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30

영적 휴머니즘 - 종교적 인간에서 영적 인간으로 길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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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 휴머니즘 - 종교적 인간에서 영적 인간으로 
길희성 (지은이)아카넷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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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가
45,000원
판매가
924쪽

책소개
기독교 신자이면서 불교학을 전공한 종교학자 길희성 교수가 50여 년 동안 동서양 종교와 철학을 넘나들며 피력해 온 탈종교 시대의 종교론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의 학문적 역량을 총동원한 이 책은 저자의 학문인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책이 될 수 있다는 심정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이 책의 머리말은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전지구적인 문명 위기의 탈출구는 무종교도 아니고 세속주의도 아닌 제3의 길, 영적 휴머니즘에 있다는 것이 종교를 두고 평생을 씨름해 온 내가 도착한 정착역이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목차


머리글 7
I. 영적 휴머니즘
1. 두 가지 휴머니즘 29
2. 영적 인간관 95
II. 성서적 신앙, 형이상학적 신관, 세속적 휴머니즘
1. 유일신신앙의 종교와 형이상학적 종교 144
2. 예언자 정신 151
3. 형이상학적 신관의 대두 159
4. 유일신신앙의 의의 167
5. 역사의 하느님 신앙과 신의 섭리 175
6. 토마스 아퀴나스: 신앙과 이성의 종합 223
7. 유명론과 종합체계의 붕괴 229
8. 오컴, 종교개혁, 그리고 서양 근대의 태동 239
9. 계시와 이성에서 신앙과 과학으로 243
10. 유명론, 도덕실재론, 목적과 의미가 사라진 세계 247
11. 위기에 처한 성서적 신앙 269
12. 스피노자와 칸트 이후의 신학 283
13. 세속주의의 종교비판 293
14. 다원화된 현대세계와 종교다원적 신학 299
III. 자연적 초자연주의: 영적 휴머니즘의 신관
1. 두 가지 창조론 335
2. 새로운 신관의 기본 구도 351
3. 로고스와 원초적인 물질적 창조력: 신의 양면적 본성 379
4. 창조 개념과 인과성의 문제 429
5. 보편적 성육신의 관점에서 본 창조와 구원 459
6. 무(無)로부터의 창조? 489
7. 악과 신의 섭리 문제 519
8. 특별섭리와 신의 행위 539
9. 부활신앙과 부활사건 563
10. 진화적 창조의 의미 591
11. 형이상학적 신관과 인격신관 607
12. 신론 후기 643
IV. 영적 휴머니즘의 길과 영성
1. 10가지 극한적 질문들: 세속화된 근대 이성을 넘어 675
2. 새로운 영성 745
3. 영적 휴머니즘의 길을 배우다: 4명의 영적 휴머니스트 837
부록: 심도학사 개원 강연문 857
참고문헌 869
찾아보기 887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종교와 휴머니즘은 같이 갈 수 있을까?




