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1

[기고] 탈원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 - CEONEWS - 시이오뉴스

[기고] 탈원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 - CEONEWS - 시이오뉴스



[기고] 탈원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

이덕환 교수
승인 2018.10.12 

탈원전 고집하는 정부가 원전 수출한다는 발상은 비윤리의 극치

[CEONEWS=이덕환 교수] 이낙연 국무총리가 ‘탈(脫)원전’이 우리 머리에 맞지 않는 ‘너무 큰 모자’로 평가했다고 한다. 현재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원전 5기를 짓고 있으니 완전한 탈원전은 60년 후에나 실현될 수 있는 먼 미래의 꿈이라는 것이다. 어설픈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백운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오히려 괜한 탈원전에 발목이 잡혀서 정작 중요한 산업혁신과 신산업 개발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고 기자들에게 푸념을 했다는 소식이다. 지난 1년 동안 온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멀쩡했던 전력 수급체계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책임감은 찾아볼 수 없는 해괴한 유령(幽靈) 화법이다.

탈원전은 명백한 현실

탈원전은 작년 6월 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의 핵폭탄급 ‘탈핵’(脫核) 선언으로 시작됐다. 국민 안전과 환경을 위협하는 위험하고 더러운 개도국형 에너지 생산 기술인 원전과 석탄화력을 안전하고 깨끗한 선진국형 신재생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40년 동안 산업 발전과 국민 생활에 크게 기여했던 고리 1호기를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핵폭탄으로 전락시켜버린 황당한 선언이었다.

그러나 탈핵 선언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멀쩡하게 돌아가던 석탄화력을 늙었다는 이유만으로 가동을 중단시켰고, 공정이 진행 중이던 신고리 5‧6호기의 공사도 중단시켜버렸다. 역시 멀쩡하게 가동 중이던 원전 24기 중 11기를 안전 점검을 핑계로 무작정 세워버리기도 했다. 7천억 원을 들여 보수해놓은 월성 1호기를 영구 폐쇄하고, 진행 중이던 신규 원전 4기의 건설 공사도 중단시켜버렸다. 지난 1년 동안 탈원전에 쏟아 부은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는 추정도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 겨울의 기록적인 혹한이 그 시작이었다. 2월 6일에는 전력 수요가 당시 사상 최대인 88.2GW까지 치솟았다. 수급에 비상이 걸린 정부는 기업의 조업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수요감축 지시를 10차례나 발령해야만 했다. 기상 관측 이후 최악의 폭염이었던 여름에도 전력 수급에 다시 비상등이 켜졌다. 7월 24일에는 전력 수요가 다시 사상 최대인 94.5GW로 폭증해버렸다. 5개월 사이에 전력 수요가 7%나 늘어나 버린 것이다. 다행히 어렵사리 최악의 위기는 모면했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과연 다가오는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기업인 한전과 한수원의 위상도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원전의 발전 총량은 재작년 상반기의 7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석탄과 LNG 화력의 가동을 늘여야만 했다. 결국 초우량 기업이었던 한전은 최근 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냈고, 8조원의 시가 총액이 날아가 버린 부실기업으로 전락해버렸다.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원전 수출의 꿈

원전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탈원전을 고집하는 정부가 원전 수출을 계속하겠다는 발상은 아무도 용납할 수 없는 비윤리의 극치다. 원전이 우리에게 위험하다면 다른 나라 국민에게도 위험한 것일 수밖에 없다. 그런 원전은 절대 수출하지 말아야 한다. 어쨌든 원전 수출이 ‘바라카’(신의 축복)라는 대통령의 꿈은 환상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미 영국의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참여도 불확실해졌다.

현실은 훨씬 더 심각하다. 이미 원자력을 전공하겠다는 학생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원전의 건설과 운영에 필수적인 원전 부품 공급 산업은 더욱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중소기업들이 중국으로 떠나가고 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원자로 생산에 세계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두산중공업이다. 원전과 석탄화력의 신규 수주 물량이 사라져버린 우리나라에서 두산중공업이 현실적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다. 두산중공업이 중국으로 떠나버리면 지난 60년 동안 애써 이룩해놓은 원전 산업은 온전히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낼 혁신 성장의 구호가 공허하게 들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원전의 신규 건설이나 수출만 불가능해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건설해서 앞으로 60년 동안 남아있을 원전의 안전한 가동도 보장하기 어려워진다. UAE에 완공될 바라카 원전의 운영권도 포기하게 될 가능성도 걱정해야 한다.

