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01

'여성'의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Andrew Jinwoo Kim
1 January 2016 at 14:27


문제는 정대협 빠든, 정대협 까든, 는 것이다. '여성'의 관점에서 위안부 문제를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다

솔직히 나는 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정대협을 극딜하고 싶은 마음 한가득이다. '무궁화회' 할머니들과의 갈등을 비롯하여 정대협의 과거 행적을 다시 조사하고 있는데 정대협 관계자들의 여성인권 인식은 참담한 수준인것 같다. 한 페친분이 정대협 측에서 자신들과 생각을 달리했던 할머니들에게 "화냥년" 운운하며 모욕했던 범인이 누군지를 최근에 찾아보았더니 윤정옥 전 대표라고 한다.


윤정옥 전 대표가 말하고자 했던 의도를 최대한 선의로 해석해 보자면, 일본 정부와 시민사회가 1990년대에 제안했던 아시아여성기금을 받아들이는 것이 결과적으로 일본의 책임을 제한하는 꼴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리 자체도 문제가 있을뿐더러, 선의에도 불구하고 윤정옥 전 대표가 가진 성에 대한 가부장주의적 전제를 결국 드러내는 꼴이 되어버린다. (그 의도가 어떠했든 간에 그 말을 들은 할머니들 역시 모욕감을 느꼈다는 것도 문제다. 지금 정대협이 박유하 교수의 워딩이 모욕적이라고 비난하는 것과 똑같은 짓을 과거에 했던 것이다.)

윤정옥 전 대표를 비롯한 정대협 활동가들, 그리고 정대협의 시각과 비슷한 기억을 갖고 있는 할머니들의 경우(이것조차도 정대협에 의해 가공되는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했다는 의혹까지 있는데) 일본군위안부는 "저 천한 양공주들과 다르다"는 인식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다. 사실 윤정옥 전 대표가 경험했던 것은 위안부가 아니라 정신대였는데 원래 정신대가 하지 말아야 할 성적인 역할까지 일본군에게 주문받았던 것이다.

또한 정대협이 갖는 문제는 운동권의 패권주의, 그리고 한국의 1세대 페미니즘이 기반했던 기독교 도덕주의의 문제와도 결부되어 있다. 실제로 정대협의 핵심 멤버들 및 연대단체들을 보면 거의가 개신교, 천주교 방면의 '여성단체'들이다. 그치만 이런 자칭 여성단체들은 정작 여성주의와는 너무도 적대적인 관점을 가졌던 것이다. 위안부 여성과 성매매 여성을 오직 시혜적 태도로만 대하고, 그들의 도덕주의가 남성우월주의의 시각에 영합한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고, 그들의 '신앙'에 따라 성소수자를 혐오하기도 한다.

혹자들은 정대협을 마치 생긴지 얼마 안 된 메갈리언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처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시는것 같은데 25년 동안 한국의 위안부 담론을 독점해왔던 이들과 이제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끊임없는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받고 있는 메갈리언의 경우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