P. 30 영성이란 신을 향한 갈망이며 신과의 일치를 위한 노력이다. 영성과 영적 삶은 종교의 존재 이유이자 목적이다. 종교는 현대 세계에서 사라질지 모르지만, 영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인간은 본성상 영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종교적 배경을 지니고 영적 인간관에 바탕을 둔 영적 휴머니즘(spiritual humanism)은 서구 근대의 세속화된 인간관에 기초한 세속적 휴머니즘(secular humanism)과 여러 점에서 다르지만, 둘은 휴머니즘의 정신으로 함께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한
다. 접기
P. 118 영적 휴머니즘은 성령을 받고 싶어 하고 성령에 따라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에 내재하는 선험적인 영적 본성이라고 본다. 이 영적 본성은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주어진 선험적(a priori)인 것이라는 말이다. 하느님에 의해 주어진, 혹은 하늘이 부여한, 성령을 갈구하고 성령을 받고 성령에 따라 살고 싶은 마음을 일으키는, 인간 모두에 주어진 하느님의 은총이고, 사람이면 모두에게 하느님의 거룩한 영을 수용할 수 있는 잠재적이고 선험적인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성리학적으로 말하면, 성령은 하늘이 부여한 인간의 본연지성(本然之性)이고 천성이다. 간단히 말해, 성령은 인간학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접기
P. 161 성육신 사상과 사건이 말하는 핵심은 예수 그리스도에서 인간과 하느님의 완벽한 일치(divine-human unity, 신인합일)가 이루어졌다는 진리다. 문제는 그리스도교에서는 이러한 본성상의 합일이 오직 예수 그리스도교 한 사람에게서만 이루어졌다는 배타적 주장에 있다. 앞으로 우리는 성육신이 모든 사람의 잠재적 가능성이라는 시각, 즉 보편적 성육신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견해 ― 논란을 일으킬 만한 견해 ―를 제시하게 될 것임을 여기서 미리 말해 둔다. 접기
P. 214 나는 세계를 신의 유출 내지 현현으로 보는 진화적 창조 개념에 따라 예수뿐 아니라 모든 사람과 만물이 신에서 출현한, 혹은 신이 낳은 자식과도 같은 신의 육화임을 주장한다. 이러한 생각은 실로 ‘파격적인’ 보편적 성육신 사상임을 나 자신도 잘 안다. 천지만물이 하느님으로부터 출현하는 장구한 세월에 걸친 진화적 창조의 정점에서 출현한 인간은 모두가 예외 없이 하느님의 성육신이라는 귀하디 귀한 존재들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성육신은 2천 년 전에 유독 예수라는 한 사람에서만 일어난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인간 모두에 해당하는 보편적 의미와 진리를 가진 사건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하느님의 아들 예수의 성육신 사건보다 더 놀라운 사건은 우주 138억 년의 진통 끝에 호모사피엔스(homo sapiens)라는 존재가 출현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접기
P. 319 인간의 무서운 편견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종교로‘부터’ 오는 편견이고, 다른 하나는 종교에 ‘대한’ 세속주의의 편견이다. 영적 휴머니즘은 이 두 가지 편견 모두로부터 자유를 주장하는 제3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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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길희성 (지은이)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예일 대학교 신학부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비교종교학)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있다. 현재 강화도 고려산 자락에 ‘심도학사-공부와 명상의 집’을 열어 종교간 울타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영성을 추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아직도 교회 다니십니까』, 『종교에서 영성으로』, 『종교 10강』, 『일본의 종교문화와 비판불교』, 『인문학의 길』,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사상』, 『인도철학사』, 『일본의 정토사상』, 『보살예수』, 『지눌의 선사상』 등이 있다. 현재 길희성 전집(‘종교와 영성 연구’ 약 22권)을 순차적으로 출간 중이다. 접기


최근작 : <일본의 정토 사상>,<지눌의 선禪 사상>,<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영성 사상> … 총 39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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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탈종교 시대에 종교가 아직 살길이 있다면 그것은 종교에서 영성으로의
과감한 전환이다. 영성이야말로 종교의 핵이다.”

기독교 신자이면서 불교학을 전공한 종교학자 길희성 교수가 50여 년 동안 동서양 종교와 철학을 넘나들며 피력해 온 탈종교 시대의 종교론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저자의 학문적 역량을 총동원한 이 책은 저자의 학문인생을 마감하는 마지막 책이 될 수 있다는 심정이 곳곳에 배어 있다. 이 책의 머리말은 “코로나19 사태로 촉발된 전지구적인 문명 위기의 탈출구는 무종교도 아니고 세속주의도 아닌 제3의 길, 영적 휴머니즘에 있다는 것이 종교를 두고 평생을 씨름해 온 내가 도착한 정착역이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탈종교 시대에서 종교가 아직 살길이 있다면 그것은 종교에서 영성으로의 과감한 전환이며, 영성은 종교의 핵”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종교간 그리고 성과 속의 경계를 넘어서는 제3의 길, ‘초종교적 영성’을 제안함으로써 유일신론을 넘어서는 ‘포월적 신관’을 제시한다. 인간 본연의 순수한 영성인 영적 휴머니즘을 회복하고 심화할 필요성과 종교의 유무를 떠나 개인의 진정한 ‘참 나’를 찾을 수 있는 열린 종교로의 전환을 거듭 강조한다.

