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6

알라딘: 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김현아 2020

알라딘: 죽음을 배우는 시간


죽음을 배우는 시간 -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 
김현아 (지은이)창비2020
-07-15




































Sales Point : 7,379

9.5 100자평(10)리뷰(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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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11,900원
3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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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일어나는 최대의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일생일대의 사건에 대해 새 자동차를 구입할 때보다도 준비를 덜 한다.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법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 병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저자 김현아 교수(한림대학교 류마티스내과)는 관절염의 기초·임상연구에 다양한 업적을 남긴, 한국 류머티즘 연구를 대표하는 의학자다. 30년간 의료현장 일선에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온 저자는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일과 죽음을 배우고 준비하는 일이, 좋은 삶이라는 목표를 위해 똑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목차


책을 시작하며
프롤로그 어느 하루의 시작

1장 죽음의 장면
1 마지막 순간을 준비하지 못한 의사
2 생사의 갈림길에서
√ 의료인문학 수업 I

2장 백세시대
3 왜 우리는 이렇게 죽게 되었을까?
4 노화에서 죽음으로
5 생로병사의 이유를 찾지 마세요
√ 의료인문학 수업 II

3장 죽음 비즈니스
6 왜 의사들은 죽음 앞에서 거짓말을 할까
7 연명의료결정법 사용설명서
8 중환자실에서 생기는 일
9 법률 서커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준비하며 더보기



책속에서


첫문장
의대생은 힘들기로 악명 높은 학부생활과 수없는 시험을 거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고시를 합격해서 의사 면허증을 받은 후 의사가 된다.



P. 6자연은 싸워 이겨야 하는 상대가 아니다. 우리 삶의 어떤 순간에도 죽음은 찾아온다는 것, 그것이 <죽음을 배우는 시간>의 가장 첫 메시지다. - 새벽이슬
P. 99사회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보다는 현대의학의 발달로 인간이 얼마나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는지, 예전 같았으면 죽었을 상황에서 얼마나 극적으로 생명을 건질 수 있는지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은 점점 죽음을 준비하지 못하게 된다. 부모가 돌아가실 때가 되었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막연하게 ˝이러다가 나빠지면... 더보기 - 새벽이슬
임종 환자의 가래 끓는소리를 의학적으로 임종천명 death rattle이라고 한다. 임종천명은 신체기능이 쇠약해져 기관지에 고인 분비물을 뱉어내거나 삼킬수 없어지면서 기도 내에 분비물이 쌓여 발생한다. 임종을 맞는 환자의 절반 정도에서, 임종 약 17~57시간 전에 들리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증상이 일어날 때쯤이면 대체로 의식은... 더보기 - 치니
밥을 못 먹는 단계를지나 물도 못 마시는 단계가 오면, 이제는 정말 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사람이 물을 전혀먹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사나흘이다. 통념과 달리임종 환자는 탈수가 되었다고 해서 갈증을 호소하지 않는다. 음식과 수액을 거부한 호스피스 환자들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 더보기 - 치니
사람들이 쉽게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CT촬영의방사선 피폭량은 자연 상태에서 노출되는 피폭량을 고려할 때 짧게는 3년, 조영제를 쓰는 경우 7년 동안 맞을 양을 한번에 맞는 것과 같다. 암 환자가 흔히 찍는 양전자방출 컴퓨터 단층촬영PET-CT은 8년 치를 한번에 맞는 수준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들은 검사하다가 암에 걸릴 가능성... 더보기 - 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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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김현아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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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병원 내과에서 전문의·전임의를 수료했다. 현재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로 있으며, 관절염 분야에서 여러 논문을 발표하고 영향력 있는 연구 업적을 쌓았다. 이를 바탕으로 대한의학회 분쉬의학상, 일본류마티스학회 젊은의학자상 등 다수의 국내·국제 학회에서 수상했고, 다양한 강연을 해왔다. 10년간 대한류마티스학회 보험이사, 대한내과학회 정책단 업무를 수행하면서 의료 정책에 관한 논문도 다수 출판했다. 현대 의료가 다루는 죽음에 강한 의문을 가지고 집필한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 202... 더보기

