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11

알라딘: 혜강 최한기 연구 2016 권오영,허남진,손병욱,전용훈,이우성,백민정

알라딘: 혜강 최한기 연구


혜강 최한기 연구  | 실시학사 실학연구총서 12
권오영,허남진,손병욱,전용훈,이우성,백민정 (지은이),재단법인 실시학사 (기획)사람의무늬2016-10-20






484쪽

책소개
실시학사 실학연구총서 12권. 조선 후기의 실학자 혜강 최한기(1803~1877)는 선현들의 기철학(氣哲學)을 계승하여 고도로 발전시킨 동시에, 이전 실학자들이 도입해놓은 서양의 과학지식을 극대화시킨 인물이다. 나아가 최한기의 학문은 시민적 입장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실학이었기에, 이른바 ‘실학사상과 개화사상의 가교자’로서 그의 사상사적 위치가 정립되기도 한다.

이 책은 최한기에 대해 다섯 명의 학자가 각기 주제―최한기 학문의 거시적 체계, 기학의 철학적 내용, 정치사상, 세계인식, 자연철학―로 심화된 연구를 진전시킨 후, 중간발표와 집담회를 거치면서 그의 사상과 학문의 입체를 구상해본 결과의 기록이다.


목차


· 간행사 ∙ 실학연구총서를 펴내며
· 이 책을 내면서

· 최한기의 가계와 연표 -이우성
1. 최한기의 가계
2. 최한기의 연표

· 최한기의 생애와 사상 -이우성
1. 실학의 전회(轉回)
2. 양한정(養閒亭)
3. 개화사상의 가교(架橋)

· 최한기 기학(氣瘧)의 학문체계 탐구 -손병욱
1. 머리말
2. 기학의 학문적 성격
3. 과학으로 본 기학
4. 기학의 학문적 독창성
5. 맺음말

· 최한기의 기학과 경험적 인식론 -허남진
1. 기학(氣學)
2. 전통 학문―성리학(性理學), 노장(老莊), 불교(佛敎), 서교(西敎)
3. 신기(神氣)
4. 천지(天地)의 기(氣)
5. 형체(形體)의 기(氣)와 수(數)
6. 추측(推測)
7. 경험(經驗)과 윤리(倫理)
8. 맺음말

· 최한기 정치사상의 재조명 -백민정
1. 들어가는 말
2. 최한기 철학에서 통민운화(統民運化)와 정치의 위상
3. 민원(民願)에 기반한 국인공치(國人共治)의 정치적 함의
4. 정치 공공성의 의미와 공론(公論)의 수렴 과정
5. 나가는 말

· 최한기의 기화론(氣化論)과 세계인식 -권오영
1. 머리말
2. 기화와 운화 개념의 연원과 변모
3. 세계인식의 방법론과 범주
4. 기화와 인도 중심의 세계인식
5. 맺음말

· 최한기의 중력이론에 나타난 동서의 자연철학 -전용훈
1. 머리말
2. 서양 중세의 자연철학과 중력이론의 전래
3. 기 중심적 자연철학과 중력이론의 탐색
4. 기학적 중력이론의 확립
5. 기륜설의 고안과 뉴턴 역학 비판
6. 맺음말