I부 ‘영적 휴머니즘’에서는 세속적 휴머니즘과 영적 휴머니즘을 비교하면서, 두 가지 형태의 휴머니즘이 지닌 차이에도 불구하고, 둘이 손을 잡고 함께 현대문명을 주도해 나갈 시대적 사명을 안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II부 ‘성서적 신앙, 형이상학적 신관, 세속적 휴머니즘’에서는 세속적 휴머니즘이 등장하여 근대 문명을 주도하게 된 과정을 전통적 그리스도교의 성서적 신앙의 성격과 붕괴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사상사적으로 고찰한다. 아울러 전통적 그리스도교 신앙의 붕괴와 정신적 공백에서 오는 위기, 특히 목적론적 세계관의 붕괴를 초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근대 과학의 기계론적 사고와 세계관의 도전, 그리고 이로 인한 현대인들의 정신적 위기를 삶의 무의미성의 문제에 초점을 두고 고찰한다.

III부 ‘자연적 초자연주의: 영적 휴머니즘의 신관’에서는 이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이 그리스도교의 전통적인 초자연주의적인 신관에 있다는 판단 아래 ‘자연적 초자연주의’ 신관 혹은 ‘포월적 신관’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하나의 대안적 신관을 제시한다. 자연적 초자연주의 신관에 따르면, 신에게는 양면적 본성(the bipolar nature of God)이 있어 신의 ‘로고스’와 ‘원초적인 물질적 창조력’이라고 불렀다. 이 두 개념은 신의 양면적 본성을 가리키는 말로서, 새로운 신관의 두 축이다. 둘은 물질과 정신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데카르트적인 이원론적 사고로는 결코 잡히지 않는다.

IV부 ‘영적 휴머니즘의 길과 영성’에서는 새로운 신관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영적 휴머니즘의 길과 영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논한다. 첫째, 영적 휴머니즘의 길이 오늘의 세계를 주도하는 세속적 휴머니즘적 상식과 이성에 따른 가치들에 반하지 않고, 오히려 세속적 휴머니즘보다 더 성숙하고 힘이 있는 진정한 휴머니즘이라는 점을 논한다. 둘째, 영적 휴머니즘의 직접적인 사상적 토대가 되는 영적 인간관과 신관을 배경으로 하여 전개되는 영적 삶의 근본 성격을 논한 다음, 이러한 영적 휴머니즘의 영성을 가르침과 삶 속에서 실현한 영적 휴머니스트 네 명(예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임제 의현 선사, 해월 최시형)을 소개하고 살펴본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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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길희성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 사상

알라딘: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 사상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 사상   
길희성 (지은이)분도출판사2019-04-05

목차

1 엑카르트와 현대 
2 엑카르트 해석의 중심 문제들 
3 엑카르트의 시대와 삶 
4 신과 세계: 하나, 존재 
5 신과 영혼: 지성 
6 초탈과 돌파 
7 하느님 아들의 탄생 
8 하느님 아들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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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길희성 (지은이)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예일 대학교 신학부에서 석사학위를,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비교종교학)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으로 있다. 현재 강화도 고려산 자락에 ‘심도학사-공부와 명상의 집’을 열어 종교간 울타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영성을 추구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아직도 교회 다니십니까』, 『종교에서 영성으로』, 『종교 10강』, 『일본의 종교문화와 비판불교』, 『인문학의 길』,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사상』, 『인도철학사』, 『일본의 정토사상』, 『보살예수』, 『지눌의 선사상』 등이 있다. 현재 길희성 전집(‘종교와 영성 연구’ 약 22권)을 순차적으로 출간 중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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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원과 환원의 파사칼리아(passacaglia)”

