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평화운동을 위한 변명
임진철
입력 2024.07.14
[임진철 칼럼]생명평화운동의 사상이론체계
- 기후·인간·지역 삼중위기 극복 위한 개벽운동
- 원리·가치 차원 담론에서 구체적 지향과 연대로
- DMZ와 남북한 삼자가 만들 ‘코리아 삼국체제’
- 탈국가·탈자본의 마을연방민주공화국
- 지구문명 재건축, 그 시작은 지역에서부터
임진철 직접민주마을자치전국민회마을공화국 상임의장
- 생태적으로 상상하는 남북의 평화와 녹색 한반도(유정길)
- ‘지금 여기’가 빠진 생태적 순환사회 건설의 공허함(박태주)
- 현실의 과잉과 이상의 결핍…박태주 반론에 재반론함(유정길)
- 탈성장론, 불평등 해소와 노동전환 담론 담아야(박태주)
- 생태적 문명전환을 위한 실천전략들(유정길)
- 노동을 탄소중립동맹의 주체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박태주)
논쟁은 「생태적으로 상상하는 남북의 평화와 녹색 한반도」(4월28일)라는 유정길의 글에 「‘지금 여기’가 빠진 생태적 순환사회 건설의 공허함」(5월 13일)이라는 주제로 반론을 제기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대해 유정길은 「현실의 과잉과 이상의 결핍」(5월 26일)이란 주제로 박태주 반론에 재반론하였다. 이에 대해서 박태주는 「탈성장론, 불평등 해소와 노동전환 담론 담아야」(6월 1일)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서,“탈성장담론은 장기적으로 동의하지만, 지금여기의 현실극복”을 재강조하였다.
유정길은 박태주의 문제제기와 반론에 대하여 「생태적 문명전환을 위한 실천전략들」(6월 10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소개했다. 그 실천전략으로서 3차원 실천층위로서의 저항 실천, 대안 실천, 의식전환 실천 그리고 전환 방법론으로서의 틈새적 변혁, 공생적 변혁, 단절적 변혁 방법론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박태주는 「노동을 탄소중립동맹의 주체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6월 21일)라는 제안을 하며 논쟁을 이어갔다.
지난 6월 24일 일몰 무렵 이라크 남부 디카르 지방 나시리야에 있는 나시리야 화력 발전소 굴뚝들이 연기를 내뿜고 있다. 2024.6.24. AFP 연합뉴스
생명평화운동의 사상이론체계가 알려져 있지 않은 까닭
두 사람의 논쟁을 보며 생명평화운동의 사상 이론 방법이 일반대중은 물론이고 지식인세계에서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다. 생명평화운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생명평화운동을 위한 변명을 해야겠다는 어떤 강박관념같은 것을 느꼈다. 그 변명의 방식은 생명평화운동의 스펙트럼을 캔버스화해 보고 거칠게나마 강령구성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사상이론 방법체계가 정교한 마르크스주의는 그 역사가 200년 이상이나 되고 그 실천상에서 흥망성쇠를 겪어왔다. 그에 비하여 생명평화운동은 한반도 남녘에서 발원하여 그 역사가 30여년밖에 안 된다. 그런데 어떤 측면에서 보면 30년이 결코 짧은 역사도 아니다. 그동안 생명평화운동의 이름으로 진행되어 왔던 운동의 물결들이 결코 적지 않다. 한 살림 협동조합운동을 비롯한 각종 협동조합운동과 사회적 경제운동, 대안학교운동과 마을교육공동체운동, 생명평화결사운동, 반전탈핵 평화운동. 생태전환 마을운동과 마을공동체운동, 그리고 직접민주주의 주민자치 마을공화국운동 등이 전개되어 왔다. 현재도 진행중이고 앞으로 그 운동의 폭과 깊이는 더욱더 넓고 깊어지며 풍요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왜 그렇게 생명평화운동의 사상이론체계가 알려져 있지 않았을까?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당 의원들과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9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공공성 강화를 위한 주요입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7.9. 연합뉴스
첫째, 구체화 없는 원리나 가치 차원의 담론
첫 번째로, 생명평화운동의 담론이 단정적인 구체화작업이나 강령적 작업을 피하고 주로 원리나 가치 차원에서 전개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그것은 노자 <도덕경(道德經)> 제1장에 나오는 “도(道)를 도(道)라고 하면 더 이상 그 도(道)가 아니다(道可道 非常道)”라는 것처럼, 생명평화운동을 “무정형의 정형(카오스무스)운동”으로 성격규정하며 원리나 가치 차원에서만 담론을 전개하다 보니 그렇게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하다 보니 바닥의 현실이 아닌 구름 위에서만 노는 것으로 이해되었을 터이다.
