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2/13

생명 농업은 농촌 교회의 과제

생명 농업은 농촌 교회의 과제






생명 농업은 농촌 교회의 과제
경축 순환형 농업과 지역 순환형 유통 구조 마련 필요

고수봉 (rnrwkd@nate.com)
승인 2010.09.3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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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우리나라 생명 농업은 전체 농업의 4.5%에 그치고 있다. (사진 제공 김평화)



농촌 교회의 현실과 생생한 목회적 경험을 듣는 '농촌 교회와 선교' 세미나의 세 번째 시간이 28일(화) 한신대학교 장공기념관 강의실에서 열렸다. '생명 농업과 농촌 살리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발제는 여태권 목사(율곡교회, 이하 여 목사)와 논문에 대한 논찬은 한신대 신학대학원(이하 한신 신대원)에 재학 중인 권영림, 진영오, 정진용 원우가 맡았다.


자연의 파괴와 이상 기후를 겪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생태 문제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 농촌 교회가 주도하고 가야 하는 대안은 무엇인가? 자연과 생명이 살아 숨 쉬는 농촌에서 목회의 마지막 여정을 보내고 있는 율곡교회 27년 차 여 목사의 발제를 들어 보자.










▲ 율곡교회 27년의 목회 경험을 전하는 여태권 목사. (사진 제공 김평화)







"평생 목회하면서 농사나 짓고 생활할 줄 알았지. 신대원에서 강의까지 참가하게 될 줄 몰랐다"며 운을 뗀 여 목사는 "농사짓는 목사는 사람들이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마을의 지식인이자 교인들의 자존심인데, 허름하고 남루한 목사를 좋아하겠냐?"고 농목 1세대로서 처음 시작했던 때를 회상한다. 물론 농민의 상황과 마음을 알기 위한 진심이 전해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여 목사가 율곡교회에 부임했을 당시 소 값 파동으로 농민들의 어려움이 매우 컸다고 한다. 교인들을 데리고 시위도 많이 다녔지만, "농사꾼은 역시 땅을 파고 씨앗을 뿌려서 잘 거두어들이는 농업이 있어야 한다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젊은 교인들을 모아 '뿌리회'라는 것을 조직해 완주 한우영농조합법인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실패를 맛보게 되었고, 남은 돈으로 사육하는 형태보다는 유통을 직접 해야겠다는 생각에 식당과 쇠고기 직판장을 개설해 한우 유통을 시작했다.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수익이 많아지면서 분배에 대한 불만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사업을 접었다고 한다. "신앙적으로 깊은 회의감과 좌절감을 경험하면서 생명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농업에 대한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기 시작했고, 자연과 더불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삶의 형태를 찾기 시작했다"(논문 발췌)고 고백한다.

그래서일까? 여 목사가 제안하는 '생명 농업의 미래와 과제'는 경축 순환형 농업과 지역 순환형 유통, 도농 교류의 안착에 있다고 한다. 소를 사육하면서 분배의 갈등, 축사 폐수, 유통의 중요성 등 여 목사는 실패와 도전, 그리고 성공 속에서 생명 살림으로 사람도 함께 살 수 있는 작은 대안을 제시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생명의 가치를 깨닫고 소중히 할 수 있는 마음을 갖는 세상을 꿈꾼다"는 여 목사는 "내가 농촌에 왔을 때는 생존을 위해서 대안을 찾았을 뿐"이라며, "앞으로 진정한 새로운 도시·농촌의 모델과 체계는 여러분의 몫"이란 짧은 바람을 전했다.








▲ 생명 농업은 많은 사람들이 누려야 할 혜택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진 제공 김평화)



이어 논찬자들은 "농촌의 수익 모델로서 소개되는 생명 농업(뿌리회의 한우사육 사례)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며, "생명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는 생산-유통-소비의 형태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논평했다. 이에 류장현 교수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생의 관계가 형성되었을 때 진정한 살림의 밥상이 실현되는 것이라 생각한다"라며 "유통 구조의 개선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다면 큰 틀에서 생명 농업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논평에 대한 소견을 전했다.










▲ 논찬을 맡은 정진용 원우가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김평화)







여 목사도 수익 모델로서 생명 농업이 소개되는 것은 거부한다. 유기농이란 이름으로 비싸게 팔려다 보니 생산자는 먹지도 못하는 모순이 생겨난다.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자, 정신, 철학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래서 손수 생명 농업을 실천하고 있는 여 목사는 자신처럼 농사짓는 교인들에게 "자신이 먹을 것과 친인척에게 나눠줄 것은 남겨두라"고 당부한단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며, "요즘은 학교 급식 납품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혜택을 나눌 수 있는 유통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짧은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강의를 마치며 소감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기서 여 목사는 "사명이라고 생각한 일을 꾸준히 해 왔다"며 "길어봐야 5년 안에 은퇴하게 되겠지만 어느 교인도 내가 떠날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떠날 생각도 없다. 마지막까지 농사지으면서 교인들과 함께할 것"이라는 말 속에서 생명과 어우러져 살아온 노 목사의 깊은 영성이 묻어 나온다. 끝으로 여 목사는 "새로운 도전을 끊임없이 하길 바란다"는 후배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다음 세미나는 '농촌 교회 복지 선교'를 주제로 홍요한 목사(신전중앙교회) 논문 발제가 10월 5일(화) 한신 신대원 본관 2311에서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