; 길희성,『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 사상』을 돌아보며…….1)

떠남: 하나님을 놓아버린 삶?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해서 하나님의 능력만을 의지하여 살아가는 삶”, 그것은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 교회에서 너무나 자주 강조되는 신앙의 무늬(pattern)이다. 물론 강조되는 강도가 높을수록 그렇게 살아가는 신앙인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어진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런 삶을 추구해야한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그 거대한 흐름을 가르며 역류하는 목소리가 중세의 수도사 마이스터 엑카르트로부터 도도하게 흘러오고 있다. 그는 하나님의 영광이나 하나님을 위해서 사는 것을 경계하고 오히려 하나님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나는 하느님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한다”, “하느님을 위해서 하느님을 놓아 버린다.”(p.9), “우리는 하느님을 위해서든 … 어떤 목적을 위해 봉사하거나 일해서도 안 된다.”(p.271)라고 강조한다. 한국 개신교의 보수적인 신앙에서는 도저히 이해될 수도 용납될 수도 없는 망언이자 불경일 것이다. 원죄의 뿌리를 타고난 인간이기에 스스로의 가능성을 철저히 부정하고 오직 하나님만, 하나님의 은총만을 의지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신앙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개신교의 신앙인들을 가장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그의 영성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엑카르트 영성의 핵심은 인간이 하나님과 하나되어 하나님의 삶을 살아가는 神人合一이다. 그는 이를 ‘하나님 아들의 삶’으로 묘사하는데, 하나님의 아들은 자신 안에 이미 하나님과 동일한 본성과 본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외부에 의지할 필요가 없고 오직 자기 자신 안에 있는 자신의 존재와 생명을 위해서만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는 하나님이 인간이 되신 것은 이렇게 인간이 하나님이 되게 하려는 뜻이라고 본다.

이런 그의 영성은 보수적 신앙의 터를 흔들어놓기에 충분할만큼 과격하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의문을 품게 한다. 도대체 그는 왜 인간이 하나님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선언한 것일까? 또 인간이 어떻게 하나님이 될 수 있고 또 왜 하나님이 되어야 한다고 선포한 것일까? 이런 의문을 따라 보수적 신앙의 터를 뒤로하고 엑카르트의 신비사상의 지평으로 발걸음을 떼어본다.



풍경: 출원과 환원의 파사칼리아

개신교 보수적 신앙의 관점에선 충격적일 그의 사상은 맥긴이 엑카르트 사상의 구조를 표현한대로 출원出源과 환원還源의 역동적 존재론(p.65), 혹은 '유동의 형이상학'(metaphysics of flow)2)을 통해서 그 전체적인 얼개를 가늠해볼 수 있다. 엑카르트의 모든 사상 구석 구석에는 하나의 근원으로부터 모든 것이 나와서 다시 그 근원으로 돌아가는 출원과 환원의 역동적 무늬가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엑카르트는 모든 존재가 궁극적 근원인 하나님으로부터 흘러나온다(流出)고 본다. 그런 만물의 유출에는 크게 두 차원이 있다. 하나는 삼위일체 위격들이 신성(gottheit)으로부터 출원하는 내적 비등(bullitio)이다. 출원의 급진성은 이처럼 신조차 신성으로부터 출원한다는 관점에 있다. 신성은 무차별적 하나이자 활동이 없는 "초존재적 무(Nichtheit)"(p.79)이고 다양한 만물이 산출되는 창조적이고 역동적인 근원이다. 오직 일치만이 있고 말로 표현될 수 없는 이 신성3)으로부터 신이 나온다는 것이다. 인간의 인식과 언어로 포착되는 신, 인간이 대상화할 수 있는 신의 상대성과 한계를 직시하면서 보다 근원적인 차원이자 하나님과의 완전한 일치를 향하게 하는 그의 급진적 영성이 여기에서 터져 나온다.