둘째, 자신만의 정치사상적 지향성 결여
두 번째로, H2O를 본질로 하는 물은 조건에 따라 기체ㆍ액체ㆍ고체로 자기형상을 드러낸다. 이와 같은 비유의 맥락에서 볼 때, 그동안 생명평화운동은 ‘메시지 네트워크’와 같은 기체형태로만 자신을 드러내온 것 같다. 이제는 ‘사회운동 네트워크’와 같은 액체형태와 정당 등과 같이 자신의 정치사상적 지향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고체로서의 실체를 드러낼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운동의 특성상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명확한 지휘체계 없이 집단지성들의 공진화 과정으로 지어지는 개미집 짓는 모양새일 것이다. 인위적 우선순위를 정하거나 전략적 전위그룹을 고정배치하는 방식 등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복잡계적 공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셋째, 노동 자연 지역과의 연대동맹 결여
세 번째로, 생명평화운동이 노동문제와 같은 불평등 의제와의 연대동맹이 적었고 지역의제와 구체적으로 결합하고 천착하는 작업이 미흡했던 것같다. 또한 의식적으로 정치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다 보니 종교계와 결합하여 추진하는 행사가 많았다.그러다 보니 어떤 이들은 생명평화운동을 종교권 사회운동으로 이해하기도 했다.
자연과 노동에 대한 착취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해체는 자본주의 동학이 노정시킬 수밖에 없는 세 측면이다. 이 세 측면의 자본주의 동학은 기후위기. 인간위기(불평등과 자살). 지역(공동체)위기라는 삼중위기를 낳으며 그 위기를 날로 심화시켜 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지금 여기’가 더욱 더 긴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녹적역(綠赤域) 동맹전략을 필요로 한다ㆍ녹적역동맹을 할 때 생명평화운동은 구체성과 현실성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게 되면 ‘지금 여기’가 없는 공허함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임이 명약관화하다.
지난 6월 22일 환경 운동가들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지금 자연 복원'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내셔널 트러스트, 왕립 조류 보호 협회(RSPB), 멸종 반란(XR)을 포함한 350개 이상의 환경 단체가 행진에 참가해 영국 정부에 기후 및 생태 위기 해결을 요구했다. 2024.622. EPA 연합뉴스
기후 인간 지역 삼중위기 극복 위한 개벽운동
일반적으로 건축설계를 할 때, 조감도-설계도-시공도를 순차적으로 그려 나간다. 그런데 급박한 기후위기 앞에 서 있는 생명평화운동은 사상이론 방법을 순차적으로 구성해 나갈만한 여유가 없다. 고장난 자전거 바뀌를 갈아 끼우면서 달려야 하는 상황처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상황이 이러하다 하여 생명평화운동의 사상이론체계를 뚝딱 만들 수도 없고 그렇게 만들어질 성질의 것도 아니다. 하나의 사상이론 방법체계가 인간과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현실성을 획득하려면, ‘갈리아의 수탉’과 같은 프락시스적 실천과 ‘미네르바의 부엉이’같은 이론적 실천이 피드백되는 축적과정이 필요하다. 그 무수한 축정과정을 통해 형성되며 내공이 깊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내공은 자발적인 누군가에 의해서 창발적 시도가 이루어지고, 그 시도의 성과-한계-오류를 딛고 수정 보완하는 후행적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단단해질 것이다.