최근작 :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의료 비즈니스의 시대>,<의사외전> … 총 9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2021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현대의학의 ‘죽음 비즈니스’에 속지 않기 위해서는
누구에게나 죽음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하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일어나는 최대의 사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일생일대의 사건에 대해 새 자동차를 구입할 때보다도 준비를 덜 한다.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하는 법은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심지어 병원에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저자 김현아 교수(한림대학교 류마티스내과)는 관절염의 기초·임상연구에 다양한 업적을 남긴, 한국 류머티즘 연구를 대표하는 의학자다. 30년간 의료현장 일선에서 ‘좋은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온 저자는 『죽음을 배우는 시간』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일과 죽음을 배우고 준비하는 일이, 좋은 삶이라는 목표를 위해 똑같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는 현대의학이 늙음과 죽음을 치료해야 할 질병처럼 호도하면서 오히려 죽음을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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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도 준비가 필요 하다는것을 알게 되었고. 생각해 보지 못한 세부점들을 깨닿게 되었다. 부모님께 책 한권을 사서 보내 드리고 처음에는 많은 욕을 먹었으나. 잘 설득해 읽어 보시도록 했다. 내 가족들과 처가댁 가족들이 모두 이책을 읽고 죽음에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하는 바람
vdpa 2020-09-09 공감 (5)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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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페이지 덮은 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시스템에 등록했다. 써먹게될까? 언제일지는 모른다. 암이면 좋겠다. 기왕이면 폐암. 먹어가며 가고 싶다. 몰핀 넉넉히 놓아주는 의사에게 배당됐으면 좋겠고, 미안한 사람이 더 늘지 않았으면 한다. 가는 길 머리 복잡하기 싫다
99 2021-09-25 공감 (3)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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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야에 종사할 예정인 분들에게는 교과서 같은 책.
집안에 연로한 어르신이 계시다면 의사결정 지침서.
본인이 영생하리라 생각되지 않는다면 살아있을때 반드시 읽어야할 책!
jyhjyh 2021-02-13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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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임종 관련 책중에 가장 유익하고 영감을 주는 책으로 생각합니다. 저자가 겪은 여러 실제 사례가 포함되어 있어 더욱 그러합니다.
mad486 2022-12-04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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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은 죽음도 치료하면 나을수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어 놨다. 죽음은 삶과 대척점에 있고, 피할수 있으면 피해야만 하는 재앙이 되어버렸다. 죽음에 대한 철학이 없어진 현대인들을 포섭한 종교는 의료산업이다. 병원은 신전이고 교리는 자본주의이다
거꾸로 2023-09-2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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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배우는 시간





대학교를 다닐 때 일이다. 한 수업에서 유언장을 작성을 과제로 내주었던 기억이 난다. 스물을 갓 넘긴 젊은 학생들에게 있어 죽음, 그리고 그를 준비하는 유언장이라는 주제는 아주 낯설고 어려운 것이었다. 약간의 동요가 지나가고, 유언장 작성이라는 과제는 어색한 웃음과 평소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풀기 위한 호기로운 농담으로 덧대어졌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죽음은 대학생들이 가진 젊음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주제이고 그저 글쓰기 과제일 뿐이니, 진지하고 심각하게 무게잡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였다. 어떤 내용을 써서 제출했는지 기억나지 않는걸 보니 대충 글자수를 채웠던 것 같다. 지나온 시간만큼, 그때보다는 더 많은 죽음을 만났고 죽음이란 것이 생각보다 멀리 떨어져있지 않다는 것도 느끼고나니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한때는 결혼식 예절이 궁금했는데, 이제는 장례식장 조문 예절이 더 신경쓰일 나이가 됐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도 자신의 노화가 문득문득 신경쓰이고, 병원과 더 가까워지게 되면서, 전보다는 자주 지인이 전하는 부고를 접하게 되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특히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이라는 표지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예전에는 드라마에서도 집안 웃어른을 집에서 모시다 상을 치르는 장면을 가끔 볼 수 있었는데, 요즘은 병원에서 보내드리는 경우가 더 많은 듯 하다(101쪽 통계청 데이터참고). 드라마에서도 의사의 선고로 죽음을 확정짓는 장면을 많이 봐왔기 때문인지, 자신의 노후에 대해 떠올릴 때도 자연스럽게 병원에서 맞이하는 마지막 순간이 떠오른다. 그런데 '병원에서 알려주지 않는 슬기롭게 죽는 법'이 따로 있다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가끔 대학병원같은 대형병원을 찾을때면 병원의 규모가 너무나 커서 놀라고, 그 큰 병원에 가득한 환자들 수에 놀라고, 대기시간이 길어서 한 번 더 놀라곤 했다. '세상에 아픈 사람 참 많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앞으로 다가올 노화와 질병들을 떠올리게 된다. '죽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죽음보다 더 나쁜 일들이 일어'난다는 김현아 교수의 말처럼, 사는 동안 삶의 질과 죽음의 질(89) 모두 놓치지 않고 충족 시키기 위해서는 공부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187)', '연명의료계획서(189)', '심폐소생술은 시행하지 말 것에 대한 요청서 [DNR:do not resuscitate](230)'라는 것을 처음 봤다. 막상 지금 나라면 사인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가볍게 생각해봤을때도 쉽게 마음을 정하지 못하는 자신을 의식하고 당황스러웠다.



