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4

希修 '내려놓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take personally 않는 '바삭함'이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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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놓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take personally 않는 '바삭함'이 중요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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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누군가의 말에 내가 불쾌함을 느낄 때 어떤 외국인 친구가 "Don't let yourself feel down with that"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내가 미국에서 문화차이를 느꼈던 순간들 중의 하나로 선명히 내 기억에 남아 있다. '자기 감정에 책임지기'라는 개념 자체가 내겐 아예 없었던 것. 비슷한 표현으로 "Whoever has a problem has a problem"이라는 말도 있는데, 남들에게 물리적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방식으로 너는 행동해야 한다"고 타인에게 요구할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는 뜻. (또 다른 어떤 외국인 친구가 어떤 남성과 연인 관계를 끝낸 후에도 잠정적으로 그 남성 집의 방 하나를 렌트하고 있었는데, 그 남성의 새 여친이 그 집에 드나드는 것에 대해 내 친구인 구 여친이 불평하자 그 남성이 한 얘기가 저거였다.) 심지어 불교도, 우리의 감각 (5감+의식)은 우리의 업 때문에 우리가 경험해야 하는 자극을 잠재의식 중에 적극적으로 찾아헤맨다고 말한다. 똑같은 경험을 10명이 하면 그 반응 (해석, 감정 등)이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런 개인차는 각자가 스스로 공헌하는 부분, 그러므로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상대방 비난도 자기 비난도 하지 말고 그저 상황 개선에만 집중하라고 가르친다. 물론 이런 논리는 "내가 한 행동을 성추행으로 여겨 불쾌했다면 그건 너의 문제일 뿐"이라는 식의 피해자 비난으로 악용될 위험이 농후하기에 타인을 향해 해서는 안 되지만, 개인의 자기성찰용으로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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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내려놓는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을 바삭하게 유지하는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서로 온갖 기대, 간섭, 비교를 많이 하고 매사를 take personally 하며 '끈끈함'을 '인격적 훌륭'으로 생각하는 경향마저 있는데, 이런 문화 탓에 모두가 피곤하다. 세상 사람 모두가 내 비위를 맞춰 줘야 한다고 믿는다면 나 역시 세상 사람 모두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것. 교류 중 뜻밖의 언행을 상대가 보여 나로서는 좀 놀라거나 민망할 경우 '아, 이 사람은 나와는 많이 다르구나'하고서 거리 조정을 하면 간단하련만, 그 사람의 장점을 내 자신에게 주입하면서 억지로 억지로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 =내게 보이는 것보다 더 좋게 해석하려고) 무리를 한다. 몇 번 이러고 나서는 어느 순간 갑자기 혼자 울컥하기도 한다. 나로서는 '섭섭한 것도 참았다,' '나름 노력했다' 생각하기에 상대도 그만큼의 노력을 보일 의무가 있다고 토라진 아이의 심정이 되는데, 정작 상대의 언행은 내 기대에 못 미치니 이젠 갑자기 상대가 이기적이라는 둥 하면서 상대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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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이게 정말 상대의 문제인지, 나의 문제인지, 아니면 서로가 많이 다를 뿐인 것인지,' '상대의 문제라면 나는 혹시 저렇게 행동할 때가 없는지,' '나는 앞으로 상대와 얼만큼의 거리를 유지하며 지낼 것인지' 정도만 생각하고 치우면 좋으련만, 마음이 좀더 바삭한 사람이라면 받지 않을 상처를 굳이 구구절절 서사를 만들어 가며 스스로 받아 놓고는 상대에 대한 원망을 마음 깊이 새긴다. 상대는 나와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는 시그널을 상대방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나의 욕심 때문에 무시하며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해 놓고는, 내 욕심이 실망으로 귀결되자 이젠 갑자기 그 사람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 실제보다 좋게도 나쁘게도 해석할 필요 없건만, 상대는 그냥 그 자신으로서 존재할 뿐이니 그저 '그렇구나' 하면 충분하건만, 나 혼자 내 정서적 필요와 욕망에 따라 그 사람을 실제 이상으로 미화했다가 실제 이하로 평가절하했다가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면서 탐진치의 소용돌이로 빨려들어간다. 애초 내 마음이 너무 끈끈했기에 생기는 일이며, 부처님이 사랑/pema에 대해 부정적이셨던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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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와 잠자리가 욕심나서 내 마음을 끈적하게 유지하면 파리가 수십 배, 수백 배 더 많이 와서 달라붙는다. 그러나 나비나 잠자리를 붙잡고자 하는 욕심이 없다면 내 마음엔 파리라는 실망이나 상처가 박제될 일도 없다. 내 마음을 바삭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나비든 파리든 와서 잠시 앉았다가 다시 날아갈 뿐. 그러나 내 마음 자체가 끈끈하면, 아무리 내려놓고 아무리 떼어내도 대상만 바꾸어 가면서 계속 집착하느라 내 마음은 온갖 불필요한 것들로 언제나 어지롭고 번잡할 수밖에 없는 것. 남이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게 아니라 내 스스로 내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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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살면서 이런 저런 상처를 받고 어릴 때 한 경험은 트라우마가 되기도 쉽다. 그럼에도 경험의 처리는 자신의 책임 (≠탓)이다. (사회적 구제가 필요한 일인 경우라 해도 그 주장/운동을 시작할 책임은 나에게 있다.) 세상에는 음주운전이나 사기 같은 범죄들이 엄연히 존재하니 살다 보면 억울한 피해를 입는 경우들도 생기지만, 내가 어떤 피해를 보았다는 사실이 내가 필연적으로 피해의식을 정체성으로 삼아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실천은 말보다 훨씬 어렵다.) 분명한 건, 실제로 내가 남보다 많은 부당함을 겪었다 해도, 그걸 피해의식으로 발달시키면 결국은 내 정신과 나의 여생마저 망가지고 내 주위 사람들을 본의 아니게 괴롭히는 결과가 된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피해의식이라는 것은, 내 삶의 주인으로서의 나 자신의 주체성을 스스로 망각/무시하고서 내 삶이 마치 '남이 처리해 줘야 하는 망친 요리'라도 되는 듯 스스로 취급하는, 최악의 자기모욕인 것. 이승의 삶은 머리카락에 불붙은 것 같은 위급상황이라고 불교는 비유하는데, 내 자식의 업조차 내가 대신 어떻게 해 주지 못 하는 것이 삶의 조건임을 기억해야, 서로 간의 경계와 각자의 독립성을 최대로 존중해야, 배려를 당연시 않는 appreciate과 소비/착취 아닌 연대도 비로소 가능해진다. 또 어느 정도의 오해와 실망은 인간사에 불가피하며 내 감정에 대해 남이 함께 책임져 줄 수 없음 역시 현실로 받아들여야, 그래야 평화도 행복도 가능해진다. 내 스스로 평화/행복을 선택하지 않는데 80억 인구가 합심하여 내 마음을 평화롭게/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일은 결코 안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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希修
 updated her status.

