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2

"부드러운 것이 늘 강한 것을 이기죠"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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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도덕경 해석은 誤譯역사" "완역 이경숙 도덕경" 펴낸 이경숙씨
입력 2004.01.17 00:00 0  0 
"도올의 노자 해석을 정말 웃긴다고 생각했습니다. 숱하게 많은 도덕경 번역의 거의 80%가 오역과 곡해였습니다."3년 남짓 전 김용옥 중앙대 석좌교수가 TV 노자 강의로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 그의 도덕경 번역을 정면으로 반박한 '노자를 웃긴 남자'를 내 화제가 된 이경숙(44·사진)씨가 '완역 이경숙 도덕경'(전2권·명상 발행)을 냈다. '노자를 웃긴 남자'가 도올을 비롯한 기존 노자 해석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라면, 이번 책은 도덕경 번역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지 낱낱이 보여주는 것이다. '왕필(王弼) 이후 모든 도덕경은 오역의 역사였다'고 적은 책의 띠지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그의 해석은 새롭다.

도덕경 6장의 '谷神不死 是謂玄牝(곡신불사 시위현빈)'을 도올이 '계곡의 신은 죽지 않는다. 이를 일컬어 가믈한 암컷이라고 한다'고 해석한 데 비해 이씨는 '신이 불사하는 계곡이 있으니 이를 일러 현빈이라 한다'고 번역했다. "현빈이나 영백(營魄) 등은 도덕경에서 노자가 만든 단어입니다. 그걸 풀어서 해석해서는 글의 의도를 살릴 수 없습니다." 10장의 '載營魄抱一 能無離乎(재영백포일 능무이호)'를 '온 나라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이것이 흩어지지 않게 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 것은 기존 해석과 크게 다르지만 이해가 훨씬 쉽다. 도덕경을 심오한 동양철학서가 아니라 혼란의 극치였던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 처세론과 통치론를 설파한 책으로 이해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체계적 한학 수련 없이 어려서 어머니를 따라 불경을 필사하면서 한문을 깨친 이씨는 한문 해석 비법의 한 가지로 "백독불여일필(百讀不如一筆)"을 든다. 눈으로 따라 읽을 때에는 의미가 불분명했던 것도 한 번 직접 써보면 그 뜻을 잘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는 직역과 자구 해석, 친절하고 재미까지 곁들인 주는 물론, 꼭 해당 구절을 써보도록 따라 쓰기란을 만들었다. "평소 전사나 병법에 관심이 많아 손자병법 번역·해설서도 낼 계획"이라는 전업주부 이씨가 앞으로 국내 동양철학이나 한문학계에 또 어떤 파문을 불러올지 기다려진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