책의 초반 내용은 다른 사람들의 사례를 보면서 두렵기도 하고, 조급한 마음도 들었는데 2장의 '생로병사의 이유를 찾지 마세요' 부분을 읽으면서 복잡하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다. " 이처럼 우리는 병에 항상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무엇을 피하면 그 병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안심할 수 있기 때문이이라.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병균이나 독성물질에 의한 몇가지 질환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그 원인이 명확히 밝혀져 있거나,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만큼 인과관계가 단순한 질환은 거의 없다.(137) " 는 문장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평소에 가볍게 배가 아프거나, 피부에 작은 문제가 생겨도 무엇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겼는지 이유를 찾고, 결론을 내리려고 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트러블에서 원인을 찾던 습관을 유지한다면 나중에 큰 병에 걸렸을 때 더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생각됐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어떤 일들은 과오로 비롯된 벌칙같은게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중요하겠다.



확실히 무거운 내용들이 많다. 읽으면서 생각이 많아지겠지만, 중년의 나이쯤 접어들게 되면 피하지 않고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은 책이었다. 많은 사례들을 대면하기가 괴롭고,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직접적인 조언이 궁금하다면, 4장의 좋은 죽음이란(299)의 내용만이라도 읽어본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우리가 대비해야 되는 마지막의 형태도 달라졌고, 또 달라지게 될 것임을 새삼 느꼈다. 우리 삶을 더 충실하게 살기 위해, 가끔은 가장 어두운 마지막 과정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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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 2020-08-08 공감(7)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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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산 책 중에 가장 후회없었던 책

노화는 질병이라고 주장하는 책이 또 나왔다. ‘노화의 종말’이라고 하는데 책 내용은 종말과는 영 다른 내용이다.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지에 관한 책의 제목이 ‘노화의 종말’이라니. 명백한 사기다. 마케팅이다. 추천사를 남긴 이들도 돌봄 노동과 가깝지 않은 ‘남성’ 엘리트 출신 들이다. 이들의 표정은 그냥 공부 잘하는 남자 아이들 같다. 김현아 교수의 ‘죽음을 배우는 시간’은 어른의 책이자, 진짜 세상을 말하는 현실적인 책이다.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죽어가는지 모른다. 알려준다고 해도 보지 않는다. 이 책에는 죽음을 외면할 때 겪게될 세세한 절차들이 담겨져 있다. 누구도 피해갈 수 없고 쉽게 얻을 수 없는 소중한 정보들이다. 당신도 한 번 읽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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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2020-08-29 공감(6)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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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죽음을 배우는 시간

죽기전에, 그것도 너무 늦기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로 추천 합니다.
누구도 피 할 수 없는 죽음, 나름의 선택으로 좀더
나은 방법으로 피안에 이를 수 있도록...

죽음의 5단계를 말해온 죽음의 전문가이자 카운셀러
였던 엘리자베스 퀴블러조차도 자신의 죽음앞에서는
초연할 수 없었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좀더 현명하게
받아들이기 위하여 그 과정을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

타의의 선택으로 태어난 생, 죽음마저 도살장의 소와
같이 메뉴얼 대로의 절차에 따라 해체 될 수는 없다
이런 최후의 절차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마지막을
향해 살아가는 삶은 비참 할 수 밖에 없으리라

어떻게 마무리를 하겠다는 목표가 있어야 살아가는
마음도 당당하고 좀더 가볍지 않을까 싶다.

왔던 그곳으로 돌아 간다는건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함에도 돈때문에 절차때문에 곱게 보내지 않겠다는
음모가 보험료를 올리고 의료비로 재산을 탕진케해
본의아니게 공수래공수거 하도록 하기도 한다.

아침마다 모멘토 모리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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渼沙_常水 2023-02-15 공감(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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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 관한 메뉴얼





"죽음이 병원으로 떠넘겨진 다음 수순은

당연히 죽음이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둔감하는거에요"


죽음을 배우는 시간중 '의료인문학 수업I'


나는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병원에서 일을 한다.

