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13

박정미 - 삶이 기로에 서있어 앞으로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을 때

박정미 - 바삶이 기로에 서있어 앞으로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을 때 미래를 묻고싶은... | Facebook
20230913

박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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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날에는 예언이 그리워진다

삶이 기로에 서있어 앞으로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을 때 미래를 묻고싶은 유혹에 빠지곤 한다.
젊어서 뒤늦게 시작한 고시공부가 힘겨워졌을 때 친구 손에 이끌려 처음 철학관이라는 곳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 이후 지금까지 생년월일을 넣고 사주를 대여섯번은 본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시험에는 떨어지고 결혼에는 성공했으니(내 친구들 중에는 아직도 미혼인 친구들이 많다) 굵직굵직한 것은 대부분 들어맞은 것 같다.

 하지만 이따금 그 사주쟁이 아저씨들 생각이 나면 꼬리를 무는 다른 의문이 떠오르곤 한다.
사주풀이가 맞았다면 팔자대로 내 운명이 흘러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내 기질이 말과 미래 예언에 대한 피암시성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예언이나 미래에 대한 예측은 현실에 중립적인 쪽일까, 아니면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젊어서는 나라와 민족의 미래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서 이런저런 비결서와 예언서도 뒤적여보곤 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봉우선생,  육관도사 , 증산교, 탄허스님의 관련서였다. 그들의 예언은 대부분 비스무레한 이야기였는데 김지하의 책을 읽다가 루돌프슈타이너까지 같은 말을 했다고 나와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우리 나라가 인류를 도덕적 정신적으로 이끌도록 선택되었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슈타이너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과거 이스라엘민족이 지중해문명을 이끌었듯이 다음 번 <성배의 민족>이 될 우리가 새로운 인류문명을 이끌거라는 것이다.
 슈타이너를 뺀 나머지 국내예언자들은 통일한국의 빛나는 미래와  만주와 연해주까지 우리나라 강역이 넓어진다는 강대부국의 꿈까지 함께 내놓아서 젊은 가슴을 벅차게 했다. 

 최근 나라 안팎이 어지러워 정치, 사회면 뉴스에 아예 관심을 끊으려고 하고 있다. 출구없는 저질 내로남불 편가르기 정치에 신물이 날 데로 난 데다가, 도처에 제 욕망의 언어로만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는 사회로 전락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성배민족은 개뿔!"

역겨운 뉴스를 접할 때마다 나는 혀를 차며 젊은날 나를 설레게 했던 예언의 말들을 떠올렸다.
하지만 쓰레기통에 장미가 피는 게 더 빠를 거라고 비웃음을 사던 한국의 민주주의가 어쨌든 이렇게 말도많고 탈도 많지만 그나마 꽃을 피우지 않았는가. 그렇듯 뒤죽박죽 욕망의 소용돌이에 얼이 빠진듯한 우리사회에도 어딘가 영혼과 정신의 희망이 숨어있지 않을까.
 우리 학계의 이단아, 이화여대 최준식교수의 책 <예언>을 도서관에서 찾아내자 눈이 번쩍 뜨인 것은 그렇듯 내 딴에는 절실한 갈증 때문이었을 것이다.
 '종교사상가들이 예언한 한국의 미래와 사명'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을 처음 펼칠 때는
"어디 최준식 교수는 이 복마전같은 한국사회에서 그 헛된 꿈을 어떻게 말하는지 한번 두고보자!" 는 심정도 있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펴보니 어쩌면 그렇게 최교수의 마음이 곧 내 마음 그대로인지 놀라울 정도였다. 
 최교수도 한국의 정치나 교육, 종교분야에서의 난맥상을 보면서 나처럼 예언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런데 최교수의 마음이 돌아서는 계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얼마 전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 사태였다.
 그는 한국의 의료보험과  의료대응체계, 정보통신의 발달수준과 함께 한국인의 선한 심성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큰 위기 앞에서 자신의 안위나 불편함보다는 사회나 이웃을 생각하는 심성 말이다.
거기에는 의료진들의 헌신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들의 철저한 마스크착용이나 사회적거리두기, 철저한 자가격리도 포함돼있었다.

 최교수는 현재상황으로 한국인이 영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바탕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나름 정연한 논리가 있다.
먼저 한국인들이 영적으로 높지는 못하나 영적인 에너지가 유달리 충만한 것은 사실이다. 지금 한국의 밤거리를 지배하고 있는 교회첨탑의 십자가 네온싸인을 보라. 영적인 갈구의 목소리가 전세계에서 제일 시끄럽다.

 그리고 한국의 역사는 외부의 침략을 방어하기에 급급했을뿐 먼저 외국을 침략한 카르마가 없다. 현대 선진국대열에 들어선 나라 중에서 약육강식의 제국을 경영하지 않고 피지배 약소국에서 도약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게다가 한국인은 그 고통의 역사 한 가운데서 약육강식의 세상을 극복할 새로운 이상을 선언할만큼 믿음을 놓지 않았다.
 나라가 망해가는 와중에 그리고 나라가 망해 없어진 어둠의 시간에 동학의 수운과 해월, 강증산, 원불교 소태산과 정산은 새로운 개벽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그리고 최교수가 마지막으로 길게 논증한 것은 우리민족의 착한 심성이다. 착하다고 해서 모두다 영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영적이면 착할 수 밖에 없으니 착하다는 것은 영적이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최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착한심성의 증좌를 민족문화에서 찾는다.

