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4

希修 짜증, 미움, 원한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초기불교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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希修

< 짜증, 미움, 원한을 다스리는 법에 대한 초기불교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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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호흡의 안정과 몸의 이완에만 우선 집중하고, 그때까지 다른 생각은 잠깐만! 중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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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대방이 ‘잘못’했다는 내 판단의 근거를 스스로 집요하게 캐묻고 의심할 것. 나의 감정, 해석, 기대, 가치관, 전제에 대한 책임을 타인에게 지우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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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상대방이 실제로! 잘못했을 경우, 적의로 가득한 나 자신을 영양실조 + 탈수 + 탈진의 상태로 여기고서 상대방의 장점을 찾아 볼 것. (당장 내 마음 편하자고 상대의 잘못을 억지로 합리화, 미화하는 일은, 화라는 악을 어리석음이라는 악으로 대체하는 것일 뿐.) 상대의 장점이나 선행을 기억해 낼 수 있거든 그 부분을 '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한 모금의 물'처럼 소중히 여기고 고맙게 생각할 것. 내가 적의 가득한 마음으로 살 경우 내세에 지옥으로 윤회하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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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상대의 장점이나 선행을 단 한 가지도 생각해 낼 수 없을 경우엔, 어리석음으로 인해 악업만 짓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goodwill과 compassion을 가질 것. 타인의 잘못과 나의 마음을 분리하여, 상대의 잘못은 그의 악업이고 화내고 미워하는 나의 마음은 나의 악업임을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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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실을 말하기도 하고 거짓을 말하기도 하고, 칭찬을 하기도 하고 모함을 하기도 하며, 바른 이의 편에 서기도 하고 바르지 못한 이의 편에 서기도 하는 것이 인간 세계의 정상적인! 모습임을 기억할 것. 모든 사람이 내가 바라는 꼭 그대로 행동할 수도 없고 내가 남의 언행을 제어할 수도 없음을, 타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나 역시 그러함을, 이것이 인간계의 수준이고 한계임을 기억할 것. (재가자의 경우 사회적 차원에서 필요한 일은 그것대로 하더라도 마음은 이렇게 가지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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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타인이 잘못한다고 해서 적의를 가지면 그쪽에서도 내게 적의를 가질 것이며, 이런 식으로 원한과 미움은 영원히 악순환될 뿐임을 기억할 것. 그렇다고 상대를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거나 친하게 지내려 무리할 것도 없고 서로를 놓아 주면 충분. '너랑 나는 안 맞지만 너는 너대로 행복하기를 바란다.'라거나 '니가 나한테는 실수를 했지만 언젠가 깨닫고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음으로써 네 자신의 앞날에 복을 쌓기를 바란다.' 정도의 마음이면 충분한 goodw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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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계속 얼굴 보며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상대 언행의 디테일에 대해 신경을 끄고 심리적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외부 세계에 의해 영향받지 않는 평정심을 유지할 것. (있는 그대로를 모두 정확히 알아차리면서도 외부에 의해 영향 받지 않는 평정심이지, 인지부조화나 자발적 무지를 댓가로 하여 얻는 평정심이 절대 아님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 내 신경을 긁는 얘기를 상대가 하더라도, 나를 ‘해치는’ 것은 타인의 말이 아니라 내 스스로 짓는 악업일 뿐임을 기억할 것. 누군가가 실수로 불유쾌한 소음을 냈을 때 그 소음을 나의 감정적 반응으로까지 연결시키지 않고 그냥 지나치듯이, 그렇게 그저 무심히 지나칠 것. 나의 짜증, 분노, 비난으로써 타인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함을, 내가 지금보다 10배, 100배로 화를 내도 나의 화 때문에 상대방이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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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마음이 힘들 때마다 '나의 goodwill은 바다만큼, 지구만큼, 우주만큼 넓고 크다!'고 상상하면서, 어리석은 상대방,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어리석은 나,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존재들에 대한 goodwill과 compassion을 회복, 유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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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Hyun Ju Kim, Sungsoo Hong and 12 others

希修

불과 5개월 전 쓴 이 글에 어떤 페친분께서 어제 좋아요를 누르셔서 나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예전 글을 볼 때 대개는 '아, 맞아. 내가 이런 애기를 했었지.' 하고 금방 기억이 나는 데 비해, 이 글은 마치 남이 쓴 글을 생전 처음 보는 듯 생소한 느낌이 들어 나 스스로도 정말 많이 놀랐다. 실천은 커녕, 이론 자체도 이렇게 적어놓기만 하고서 새까맣게 잊어먹고 있었다는 얘기 말고는 당최 설명 방법이 없는 것. 지식이 족족 체화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노력하긴 했던 거 맞나 싶을 만큼 노력 자체가 너무 부족했기에 나 자신 경험해야 했던 (그리고 분명히 주위에도 끼쳤을)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생각하니.. 한심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