매일 오전, 오후로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한 분들을 위한 병동 약과 마약진통제를 올려 보내는 것도 내 일 중 하나다. 입원기간이 길다보니 그 분들은 나를 몰라도 나는 그 분들의 이름과 병력을 대충 기억하게 된다. 매일 루틴하게 반복되는 일이지만, 절대로 익숙해지지않고 마음이 쿵!떨어지는 순간들이 있다. 바로 환자의 사망으로 인한 '마약 반납'이다. 밤새 안녕이라고 어제도 그 분들의 '통증을 가라앉혀주기를 바라는 평안함'을 기원하며 올려보낸 약들이 그 분들의 사망으로 다시 약제과로 돌아오는 일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죽음'을 자주, 아주 가까이서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나를 늘 겸손하게 만드는 일상이기도 하다.



여태 살면서 내가 누군가의 임종의 과정을 아주 가까이서 본 것은 딱 두 번이다. 우리 아빠와 나의 가장 친한 친구 경이.

아빠의 죽음은 내가 열세 살되던 해 1월이었고, 공교롭게도 친구의 죽음은 내가 마흔 셋되던 해 1월이었으니 딱 30년의 시간의 간극이 존재한다. 둘 다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지금도 그들의 마지막은 어제 일처럼 생생할 뿐더러 마음이 아프다. 이들과의 이별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은듯 담담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십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밝은 표정으로 살아왔지만, 그들의 부재로 인한 시간은 내겐 참 힘들었음을, 어쩌면 지금까지도 나에게 영향을 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둘 모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연의 일치인지 아빠도, 경이도 모두 30대 후반에 암발병이 되었고, 수술-항암치료를 거쳐 딱 5년을 더 살고 가셨다.



지금도 엄마가 30년 넘게 살아온 집 안방 침대에서 누워계시며 성경을 읽거나 무언가를 계속 쓰고 계셨던 아빠의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다. 아빠는 그 방에서 우리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돌아가셨다. 어린 내 눈에도 이제 아빠가 더이상 고통스럽지 않고 평안하게 잠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꺼져가는 촛불을 바라보듯 아빠의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을 쭉 지켜보았다. 비통한 목소리와 몸짓으로 침착하게 아빠의 죽음을 준비해주시는 할아버지가 계셔서 너무 다행이었다. 이제는 할아버지도 돌아가셨지만, 지금도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아빠를 만지시던 할아버지의 표정과 목소리가 떠올라서 눈물이 난다. 아빠가 돌아가신 1980년대까지도 집에 걸려있던 '근조'등을 심심치않게 만났던 것을 보면 (1970년대에 돌아가신 나의 친할머니, 외할아버지는 말할 것도 없고, 아빠보다 십 년을 더 살고 가신 친할아버지도 집에서 돌아가셨다) 죽음의 장소가 내가 익숙하게 생활했던 그 곳이며,임종의 순간에 내가 사랑했던 가족과 친지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마무리가 된 것 같은데, 지금은 보기 힘든, 그래서 경험하기 힘든 장면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인가? 언젠가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삶과 멀리 떨어뜨려 생각하며 살게 된 것 같다. 모두들 '죽는다'는 불변의 명제를 알지만, '내가 죽는다'는 사실은 현실감있게 다가오지 않는 법이니까.



격변하는 30년의 시간이 지났으니 내 친구 경이는 이 책에서 기술한 '병원비지니스'의 정석처럼 살다가 떠났다. 내 친구 경이는 호스피스 병동으로 갈 순번을 대기하며(죽음이 순서가 있는 것도 아닌데 호스피스 병동을 미리 예약대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 때 알았다) 병원 1인실에서 나와 친구 남편과 야간 당직 의료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 암이 전이되어 힘든 큰 수술도 하고 다양한 항암치료를 했지만, 이 책에서 서술한 딱 그 마지막 모습으로 세상과 이별했다. 아직 죽음을 맞이하지 않은 대부분의 우리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와 완화의료 전문의 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가장 평화로운 임종은 다음 세가지 조건을 충족한다.

1) 불안함에서 벗어날 것

2) 혼자서 임종하지 않을 것

3) 아이들과 함께 있을 것

모두 병원, 특히 중환자실 임종에서는 지켜지기 어려운 조건이다. (죽음을 배우는 시간 중 '노화에서 죽음으로')



노화로 인한 자연사로 죽든지 중병으로 죽든지 사고사이든지 우리의 마지막 모습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을 선택할 권리가 우리에겐 애초부터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당장은 아니더라도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들이 허락된 것에 대해 감사하다.



