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폭염'에 정전된 美 캘리포니아.."원전 없애고 태양광 늘린 영향"
'최악 폭염'에 정전된 美 캘리포니아.."원전 없애고 태양광 늘린 영향"
이재은 기자 입력 2020.08.19.
펄펄 끓는 美 캘리포니아…데스벨리 54.4도
태양광 늘렸더니…폭염에 급증한 에어컨 수요 감당 못해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州)가 전력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순환정전에 돌입하면서 주민 300만여명이 전력과 냉방 공급을 받지 못해 어둠 속에서 진땀을 흘렸다. 주요 외신은 이번 정전사태의 주범으로 태양광 발전을 지목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캘리포니아주가 지난 10년간 태양광 발전을 대폭 늘리고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하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전력 공급이 위태로워졌다고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발전이 폭염으로 인해 급증한 냉방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태양광 발전의 한계는 지난주 기온이 매일 화씨 100도(섭씨 38도) 이상으로 치솟고, 에어컨 사용량이 해질 무렵인 초저녁에 급증하면서 분명히 드러났다"고 전했다. 태양광은 해가 진 뒤에는 전력을 생산하지 못하는데, 최근 폭염으로 해질녘부터 냉방 수요가 늘면서 전력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전력이 부족할 때 인근 주에서 전력을 수입하는데, 올해는 이웃 주 역시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폭증해 남아도는 전력이 없었다는 문제도 발생했다.
캘리포니아는 당장 전력난에 봉착했다. 캘리포니아주의 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운영국(ISO)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의 전력 시스템은 정전 없이 원활하게 전력공급을 할 수 있는 기준에서 발전용량이 4400메가와트(MW) 부족한 상황이다. 18일 전력 수요는 5만MW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2006년의 기록을 깰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가 이례적 폭염에 시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에도 폭염이 기승을 부렸지만, 지금과 같은 전력난은 없었다. 2006년에는 발전용량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당시 2200MW급 산 오노프레 원자력발전소를 포함,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가 여러개 있었다는 게 캘리포니아 ISO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산 오노프레 원전은 지난 2012년 문을 닫았다.
마크 로트레더 캘리포니아 ISO 시장정책 부사장은 "폭염으로 인해 태양광 패널 위로 구름 덮개가 형성되면서 태양광 출력이 감소했고, 천연가스 기반 발전소 역시 저온보다 고온에서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14일과 15일 캘리포니아주 천연가스 발전소 2곳이 가동을 중단했고, 풍력 발전소도 멈춰섰다.
앞서 캘리포니아 독립시스템운영국은 폭염과 산불로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순환 정전 조치에 들어갔다. 전력 과소비를 막기 위한 캘리포니아주의 순환 정전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캘리포니아 ISO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 공급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19일까지 순환 정전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업계는 캘리포니아주가 앞으로 전력난을 막으려면 평소에 남아도는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배터리 설비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만 재생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배터리 역량을 갖추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버버리치 캘리포니아 ISO 최고경영자(CEO)는 "(정전문제는) 배터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배터리가 도움은 되겠지만, 배터리는 전력을 생산하지 않는 데다 태양광 패널을 덮고 있는 구름 현상이 지속될 경우 배터리 충전에 필요한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기온은 전날 섭씨 54.4도까지 치솟아 107년 만에 최고치 기록했다고 CNN방송 등이 전했다. 캘리포니아에선 최근 ‘파이어 토네이도’도 수 차례 목격됐다. 파이어 토네이도는 지표면의 열기와 불꽃이 회오리바람을 타고 올라가 불기둥을 이루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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