·'혜강 최한기 연구' 집담회

· 혜강 연구논저 목록

·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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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최한기는 선현들의 기철학(氣哲學)을 계승하여 고도로 발전시킨 동시에 실학파 학자들이 도입해 놓은 서양의 과학지식을 극대화시킨 인물이다. 독창적인 ‘운화기(運化氣)’의 이론 위에 자연과학적 세계상을 이룩해 놓았으며, 자연과학을 구체적으로 ‘역산물리(曆算物理)’라고 표현하면서, 이에 대한 학문적 천명이 인류의 의식에 한 신기원을 그은 것으로 생각했다. 말하자면 종래의 실학이 유교 경전의 연역(演繹)을 바탕으로 한 ‘경학(經學)의 실학’이었다면, 최한기의 실학은 역산물리에 바탕을 둔 ‘과학의 실학’이라고 하겠다. 이는 실학사상의 큰 전회(轉廻)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그의 학문은 시민적 입장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실학이었다. 다산을 마지막으로 한 선행 실학자들의 사상을 계승하면서 그것을 더욱 전진적으로 전개시켜 다음에 올 개화사상에 연결시키는 교량적 역할을 수행했다. ‘실학사상과 개화사상의 가교자(架橋者)’, 이것이 최한기의 사상사적 위치인 것이다.
|‘최한기의 생애와 사상’ 중에서 접기
최한기는 당시의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진단을 통해서 현실타개의 대안으로서 기의 철학인 기학을 제시했다. 그리하여 성리학과는 전혀 다른 방법으로 유교적인 대동일통의 이상세계 구현을 목표로 삼아서 그 구상,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런 측면에서 기학은 또 다른 기의 철학이었던 동학(東學)과 그 맥을 통하고 있다고 하겠다.
|... 더보기
최한기는 자신의 기학이 기존의 유·불·도 삼교를 포괄할 뿐 아니라 서구의 자연과학과도 무리 없이 접합되는 통교(通敎), 천하지교(天下之敎)라고 자신한다. 이처럼 보편성을 추구하는 최한기 사상의 전모와 대응되는 개념으로서의 기는 한편에서는 전통적인 의미와 구조를 계승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서구의 과학사상을 수용하는 매개 개념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최한기의 기학은 유학의 강상윤리(綱常倫理)와 자연과학적 세계관을 신기의 추측에 의해 얻어지는 동일한 차원의 진리라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서는 천도(天道)는 인도(人道)의 준적이 된다고 하여 기존 성리학의 도덕형이상학적인 해석에서 벗어나 있었다. 여기서 최한기의 기학은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된다.
|‘최한기의 기학과 경험적 인식론’ 중에서 접기
서양 과학사와 역사적ㆍ문화적 맥락이 전혀 다른 19세기 중반 조선의 최한기는 코페르니쿠스의 천문학과 우주론 그리고 뉴턴의 역학이 지닌 중대한 결함을 발견했다. 코페르니쿠스의 우주론과 천문학 이론은 현상을 제시하기만 했을 뿐,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과 미시적 메커니즘을 설명할 자연철학의 체계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나아가 뉴턴 또한 모든 천체역학적 현상을 중력의 작용으로 설명하면서도, 중력의 발생 원인과 작용의 메커니즘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것이 최한기가 기학적 자연철학에 입각한 중력이론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최한기가 '성기운화(星氣運化)'를 저술한 목적은 뉴턴의 역학이 결여하고 있는 중력의 원인과 작용의 메커니즘에 대한 기학적 해명이었다. 최한기는 자연현상에 관한 사실적 정보는 서양과학으로부터 받아들였지만, 그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과 현상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은 기학적 자연철학으로 해명하고자 했다. 최한기가 접한 뉴턴의 천체역학은, 현대인의 눈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대 과학의 상징이지만, 최한기 자신의 기학적 관점에서는 불완전하고 심지어 불합리한 것이었다. 최한기는 우주 안의 모든 현상이 기의 존재론과 우주론으로부터 완전하게 연역될 수 있는 기학적 자연철학의 체계를 확립하고자 했다.
|‘최한기의 중력이론에 나타난 동서의 자연철학’ 중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권오영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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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인문학부(한국사학 전공) 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최한기의 학문과 사상연구, 조선 후기 유림의 사상과 활동, 조선 성리학의 의미와 양상, 근대이행기의 유림, 이재난고로 보는 조선지식인의 생활사(공저), 혜강 최한기 연구(공저)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최한기의 사회경제적 처지와 현실인식」, 「조선조 사대부 제례의 원류와 실상」등이 있다.

최근작 : <청도 밀양박씨 嘯皐公派와 朴時默.朴在馨>,<조선 성리학의 형성과 심화>,<어시재 최성환 연구> … 총 18종 (모두보기)

허남진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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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이다. 저서로 <해방 50년의 한국철학>(공저), <철학사와 철학>(한국철학회 편), <새천년의 과학 기술과 지식 기반 사회>(공저) 등이 있다.

최근작 : <혜강 최한기 연구>,<삼국과 통일신라의 불교사상>,<현대 학문의 성격> … 총 4종 (모두보기)

손병욱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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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 명예교수
고려대학교 대학원 철학박사
한국윤리교육학회(KEEA) 회장 역임
사단법인 남명학연구원 상임연구위원 재임 중

논저
『서산, 조선을 뒤엎으려 하다』, 정보와사람, 2006.(저서)
『기학(氣學)-19세기 한 조선인의 우주론』, 통나무, 2013.(역서)
『21세기와 남명 조식』, 역락, 2018.(공저)
「일본 수험도(修驗道) 형성에 끼친 한국 고유사상의 영향」, 2019.(논문)

최근작 : <유덕한 시민을 위한 인성교육론>,<한국선비문화연구원 탐구>,<한국의 전통사상과 민족문화> … 총 12종 (모두보기)

전용훈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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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천문학사 관련 연구 이외에도 한국 과학사의 다양한 주제들을 탐구하면서 『물구나무 과학』, 『천문대 가는 길』을 썼고, 옮긴 책으로 불교계 탄생점성술에 관한 『밀교점성술과 수요경』이 있다.