다른 하나는 만물이 신성으로부터 출원한다는 외적 비등(bullitio)이다. 모든 피조물이 하나님 외부의 무無로부터 만들어진다는 전통적 창조론과 달리 신성으로부터 출원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출원된 만물은 창조의 목적인 신성을 향한 여정에 있고 결국 존재의 근원인 신성으로 돌아가 안식을 누리고 완성을 이룬다고 본다. 출원과 환원의 창조론에서는 전통적인 창조론에서 하나님과 만물 사이에 강조된 무한한 거리와 질적 차이보다는 근원적 일치가 강조된다. 근원인 하나님으로부터 흘러나왔고 그 근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피조물 “자체만”으로는 순전히 무無이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에 의지하여, 하나님의 존재에 참여하는 신적 존재이다. 그리고 늘 하나님으로부터 존재를 부여받아야만 한다는 차원에서 계속적 창조가 강조된다.

신성으로부터 출원한 모든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출원과 환원의 과정을 통해서 신적 완성을 이룰 수 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환원의 가능근거’와 ‘환원의 길’이다. 신화神化의 과정인 환원은 하나님과 인간에게 동일한 원천이 있다는 독특한 관점으로 인해 가능해진다. 인간에게 창조되지 않은 신성이 이미 있기 때문에 그로부터 신성이 흘러넘치면(출원出源) 신성으로 돌아가(환원還源) 하나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 신화의 가능근거는 바로 인간의 지성(intellectus)이다. 지성은 자신을 완전히 비움으로서 모든 대상을 인식하는 속성을 지니기에 존재라기보다는 무無이다. 엑카르트는 신의 본질을 바로 이 '지성'으로 본다.4)  무無의 속성을 지닌 지성이 ‘하나로서의 하나님’의 성품과 완벽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를 넘어서는 존재’, ‘존재 없는 존재’인 신성이 바로 "초존재적 무(Nichtheit)"이자 무차별적 하나이기 때문에 자신을 비우는 무無로서의 지성을 본성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바로 신의 본질인 지성이 인간의 영혼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이 지성을 토대로 신적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엑카르트는 신의 지성이 인간 영혼의 근저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인간 영혼의 근저가 곧 하나님의 근저이고 하나님이 깃드는, 예수 그리스도가 성육신하는 터라고 본다. 바로 그 영혼의 근저에 하나님이 그의 말씀을 발화하고 하나님의 아들을 낳음으로써 인간은 하나님 곧, 하나님의 아들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신의 근저가 곧 영혼의 근저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모상인 인간 영혼의 지성은 하나님과 인간이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있는 가능근거가 된다는 것이다.5)