원전 산업의 붕괴는 절대 괜한 걱정이 아니다. 실제로 원전의 종주국이었던 미국과 영국이 경험했던 현실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최초로 원자폭탄을 개발했고, 영국은 1956년 세계 최초로 상업용 원전을 건설한 원전 선진국이다. 우리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의 원전과 핵 기술을 보유한 미국과 영국이 모두 상업용 원전 건설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78년 쓰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포기한 탓이었다. 원전 건설에 필요한 전문 인력과 기반 산업이 사라져버리기까지는 채 30년도 걸리지 않았다. 우리의 사정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는 온전한 착각일 수밖에 없다.

신재생 마피아들의 이기주의

탈원전의 대안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을 내세운다. 그런데 탈원전을 전제로 어설프게 만들어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드러난 신재생의 진실은 충격적이다. 2030년까지 건설하겠다는 58.5GW의 신재생 발전 시설이 생산할 수 있는 전력은 고작 8.8GW에 지나지 않는다. 발전효율이 평균 15%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전국의 숲·농지·저수지를 파헤치고 세워놓은 태양광과 풍력이 사실은 하루 평균 고작 3.6시간 동안 발전을 하고, 나머지 20.4시간은 아무 쓸모가 없는 혐오시설로 남게 된다는 뜻이다.

비용은 더욱 황당하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 쏟아 부을 비용이 무려 170조원에 이르고, 서울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산림·농지·저수지를 훼손시켜야 한다. 더욱이 신재생 시설의 수명은 고작 10년 남짓이다. 수명이 다하면 또 천문학적 비용을 투입해서 모두 새 것으로 교체해야 한다. 엄청난 양의 폐기물이 쏟아져 나오고, 숲·농지·저수지가 훼손된다. 태양광 패널 폐기물의 재활용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재생이 친환경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것이다. 더욱이 8.8GW의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의 건설은 40조원으로 충분하고, 적어도 60년을 활용할 수 있다. (참고로 4대강 사업에 들어간 비용은 25조를 넘지 않았다.)

더욱이 태양광과 풍력을 비롯한 신재생은 태생적으로 간헐성을 극복할 수 없다. 전력이 필요할 때 가동을 보장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전력저장장치(ESS)는 현재 개발 중인 미완성의 기술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로는 국가적 규모의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공급이 제한되어 있는 리튬 원자재의 수급도 보장할 수 없다.

결국 신재생의 간헐성을 채워줄 현실적인 대안은 화석연료인 천연가스(LNG)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30년까지 21.1GW의 LNG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해야만 한다. 결국 온실가스와 초미세먼지를 내뿜고, 발전단가는 널 뛰듯 할 수밖에 없는 LNG 발전소에서 신재생으로 생산하는 전력(8.8GW)의 5.4배에 이르는 47.5GW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 배보다 훨씬 더 큰 배꼽이 필요한 신재생은 절대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

결국 밀실로 운영된 대선 캠프의 ‘신재생 마피아’들이 어설프게 급조한 탈원전은 사실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마구 쏟아내는 LNG 확대 정책이다. 개발도상국의 기술이라는 석탄의 비중도 줄어들지 않는다. 2030년에도 38.9GW의 전력을 석탄화력으로 생산해야만 한다. 탈원전의 대안이라는 신재생은 허울뿐이고, 국민안전과 환경보존도 불가능한 꿈이 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소규모 분산형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신재생 시설의 현실적인 관리도 불가능에 가깝다.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력을 송전망에 올리려면 직류를 교류로 전환시켜주는 인버터(inverter)라는 정밀장비가 필요하다. 과연 신재생 마피아들이 신재생 발전설비를 전문적으로 관리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다. 자칫하면 애써 생산해놓은 전력의 품질(전압, 주파수)만 떨어뜨리는 장애요인으로 전락해버릴 수도 있다.

탈원전은 국가 에너지 정책의 중대한 변화를 뜻한다. 헌법 88조에 따라 국무회의의 심의 사안이고, 원자력진흥법에 따라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원자력진흥위원회의 심의‧의결 사안이다. 에너지법도 있고, 녹색성장기본법도 있다. 국회가 제정한 법률이 철저하게 무시하고 추진되는 탈원전은 여전히 ‘제도화’되지 못한 어설픈 대선 공약일 뿐이다. 밀실에서의 야합에 의한 적폐(積弊)를 거부한 촛불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머리에 맞지 않는 모자’는 고치거나 버리는 것이 순리다. 이름을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장관이라면 자신이 무슨 정책을 어떻게 추진하고 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누진제 완화를 약속한 자신의 발언도 확실하게 기억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