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9

Namgok Lee - 바우만의 책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Namgok Lee - 바우만의 책 제목으로 하고 있는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은 바우만이 두 번째 쓴 편지의... | Facebook

Namgok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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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만의 책 제목으로 하고 있는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은 바우만이 두 번째 쓴 편지의 제목이다.
그 내용 가운데 일부다.

“미국 <<고등교육 신문>>의 웹사이트에 한 10대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그는 문자 메시지를 한 달에 3000건 씩 쓴다는 데, 하루 평균 100건의 문자를 보낸다는 것이다. 
미국 10대 청소년의 최대 75%는 시간이 날 때마다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같은 웹사이트에 접속하는데, 뭘 그렇게들 하는지 보면... 수다를 떤다. 지금의 10대는 온라인 채팅이라는 강력한 새 약물에 빠져 있다는 게 치머만 교수의 이야기다. 청소년이든 성인이든 모든 약물 중독자는 고통스러운 금단 증상을 겪는다. 혹시 어떤 바이러스(또는 부모나 교사)로 인해 인터넷이 끊기거나 휴대전화가 실행되지 않는다면 거기에 중독된 청소년이 어떤 고통을 겪을지 우리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워크맨의 밀봉된 소음에 의존할수록, 점점 비어가는 곁자리의 공허는 더 깊어지기만 했다. 게다가 공허에 잠겨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자기 자신의 근육이나 상상력 등 첨단 기술이 도래하기 전의 수단을 동원하여 공허에서 빠져 나오는 능력은 점점 쇠했다. 그러다 마침내 도래한 인터넷은 공허를 잊거나 덮게 해주었고, 그로써 공허의 독성을 해독했다.  외로움의 고문에서 벗어나기만을 바라던 이들은 이 새로운 공존 형식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손에 손을 맞잡던 옛날 방식보다 훨씬 더 좋다고 생각했다.
일단, 이제 더는 두 번 다시 혼자일 필요가 없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멀리 있지 않고 그 누구든 언제든 재까닥 불러낼 수 있다. 대화가 탐탁치 않은 방향으로 틀어질 징후가 하나라도 보이면 그대로 ‘접촉’을 끊으면 된다. 그러니 위험할 것도 변명하거나 사과하거나 거짓말할 필요도 없다.”

“이 모든 것에는 치러야할 대가가 있다. 선뜻 지불할 수 없을만큼 비싼 대가일지 모른다.  ‘상시 접속’ 중인 사람은 결코 온전하게 충분히 혼자일 수 없기에 그렇다. 또한 결코 혼자가 될 수 없는 사람은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창 밖을 바라보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세계를 상상하기가 어렵’기에 그렇다.”

“외로움으로부터 도망치는 사람은 고독의 기회를 놓친다. 사람이 생각을 ‘그러모아’ 숙고하고 반성하고 창조하는 능력, 그 마지막 단계에서 타인과의 대화에 의미와 본질을 부여하는 능력에 바탕이 되는 숭고한 조건을 잃는 것이다. 그러나 고독을 한번도 맛보지 않은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박탈당했고 무엇을 버렸고 무엇을 놓쳤는지조차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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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휴대폰을 잃어버렸을 때나 인터넷이 끊기는 상태, 카카오톡이 불통이 될 때를 생각해 보면 청소년 뿐 아니라 성인들도 상당히 깊숙이 ‘중독’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하철의 풍경도 떠오른다. 누구도 군중 속에서 고독을 느낄 틈이 없다. 휴대폰 화면을 통해 ‘접속 중’이다.
고독을 피하려고 끼리끼리 만난다. 특히 퇴행적인 편가름과 팬덤 현상을 일으키는 집단적 확증편향을  인터넷의 알고리즘이 촉진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온갖 사이비 종교나 저급한 정치 선동들이 이 공간을 잠식한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타인과의 대화에 의미와 본질을 부여하는 능력에 바탕이 되는 
숭고한 조건’을 온라인 상에서도 넓혀갈 수 있다.
면 대 면의 만남과 적절히 조화한다면 이런 기술의 발달은 큰 축복이 될 수도 있다.
인간의 ‘숭고성’을 확대하고 보편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아마 코로나로 인한 단절의 시대에 이런 노력들이 충분히 실험되고 진행되었을 것이다.
결국 인터넷을 비롯한 인공지능 등을 어떤 방향으로 이용할 것인가 하는 ‘인류의 지혜’가 시대의 과제로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호스피스 병동에 계신 장태원 선생님의 ‘노자 강의’를 매일 페북에 올려서 자연스럽게 온라인 공간에 함께 공부하는 모임이 만들어지고 나중에 직접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이 떠오른다.

고독으로부터 ‘상시 접속’으로 도망쳐서 생각하고 교감하는 능력을 잃어갈 것인가? 
인간의 ‘숭고지향성’을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넓히고 깊게 하는 도구로  활용할 것인가?


*번역이 좀 읽기에 편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번역도 창조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