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8

Namgok Lee - "밤새도록 잠도 안자고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무익하였고,...

(8) Namgok Lee - "내 일찍이 하루 종일 먹지 않고 밤새도록 잠도 안자고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무익하였고,...



Namgok Lee
1d ·



"내 일찍이 하루 종일 먹지 않고 밤새도록 잠도 안자고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무익하였고, 배우는 것만 못하였다(子曰 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以思 無益 不如學也).“

논어 15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나는 종일 먹지 않고 생각한 적은 기억이 안 나지만, 밤새 뒤척이며 생각에 골몰한 적은 있다.
그럴 때 가끔 이 문장을 떠올린다.

2500년의 시간을 거슬러 한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누구나 그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생각할수록 더 괘씸하고 더 분노하게 되고 더 미워진다. 그 반대 방향으로 밤새 뒤척이지는 않을 것이다.
외골수로 가기 쉽다.
이런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자기 생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이 될 책을 펴는 것이다.
윗 문장에서 말하는 사불여학(思不如學)이다.
나는 불경이나 논어를 펴들지만, 어떤 사람은 성경을 펴들 것이다.
지금 우리는 대체로 축의 시대의 성인들을 배우는 것인데, 공자는 그 전 사람들에게서 배웠다.
공자의 “술(術)하되 짓지(作) 않는다”는 술이부작(述而不作)은 이를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공자는 결코 사(思)를 경시한 것은 아니다. 사(思)와 학(學)의 조화를 중시한다.


위정 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음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로워지기 쉽다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전자(前者)가 교조주의(敎條主義)의 답답함이라면, 후자(後者)는 독단이나 모험주의의 위태로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대체로 사(思)는 주관적이고 아집일 가능성이 있지만, 학(學)을 자기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사(思)의 약점은 학(學)으로 보완해야 한다. 동시에 적극적이고 창조적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영역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사(思)를 통해야 한다.
온고(溫故)와 지신(知新)의 조화이고 순환이다.

이 밤도 잠못 이루고 이 생각 저 생각에 뒤척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밤새 생각해봐야 ‘백번 생각해도 내가 틀림없어“라고 외골수가 되기 쉽다.
그럴 때 윗 문장을 떠올려 자기가 가장 신뢰하는 성인(聖人) 급의 이야기를 펴드는 것이 좋다.
성인(聖人)이란 그 보편성이 오랜 세월을 거쳐 검증된 사람을 말한다.

특히 진리나 정의를 위해 헌신하려는 결의가 강한 사람일수록 ‘외골수’는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한다.
내가 가끔 한밤중에 잠 못이루고 뒤척이다가 논어를 비롯한 옛 지혜를 펴드는 것은 골똘히 자기 생각에 빠져도 별 이익이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을 객관화하는 것, 그것이 학(學)이다.
오늘은 생각 때문이 아니고, 치통 때문에 뒤척이다가 컴퓨터 앞에 앉아 논어를 펴들었다. ㅎㅎ




140You, 이병철, 박정미 and 137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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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아! 그렇군요. 배움과 생각을 균형있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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