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4

서평: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야마기시즘 농법 – 송명규(단국대 도시지역학부 교수) | 야마기시즘 Yamagishism



서평: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야마기시즘 농법 – 송명규(단국대 도시지역학부 교수) | 야마기시즘 Yamagishism

서평: 자연과 인간이 하나되는 야마기시즘 농법 – 송명규(단국대 도시지역학부 교수)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야마기시즘 농법

송명규 (단국대학교 도시지역학부 교수)


[자연과 인간이 하나가 되는 야마기시즘 농법]. ‘농법’에 관한 이 책은, 그러나 일반적인 농업 기술 서적과는 달리 단순히 어떤 특정 농업 기술을 소개하는 것으로 그치는 책이 아니다. 책제목이 암시하듯이 이 책은 “야마기시즘”이라고 하는 특별한 이념과 그 이념에 바탕을 둔 농업 방식, 즉 야마기시즘적 가치관, 우주관 및 인간관과 농업이라는 하나의 인간 활동 영역에서 그 이념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를 스케치하듯 보여주고 있는 안내서이다.

농업은 생명 부양을 위해 생명을 키우는 활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농업에는 단순한 이윤 추구의 방법이나 기술에 앞서서 ‘생명’을 어떻게 보고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생명을 사랑하고 보살피는 것인지에 대한 철학이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야마기시즘’이라고 하는 이념에 바탕을 둔 농업이 어떤 철학적 배경을 깔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데에도 더 없이 좋은 지침서가 되고 있다.

이 책의 이해를 위해서는 야마기시즘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야마기시즘 혹은 그 운동은 “자연과 인위, 즉 천 지 인의 조화를 도모하여, 풍부한 물자와 건강과 친애의 정으로 가득 찬, 안정되고 쾌적한 사회를 인류에 가져오는 것”을 취지로 한다. 그 구체적인 실현 모습은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도처에 산재한 야마기시즘 실현지(야마기시즘 이념을 생활 전체의 영역에서 구현하는 마을), 즉 “돈이 필요 없는 사이좋은 즐거운 마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일본 소재 야마기시즘 실현지에서 실제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들 실현지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단위 실현지별로 일체 경영과 일체 생활을 영위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농법은 결코 일반 농민들이 보편적으로 채택할 수 있는 농법이 아니다. 또한 이들의 농법은 설사 일반 농민들이 각자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특정 목적이나 방법이나 시기를 중심으로 협동하는 공동체적 방식으로 농업을 영위한다고 하더라도 그대로 수용 내지 적용할 수는 있는 농법이 아니다. 야마기시즘 농법은 오직 일체 경영, 일체 생활을 영위하는 야마기시즘 마을에서나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농법이다. 즉, 이 농법은 “자기라는 의식이 있거나, 자기 자신이 하는 부분만의 성적을 올리려고 하거나, 급료나 분배에 신경을 쓰거나, 권리나 의무의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려고 하는 인간 관계 속에서는 절대로 성립할 수 없는” 농법이다.

가령 야마기시즘 농법의 큰 특징 중 하나로 ‘유기 농업’을 들 수 있는데, 그 의미는 일반적인 유기 농업과는 전혀 다르다. 일반적인 유기 농업은 단순히 농약을 쓰지 않고 유기질 비료만을 이용하는 농업을 말하지만 야마기시즘 사람들이 말하는 유기 농업은 토양, 동식물 그리고 인간의 상호적 공생 공영, 공존 공활을 지향하며 그 모든 구성원을 말 그대로 유기적으로 연계시키는 농업이다.

