - 불교신문
‘왜 인도에서 불교는 멸망했는가’
승인 200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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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슌지 저서-김호성 교수 번역 출간
불교의 발생지 인도에서 불교는 거의 없다. 인도 북부에 남아있는 일부 불교성지와 그 주변의 한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건립한 사찰들을 제외하면 불교 흔적을 찾기 힘들다. 인구 11억 중에서 불교신자는 극소수다. 인도에서 불교가 왜 사라졌을까. 그 원인을 놓고 많은 학자들의 연구가 있었다. 기존 학설은 크게 두 가지다. 외적으로는 이슬람에 의한 파괴며 내적으로는 불교가 정체성을 잃고 힌두교로 흡수되었다는 것이다.
일본 학자 호사카 슌지 교수의 <왜 인도에서 불교는 멸망했는가>는 이슬람 사료로 불교 멸망의 원인을 접근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사진> 동국대학교 출판부 ‘한걸음더’에서 출판한 ‘왜 인도에서 불교는 멸망했는가’ 표지.
이슬람 사료로 印불교 멸망이유 추적
사회ㆍ종교성 침묵이 신도축소로 이어져
한국ㆍ일본 등 현재의 불교국가에 ‘교훈’
저자는 인도불교를 종교교단으로서의 불교라는 관점이 아니라 사회적인 존재 즉 일종의 정치집단이며 경제조직, 즉 문명으로 접근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분석틀을 인도사회가 아니라 유라시아 전체로 넓혀 당시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변동이라는 측면에서 불교의 멸망을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와 힌두교는 인도사회에서 한 뿌리에서 나온 공존관계였다. 지역과 민족 문화영역에서 많은 부분을 힌두교와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수파 힌두사회에서 생존이 허용되었다. 불교와 힌두교는 이념적으로는 차이가 컸지만 문화적 기반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이 공존이 이질적인 이슬람이 유입되면서 흔들린다. 이슬람은 그들과 같은 뿌리로 동일한 신앙을 가진 유대교 기독교 사비아 교도 외에는 이교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이슬람의 적대적 정책에 대해 불교는 대항할 수단을 갖지 않았다. 교리는 군사적 대응을 부정했다. 즉 이슬람에 끝까지 대응해야 할 종교적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반면 힌두교는 인도의 자생종교로 문화적, 그리고 관혼상제와 같은 일상의 면에서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양자는 생존을 걸고 서로 다투게 되었다. 그 싸움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인도사회에서 갈등이 힌두교와 이슬람으로 편제되면서 불교는 양측에 흡수되어 갔다. 불교적 사상이나 습관이 각 종교의 교리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에서 불교는 흡수돼 간 것이다. 현재의 힌두교 속에 남아있는 많은 불교적 요소와 이슬람의 수피즘은 그 증거다. 이를두고 일부에서는 불교가 인도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힌두교 안에 살아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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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부처님이 성도한 부다가야의 탑. 인도북부의 일부 불교성지를 제외하고 인도에서는 불교가 사라졌다. 그 이유를 정치경제적 입장에서 다룬 책이 바로 ‘왜 인도에서 불교는 멸망했는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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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종교가 단지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양식 즉 생활의 수단이며 생존의 기본인데 개종이 가져다 주는 변화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는다.
이 의문에 대해 김호성 교수는 역자 후기에서 질문과 함께 해답을 제시한다. “인도사회에서 불교는 카스트 제도를 비판하면서 하나의 평등 이데올르기로서 사회적 역할을 하고 있었다. 즉 힌두교가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하나의 대항세력 대항종교로서 기능했던 것이다. 그것은 불교가 사회적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바로 그러한 점이 사회적 역할면에서 보다 강력한 ‘안티 힌두교’인 이슬람교를 만나서는, 그러한 역할을 이슬람에 넘겨주게 됨으로써 불교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아이러니를 낳았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김호성 교수는 이어 “불교라는 종교 안에서 사회적 기능이나 역할 외에 마지막 까지 사회적인 차원으로 환원될 수 없는 ‘종교로서의 불교’가 갖고 있었던 것은 정녕 없었다는 말인가”라고 물으며 불교가 앞으로도 존속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역할을 다하면서도 고유의 불교적인 그 무엇을 창출하고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책이 과거 인도에서의 불교 멸망이 아니라 오늘날 한국사회 혹은 일본이나 다른 불교국가에 화두를 던지는 이유다. 저자 호사카 ?지 교수는 몇 해전 옴진리교가 저지른 지하철 테러 사건에 대해 일본 불교계가 아무런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이 책의 개정판을 썼다고 했다. 한국불교계의 ‘침묵’은 그보다 훨씬 심하다. 어떤 때는 사회의 흐름과 거꾸로 갈 때도 적지 않다. 한국불교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사회에 강력하게 각인시키고 있는지도 회의적이다.
해방 후 90%대에 이르던 불교신자가 불과 60여 년만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것은 ‘문명적 개종’과 다름없어 보인다. 인도의 불교는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임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불교신문 2444호/ 7월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