이 책의 말머리에 있는 것처럼, 병원의 '죽음 비지니스'에 속지 않고 원하는 방식으로 생을 마무리하기 위해서 죽음의 각 단계에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제시해주는 '메뉴얼'같이 느껴져서 내게는 유용했다. 그동안 '죽음'을 다소 감상적으로 기술했던 책들과는 달리 나의 마지막을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해야하는지 막연하게 outline을 그린 것 같다. 날마다 살기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 하던 우리 모두가 맞이할 삶의 종착역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전에 우리가 겪게 될 신체적 증상을 알려준 것도 고마왔고, 완화 치료를 어떤 방향으로 결정해야 할지 생각이 정리되었다. 나도 평소에 이 책에서 예시를 든 노마할머니나 체리할머니처럼 살다 가고프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그런 분들의 실 례를 만나고 나니 자신감이 좀 생겼다고나 할까?







"삶의 마지막 순간에

바다와 하늘과 별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라



지금 그들을 보러 가라"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인생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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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망머리앤 2020-08-10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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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배우는 시간 - 김현아



유튜브에서

본인은 대학병원 의사라 소개하는 예쁜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그러면서 병원을 가지 말라는 말을 했다.




그럴리가!!!

그녀의 강의 몇 개를 더 보았다.




여러 명화를 곁들여서 죽음을 설명하고,

노화를 어떤 시각으로 봐야 하는지.

노년의 병고에 어떻게 대처해야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래, 맞아!

정말 너무나 맞는 말이야! 를 연신 뱉어내면서

그녀의 책을 빌려보았다.










중환자실에서 임종을 맞으시는 나의 아버지를 보고

나의 임종을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차디찬 공기와 싸늘한 기계들 속에서 죽지 않으려면,

따뜻하고 부드러운 공기, 애도의 분위기 속에서 죽으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는 말한다.

죽음은 치료해야 하는 병이 아니라고.

노년에는 암도 오고 관절염도 오고 폐렴도 오는거라고.

폐렴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가 되니 폐렴이 오는거라고.

죽음 전에 응급실에 오면

연명치료는 당연시 되는 순서라고.







바깥 출입을 못하게 되면 사회적 죽음,

자리보전하게 되면 생명의 죽음이라 그녀는 말한다.

사회적 죽음부터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하는데

그걸 해줄 이가 없다.

그래서 다들 요양원, 요양병원으로 보내져야 하는 것이리라.




어느샌가 "자연사"란 거의 없어진 듯 하다.

애석하게도 병원에서 죽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나의 자식들은 나를 집에서 죽을 수 있도록 둘 수 있을까?




아버지를 보내드리면서 다짐을 했다.

엄마께 사회적 죽음이 오면 모든 것을 접고 엄마 수발을 들리라.

내가 원하는 죽음을 엄마께 드릴 수 있도록 하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이 엄마가 원하시는 것과 같아야 하는데,

훌륭하신 나의 엄마는 딸의 수발을 받기에는 너무 마음이 안됐어서

스스로 요양원을 택하지는 않으실지......










내가 유서를 적는다면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있는

"나의 엔딩노트"를 그대로 베끼고 싶다.




이 참에 나도 그녀의 엔딩노트에 기초해서

나의 엔딩노트를 만들어 둘란다.




무척 훌륭한 의사고

무척 똑똑한 의사고

또한 무척 친절한 의사 선생님, 그녀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 올라온다.




내가 살던 익숙한 공간에서의 나의 '자연사'를 발원하며......

나의 염은 내가 할 수 있기를 발원하며......

























* 죽음이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둔갑한 요즘, 병원에서 삶을 마치는 것도 모자라 중환자실, 그것도 서울대학교병원을 포함한 소위 '빅4' 병원의 중환자실 정도는 되는 곳에서 삶을 마쳐야 제대로 보냈다는 인식이 생긴 건지도 모른다. 내 생각에 아저씨가 계신 병원에서 잘못한 일은 딱 하나다. 그런 환자에게 인공호흡기를 달고 연명치료를 시작했다는 것.




* 곧 오전 진료가 시작이 된다. 숨을 크게 쉬고 기를 충전한다. 나를 보러 온 환자들에게 나의 온기를 모두 나누어주고 환자들이 나와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나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오늘 아침도 노력한다.




