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Dae-Sung Park
Dae-Sung Park
20 October 20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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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김병수 / 더퀘스트 / 2019-10-11
공자께서는 마흔을 ‘불혹(不惑)’이라고 하셨답니다. 세상사에 의혹 되는 것이 없어지는 나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누구도 유혹하지 않는 나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립니다. 소태산 대종사님께서는 사십을 넘으면 죽어가는 보따리를 챙기기 시작하라고도 하셨지요. 청년이라고 보기도 중년이라고 보기도 여러 가지로 애매한 낀 세대가 바로 마흔인가 봅니다.
사람의 평균 나이를 여든으로 보면 마흔이면 일종의 터닝포인트를 넘어서게 시기가 됩니다.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여러 가지가 변화하는 시기인 거죠. 마냥 청춘일 줄 알았는데 저도 벌써 마흔을 넘어섰습니다. 이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이전과 많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삶의 전환점에서 마흔 이후의 공부 길을 어떤 방식으로 이끌어가면 좋을까요?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의학박사인 김병수의 ‘마흔, 마음공부를 시작했다’입니다. 마음공부라는 단어는 사실 우리 원불교가 가장 먼저 사용한 용어입니다. 대종경 요훈품 1장의 ‘마음공부는 모든 공부의 근본이 된다’는 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제는 사회에서도 보편적으로 쓰이는 말이 됐습니다. 그만큼 마음을 챙기고 살피는 일의 중요성이 세상과 함께 공유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지요.
이 책의 저자는 마흔 후의 나를 생각하기 위한 ‘생각공부, 감정공부, 관계공부’라는 세 가지의 관점을 제시합니다. 원불교를 전혀 모르는 분일 텐데 책의 구성이 우리의 삼학(三學)의 구성과 유사하게 나뉘어 있습니다.
흔히 마흔을 ‘두 번째 사춘기’라고도 합니다. 이 책은 두 번째 사춘기를 겪는 낯선 변화에 대해 차분하게 도움을 줍니다. 저자의 상담 사례와 심리적 조언으로 이루어진 문장들은 포기할 줄 아는 용기와 복잡한 사람이 강하다는 사실을 전합니다. 또한, 마음은 유쾌한 친구가 아니며, 갈등은 푸는 것이 아니라 품고 가야 한다는 조언을 때로는 공감, 때로는 충고로 전달합니다.
책에서는 “우리에게 아직도 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숙제가 많은 만큼 인생을 살아야 할 이유도 많다는 뜻이니까요. 아직 그만큼의 열정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숙제 없는 마흔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마흔이라면 당연히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 있어야 합니다”라고 합니다. 숙제하면 벌써 머리가 아프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도 공부를 해야 하는데 어찌 숙제가 따라오지 않을 수 있을까요. 그러니 숙제가 인생을 살아야 할 이유라는 저자의 결론을 듣는 순간 부담이 아니라 길동무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 같은 전무출신(원불교성직자)들은 모든 일에 완벽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을 훑어보니 이럴 때 적절한 문장이 보입니다. “사람은 완벽해야 한다고 믿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완벽을 강요하는 것은 이 세상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완벽을 향한 열망도 좋지만 완벽하지 않은 자기 모습, 완벽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도 모두 품고 가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겁니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것, 그리고 누구에게도 완벽을 강요하지 않는 것, 중년에게 꼭 필요한 덕목입니다”
조금 부족해도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을 수용하고 함께 품을 수 있는 여유는 꼭 마흔이라는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더라도 우리 수도인의 향기로 가져가면 좋겠습니다.
이 책은 250쪽 정도의 부담 없는 크기지만 담겨 있는 통찰의 크기는 저자의 20년이 넘는 상담과 임상의 깊이와 비례합니다. 깊어가는 가을과 가장 닮은 나이인 마흔에 어떤 마음공부로 이후의 삶을 회향(廻向)할지 깊이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56나세영, 남김원일 and 54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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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g Ku Yoon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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