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23

希修 - [결혼, 종교, 영어 ] . 평생을 살아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다 알 수는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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希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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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종교, 영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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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살아도 나 자신에 대해서도 다 알 수는 없는 게 인간이다. 계속 변해 가기도 하거니와 또 의식은 무의식의 속임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기에. 그러니 나 자신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면서 남과 결혼을 한다는 건 사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그야말로 미친 짓에 가까운 도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이 도박에 뛰어드는 건, 결혼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 기대효용들 중 가장 중요하다고 내게 생각되는 부분은 바로,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나의 지질한 면면들을 속속들이 보게 되며 상대방과의 갈등과 조율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나 자신도 성장하게 될 수! 있다는 이론적!인 가능성이다. 많은 경우 그저 이론적인 가능성으로만 그치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기회비용을 치르지 않는다면 기대효용은 아예 제로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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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는 종교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부처님이 원하신 것도 맹목적 신앙이 아니라 당신의 말을 우선은 잠정적 가설로 받아들이고서 실천/실험해 본 후 그 노력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확인하면서 자연스레 자라나는 확신 (판사가 검사와 변호사의 논박을 모두 지켜본 후 내리는 판단과도 비슷한 conviction)이었다. 그러나 잠정적 가설로만 받아들이고서 실천/실험해 보는 정도도 실은 적잖은 dedication을 필요로 한다. 불교 윤리의 기초 중의 기초인 5계를 지키는 자체도 쉽지만은 않기에. 친구의 새로운 헤어 스타일이 안 예쁜데도 불구하고 예의상 예쁘다고 해 주는 이런 수준의 '선의의 거짓말'조차 않으면서 세상을 산다는 건 오해와 손해를 무릅써야 하는 일인지라, 이런 실천을 시험삼아라도 상당기간 지속한다는 건 마치 결혼이라는 도박에 뛰어드는 일과도 비슷한 헌신이다. (그리고 세상엔 誠이라는 것이 결여된 이들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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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때부터 종교적인 문제에 호기심이 많아 개신교와 천주교는 물론이고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믿으려 노력하고 뻘짓도 많이 해 봤지만, 그런데도 그 어느 것에도 신앙이 생기지 않아 신앙이라는 것을 갖는 사람들은 틀릴지도 모른다는 기회비용을 감당할 용기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평생토록 신기하고 또 부러웠었다. 뭔가 '이거다!' 싶은 가치체계를 갖게 되면 좀 일관되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도 다른 종교보다는 불교가 가장 가망있어 보여서 (여러 종교들에서 하는 얘기들을 모두 아우르는 가장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설명을 제공한다고 내게는 여겨져서) 관심을 가진 지 17년 만에 불교는 비로소 내게 종교가 되었고 그 계기는 물론 타니사로 스님이었다. 이승의 내 목표는 타니사로 스님이 쓰신 80여권의 책이라도 제대로 이해한 후, 그 후 여력이 된다면 Pali어도 공부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여전히 왕성하게 집필을 지속하고 계실 뿐 아니라 때때로 다른 관점이 궁금할 때마다 들르는 이 싸이트에 올라오는 정보량도 막대하여 태산 앞의 개미 한 마리가 된 듯 느껴지기 일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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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이 두서없는 글을 쓰는 이유는, 초기불교 공부에 참고하시라고 추천하고 싶어서( https://discourse.suttacentral.net ). 

혼자만 알고 있기엔 너무나 아까운 이 멋진 싸이트에는 초기불교를 공부하는 스님들과 재가자들이 전세계에서 접속하여 토론에 참여하고 무료 다운로드 가능한 최신 학술논문과 책들도 많이 업로드되기 때문에, 이제 불교공부는 신분이나 환경의 문제가 아닌 자기 자신의 열정과 총명함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인 것 같다. 

Pali어도 할 수 있다면 물론 더욱 유리하겠으나 Pali어는 난 이번 생은 포기하기로. (내가 Pali어를 공부한들, 정확한 번역에 필수인 역사적 문화적 배경지식에는 여전히 깜깜일 테니.
 또 https://suttacentral.net 에는 타니사로 스님의 영역 비롯 여러 유명한 스님들의 초기경전 영역 텍스트가 총망라되어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한문본도 올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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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국가와 민족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위해서는 한국도 더 늦기 전에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하여 점점 더 벌어져 가는 지식수준의 격차를 따라잡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불교를 공부할수록 점점 더 커져만 간다. 한국의 승려나 학자들 중 영어가 자유로운 소수가 떠먹여 주기만을 기대하기엔 정보의 양도 너무 많고 쏟아지는 속도 역시 너무 빠르다. 그들의 실수를 바로잡거나 실수의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대중도 똑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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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 그릇에 담긴 숟가락이 수프의 맛을 모르듯, 어리석은 사람은 한평생을 현자와 보내도 불법 (佛法)을 이해 못 한다. 하지만 혀가 수프에 닿는 순간 순식간에 수프 맛을 알듯, 관찰력 뛰어난 사람은 잠시동안만 현자를 대해도 법을 금방 이해한다. — Dhp 6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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