* 죽음이 병원으로 떠넘겨진 다음 수순은 당연히 죽음이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둔갑하는 거에요. 요즘은 한술 더 떠서 노화조차도 치료가 필요한 병으로 치부되고 있지요. 자본주의 사회는 죽음과 노화를 병원의 일로 만들고 가족들이 그 시간에 노동을 하고 재화를 축적하도록 작동해 왔고요. 여러분이 중견의사로 활동하는 시기에는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지금보다도 높을 것이고 그런 현상도 더 심해질 거에요. 여러분들이 의가 개인으로서 이 거대한 흐름에 거역한다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죽음을 앞둔 환자의 입장에서 무엇이 좋은 죽음일지를 한번 고민해보기 바랍니다.




* 마흔살에 사별하고 2남 1녀 여법하게 키우셨는데 떠나실 땐 일주일간 곡기 끊으시고 가셨어요. 염을 해드리는데 대소변도 없이 너무 깔끔하셨지요. (...) 본인이 임종, 끝을 맞이하며 스스로 염습도 다 하신 겁니다. 그 할머니같이 가고 싶네요. 제일 좋아하는 옷 입고 누우면 후손이 관 뚜껑은 닫아주겠지요.




* 국립 암센터 호스피스 완화 의료 홈페이지




* 죽음은 병이 아니기 때문에 이때는 요양병원이 아닌 요양원을 선택해야 한다. 불행히도 요양원에 자리가 없어 요양병원을 선택하게 되어도 이곳이 나의 마지막을 보낼 장소라는 것을 그곳 의료진에게 명확히 밝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요양병원도 병원이니만큼 조금만 상태가 나빠지면 바로 상급 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하기 때문이다. 상급 종합병원으로 이송되면 결국 또 연명치료 하네 마네 논의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 엄마는 지금도 부모님이 남긴 유산은 부모님의 뜻에 따라 처분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어. 엄마가 죽으면 바로 법적인 효력을 발휘하고, 여기에 대해서는 너희가 어떤 이의도 제기할 수없다는 건 알아두길 바라. 엄마도 너희를 부모 죽은 다음에 돈 가지고 싸우는 인간으로 키우지는 않았다고 믿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온갖 추악한 일을 보면 이런 준비는 아무리 단단히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우리 자식들은 아주 특별하게 잘난 애들이라 ...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은 엄마의 경험에 의하면 .. 바보일 확률이 더 높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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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ce 2023-06-19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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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흔적에서 삶을 본다






언제나 그렇듯,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받아들인 적은 없다. 그렇다고 마냥 무겁게만 대하기에는 뭔가 이야기를 덜 한 느낌이라 개운하지 않았다. 꺼내기 어려운 주제이지만, 잘 듣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자주 접하고 싶기도 했다. 나와 내 가족이 경험하게 될 어떤 장면을 미리 마주하는 기분이랄까. 조금 다른 의미로 보자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의 죽음이 내가 알던 것보다 다양하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기도 했다. 그 죽음의 다양함을 확인하는 게 세상 사람들의 모습 전부는 아니겠지만, 인간에 대한 이해와 우리 살아가는 곳곳의 의미를 누군가의 죽음으로 알게 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사실 내 일은 살아 있는 사람을 괴롭히는, 죽은 사람이 만든 냄새가 가져다줍니다. 그 냄새를 극적으로 없앴을 때 내 비즈니스는 성공하지요. 대가로 살아 있는 사람이 나에게 돈을 지급합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 6페이지)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죽은 자의 시간은 멈췄으니, 남겨진 자들은 죽은 자를 보내는 일과 죽은 자가 남기고 간 자리를 정리해야 한다. 보통은 그 일을 가족들이 맡아서 한다. 장례를 치르고, 죽은 자가 살았던 방(집)을 정리하고 청소한다. 하지만 혼자 있다가 죽는 사람은 누가 정리해줘야 할까.






