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속국" 이라던 中…코로나 틈타 불붙는 영토야욕 - 매경프리미엄
“한국은 속국“ 이라던 中…코로나 틈타 불붙는 영토야욕
입력 2020.06.27 06:01:00 수정 2020.07.20 15:20:02
[한중일 톺아보기-18]※톺아보기란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본다'는 순우리말입니다. 한중일 톺아보기는 동북아 에서 일어나는 굵직한 이슈부터 소소한 소식까지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지난 15일 중국 인도간 국경 분쟁지에 위치한 갈완계곡에서 양측 군인 600여명이 충돌,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우측 하단 사진은 중국군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쇠못 몽둥이/사진=유튜브 캡처최근 중국과 인도의 국경지대에서 발생한 양국 군인 간 난투극은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낳고 말았습니다. 1962년 양측 국경 분쟁이 전쟁으로까지 치달은 이후 60여 년 만에 발생한 유혈 사태입니다.
지난 4월에는 베트남과 필리핀 정부가 중국 측에 거세게 항의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영유권 주장이 엇갈리는 남중국해 난사군도(스프래틀리 군도)와 시사군도(파라셀 군도)를 자국 행정구역에 편입하는 조치를 단행했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에서 중국은 베트남과 필리핀이 실효지배 중인 섬들의 배타적경제수역(EEZ)과 대만의 인근 해협으로 군함을 보내거나 항공모함을 통과시켰고, 군용기를 착륙시키기도 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남중국해를 자국의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선포할 계획이라고 보도하며, 해당 조치가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크게 악화시킬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이 첨예한 동중국해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습니다. 중국 해경선은 이달까지 65일 연속 일본이 실효지배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 수역에 진입했고, 중국 공군기도 전년 동기 대비 60%가량 진입 빈도를 늘려왔습니다. 이에 일본이 센카쿠의 주소 표기를 변경하자, 다시 중국이 인근 해저 지형에 이름을 붙였다고 발표하는 등 양국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모습입니다.中, 코로나 틈타 '전랑 외교'…"완전한 지도 원해"
국내에서도 개봉했던 중국 역대 흥행 1위 영화 '전랑(戰狼)2' "중국을 모욕하는 자는 누구든 근절돼야 한다"는 영화 내용처럼 근래 중국의 호전적 외교 행보가 '전랑외교(戰狼外交)'라는 비판을 받고있다중국은 육상으로 14개국, 해상으로는 6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 소지가 많은 것은 필연적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상대국이 혼란한 상황을 틈타 힘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적 태도로 인해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라는 말까지 등장하고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최근 홍콩과 대만을 넘어 남중국해, 인도 국경지역 등 영유권 분쟁지까지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면서 "서방이 코로나로 혼란에 빠진 사이 공세적 세력 확장으로 숙원을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여기서 숙원이란 길게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 즉 '중국몽'의 실현을, 짧게는 그들이 말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하에 '완전한 중국'의 지도대로 영유권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완전한 중국'이란 대만은 물론, 인도가 실효지배 중인 남티베트, 분쟁지역인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의 부속도서를 모두 복속하는 것을 의미하죠.중국의 독특한 영역 확장 논리 "족보에 다 나와"
남중국해 주변국들이 주장하는 영유권 지역 범위. 중국은 해역의 90% 가량을 자국 영역으로 하고 있다/그래픽=조보라남중국해는 중국을 포함해 7개국의 영유권 주장이 얽힌 지역입니다. 중국의 해외 항로 절반 이상이 통과하고 대외무역선의 60%가 지나가며 천연가스 수백t 등 풍부한 자원이 매장돼 있어 중국이 주변 분쟁지역 중 가장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중국이 이 지역에서 주장하는 영유권 범위를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됩니다. 남중국해의 90%가량을 전부 자국 영역으로 하고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브루나이에는 12해리의 영해만 남겨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도 너무하지 않으냐는 주변국 항의에 중국의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상이 물려준 땅이고 2000년 역사 족보에 나와 있다"
중국이 주장하는 완전한 중국지도. 분쟁지역 내 섬들 하나하나까지 깨알처럼 그려져 있으며 그 밑에 "점 하나라도 없어선 안된다"고 쓰여있다/사진=인민일보즉, 중국 최남단에서 1000㎞ 이상 떨어진 베트남 앞바다까지 자국 영역이라 주장하는 근거가 기원전 200년 한(漢)나라 시절부터 관리했다는 기록에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같은 논리는 중국 정부의 대외적 입장일 뿐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자국민을 대상으로 철저히 교육하는 부분입니다.
지난해 12월 남중국해 싼야 기지에 취역한 중국 자체 건조 항모 산둥함. 남중국해 상황은 믈라카 해협 등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의 에너지 수송로이자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교역로와 이어져있다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가장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나라는 베트남과 필리핀입니다. 베트남은 원래 실효지배하고 있던 섬 일부를 1974년과 1988년 중국에 빼앗겼고, 이후 자주 중국과 충돌해 왔습니다. 2012년 필리핀은 군함을 앞세운 중국의 압박에 대응해 국제중재재판소에 중국을 제소해 승리했지만, 중국은 중재절차상 적법하지 않다며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유엔해양법협약에 준거해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주장하는 영유권과 중국이 건설한 인공섬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이를 무시하고 무력시위를 단행했습니다.
