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4

이병철 - -실상사, 상림숲 나들이/ 안부를 묻고 찾아가 만날 벗이 있어 좋다. 엊그제 익산에 계시는 남곡형께... | Fac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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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상림숲 나들이/
안부를 묻고 찾아가 만날 벗이 있어 좋다.
엊그제 익산에 계시는 남곡형께 연락해서 오늘 실상사의 도법스님과 자리를 함께 했다.

마침 남곡형님과 도법스님의 생신이 이 달에 들어있는데, 두 분 모두 며칠 전에 생일이 지나긴 했지만 뒤늦은 축하를 빌미로 점심이나 함께하자고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때마침 인월에 계신 이교수 내외도 해외여행에서 돌아와 계신 터라 자리를 함께 했다. 늙은이들의 번개팅인데 7명이 함께 했다
극락전 도법스님의 작은 거소에서 준비해 갔던 케익을 나누며 남곡, 도법 두 분을 위한 생일 축하 노래도 불렀다. 이런 형태의 축하가 우리들에겐 그리 익숙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이라도 함께 축하 할 수 있다는 것이 내겐 고마웠다.
 
남곡형님은 이미 팔십을 넘었고 이교수님도 내년이 팔순이고 도법스님과 나도 열심히 뒤따르고 있으니 어찌할 수 없는 노인들의 자축하는 자리라 대화는 자연스레 늙어감과 수명의 문제를 중심으로 흘러갔다. 그러다가 인간의 한계수명 문제와 관련하여 유발하리라의 호모데우스에 이어 AI와 사이보그에 이르기까지, AI시대의 종교와 영성과 깨달음과 수행의 문제까지 종행무진으로 전개되었다.
 
점심은 팔령재 너머의 함양 상림숲 근처에서 먹었다.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차와 간식을 나누고 상림숲을 걸었다. 천년의 상림숲에서 하얀 종처럼 생겨 종꽃이라고도 부르는 때죽나무꽃을 만났다. 하얀 종소리가 울릴 것 같은 해맑은 모습이었다.
그동안에도 노인들의 수다는 끝이 없었는데 자칭 만담가를 자임하는 남곡형의 조크(개그)까지 겹치니 라떼들의 만담잔치와 진배없었다. (그 가운데서 오늘 내 수다가 특히 심했다는 정원님의 경고가 있었다.)
이렇게 벗들과 어떤 이야기든 가림 없이, 편하게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남곡 형은 실상사를 '중도(中道)의 본산'으로 하자고 말하고 나는 '중도와 화쟁(和爭)'의 본산으로 삼아야한다고 말한다.
 
남곡형은 이 시대, 특히 이 나라의 왜곡된 좌우 논리의 극단적인 치우침에서 이제는 중도가 중심이 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나는 그 치우침으로 인한 상처의 치유를 함께 말한다. 서로 다른 뜻이 아니다.

지리산 실상사와 인연이 깊다. 이 땅의 어머니산 지리산과 천년의 도랑 실상사와 도법 스님. 그렇게 우리가 함께한 지도 어느새 30 여년이 지났다. 오늘 번개팅에 함께한 이들 가운데 가장 막내인 수지행자도 그 사이에 60대 중반에 이르렀다. 그러나 내 눈에는 여전히 지리산 운동을 시작하며 처음 만났던 30대의 그 나이에 머물러 있다. 수지행이 나이는 혼자만 먹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마침 남곡형이 그동안 마음을 기울여 정리해 오던 '논어 연찬'에 대한 원고를 탈고하여 출판사에 넘긴 뒤에 몇 곳에서도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소식이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공자와 논어에 대한 새로운 시대적 해석이 활발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렇게 만나 격의없이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뒤늦은 축하라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앞으로 몇 번이나 될까. 내가 불쑥 도법스님에게 스님이 먼저 돌아가시면 부도탑에 '도법대종사 부도탑'이라 새기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스님은 절대로 새기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한다. 한 사람은 반드시 새기겠다고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절대로 새기지 못하겠다고 한다면 두 사람 모두 그 때문에 죽지 못하는게 아닌가. 남곡형의 썰렁한 개그다. 그게 어떻게 될까 궁금하여 지켜보려면 남곡형도 죽을 수가 없겠다며 함께 웃는다.
나라와 세상에 대한 근심을 잠시 잊고 신록으로 눈부신 오월의 한때를 이리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고 즐거웠다.
 
돌아오는 길에도 가슴이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