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2

최한기(崔漢綺)의 신기(神氣) 논의와 중서의학 비판: 화담학(花潭學)과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조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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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학 제28권 제2호(통권 제62호) 2019년 8월 Korean J Med Hist 28ː373-426 August 2019
ⓒ대한의사학회 http://dx.doi.org/10.13081/kjmh.2019.28.373
pISSN 1225-505X, eISSN 2093-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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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기(崔漢綺)의 신기(神氣) 논의와 중서의학 비판:
화담학(花潭學)과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조성산*
1. 머리말
2. 신기 논의의 화담학적 성격
3. 신기와 형질의 관계성 규정에 나타난 화담학적 성격
4. 서양 해부학 수용의 화담학적 성격
5. 최한기 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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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균관대학교 사학과 부교수. 조선시대사 전공
 이메일: csungsan@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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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머리말
최한기(崔漢綺, 1803-1877)는 19세기 중후반 유학사상가로서 조선후기 사
상사의 전개에 있어서 독특한 위상을 가졌다. 그는 자신의 신기(神氣) 논의를
통하여 전세계 인류가 공동 발전하는 낙관적인 시대상을 제시하였다. 본 글
에서 중점적으로 논의하고자 하는 그의 의학(醫學) 논의에 대한 기존연구도
대략적으로 볼 때, 이러한 최한기 이해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의 의학 논의에
대한 연구는 대체로 중서절충 혹은 중서통합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졌다.1) 최
한기가 서양의 해부학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면서도 신기라는 전통적인

1) 최한기의 의학논의에 대해서는 다음 논문들을 참조할 수 있다(여인석, 노재훈, 1993; 신동
원, 1997; 권오영, 1999: 333-343; 여인석, 1999; 김성준, 1999; 임태형, 2000; 이현구, 2000:
81-94; 김용헌, 2000: 229-234; 이규성, 2007; 안상우, 권오민, 이준규, 2009; 김문용, 2009; 정
진욱, 2003; 김철앙, 2004; 정진욱, 2004; Shin, 2009).
CHO Sung-san : Choe Han-gi’s Discourse on Singi and His Criticism of Chinese and Western
Medicine: Focusing on the Relationship with the Philosophy of Seo Gyeong-deok
374│ 醫史學


개념을 일관되게 강조하였던 것은 그의 이러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의 의학 논의를 단순히 중서절충, 혹은 중서통합적이라는 관점에
서 이해하는 것은 명확한 한계를 갖는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최한기가 중
국의학과 서양의학을 어떠한 일관된 논리적 구조 속에서 결합시키고자 하였
는지의 문제가 분명해져야 중서절충·중서통합이라는 문제가 현상적인 설명
을 넘어 구체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2) 이와 더불어 그 통합의 사상이 갖
는 역사성이 분명하게 밝혀져야 최한기가 의도하였던 의학 논의가 갖는 의미
또한 더욱 선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과 중국에서의 사례
는 최한기의 의학 논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줄 수 있다
명청대와 근세 도쿠가와 일본에서 일어났던 금원사대가(金元四大家)를
비판하는 새로운 의학의 모색은 송학(宋學)을 비판하고 복고주의를 표방한
명청대 고학(古學)과 긴밀한 관련성을 가졌던 것으로 생각된다(Unschuld,
2010: 194-197). 이에 비해서 최한기의 경우에는 고학과의 연관성을 직접적
으로 찾을 수 없다. 최한기는 고학과의 영향관계보다는 서경덕(徐敬德, 1489-
1546)의 학술, 즉 화담학(花潭學)과 긴밀한 관련성을 가졌다.3) 이것은 동아시
아 새로운 의학의 모색과 함께 등장한 서양 해부학 수용과 관련하여 흥미로
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본 글은 최한기의 의학 논의가 어떠한 사상적 맥
락 속에서 형성되었으며, 그것이 갖는 역사성은 어떠한 것인가를 살펴보고자
2) 중국의학이라는 용어는 1950년대 이후 나온 표현으로(이충열, 2004: 45-46) 최한기 의학을
설명하는 데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중서통합, 중서절충이라는 표현
또한 정확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하지만 최한기가 중국의 의서를 화하의서(華夏醫書)라고 지
칭하였고(崔漢綺, 『明南樓全集 一』 『身機踐驗』 凡例, p. 320, “華夏醫書 旣昧氣化脈絡 惟恃方
術傅會.”), 중서의학은 참작통용해야 한다(崔漢綺, 『明南樓全集 一』 『身機踐驗』 凡例, p. 322,
“中西醫術 參酌通用.”)고 말한 것을 보면, 중국의학이라는 용어는 전혀 부적절한다고만 볼
수 없는 점이 있다. 더욱이 중서통합, 중서절충의 대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동서통합, 동서
절충이라는 말은 동이 가지는 광범위함 때문에 부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 동서통합, 동서절
충이라는 용어보다는 중서통합, 중서절충이 현재로서는 최한기 의학의 성격을 규정하는 가
장 구체적인 용어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므로 본 글은 중서통합, 중서절충이라는 용어가
갖는 불완전함을 인지하면서도 불가피하게 중서통합, 중서절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였다.
3) 화담은 서경덕의 호이며, 이를 통하여 본 글은 서경덕의 학술을 화담학으로 부르고자 한다.
조성산 : 최한기(崔漢綺)의 신기(神氣) 논의와 중서의학 비판: 화담학(花潭學)과의 관련성을 중심으로
제28권 제2호(통권 제62호) 373-426, 2019년 8월 │375
한다. 이를 위하여 본 글은 최한기의 신기 관념과 그가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화담학의 문제의식을 연결시켜 이해하고자 한다.4) 그 이유는 첫째
그의 학술배경이 다양한 측면에서 화담학과 긴밀한 관련성을 가졌다고 판단
하기 때문이며, 둘째 이와 관련하여 그의 신기 관념과 화담학의 담일청허지기
(湛一淸虛之氣)가 많은 유사성을 가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논의를 통하여 다음 두 가지의 점들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최한기의 의학 논의를 화담학의 견지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화담
학의 담일청허지기와 최한기 의학의 중요한 전제였던 신기가 갖는 공통점을
통하여 화담학과 최한기 의학의 긴밀한 관계성들을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
다. 

둘째, 이 논의를 통하여 최한기의 의학 논의가 갖는 논리적 구조와 그것이
어떠한 역사적 현실을 반영하고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통하여 본 글은 최한기가 새롭게 제시하였던 중서의학의 비판과 통합
이라는 의학적 전망이 어떠한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는지, 그리고 그것이 함
의하는 의학사적 의의는 무엇이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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