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ok Lee
2 h ·
고운동 논어산책을 마치며, 논어 몇 구절을 고르다가 그 동안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맨 마지막 구절을 골라봤다.
맨 첫 문장은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로 많이 알려졌지만, 끝 문장은 별로 주목받지 못하고, 나도 별로 자세히 살펴보려는 마음이 없었다.
논어 뒷 편으로 갈수록 나중에 끼워넣었다는 말도 있고, 좀 흐지부지 끝나는 감이 없지 않다.
그래서 이번 논어 산책에서는 이 문장을 첫 소재로 삼아볼까하는 마음이 들었다.
“명(命)을 알지 못하면 군자가 되지 못하고, 예를 알지 못하면 설 수가 없고,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가 없다”
子曰 不知命 無以爲君子也 不知禮 無以立也 不知言 無以知人也 (20-3)
① 명(命)을 안다는 것이 인간의 진화를 위한 관문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명(命)이 들어가는 말이 많다.
천명(天命), 운명(運命), 숙명(宿命), 사명(使命), 소명(召命), 운명(殞命) 등,
명령이나 목숨 등의 뜻으로 쓰인다.
명령은 자기가 자기에게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큰 존재가 부여하는 것이거나 그 부름을 받아들이는(사명 소명 등) 것이다. 큰 것은 하늘(天)로 표현될 수도 있고, 운(運)이나 업(宿)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무어라 표현하든 그것이 유신론이건 무신론이건 우주 자연의 리(理)가 아닐까 한다.
‘우주자연의 리(理)’를 안다고 하는 것은 인간의 지적능력을 넘어서는 것이다. 다만 그것을 향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나아갈 뿐이다.
자기를 큰 존재에 일치시키려는 노력은 결국 자신을 제대로 아는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래서 나는 지천명(知天命)을 자신의 ‘분수’를 아는 것이라고 해석하였다.
‘분수’라는 말은 신분계급사회에서는 근본적으로 왜곡된다. 분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게 하는 근본 장애가 신분계급사회다. 분수를 알라는 말은 그 신분계급적 처지를 받아들이라는 말로 되고, 불의한 사회질서에 복종하도록 훈치하는 말로 된다.
그러나 사회가 진보하고 사람들이 자유로워질수록 자신의 분수를 제대로 아는 것이야말로 ‘자기실현’의 출발로 될 것이다.
교육혁명의 첫 번째 과제도 이것을 제대로 알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수나 농민이 판사나 의사와 차별이 없는 사회가 되는 것, 고위 관료나 정치가가 그 직위 자체로 존경이나 선망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회, 돈이 목적이 되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이 이런 교육혁명을 가능케 할 것이다.
사람들이 자기 분수를 알고 각자가 자기실현을 통해 자유와 행복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세상, 그것이 우주 자연의 리(理)에 부합하는 인간의 길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