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7

The Boy and the Heron (2023) - 박정미 · 큰 힘은 없지만 악의에 물들지 않은

The Boy and the Heron (2023) - Plot - IMDb: Plot The Boy and the He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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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rough encounters with his friends and uncle, follows a teenage boy's psychological development. He enters a magical world with a talking grey heron after finding an abandoned tower in his new town. A young boy named Mahito, yearning for his mother, ventures into a world shared by the living and the dead. There, death comes to an end, and life finds a new beginning. A semi-autobiographical fantasy about life, death, and creation, in tribute to friendship, from the mind of Hayao Miyaza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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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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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힘은 없지만 악의에 물들지 않은

온 가족이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보러 아침부터 영화관 나들이에 나섰다. 일주일전 특공대 세 명의 정찰 관람 결과 아빠가 잠들지 않고 끝까지 볼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리고 재관람에 아빠를 끼워준 것이다.
사실 나도 처음 보고 나왔을 때는 무언가 아름다운 것이 휙!하고 지나가버린듯 얼떨떨해서 꼭 다시 보고 싶었다. 오늘 두번째 보니 이야기구조가 눈에 들어오고 나름의 이해틀이 잡히더라.

이차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소년 마히토는 연합군의 도쿄 대공습을 피해 시골 할아버지 댁으로 피난을 간다.
거기서 마히토는 시간대가 섞여있는 이세계(異世界)를 접하게 되고 돌아가신 엄마를 찾아 길을 떠난다. 이미 지나가버린 전시간의 존재와 새롭게 태어날 존재가 혼재하는 이세계는 우리세계의 반영이자 근원이 되는 곳이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선진 제국주의 국가로 부상했으나 위태로운 상황이다. 메이지시대 큰할아버지는 세상 곳곳을 헤매며 '악의에 물들지 않는' 기하학적 하얀돌을 발견해 무너지는 세계를 매일매일 다시 쌓아올리고 있었다. 큰할아버지와 같은 선각들은 헌신적 노력을 통해 아슬아슬한 세계의 균형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들은 노쇠해지고 후계자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다 앵무새대마왕으로 표현되는 군국주의 세력에 의해 이세계는 결국 무너지고 마는데, 마히토는 엄마 히미와 힘을 합쳐 생의 의지를 잃어가는 새엄마 마츠코를 구하여 현실세계로 귀환한다.
그런데 돌아온 마히토의 주머니에는 '크게 힘은 없으나 세상을 다시 구축해낼 수 있는' 이세계의 하얀돌이 담겨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도쿄로 돌아오는 마히토의 교복 호주머니에는 그 하얀돌이 희미한 빛을 내며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었으리라.

그 '큰 힘은 없지만 악의에 물들지 않은' 하얀 돌조각이 아마도 미야자키하야오의 인생길을 키우는 씨앗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평생을 자신의 작품세계를 통해 악의에 물들지 않는 작은세상을 구축하고 지키느라 애써왔다.

미야자키 세계의 가장 큰 특색은 주인공이 빌런들의 악의에 맞서지도 않고 전혀 물들지 않으면서 결국은 진정한 친구로 그들을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 악의를 가진 황야의 마녀를 소피는 마녀가 힘을 다 잃고 호호백발 할머니로 변해도 끝까지 수용하고 돌봐준다(하울의 움직이는 성).
  •  나우시카는 자신을 깨무는 여우다람쥐 테트를 피하지 않고 깨물림을 당하고 오히려 위로하고 품어줘서 어깨위의 메이트로 함께 하게 된다(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그와 마찬가지로 마히토는 거짓말쟁이 왜가리를 내치지 않고 신뢰를 이끌어내어 힘을 합쳐 이세계 모험을 완수하는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자 미야자키가 평생 걸어온 마음의 길이 보이는 듯 해서 눈물이 났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온 몸과 마음을 바쳐 구축해낸 '그 작지만 악의에 물들지 않은' 세상에서 저는 그만 접어버렸던 꿈을 펴고 살아갈 힘을 얻게 되었답니다.

용리단길에서 점심을 먹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은 노란 은행나무와 함께 했는데 유난히 도타운 은행잎카펫을 밟고 서있는 파란트럭이 눈에 띄었다.
서민들의 생계용 1톤트럭이 일요일을 맞아 시동을 끈 채 황금빛 은행잎을 깔고 덮고 호사스런 휴일을 누리고 있었다.
아! 우리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은행잎 트럭과 미야자키영화의 잔상과 함께 가슴 깊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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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목

날마다 새롭게 사시는 분 같아요^^

박정미

이헌목 아! 뭔가 아주 특별하게 멋진 칭찬을 받은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