결국 신성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환원은 영혼의 근저에 하나님의 아들이 탄생하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엑카르트는 하나님 아들의 탄생이 초탈과 돌파를 통해서 이뤄진다고 본다. 초탈(Abgesciedenheit)은 하나님과 하나가 되는 과정이자 그 완성으로서 인간 영혼의 근저에 있는 신성을 회복하고자 벌거벗고 순수해지는 것이다. 그것은 하나님과 하나되는 것을 가로막은 모든 장애물-이기적 욕망만이 아니라 일체의 생각과 관념, 모든 상像들에서 선행이나 하나님에 대한 모든 관념들에 이르기까지-을 비우고 순수해지는 것이다. 초탈은 어떤 행위를 금하거나 세상사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사랑, 자기 의지에 의한 집착, 소유욕 등을 비우는 자기 부정, 철저한 자기 부정을 의미한다. 이런 초탈은 하나님마져 놓아버리고 신의 근저, 신성의 무無에까지 도달하는 돌파를 통해서 완성된다. 초탈의 극치는 대상화된 하나님을 놓아버림으로써 하나님과 순수하게 하나가 되고 그 스스로 본질로서 하나님이 되는 것이다. 돌파(Durchbruch)가 바로 초탈의 극치이자 완성으로서 신과 영혼의 근저로 돌파해 들어가서 하나님과 “이름할 수 없는 벌거벗은 하나”(p.213)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초탈과 돌파를 통해서 영혼의 근저에 순수성을 회복할 때 비로소 하나님 아들이 탄생하게 된다. 영혼의 근저에 이미 각인되어 있던 하나님의 모상이 철저한 자기 부정을 통해서 드러나고 결국 하나님과의 완전한 일치를 통해서 신성이 회복되고 발현되는 것을 하나님 아들의 탄생이라는 은유로 표현했다. 영혼의 근저에 탄생하는 하나님의 아들은 영원한 성자 하나님과 본성상 조금도 차이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성자가 성부와 본성상 완전히 하나이듯, 인간 역시 하느님과 조금도 다름없는 하나님의 아들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엑카르트 신비주의의 얼개를 살펴보면 마치 바로크 시대의 대표적인 변주곡인 파사칼리아(passacaglia)를 듣는 듯하다. 파사칼리아는 짧은 주제(motive)를 곡 전체의 저음부에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그 위에 다양한 멜로디와 장식음들을 입히는 대표적인 변주곡 양식 중에 하나이다. 바로 이런 파사칼리아처럼 삼위일체 하나님, 모든 존재의 창조와 완성, 그리고 인간의 신인합일에 이르기까지 ‘출원과 환원’은 근음(根音)이자 바탕음으로서 자리잡고 있다. 그의 영성 사상은 출원과 환원의 반복되는 주제로써 ‘하나님의 인간됨(聖肉身, 出源)’을 통한 ‘인간의 하나님됨(神化, 還源)’을 연주하는 신학적 파사칼리아인 것이다.



돌아옴: 기도로 움켜쥔 손과 못 박혀 펴진 손

엑카르트 신비주의의 풍경, 출원과 환원의 신학적 파사칼리아가 남긴 잔영을 품고 다시 떠났던 자리로 돌아온다. 도대체 왜 그는 하나님으로부터의 자유와 인간의 신화神火를 역설한 것일까? 출원과 환원의 파사칼리아로부터 그 가능성과 방법을 엿볼 수 있었다면, 신화神化의 절정인 하나님 아들의 삶으로부터는 그 이유를 보다 분명하게 발견할 수 있다.

영혼의 근저로 돌파해 들어가 하나님의 아들로 태어난 삶은 무엇보다 하나님처럼 모든 것을 가지고 전적으로 자신의 것으로부터 살아가는 하나님의 자족적이고 자유로운 삶이다. 하나님의 아들은 이미 하나님과 동일한 본성과 본질을 지니고 있기에 자신의 외부로터 어떤 도움도, 심지어 하나님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오직 자신의 근저로부터 샘솟는 자신의 존재와 생명을 위해서만 살아간다.

이런 하나님 아들의 삶은 철저한 자기 부정인 초탈과 돌파를 통해서 절대적 긍정으로 도약하는, 영성의 궁극적 차원을 보여준다. ‘하나님 없이’, ‘이유 없이’, ‘목적도 없이’ 등의 표현은 하나님과 나, 안과 밖 사이의 모든 간격이 해체되는 철저한 신인합일의 경지를 보여준다. 하나님이 없다는 것은 밖으로부터 나를 압도해오는 절대적 권위의 하나님을 부정함으로써 내 영혼의 뿌리로부터 샘솟아, 하나님이 아닌 영역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는, 하나님에 대한 절대긍정을 이루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하나님이 될 때 어디에도 하나님은 없는 것이다. 이유와 목적이 없다는 것은 나와 하나되지 않고 밖으로부터 강제되는 어떤 목적도 부정함으로써 모든 존재의 이유와 완전히 하나가 되는 절대긍정의 세계를 의미한다. 바로 신비주의적 무신론, 신비주의적 휴머니즘이다.

