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5

원융무애(圓融無碍)한 홍익인간(弘益人間)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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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속 이야기
원융무애(圓融無碍)한 홍익인간(弘益人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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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가 세상을 바꾼다
2013. 12. 16. 11:03

원융무애(圓融無碍)한 홍익인간(弘益人間)

      

   “옛날 환인(桓因)의 서자 환웅(桓雄)이 자주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세상을 탐내어 찾았다. 아버지가 아들의 뜻을 알고 아래로 삼위태백(三危太伯)을 굽어보니 인간을 널리 유익하게(弘益人間)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어 천하로 보내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은 부하 3,000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의 신단수 아래로 내려와 이름 하여 신시(神市)라 하였다. 이를 일러 ‘환웅천왕’이라 한다.” ‘삼국유사’의 고조선조에 나오는 내용이다. 여기에 나오는 ‘홍익인간’은 우리 민족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우리나라의 건국이념이기도 하다. 1949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민주헌법에 바탕을 둔 교육법의 기본정신이 되기도 했다. 교육이념을 규정한 교육기본법 제2조엔 “교육은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陶冶)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人類共榮)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돼 있다. 

   ▶모든 존재의 근원적인 모습은 걸리고 편벽됨이 없이 가득하고 만족하며 완전히 일체가 되어 서로 융화하며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르러 원융무애(圓融無礙)라고 한다. 불교에서 쓰는 말이다. 불교의 최고 원리인 중도사상(中道思想)을 대승불교의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한 게 ‘원융무애’ 사상이라고 한다. 이 사상은 주로 천태종(天台宗)과 화엄종(華嚴宗)에서 교리로 발전시켰다. 천태종의 삼제원융설(三諦圓融說)과 화엄종의 육상원융설(六相圓融說)이 그 대표적이다. “실재를 현상적 차원에서 보면 차별상(差別相)을 지니지만 실재의 본성은 평등한 것이며, 모든 현상(事)은 이치(理)에서 생긴 것이므로 이치를 여의고는 현상이 없다”고 보는 것이다. 모든 존재의 궁극적인 모습은 한결같아서 현상과 이치가 서로 걸림이 없고, 나아가 차별적 현상의 사물 상호간에도 원융무애하다고 한다. 이러한 원리를 화엄종에서는 이사무애(理事無碍)·사사무애(事事無碍) 등으로 표현한다.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원융무애(圓融無碍)를 건학이념으로 삼는 대학교가 있다. 경남 양산시 천성산자락에 자리한 영산대학교(총장 부구욱)가 그렇다. ‘천성산 금수자락에 우뚝 서 있는 진리탑에 백두 영산의 큰 정기가 맺혔다. 둥글고 걸림 없이 만물을 이롭게 하자고 영산에서 세운 뜻을 세계로 펼친다. 찬란한 아침 해가 동해에 오르니 배달겨레의 깊은 뜻이 영산대학교에 다 모였다.’ 학교를 설립한 고 박용숙 이사장은 그가 손수 지은 교가에 ‘원융한 무애경지 홍익인간 이루어 / 영산에 품은 이상을 온 누리에 펼치자’고 청년학생들에게 제안한다. 박용숙은 1960년대 중반 영산대 공동 설립자인 남편 부봉환(夫鳳煥, 1993년 작고)씨와 함께 양복 생산, 수출업체인 경흥물산과 동풍산업을 창업했다. 사업이 잘 되던 1970년대 초 이들 부부는 사업체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육영사업에 몸을 던졌다. 박용숙은 1973년 6월 20일 학교법인 성심학원을 설립했다. 1996년 12월 11일 영산국제산업대학교 설립 인가를 받았다. 1998년 5월 1일 영산대학교로 이름을 바꾸고 같은 해 8월 17일 학부제로 변경했다. 2013년 현재 부산캠퍼스에 호텔관광대학, 외국어대학, 문화산업대학, 법경대학, 자유전공학부가 설치돼 있다. 