최근작 : <물, Everything Everywhere>,<과학, 지구를 품다>,<뼈에게 묻다> … 총 33종 (모두보기)

이우성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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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출생.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 졸업. 성균관대학교 교수, 연세대학교 석좌교수, 역사학회 및 한국한문학회, 민족문화추진회 회장 등 역임. 국민훈장 동백장, 성곡 학술문화상 수상. 2013년 현재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퇴계학연구원 원장, 재단법인 실시학사 대표. 저서로 <이우성 저작집>(전 8권) 등.

최근작 : <혜강 최한기 연구>,<억 憶> … 총 2종 (모두보기)

백민정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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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최근작 : <혜강 최한기 연구>,<19세기 한 실학자의 발견>,<종교와 정의> … 총 3종 (모두보기)

재단법인 실시학사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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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사상의 계승·발전을 위한 학술연구와 지원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2010년 설립된 공익재단법인이다. 재단은 벽사 이우성 선생이 1990년 서울 대치동에서 문을 연 ‘실시학사’가 그 모태로, 2010년 모하 이헌조 선생의 사재 출연으로 공익재단법인으로 전환되었다.
실학사상의 학술연구팀을 구성하여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그 연구 성과를 모아 ‘실시학사 실학연구총서’로 출간하고 있다. 또한 재단은 실학 관련 고전을 번역한 ‘실시학사 실학번역총서’를 속속 출간하고 있고, 실학 관련 연구자들의 업적을 현창하고 신진학자를 격려하기 위한 사업으로 ‘벽사학술상’과 ‘모하실학논문상’을 제정하여 시상하는 등 실학 사상의 전파와 교류를 위한 출판, 행사, 교육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재단은 1990년대부터 경학 관계 저술을 강독 번역해온 ‘경학연구회’와 한국한문학 고전을 강독 번역해온 ‘고전문학연구회’, 두 연구회의 공동학술연구모임 등 재단 산하 연구회의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우수한 실학연구자 육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재단은 앞으로도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서 실학사상이 개화기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에 걸쳐서 우리나라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였으며, 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게 될 것이다. 접기

최근작 : <이재 황윤석 연구>,<다산 정약용의 상서고훈 5>,<선생님을 그리며> … 총 30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실학사상의 거대한 전회(轉廻), 과학적 실학자 최한기의 모든 것

조선 후기의 실학자 혜강 최한기(1803~1877)는 선현들의 기철학(氣哲學)을 계승하여 고도로 발전시킨 동시에, 이전 실학자들이 도입해놓은 서양의 과학지식을 극대화시킨 인물이다. 나아가 최한기의 학문은 시민적 입장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실학이었기에, 이른바 ‘실학사상과 개화사상의 가교자’로서 그의 사상사적 위치가 정립되기도 한다. 이 책은 최한기에 대해 다섯 명의 학자가 각기 주제―최한기 학문의 거시적 체계, 기학의 철학적 내용, 정치사상, 세계인식, 자연철학―로 심화된 연구를 진전시킨 후, 중간발표와 집담회를 거치면서 그의 사상과 학문의 입체를 구상해본 결과의 기록이다. 실학사상의 계승 발전을 위해 설립된 재단법인 실시학사가 중점적으로 추진하여 발간하는 ‘실학연구총서’의 열두 번째 책이다.

각 논문의 개요

이 책의 첫 번째와 두 번째에 실린 이우성의 「최한기의 가계와 연표」, 「최한기의 생애와 사상」은 최한기의 생애와 사상을 간명하게 탐구한 최초의 글로 최한기 연구에 있어 연구사적 의미가 큰 글이다. 특히 두 번째 글은 최한기의 「양한정기(養閒亭記)」를 통해 그의 ‘고상하고도 건전한 한 시민의 생활철학’을 드러냈고, 사상사적 위상을 ‘실학사상과 개화사상의 가교자’로 제시했다. 독자들은 이 두 편의 글을 통해 최한기의 생애와 기학 형성의 사회적 배경과 사상의 대요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손병욱의 「최한기 기학(氣?)의 학문체계 탐구」는 최한기가 정립한 기학의 학문체계가 갖는 특징을 탐구한 것으로, 기학은 삼대운화(三大運化)와 사등운화(四等運化)를 그 기본적인 틀로 삼는 운화기(運化氣) 철학이라고 했다. 그는 삼대운화는 최한기가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기학의 전모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활동운화(活動運化)·천인운화(天人運化)·통민운화(統民運化)의 삼대운화를 알면 기학의 천관·인간관·수신관·경세론을 모두 알 수 있다고 했다.