역사적 종주권은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할때 항상 내세우는 논리입니다. 중국은 해당 지역이 중화제국 역사의 그늘에 있었다는 자국 사료가 단 하나라도 있으면 이를 통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관철해 왔습니다. 남중국해는 물론 인도, 대만, 동중국해 등 분쟁이 존재하는 모든 지역에 대해 중국은 '실지(失地)' 를 복고할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시진핑 주석이 2018년 중국을 찾은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에게 "중국은 조상이 물려준 땅을 양보할 마음이 털끝만큼도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논리를 반영한 것입니다.시진핑 "한국은 中 일부"…중화 질서 복원 노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 하면서 시진핑 중국 주석으로 부터 "한국이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고 들었다"고 발언해 파문이 일었다. 해당 발언에 대한 한국 외교부의 항의에 중국 당국은 "한국 국민이 걱정할게 없다"고 만 말하며 해당 발언에 대해선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사진=유튜브 캡처2017년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역사적으로 남북한은 사실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혀 파문이 일었습니다. 한국 정부의 항의에 중국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습니다. 시 주석의 발언은 중국 지도부가 한반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예입니다. 지금은 비록 북한만이 중국에 종속되고 있지만, 한반도 전체가 중국 영향력하에 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19세기 말까지 중국은 공식적으로 한반도를 속방으로 간주하며 종주권을 주장했습니다. 즉 과거 소중화 사상에 젖어 중국에 대한 속국을 자처했던 조선에 대해 그랬듯이 시주석은 중국이 한반도 전체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인식을 은근슬쩍 드러낸 겁니다. 중국이 한때 독립국이던 신장 위구르의 동투르키스탄 공화국과 티베트를 침공해 자국 영토로 편입했을 때 내세운 근거도 이 지역이 청나라 때 자국의 일부였다는 것이었죠.
청일전쟁 패배 이후가 중국에게는 동아시아에서 중화질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중화질서 복원의 걸림돌인 미국을 몰아내고 중국이 패권을 장악한다면 다시 한반도 전체에 대한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 중심의 대외 팽창 사업인 '일대일로'가 개도국의 인프라건설을 지원하는 형태는 과거 중국이 조공국에 행하던 모습과 닮아있다/그래픽=조보라중국의 역사와 영토에 대한 인식은 기본적으로 뿌리 깊은 중화사상, 즉 주변국들이 자신의 세력권에 속해 있다고 보는 시각에 기반합니다. 역사와 영토 문제에 극히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도 기본적으로 중국을 중심으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세계관과 민족관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시진핑 정부 이후부터는 중화문명의 유구함과 중화민족의 위대함을 대내외로 드러낸다는 신중화주의 문명사관도 투영되고 있습니다.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건설이라는 미명하에 추진 중인 '일대일로' 사업으로 개도국의 인프라 건설을 지원하는 형태는 과거 중국이 조공국에 행하던 모습과 닮아 있죠. 때문에 이를 통해 자국 중심으로 세계질서를 재편하려는 것은 중화 패권주의 부활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합니다.中위협 상존 하지만…한국민 50%"이어도 잘 몰라"
이어도는 한국과 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이 중첩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우하단 사진은 한국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던 것으로 알려진 중국 군용기 기종/사진=연합뉴스지난 22일 중국 군용기가 이어도 서쪽에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했던 것으로 확인 됐습니다. 군 당국의 자료에 따르면 매년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무단 진입은 적게는 수십 차례에서 많게는 수백 차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상습을 넘어 거의 정례화 돼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어도는 제주도 남단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에 위치한 수중 암초로, 한국 정부는 2003년 이곳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하고 실효지배하고 있습니다. 이어도는 영유권 분쟁 대상은 아니지만, 한국과 중국의 EEZ가 중첩되는 지점에 위치하기 때문에 해양 관할권을 둘러싼 분쟁의 불씨는 상존합니다. 중국은 공식적으로 이어도를 '쑤엔자오'라고 부르며 자국의 EEZ 내에 있는 영토라고 주장해왔고, 관영 언론을 통해 한국 측 해양과학기지에 대해 '도서의 침략점거'라는 표현을 써왔습니다. 특히 2010년대 들어 이어도 해역에 중국 선박과 항공기 출현이 늘면서 분쟁의 조짐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픽=조보라최근 영유권 이슈와 관련해 매우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중국의 카디즈 진입도 이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중국이 국제법을 무시하고 남중국해와 인도와의 분쟁에서 보인 행태에 비춰볼 때 무력 도발이 없을 거라 장담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은 독도 문제에 대해선 촉각을 곤두세우고 철저히 대응하고 있지만, 이어도 문제에 대해선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국민들의 관심도 독도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집니다. 2016년 제주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무려 응답자의 50% 가량이 이어도와 해양과학 기지에 대해 "잘 모른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어도 주변 수역에서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이 반드시 있어야겠지만, 국민 차원에서도 보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해양주권에 대한 국민의 각성된 인식은 정부의 정책과 외교협상에 도움이 되며, 섣부른 도발도 차단하는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짙어지는 중화 패권주의에 대한 우려 속에서 이어도 문제에 대해 보다 확고한 국민적 관심과 인식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신윤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