법과대학, 법경대학, 공과대학, 체육대학, 보건의료대학, 자유전공학부 등은 양산 캠퍼스에서 공부한다. 실사구시의 학풍 아래 법률 분야에서 미국 로스쿨 방식의 법률 교육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정보 통신(IT) 및 호텔 관광 분야에서도 실무 교육 중심 특성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동양 문화의 세계화를 내걸어 논어를 교양 필수 과목으로 운영하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CEO 총장. 많은 사람은 그를 '법'이나 '로스쿨'이라는 용어와 함께 떠올린다. 영국 신사 같은 풍모. 세련됨과 함께 냉철한 카리스마가 읽힌다. 2001년 2월 영산대 2대 총장으로 취임해 5대까지 연임하고 있는 부구욱(61) 영산대 총장을 일컫는 말이다.(부산일보 보도)” 이 대학이 자랑하는 건 취업 진로교육프로그램이다. 지난 2004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취업진로 프로그램인 ‘YCMP(Youngsan Career Map Program)’을 비롯해 캡스톤 디자인(Capstone Design) 수업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 취업 프로그램이 3, 4학년 중심의 고학년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단순히 일회적으로만 지원하는 데 그친다. 한데 YCMP는 대학 4년 동안 목표를 세워 체계적으로 성과를 관리하는 인재양성 시스템이다. YCMP는 중간에 목표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 특별한 관리를 통해 곧바로 이를 바로잡는다. 지난 2009년 국내 대학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표준협회로부터 국제 ISO 인증을 획득할 정도로 YCMP는 그 우수성을 검증받았다. 또 하나 꼽을 수 있는 게 바로 캡스톤디자인 수업과 현장실습이다. 현장실습을 통해 산학일체형 교육을 구체화시키는 교육을 말한다. 학생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산업현장의 요구에 최대한 부응하는 인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인재의 국제화 역량을 배가하는 것도 영산대의 주요 교육목표다. 이미 수년 전부터 전임교수들을 대상으로 1인 1강좌 이상 영어로 강의할 수 있도록 의무화했다. 이러니 학생들도 자연히 영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원융무애한 홍익인간을 꿈꾸는 아들을 데리고 지난 일요일 영산대학교 양산 캠퍼스를 방문했다. 계속되는 추위로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없진 않았지만 캠퍼스를 꼭 품고 있는 천성산 산자락에서 포근함이 묻어난다. 아담하다. 깨끗하다. 청년들이 꿈꾸기는 더없이 안성맞춤이다. 벌써 방학을 했는지 캠퍼스는 조용하다. 로스쿨이 있는 건물에선 하나둘 학생들이 눈에 띈다. 여느 대학처럼 합격과 취업을 축하하는 플래카드들이 곳곳에서 바람에 펄럭인다. 두 달 전 막내와 함께 처음 이 캠퍼스를 찾았다. 아이가 이 대학 간호학과 수시전형에 지원해서다. 면접시험을 초조하게 기다리던 아이를 불편케 할세라 캠퍼스 따윈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땐 온 캠퍼스가 긴장감으로 감돌았다. 면접 때 교수님께 공손히 대답해라, 말을 또박또박 해라, 의사 표시를 분명히 해라. 어머니는 아이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한다. 면접시험장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졸졸 따라 나선다. 아버지는 굳게 입을 다물고 있을 뿐 그의 속도 타들어가기는 어머니 못지않다. 학교 안인지라 담배 대신 연신 커피를 마셔댄다. 그마저 여의치 않으면 물을 들이킨다. 두 달 만에 다시 찾은 캠퍼스엔 더 이상 긴장감은 없다. 날씨가 그때보다 훨씬 더 온몸을 움츠리게 했지만, 긴장감에서 해방된 내 마음은 이미 봄날이다. 느긋하게 캠퍼스를 한 바퀴 돌았다. 아이의 얼굴에 웃음기가 가득하다. 학교와 캠퍼스가 맘에 든다, 고 몇 번이나 말했다. 아들과 함께 걷고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는 속으로 그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한마디 던진다. “원융한 무애경지 홍익인간 이루어 / 영산에 품은 이상을 온 누리에 펼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