 맹자의 성선설을 신봉하는 유교성리학문화, '효제충신 예의염치'의 교육을 위한 문자도(文字圖)의 대중적 보급, 권선에 유달리 힘쓰고 선한 이야기를 유독 좋아하여 즐기는 마음, 도깨비와 사천왕상마저 순박하고 어수룩해보일만큼 선하고 순한 성품이 깃들인 예술품, 자연친화적인 건축문화가 그것이다. 저 1919년 3월1일에 표출된 그 집단적 선한 에너지는 어떤가!

나는 최교수의 논변에 설득당하고 싶어졌다.

 만일 한국인의 바탕에 있는 이 영적 에너지가 질적인 전환의 계기를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음악과 드라마가 중심이 된 한류가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가능하게 해주는 마중물이 된다면?
한국인들이 고래로 지켜온 한국의 정신, 한국의 가치관, 세계관, 자연관을 세계에 영적인 선물로 내보이고 새로운 인류의 정신문명을 이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예언에는 자기충족적 성격이 있다고 한다.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이 결과를 만들고, 예언으로 인한 믿음이나 기대로 그 예언이 실현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평생 큰 바위 얼굴을 보고 살아간 어니스트가 큰바위얼굴이 점지한 인물이 되었듯이 우리나라도 이 예언을 믿고 되풀이하여 노력하면 우리 다음대에는 큰 인물들이 나와 정신적 영적 도약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이 스산한 이 즈음, 희미한 희망의 빛이 반짝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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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군희
나라가 꼭 망할 것 같기만 한 요즈음...
샘의 말처럼 희망의 빛이 반짝 빛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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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
박정미
이군희 어쩌면 숲안에서 숲을 못보고 있는 면도 있는지 몰라요. 외국인들이 밤늦게 여자들이 안전하게 나돌아다니고, 카페자리에 가방과 핸드폰을 놔두고 화장실에 다니는 풍경을 보고도 놀라 못믿겨한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립니다. 우리에겐너무나 당연한 일상인데.
이제 저는 좋은 쪽을 좀 더 봐야겠어요^^(안그러면 못견디겠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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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
Edited


이병철
잘 읽었네. 지금 정치판을 중심으로하는 극심한 편가름의 진영논리와 정치꾼들의 내로남불 등 극한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이 국면이 큰 진통없이 진정된다면 그 후에는 새로운 국면으로의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 태풍이 지난 뒤의 그 눈부신 하늘처럼
May be an image of twilight, ocean, beach, horizon and clo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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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
박정미
이병철 우리사회를 어둠속으로 몰고가고 있는 정치와 종교와 교육 중에서 정치가 가장 시끄럽고 연결고리의 중심에 있고 눈에 제일 잘 보이니 우리가 살아나려면 가장먼저 정치개혁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윤대통령이 그 역사적 역할을 맡아주기를 그렇게 믿고 기대했건만 지금은 아무래도 정치초보에게 과도한 희망을 걸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나라를 돌이켜 중심을 잡으려는 노력과 성과만으로 만족해야할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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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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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목
지금이 바닥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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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
Namgok Lee
서툰 시지만, 내 바람이며 예언(ㅎㅎ)이랍니다.
차도절부 借刀切腐
단기양환 斷其兩患
이극제극 以極制極
극진도현 極盡道見
필유과정 必有過程
이변비중 離邊非中
구거신래 舊去新來
가진진현 假盡眞顯
궁즉변 窮卽變
변즉통 變卽通
통즉활 通卽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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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
박정미
이남곡 아! 선생님의 다른 말씀과 똑같이 이 예언을 믿고 따릅니다. 고맙습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후련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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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


Paul Shin
사주팔자, 처한 상황, 개인의 노력 이 세 가지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정통 사주팔자론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 외에도 그 개인에 대한 깊은 통찰의 힘이 더해져야 제대로 된 운명감정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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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
박정미
신평 신변호사님께 사람보는 눈, 지인지감이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습니다만 혹시 사주명리도 보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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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


김홍석
아주 많이 공감하고 갑니다. 탁한 세상이지만 맑은 영혼과 정신을 가진 사람이 반드시 득세를 하거나 세상을 구하게 되니 너무 걱정 마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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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
Ilwon Yoon
저도 그중 탄허 스님 글은 읽었지만, 최교수님 예언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물론 읽지는 않았고 박쌤의 글을 통해서 이해한 느낌이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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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h
Sejin Pak
저는 한국민족 특수론, 특별히 우수론에 대해서는 별로이지만, 한국민족 만이 아니라 모든 민족, 그러니 인류가 가야 할 방향으로서 영적 진화는 받아드립니다. 그러니 한국민족이 특별히 우수하지 않아도 그 방향으로 가야 문제가 해결 된다고 보는 편입니다. 사주팔자론과는 다른 이야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