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그녀는 왜 ‘집에서 홀로 죽음’을 권할까 : 일본 : 국제 : 뉴스 : 한겨레
‘고령화 시대’ 그녀는 왜 ‘집에서 홀로 죽음’을 권할까
등록 :2022-02-01 18:23수정 :2022-02-01 18:29
김소연 기자 사진
김소연 기자
일본 1인 노인가구 28.8%까지 치솟아
죽음 어떻게 맞이할까 다양한 논의
사회복지 적극 활용, 인간관계 노력해야
일본의 대표적 신도시인 다마뉴타운 나가야마단지 안에 있는 카페 ‘후쿠시테이’에서 고령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조기원 기자
‘고령화 시대’ 1인 노인 가구가 급속히 늘어나자, 일본에선 어떻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학 명예교수는 지난해 <재택 나 홀로 죽음을 권장>이라는 책을 냈는데, 100만부 넘게 팔렸다. 조금은 도발적인 제목이지만 그만큼, ‘고독사’ 등이 일본 사회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면서 ‘노후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일본은 세계 최고의 고령 사회다. 일본 총무성이 최근 발표한 ‘2020년 국세조사’ 자료를 보면, 65살 이상 인구는 5년 전보다 6.6% 늘어 고령화 비율이 28.6%로 집계됐다. 혼자 사는 노인도 급격히 늘고 있다. 후생노동성 자료를 보면, 65살 이상 세대 중 1인 가구는 2001년 19.4%에서 2013년 25.6%, 2019년 28.8%까지 치솟았다. 혼자 사는 노인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게 됐다.
사회학자인 우에노 교수도 올해 72살로 독신이다. “저는 혼자 살고 있습니다. 이대로 인생의 내리막길로 내려가 요양 보호를 받고, 조용히 혼자 죽고 어느 날 제가 발견되겠죠. 그것을 ‘고독사’라고 불리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썼어요.” 우에노 교수는 “고독사라는 건 그 전부터 고독하게 살았기 때문이다. 혼자 살아도 고독하지 않으면 고독사가 아니다. 집에서 혼자 맞이하는 죽음”이라고 말했다.
우에노 교수의 생각은 간단히 말해 이렇다. 혼자 살고 있다고 해도 자신에게 익숙한 집에서 늙고, 죽어가는 삶이 가장 만족스럽다는 것이다. 자신의 마지막을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보내기보다 집에서 어떻게 마무리할지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우선 우에노 교수는 혼자 사는 것에 두려움을 내려 놓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책에서 인용된 오사카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쓰지카와 사토시 의사의 조사 보고서를 보면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2014년 60살 이상 남녀 924명을 대상으로 생활의 만족도를 물었더니, 혼자 사는 사람은 평균 73.5점,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경우는 68.3점이 나왔다. 쓰지카와 의사는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의 경우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만족도가 낮다”고 말했다. 우에노 교수는 부부 중 한쪽과 사별하고 자식과 함께 사는 경우 만족도가 떨어지고 외로움도 크다고 설명했다.
사회 전반적으로 1인 가구가 늘면서 사회 시스템도 편리해지고 있다. 우에노 교수는 “요리를 할 수 없어도 된다. 식사 배달 서비스도 있고 편의점 음식도 엄청나게 발전했다”고 말했다. 물론 만족스러운 혼자 살기를 위해 반드시 노력해야 하는 점도 있다고 강조한다. 바로 인간관계다. 일본 내각부 조사를 보면, 60살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국제조사를 해보니, 친구가 없는 사람 비율이 일본 남성의 경우 40.4%로 가장 높았다. 우에노 교수는 “인간관계는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 <한겨레> 자료사진
부모가 원한다고 해도 자녀 입장에선 나이 든 부모를 혼자 살게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특히 노화로 거동이 불편해지면 걱정이 크다. 이와 관련해 <엔에이치케이>(NHK) 방송 기자가 우에노 교수를 인터뷰 한 내용을 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엔 저희 아버지의 경우 개호보험(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최대한 활용해도 자비로 홈헬퍼(도우미)를 부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우 무슨 서비스가 필요한 거죠?
엔 거동은 가능하지만 움직임이 불편하니까 화장실 등 갈 때 도와주거나 넘어질 경우 혹시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으니 도와주는 분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 부분이 보험으로 충분하지 않아요.
우 긴급콜은 연결하고 있죠? 예를 들어 화장실에 갔을 때 쓰러지면 방문 개호 스테이션에 연락이 갈 만한 대응을 하고 있나요?
엔 네 하고 있습니다
우 그렇다면 누가 옆에서 계속 달라붙어 있을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요.
엔 걱정이 되니까.
우 자녀의 안심을 위해 비용을 쓰고 있는 거네요.
우에노 교수는 노후에 혼자서 살고, 죽음을 맞기 위해서는 사회보장서비스를 제대로 파악하고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도가 완벽할 수 없지만 일본 개호보험이 시작된 지 20년이 됐고 집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서비스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간호·간병 등 전문직들의 경험도 그만큼 쌓였다고 지적했다. 다만 자녀가 있다면 의사결정을 함께 하라고 조언한다. 요양 서비스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는 설명자료와 사업자 명단을 알려주긴 하지만 어떤 서비스를 누구에게 받을지는 선택의 문제다. 이 과정에서 자녀와 의논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죽음에 대한 문제는 정답이 없다. 경제적 상태, 가족 관계, 성격 등 자신이 처한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우에노 교수의 제안도 여러 방안 중 하나일 뿐이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