나와 너를 포함한 삼라만상의 모든 존재가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으로 짜여 있고, 그 속에서 나의 존재는 너의 존재를 전제로 하여 성립하고 너의 존재 역시 나의 존재로 인하여 그 의미를 지니는 것이 참이라면, 이미 너와 나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별 실체일 수 없다. 나 없이 네가 있을 수 없고, 너 없이 내가 있을 수 없다면 너와 나는 유기적 전체 속의 부분들일 뿐이다. 또 야마기시즘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처럼 “나는 자연의 일부분으로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참이라면 인간과 동식물 및 나머지 자연들도 모두 유기체적인 관계 속에서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유기 농업은 일체 경영, 일체 생활, 일체 농업 속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진정한 의미의 유기 농업은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모두 하나가 되는 야마기시즘적 마을에서나 실현 가능한 농업이 아닐까? 야마기시즘 농법이 지향하는 바가 “자연과 인간의 일체”의 체득과 구현에 있음은 이미 책의 부제에 선언되어 있다.

이 책은 결코 남보다 기술을 선취하여 많은 이익을 남기려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인 것이 아니며 또 야마기시즘 농법은 그런 목적을 지닌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농법이다. 이 책은 또한 단순히 일반 농민들에게 야마기시즘 농법이라는 ‘농업 기술’을 널리 선전하고 전파하기 위해 쓰인 것도 아니다.

이 책은, 
  • 농촌을 “자신을 알고, 남을 알고, 자연의 섭리를 알고, 세계관을 얻을 수 있는” “인간 양육의 장”으로 이해하는 적극적이면서도 거시적인 안목을 지닌 사람들, 
  • 자신이 생산하는 먹거리를 통해 소비자들이 참된 행복, 완전한 행복을 얻기를 소망하는 사람들, 
  • 소비자들에게 그런 먹거리를 직접 배달하면서 그 일을 ‘참된 행복으로의 안내자’라는 사명감으로 실천하는 사람들, 
  • “전인 행복 사회의 실현을 염원하면서 참된 행복 생활을 같이 깨달아 가며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 
  • 어떤 경우에도 화가 나지 않는 성숙한 사람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한결같이 “사이좋고 즐겁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지상의 목표로 하는 사람들, 
  • 모두가 함께 번영함으로써 자신의 번영을 성취하려는 사람들, 언제나 “참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자신에게 되묻고 그 길을 향해 정진하는 사람들인 일본 야마기시즘 실현지의 무명의 농민들이,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고 사물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줄 아는 사람, 진심으로 타자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아는 사람, 물질적 욕망에 끌려 다니지 않고 마음의 풍요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 자기만의 것이라고 챙기려 들지 않고 오히려 비우고 풀어놓으려 하는 너그럽고 여유 있는 사람, 
  • 남의 행복을 나의 행복만큼이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 
  • 모든 것을 성급히 단정적으로 결론 짓지 않고 언제나 궁극의 진실을 탐구해 가려는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 
  • 참된 인생의 본연의 모습을 찾아 끝없이 정진하는 구도자적인 사람들과, 진심으로 땅과 작물과 가축과 농업을 사랑하고 즐기는 농민, 
  • 농업의 위치와 기능을 자기 자신의 생활 수단만이 아닌 전사회적, 전세계적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는 거시적 안목을 갖춘 농민, 수익보다는 소비자의 건강과 정서와 행복을 먼저 생각하는 농민, 
가격이나 양보다는 가치와 질을 중시하여 ‘진짜’ 농산물을 키우려 애쓰는 농민들을 향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야마기시즘에 접해 야마기시즘” 농법을 “탐구할 것을 호소”하며, “하루라도 빨리 이상 사회 실현을 위해” 이 농법이 “널리 실천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전인 행복 사회의 실현을 위한 토대”로서 출간한 책이다.

우리 나라에도 경기도 화성군 향남면 구문천리에 ‘산안마을’로 알려진 실현지가 하나 있다. 이 마을에서는 야마기시즘 농법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무소유 이념을 바탕으로 50 여 명의 주민이 야마기시즘 이념을 생활의 전체 과정에서 구현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야마기시즘 농법의 실제와 그것을 포함한 야마기시즘 사회의 구체적 모습을 보여주고 그 이념을 전파하기 위한, 일반인과 어린이 및 소년 소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