허남진의 「최한기의 기학과 경험적 인식론」은 최한기의 학문관이 기존 학자의 학문관과 다른 점을 살피고 기학의 학문적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그의 모든 사상을 꿰뚫고 있는 기(氣) 개념의 특징을 검토했다. 그는 최한기의 기학이 전통적인 성리학의 기와 다른 점을 강조하고, 그 다른 점에서 서구의 자연과학이 수용되고 전통적인 세계관이 부정·재편성될 수 있는 소지가 있음을 밝히려고 했다. 아울러 최한기의 기학은 직관적인 방법에 의존하는 성리학적 사고에서 탈피하여 근대적인 사유방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체계화되고 의미 있는 사상체계라는 평가를 내렸다.

백민정의 「최한기 정치사상의 재조명」은 최한기의 통민운화의 정치가 그의 전체 철학에서 어떤 위상과 의미를 차지하는지 살펴보았다. 이어 최한기의 국인공치론(國人共治論)에 보이는 다양한 정치적 통찰과 함의를 검토했고, 그의 독특한 인식론과 공부법이 공적인 정치여론의 형성 과정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밝혔다. 그 결과 최한기의 정치사상은 유교적 소양의 지식인이 상상할 수 있는 전통의 새로운 변주, 즉 독창적인 자기 전통의 재구성 사례의 하나로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추측(推測)과 측험(測驗)의 인식론적 방법론을 도입하고, 운화기라는 자연의 이념적 준거를 통해 정치적 공론의 수렴과 형성 과정을 해명하려고 시도했던 점, 공치의 다양한 정치모델을 숙고하면서 상이한 욕망의 주체, 정치적 주체로서의 인간에 주목했고, 대중의 이질적 욕망을 조율하는 방법을 모색했던 점 등은 독특한 정치사상가로서 최한기 사유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권오영의 「최한기의 기화론(氣化論)과 세계인식」은 최한기가 새로운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정립한 사상적 개념의 역사적 추이를 검토하고, 그의 세계인식의 실상에 대해 탐구했다. 필자는 1830년대에 최한기가 제시한 신기(神氣)와 추측 개념이 세계 각국의 인물과 자연과 사회를 소통하고 취사 수용하기 위해서였다면, 1850년대의 기화(氣化)와 운화 개념은 천지의 순환과 변화 속에서 세계 각국의 인물과 자연과 사회의 실상을 이해하여 수용하고자 한 목적에서 제시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전용훈의 「최한기의 중력이론에 나타난 동서의 자연철학」에서는 최한기가 지구설과 지구의 자전설·공전설에 부여한 의미는 서양과학사적 맥락의 그것과 달랐다고 하면서, 최한기는 지구설과 자전설·공전설을 기의 활동을 보여 주는 증거로 긍정하고 인용했다고 말한다. 최한기가 누구보다도 먼저 서양의 이론을 긍정했던 것은 그것이 근대 과학적 사실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기학적 원리와 추론을 지지해주는 이론이었기 때문이다. 최한기는 자연현상에 관한 사실적 정보는 서양과학으로부터 받아들였지만, 그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과 현상이 발생하는 메커니즘은 기학적 자연철학으로 해명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실학연구총서를 펴내며… 지금 여기, 실학의 의미를 되묻다

최근 학계 일각에서 ‘실학’의 역사적 실체에 대한 의심과 회의의 시각이 거센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근대’에 대한 반성에 수반하여, 실학이 단지 근대 국가를 지향하던 시기에 지식인들의 한시적 관심 위에 구성된 허구적 가상물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구체적인 연구의 심화에 따라, 실학자들의 경학 혹은 자연학상의 학술적 성취에 대해 회의적 견해가 표명되기도 한다. 이러한 의심과 회의의 시각 앞에서 연구자들은 다시 한 번 실학 연구에서 실학의 ‘태도’와 실학의 ‘방법’을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즉 실학자들이 취했던 개혁적이고 실천적인 태도와 관심, 개방적 실용주의의 관점, 그리고 실사구시의 정신 등이 그것이다. 그것은 곧 실학에서 근대학문으로 이어지는 우리 학문의 역사를 주체적으로 구성해내는 길이 될 것이다. 실학에 대한 의심과 회의가 결국 실학에 대한 더욱 견고하고 풍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자원이 될 것이다.

특히 실학자 최한기의 기학에서 기는 실리의 근본이고, 추측은 지식을 확충해나가는 방법으로 평가된다. 최한기는 미래 시대의 학문은 기학이 주도하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본 선견의 사상가이자, 전 세계에 자신의 기학의 제창을 알리고자 한 인물이다. 그의 사후 백 년이 되어 가는 시기에 비로소 그가 남북한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그 뒤 그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분명 그는 자신이 남긴 방대한 저작을 통해 당대에는 누리지 못한 학문적 성과를 후대에 인정받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지금껏 최한기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그의 방대한 저작은 깊이 있는 탐구와 새로운 해석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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