또한 하나님 아들의 삶은 내면과 실천, 믿음과 행위, 종교적 삶과 일상, 성과 속의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그 사이로 비껴가면서 하나로 아우르는 삶이다. 어느 한 쪽에 얽매이지 않고 영혼의 근저로부터 샘솟는 신적 생명을 따라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이다. 하나님 아들의 삶이 일상사로부터의 도피가 아니라 영혼의 근저로부터 샘솟는 신성을 통해 보다 활동적으로 살아가는 영성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엑카르트의 지배적 관심은 어떤 특별한 종교적 경험보다는, 진정한 인간성을 발휘하는 본질적 삶 곧, 실천적 영성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 아들의 삶은 종교적 형식이나 교리, 신앙의 내용 등을 강조하는 제도적 신앙에 대한 근본적인 해체와 급진적인 전복의 기운을 머금고 있다. 하나님 아들의 삶은 하나님과 나 사이의 어떤 매개도 남겨두지 않는다. 하나님과 나 사이에 놓인 어떤 것-나의 밖에 있다면 하나님마져도-도 우상이며 참된 구원의 걸림돌일 뿐이다. ‘예수를 믿는 믿음’이 아니면 구원될 수 없고 교회의 전통 밖이면 구원될 수 없다는 경계는 해체된다. ‘예수의 믿음’이 나의 뿌리로부터 샘솟아 하나님의 아들로 태어났는가, 그 삶을 스스로 누리고 있는가만이 중요할 뿐이다.

하나님마져 놓아버릴 만큼 하나님과의 하나됨을 철저히 강조하는 엑카르트의 영성은 하나님만을 굳게 움켜잡으려는 한국 개신교 신앙의 그늘을 비춰준다. 하나님만 의지하고 하나님의 영광만을 바라본다는 그 열정 이면에 하나님을 통해 영원히 살려는, 하나님을 이용해 고통과 어려움을 피해가려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그의 영성은 십자가에 못 박혀 힘없이 펴진 손을 보여줌으로써 도구화된 하나님을 움켜잡은 집착어린 손, 고통을 피하려는 기도로 움켜쥔 두 손을 발견하게 한다. 그리고 그런 하나님에 집착함으로써 스스로도 하나님 아들의 자유를 상실하고 욕망과 두려움의 종이 되어버린 신앙인의 자화상을 폭로한다.

우리의 신앙은 밖으로부터 다가와 나를 건져주는 초월적 하나님만을 의지하고 경배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런 신앙의 자리에서 볼 때, 하나님 아들의 삶은 너무나 낯설고 아찔한 괴리감마져 안겨준다. 그러나 그의 영성은 왜곡되고 미숙한 신앙의 자화상을 폭로해준다. 그리고 그 괴리감과 두려움을 핑계로 물러서서는 안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도구화된 하나님을 놓아 버리고, 영혼의 깊은 곳으로부터 하나님의 말씀이 살아 움직이게 하며, 일상의 도처에서 하나님 아들의 죽음과 부활을 목격하게 하는 하나님 아들의 지평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 우리의 신앙이 하나님의 신성으로부터 유출된 소외의 상태임을 깨닫고 다시 하나님으로 환원되어야 함을 역설하는 것, 그것이 엑카르트가 하나님으로부터의 자유와 인간의 신화神化를 강조하는 이유이다.

이젠 신화神化의 리듬, 곧 유출과 환원의 파사칼리아가 내 영혼의 근저로부터 울려오도록 신의 근저로 돌파해들어가 가만히 귀기울여야 하리라. 내 안에 태어난 하나님 아들의 첫 울음소리가 영혼의 근저로부터 울려 퍼지기를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굳게 움켜쥔 두 손을 십자가 위에 펴놓아야 하리라.

