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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단체에서 명상을 하는 사람들. 명상 대중화는 반가운 일이지만 무분별한 수행법 범람은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대불교 자료사진 |
[현대불교= 신성민 기자] 한국사회의 종교가 가지는 공통된 문제 현상은 ‘탈종교화’이다. 이미 서구사회에서는 젊은 층들의 종교 이탈이 심각한 문제다.
불자 중 4%만 간화선 수행 유사수련 경험자도 많아져 종교 사사화 경향 확대일로
수행, 자기 위안 활용 세태 명상 대중·상업화 明暗봐야 종단 수행체계 개발 필요해 종교의 나라 미국에서 무신론자가 점차 늘고 있다. 미국 공공종교연구소(PRRI)의 최신 보고서 ‘엑소더스: 미국인들은 왜 종교를 떠나는가, 그리고 왜 돌아올 것 같지 않은가’에 따르면 미국에서 ‘믿는 종교가 없다’ 혹은 ‘나는 무신론자다’는 응답률은 지난 8월 말 기준 25%이다. 1986년 7%, 1996년 12%, 2006년 16%였던 미국 ‘비종교 인구’ 비율이 또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젊은 세대에서 신을 믿지 않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연령대별 ‘비종교 인구’ 비율은 18∼29세 39%, 30∼49세 29%, 50∼64세 17%, 65세 이상 13%였다. PRRI는 “30년전 20대 가운데 10%에 불과했던 비종교 인구가 4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라며 “종교에 있어서도 세대간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종교를 믿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종교에 대한 믿음과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연구소 설문에 응답한 사람 중 60%가 “종교적 가르침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어서”라고 답했다.
이 같은 탈종교화 현상은 세속화와 탈제도종교화로 세분돼 나타난다. 불교에서 이 같은 현상과 맞닿아 나타나는 사례가 명상의 대중화이다.
명상의 대중화는 불교에는 큰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기업들이 서로 앞 다퉈 자신들이 설립한 연수원에 명상프로그램들을 도입하고 있고, 명상 수행에 대한 정보와 수련장도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기실, 참선이나 명상 수행은 특정 종교나 종단의 전유물이 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한국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수행하는 재가불자 인구는 그리 많지 않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2013년 발간한 〈대국민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불자 중 70.4%가 실천 중인 수행법이나 기도법이 ‘없다’고 답했다. 그나마 ‘있다’고 답한 불자들 중에서도 대부분 염불(21.3%)과 호흡명상(21.3%)이 주류를 이뤘고, 간화선을 수행한다고 답한 불자는 4%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불교사회연구소가 올해 9월 발간한 〈조계종 수행 현황과 과제 연구 보고서〉는 “현재 조계종단의 크고 작은 갈등도 종단 구성원들이 수행에 무관심하거나 수행상의 혼돈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종단 구성원들 사이의 불교관과 수행관의 불일치가 다양성을 뜻한다면 환영할 일이나 그렇지 않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탈종교화 현상은 명상의 대중화와 함께 유사 불교 수련법의 범람도 함께 가져온다. 이는 종교적 수행을 사사화(私事化)·세속화하는 대표적 사례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2015년 발간한 〈한국인의 종교 1984~2014〉에 따르면 ‘마음 수련 참여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25%가 불자였고, 개신교인이 33%로 가장 많았다. 가톨릭은 23%로 비슷해 모두 대동소이한 수치를 보였다.
‘종교보다 개인적 수련에 관심이 많다’는 응답에는 불자가 33%로 가장 많았고, 개신교인은 25%, 가톨릭인은 29%였다.
이에 대해 한국갤럽은 “종교계에서도 사사화 경향이나 얽매임에서 탈출하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는 한국인들의 신앙이 제도 종교 중심의 신앙 생활에서 개인 중심의 신앙 생활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탈종교화 현상으로 인한 종교의 사사화, 세속화는 종교적 수행문화를 소비문화로 환치 시킨다. 김성건 서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논문 ‘종교의 미래:사회학적 전망’에서 “글로벌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종교적 변동은 △제도 종교에서 소비적 영성으로 전환 △종교의 사사화와 상품화로 요약된다”면서 “이는 종교인과 종교적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성찰적 신앙에서 세속적 건강과 부(富)의 숭배로 전환됨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 스님은 대중들이 좇는 명상 대중화의 환상을 경계했다. 명법 스님은 “사람들이 종교인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위로’나 ‘만족’ 위주가 됐다. 사찰에 법회를 참석하는 것이 아니라 책이나 경연장에서 만족을 얻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예전엔 스님들에게서 직설적이나 핵심을 찌르고, 현실서 가치 없다고 판단된 부분을 파격적으로 언급하는 태도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제대로 가르치는 스승에게서 배우려는 자세가 없다”고 현 세태를 평가했다.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원래 명상이나 불교적 수행은 단지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모든 생명은 연결돼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나만의 행복이 아닌 모두의 행복을 만들 수 있는 가치관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밝혔다.
간화선 대중화를 위한 조계종의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04년부터 조계종 교육원은 전국선원구좌회와 협의해 ‘간화선 지침서’ 편찬을 추진했고, 2005년 〈간화선-조계종 수행의 길〉을 간행해 2만권 이상 출간하는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이렇다 할 노력이 없고, 2010년 이후에는 종단 차원의 간화선 종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세계적인 명상 열풍과 인성교육 강화 시류에 맞춰서 불교계 안에서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명상 포교 현장 지도자들이 네트워크를 위해 2015년 4월 21일 한국불교명상지도자협회를 출범했고, 올해 5월에는 서울시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다. 현재 협회는 협회 명의의 명상지도사 자격증을 국가 등록으로 놓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조계종 포교원과 불교상담개발원은 ‘조계종 명상지도사’ 양성 과정을 2년 째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불교사회연구소가 9월 발간한 〈조계종 수행 현황과 과제 연구 보고서〉는 의미가 큰 연구 성과이다. 보고서는 현재 조계종의 수행 현황부터 역사와 전통, 문제점과 전망·과제까지 총체적으로 짚어내고 있다.
보고서는 “종단 차원의 수행체계와 이에 맞는 수행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하는 사이 다양한 유사 종교 수련단체들이 대중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불자들이 사찰이나 부처님 교법서 마음의 고통을 해결 못하고 종단 밖의 수행·수련 단체로 가서 마음의 치유를 얻는다면 그것은 불교와 종단의 본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단 차원의 사부대중 수행체계 정립과 수행종책 수립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한 이런 종무행정을 담당할 수행 전문 부서와 기구 설립도 주장했다.
보고서는 “종단 수행 종책에는 수행이 무엇이며, 목표와 수행 방법, 효과를 담아내면서 프로그램 교재, 매뉴얼 개발과 보급, 지도자 양성 방안, 국내외 수행센터 운영과 지원 방안을 담아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종단 지도부와 제방 사부대중은 종단 수행체계의 정립과 실천을 위해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간화선이 최상승이라고 아무리 주장한들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소통하지 않으면 공감을 얻을 수 없다”면서 “이제는 간화선이 최상승이라는 전통적인 주장만이 아니라 직지·돈오의 간화선이 세상의 고통을 어떻게 보며, 해결할 수 있지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정립해 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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