여러 가지 사연으로 고독사하는 이들이 머물다 간 곳을 청소하는 사람. 저자는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한다. 처음 일반청소로 시작했던 일이 점점 찾아주는 사람이 많아지고, 청소의 범위나 사연이 다양해지면서 어느새 그는 특수청소의 전문가가 되었다. 일이 다양해지고 힘들겠지만, 그만큼 그의 손을 거친 장소는 깨끗해졌다. 그리고 그 특수청소 안에서 그는 죽은 자의 집을 청소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가 청소하면서 읽은 그 공간의 주인들 삶이 조금씩 전해진다. 일명 고독사. 그 공간에 혼자 머물다 죽은 사람의 얼굴이 조금씩 보인다. 개인적인 감정을 담아서 일하면 안 되겠지만, 인간인지라 보이는 것들까지 모른 척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 공간의 시간이 느껴지면서, 덩달아 연결되는 또 다른 생각들까지 같이 읽게 된다. 죽음이 우리 삶, 우리 사회와 절대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거다. 누군가는 죽고 우리는 그 누군가를 애도하며 살아간다. 언젠가 나의 죽음을 두고 누군가의 애도를 받기도 하겠지. 만약 내가 누군가와 함께 살다가 죽은 게 아니라면, 어딘가에서 혼자 맞이하는 죽음이라면 나도 저자와 같은 특수청소업자의 마지막 인사를 받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어떤 고독사의 얼굴들을 만났을까. 비슷한 죽음 같았다. 죽음 이후의 청소하는 것도 다 똑같은 거 아닌가 싶었지만, 달랐다. 죽은 지 며칠, 몇 달 후에 발견되었다는 시간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저마다의 사정으로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인생을 떠올렸다. 누군가의 죽은 자리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기도 했고, 마치 오늘 아침에도 청소한 것처럼 분리수거를 해놓고 죽은 이도 있었다. 누군가는 죽기 전에 청소 가격을 문의하기도 했다. 읽으면서도 의심스러웠는데, 결국 그 의뢰인(?)은 자기 죽음 이후를 정리하는데 얼마의 돈이 드는지 그에게 묻고 싶었던가 보다. 보통은 죽은 이의 가족이 의뢰하는 경우가 많았고, 세입자가 머물다 간 장소를 청소하고 복구해주기를 바라는 집주인이나 부동산 중개업자의 의뢰도 있었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죽은 이가 머물던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지만, 애도의 색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싶다. 가족이 떠나서 슬픈 마음 담은 정리와 재산 보호에 목적을 둔 이들의 의뢰가 완전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을. 가끔은 경찰이나 검찰에게 의뢰받는 범죄 현장 정리도 있다. 범죄 피해자의 흔적을 지우고자 하는 장소에 다녀오기도 한다.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 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 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현자가 있어, 이 생각이 그저 가난에 눈이 먼 자의 틀에 박힌 시선에 불과하다고 깨우쳐주면 좋으련만. (죽은 자의 집 청소, 47페이지)






TV 뉴스에서나 보던 소식을 저자의 입으로 듣는 느낌이 달랐다. 혼자 살던 노인이 죽은 지 며칠 후에 발견되었다는, 세입자의 월세가 안 들어와서 가봤더니 벌써 죽은 지 몇 달은 되어 백골 형태로 남아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들. 저자가 방문하는 장소들의 사연들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혼자 살다 죽은 자연사에 더해진 스스로 선택한 죽음의 사연도 겹쳐 있다는 것이다. 고독사의 현실을 마주하면서 확인하게 되는 건, 지금 우리 사회의 민낯이었다. 자기 존재를 죽음의 냄새로 먼저 알리는 사람이 되었다는 게 씁쓸했다. 죽음의 현장에서 맡아지는 냄새를 온갖 수식어로, 그대로 표현하고 싶어도 적당한 표현이 없을 것이다. 죽은 사람은 그 자리에 없지만, 죽은 상태로 오래 방치되었다는 사실을 냄새로 알리는 듯하다. 방호복과 신발 위로 신은 덧신, 방진 마스크와 방독마스크, 의료용 장갑과 청소 소독 용품까지 챙긴 저자의 발걸음 무게를 알 것 같다.






세대를 가리지 않은 쓸쓸하고 안타까운 죽음 앞에서, 죽음이 어느 사람인가에게 특별하게 다가오는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죽음을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 목숨을 내려놓기 바로 직전까지도 살아보려고 했던 흔적들이 집안 곳곳에서 발견된다. 죽은 이들에게서 나온 피와 오물, 여러 가지 유품에서 죽은 이들의 생전 일상을 유추하기도 한다. 대개 가난한 이들이 혼자 죽었으며, 가족이 아닌 채권자들이 안부를 묻는 경우가 많았다. 유품이나 쓰레기에서 죽은 자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죽음에 다다르게 된 이유를 유추하게 되는 증거이기도 했다. 방바닥에 놓여있던 자기계발서에서 위로받고자 했던 누군가를 떠올린다. 병원 처방전에서 죽은 자의 몸이 어땠을지 그려보면서, 신문광고 속의 구인란을 눈여겨보던 어느 인생을 생각한다.