< I Start Living My 'Own' Life Only When I Fully 'Own' Responsibility for My Lif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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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something undesirable and incomprehensible happens, we keep searching for ANY explanation, even an untestable one. Some examples 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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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I must have done something bad in my previous life. - A mistaken deterministic view of karma.
(2) I must have chosen and voluntarily brought this karma to this life as a homework to do. - A Vedantic view.
(3) I must have consciously or unconsciously created this myself by being a vibrational match to it. - Law of attraction.
(4) This must be a part of God's bigger plan.
(5) No reason, no one's responsibility, purely accidental. I just had a bad luck, which means that our lives are meaningless and at the mercy of the whim of the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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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of the above may look comforting to a person 'A' while it sounds totally unacceptable, upsetting and insulting to another person 'B'. There is no way for us to know which of the above is 'right'. Maybe each of those five has a grain of tr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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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matter what, the only thing I believe is that I am 'the first' one (if not 'the only' one) who can be 'responsible' (≠ 'at fault') for my life in the sense that it's no one else's inherent duty but my own to start changing my life in the direction of my preference. When we have an undesirable experience, sometimes (not always) we ourselves have made some kind of contribution to it even if the experience is not at all our 'fault' or we did have a good intention (in our deceitful deluded narrow mind anyway). Until we realize and learn how we have facilitated the condition and how we can improve and refine the ways we think, talk and behave, the experience may repeat itself. (A positive/wishful thinking does not help here except only clouding our eyes with illusions or delusions.) When we see a pattern in our experiences, it is a sign that we should reflect on ourselves instead of complaining. Things that happen in my life are not always for my 'fault', and yet I am the only one who is 'responsible' for my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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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n if the change which needs to be made is societal, I should be the one who initiates it by finding people who see the cause. Even if (1) should be true, I don't believe it means that I have to stay helpless just being 'punished' by exploitation or abuse. Instead, in order to end the vicious cycle, sometimes I have to let myself flow into a different direction. (The Buddha also said that your past karmas and present choices keep interacting to form your present and future.) I may be a 'victim' in a sense, but wishing what did happen had not happened is a waste of time and energy. Also, if the victimhood dominates my identity or my mind, it will only aggravate the situation for others around me as well as for myself. Me living out of the victimhood is like me treating my life merely as a mistake/mess of someone else and just waiting for him/her to take care of the mistake/m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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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e all inter-connected to one another. Still, the liver cannot do the job of the stomach no matter how much the liver 'loves' the stomach. Each and every one of us has brought a set of accumulated karmas to this birth, so there will be limit to how much we can 'help' each other. The fact is, ultimately, we can only help one another to help oneself. Viktor E. Frankl's words seem to me to be the epitome of 'humaneness'.
“Fundamentally, therefore, any man can, even under such circumstances, decide what shall become of him - mentally and spiritually. He may retain his human dignity even in a concentration 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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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ponsibility -- Teal Sw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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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Are You Without Your Story?" -- Byron Katie, Soren Gordha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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崔明淑, Sungsoo Hong and 4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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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기 감정의 상태는 전적으로 저기책임이라는데 동감..미국의 쿨한 정서적 베이스가 자기 감정조절에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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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쵸. '끈끈한'을 '인격적으로 훌륭한'과 혼동하는 한국 문화에서 28년이나 살고 나니 이게 쉽게 바뀌지는 않지만, 생각이라도 이렇게 하면 서로 불필요한 기대로 서로 부담주는 일은 확실히 좀 줄어드는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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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들이 흔히 "미국 사람들 순진/단순하다"고 말하는 것도, 저런 무언의 온갖 기대와 은근한 심리적 조종/압박 같은 걸 미국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덜 하고 살아서 그런 듯 해요. 그런 단순함과 직설적인 특징이 한국인이나 일본인이 볼 땐 좀 무례하게 느껴지는 때도 없지는 않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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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希修
       묶이지 않으니 관계에서 자유롭겠죠. 부러운 편이에요. 자신에게도 알맞은 형태로 접목시키고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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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가 내려 놓아야 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그리 생각했지만 고치기 쉽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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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신우
       어느 사회/문화에서 나고 자라느냐가 그래서 중요한 것이겠죠. 이걸 진작에 깨달았으면 인간관계로 인한 그 많은 에너지/시간의 낭비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예요, ㅎㅎ. 그래도 뭐 이제라도 '뭣이 중헌디?'를 생각하며 살아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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