[미주]

1) 이 글은 2004년 3월-5월까지 기독교통합학문연구소에서 함께 읽어나간 길희성,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 사상』의 마지막장을 덮은 후에 마음에 남은 잔영을 되새겨본 것이다. 본문 가운데 주 텍스트에서 인용하거나 참고한 부분은 페이지 수만 표기한다.

2) 심종혁,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신비주의와 영성』, ‘신학과 사상’ 제46호(가톨릭대학교 출판부, 2003/겨울), p.13.

3) 레이몬드 B. 블레크니 엮음,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1』, 이민재 역(다산글방, 1994), p.362,363.

4) 엑카르트는 신의 무성無性을 말할 때는 지성으로서의 신을, 피조물의 무성을 말할 때는 존재로서의 신을 강조한다. 하나의 진리를 두 가지 측면에서 보는 차이이다. (p.122-124)

5) 물론 하나님의 지성은 인간의 지성처럼 외부 사물을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 안에 모든 것을 지니고 아무런 매개 없이 자기 안에서 자신을 인식하는 순수한 지성이다. 그러나 인간의 지성이 하나님의 모상으로서 순수지성인 하나님을 닮았다는 것이다. (p.120) 그리고 인간의 지성은 순수지성이 아니라 지성적이지만 하나님의 모상과 형상으로서 신의 지성성에 참여한다고 본다.(p.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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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

길희성, 『마이스터 엑카르트의 영성 사상』(분도출판사, 2003)

심종혁,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신비주의와 영성』, ‘신학과 사상’ 제46호(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03/겨울), pp. 7-39.

레이몬드 B. 블레크니 엮음,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1』, 이민재 역(다산글방,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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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무늬 2004-06-14 공감(17)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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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놀라운 책...

마에스터 엑카르트는 동양과 서양의 정신세계를 연결시켜주는 놀라운 책이다. 

서유럽의 삼위일체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내재된 인간의 본성중 신의 영역에 해당되는 지성을 찾기위해서 돌파를 통해서 그 근저까지 내려가서 신을 만나는 체험을 강조하는 그의 논리는 마치 불교의 사상과도 흡사해서 마치 빨려들듯 읽어나갔다. 

 초반부의 개념이해가 어려워서 좀 진도가 안나가는걸 빼고는 뒷부분은 정말 정신없이 빠져들듯이 읽어서 정말 좋은 책인거 같다. 

이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신과의 만남,체험을 강조하는 그의 논리가 신비주의 사상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그 신비주의중에서는 나와의 개인적 경험과의 접점을 찾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저자처럼 '신의 계시'수준은 아니었지만 깊은 성찰을 통한 수련으로 한평생을 산 영적인 거인이 수천년을 건너 시공을 초월해서 오늘날의 나에게 깊은 영감을 준것은 사실이다. 

하나님의 절대주권만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교회의 가르침가운데에서  

칭의의 구원만을 강조하면서 어린 신앙의 양산만을 그래서 대형화를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부르는 교회의 모습에 싫증이 나신 분이라면 

인간의 자유의지도 중요하며 구원에는 성화의 구원과 승영의 구원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기를 원하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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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사 2010-02-24 공감(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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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에크하르트 입문서


"단언컨대" 최고의 에크하르트 입문서다. 포스트모던 시대에 영성 분야가 각광받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에크하르트는 반드시 주목해야 할 영성가라고 생각된다. 원서만 읽었을 때 솔직히 이해하기 쉽지 않았는데 한글로된 입문서가 출간된지 뒤늦게 알았다. 비교사상상적 관점에서 에크하르트의 사상, 삶, 핵심 주제들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정리해 두었다. 출간된지 10년이나 지났지만 오랫만에 참 좋은 책을 구입하게 되어 기쁘다.

박사 2013-08-24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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