그가 보고 확인하는 죽음의 흔적에서 삶을 생각하게 된다는 게 아이러니이자, 저자가 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남의 이야기로만 머물지 않은 무게감에, 문장 하나하나에 담긴 사실과 기록하는 이의 감정까지 들여다본다. 1인 가구와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매 순간 가계 빚이 사상 최고점을 찍는 현실의 암담함이 저자의 기록과 연결하여 생각하게 한다. 나는 아직 고령이 아니지만 죽음을 아주 먼 일로 생각할 수도 없게 하는 이야기에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다. 고독사가 나이 성별 따져가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저자는 고독사의 공간이 아닌 쓰레기 집을 청소하는 의뢰가 올 때면 안도하기도 한다. 의뢰가 들어오는 쓰레기 집이 자살이나 고독사의 전조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말이다. 그런 집을 치울 때면 누군가 다시 살겠다고, 살아보겠다고 외치는 것처럼 들릴 것 같다. 나를 옥죄던 이 공간을 치우면서 다시 살아갈 의지를 만드는 기도같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좋은 것만 생각할 수는 없다. 변기를 꽉 채운 똥을 장갑 낀 손으로 퍼내거나 오줌이 가득 찬 패트병을 볼 줄 누가 알았으랴. 고양이 사체 몇 개를 치워야 했던 순간은 또 어떻고. 그럴 때면 치우는 게 힘들기도 하지만, 그런 공간에서 살아야 했을 누군가의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하는 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내 옆에, 내 공간에 자꾸만 뭔가를 쌓아가는 일. 저장 강박증은 조금 더 관심 두어야 할 현대인의 질병이 아닐까.






화장실 청소를 마치고 도기용 광택제를 뿌려서 변기와 세면대를 천사장 가브리엘의 이빨이라고 할 만한 수준으로 하얗고 눈부시게 닦아놓으면 마음이 참 뿌듯해진다. 더러움이나 불쾌함은 온데간데없어지고, 그 자리엔 그저 순수하고 충만한 행복이 남는다.

어째서인지 인간의 마음도 더러운 화장실 청소처럼 얼마간 곤욕을 치르고 나면 잠시나마 너그러워지고 밝아진다. 평소 우울감에 시달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화장실 청소를 추천하고 싶다. 그 화장실이 더럽고 끔찍할수록 더 좋다. (죽은 자의 집 청소, 220~221페이지)






"누군가의 죽음을 돌아보고 의미를 되묻는 이 기록이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고 굳세게 만드는 기전이 되리라고 믿는다"는 작가의 말이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느껴진다. 저자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생계를 이어가지만, 그의 생계를 책임지는 누군가의 죽음을 마주하면서 다시 삶을 생각한다. 죽음의 공간을 청소하면서 마음속 청소를 한다. 위로가 된다. 죽음을 돌아보고 그 의미를 묻는 방식이 누군가가 죽은 공간을 청소하는 일이라니 놀랍기도 하지만, 막연하게 생각했던 죽음의 모습들을 보니 세상을 더 깊게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은 개인의 일이기도 하지만, 그 죽음에 이르는 환경과 감정의 문제는 개인만의 일이 아니기도 하다. 사회가 같이 묻고 답을 찾아가야 할 많은 일 중의 하나를 이렇게 마주한다.






저자의 말처럼, 죽음이란 게 참 신비하다. 묵묵히 자기 일을 하면서 익숙하게 마주하는 죽음의 흔적이 지겨운 밥벌이의 고충으로 느껴질 법도 한데, 저자는 그 시간에 죽음의 곁을 들여다보고 삶의 생생함과 행복을 찾아간다. 오늘, 내 앞의 사소한 것들이 더 귀하게 보이기 시작하는 시선 그대로를 배우고, 죽음 앞에서 삶이 더 절실해짐을 확인한다. 우리는, 우리 인생은 너무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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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씨 2020-09-10 공감 (37)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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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16






















































"에바 브라운은 히틀러의 파킨슨병을 눈치 챘을까?" - 세계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흥미진진하게 읽힌다는 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는 이미 며칠전에 책을 받았다. 세계사를 바꾼.. 이 시리즈는 편차가 좀 있기는 한데 이 이야기는 어떨지 잘 모르겠다. 관심이 가는 책은 커피이야기와 살림비용. "조명을 더 가져오라고 하세요. 내 딸이 어둠속에서 책을 읽고 있잖아요." - 살림 비용은 자전적 에세이로 이혼한 50대 여성인 작가가 '나'로 살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여성에게 가해지고 있는 다층적 억압을 섬세하게 파헤치는 작업이기도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