필자는 생명평화운동을 기후위기, 인간위기(불평등과 자살), 지역(공동체)위기와 같은 복합위기 극복의 총체적 해결을 위한 사상이론 방법을 창안하며 전개해나가는 개벽운동(자연과 인간, 문명 변혁의 공진화운동)으로 개념정의한다. 필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생명평화운동의 사상이론 방법(주로 이론과 방법 차원)을 ‘지역’의 관점에서 구성해보는 창발적 시도를 필자의 책 <담대한 혁신사회플랜: 마을공화국 지구연방>을 통해 펼쳐 보았다.
생명평화운동의 캔버스와 강령
생명평화운동을 대표하는 사상이론 방법을 집대성하기 전에 가건물을 짓는 수준에서, 필자의 책을 매개로하여 그동안 생명평화운동 과정에서 공유 공감되었던 담론들을 사상이론 방법의 틀로 다음과 같이 캔버스화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생명평화운동 캔버스 표>
위와 같은 생명평화운동의 캔버스를 기초로 생명평화운동의 강령을 거칠게나마 다음과같이 정식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의 최적강령은 인류의 궁극적 목표인 탈국가/탈민족 마을공화국 지구연방으로 가기 이전 이행기에 바람직한 과제와 목표로서 요구되는 강령이다. 혹자는 당장 남북대결을 격화시키며 전쟁 불장난을 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을 당장 끌어내리는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슨 놈의 귀신 씨나락 까먹는 한가한 소리냐와 같은, 구름 위에서 노는 고담준론으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눈 앞의 전쟁발발 요인도 경계해야 하지만 민족공동체와 인류의 미래도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최대강령(궁극적 과제와 목표)
ㅡ탈국가/탈민족 마을공화국 지구연방
ㅡ탈자본(탈성장) 성숙사회(초록문명 생명사회)
최소강령(곧 이루어야할 과제와 목표)
ㅡ읍면동 마을공화국 기반의 마을연방민주공화국: 민치(직접민주주의 자치분권)와 통치(대의민주주의 중앙집권)의 협치공화정체제
ㅡ1:39:60% 자유안정성 공평사회
최적 강령(바람직한 과제와 목표)
ㅡ코리아 양국체제론
ㅡ코리아 삼국체제론:한반도평화를 위한 DMZ 생태도시국가 건설 후 남과 북간의 세 개 체제(DMZ 사회민주주의체제/북한 사회주의체제/남한 자본주의체제)국가연합론
ㅡ녹색한반도 통일론 ㅡ한반도 마을연방민주공화국 통일론
ㅡ한반도 남과 북 그리고 몽골 3국 연방(연합)국가론
ㅡ네오샤먼 문명 기반 유라시아대륙 평화번영권 형성
필자는 마을공화국 지구연방과 초록문명 생명사회 건설은 지역으로부터 창발해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생명운동의 캔버스와 강령을 지역을 매개로 해서 구성했다.
대통령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 6월 25일 공원에 소풍 나온 이란인들. 2024.6.25. AFP 연합뉴스
지구문명의 재건축은 지역에서부터
인류는 지금 ‘기후위기’와 ‘인간위기(불평등과 자살 등)’ 그리고 ‘지역(공동체)위기’라는 복합위기에 처해 있고, 지구는 재(再)야생화(Rewilding Earth)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복합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무엇일까? 그 길은 지구문명의 재건에서 찾아야 한다. 기후위기의 재난과 불평등위기로 인한 공동체의 해체는 지역에서 일어난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구문명을 재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재야생화되는 지구에 걸맞은 사회상을 그려가며 지역에서부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리라!
제레미 리프킨은 그의 저서 <회복력 시대>에서 재야생화되어가는 지구를 통찰했다. 이러한 지구 상황은 첨단기술과 결합하며 네오 수렵채취농업 문명과 탈성장 성숙사회를 만들어 낼 것인바, 이에 걸맞은 서사적 사회상으로 필자는 초록문명 생명사회(Eco-dream Society)를 제시한다.
앞서 복합위기의 해결과 지구 문명의 재건축은 지역에서부터 추진해야 한다고 하는데 왜 그런가?
지금 인류는 삼중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그 현장이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삼중위기는 ‘같은 것의 다른 모습’으로 상호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의 결과인 자연재해와 재난은 지역의 피해가 가장 심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말미암은 불평등위기의 결과는 지역공동체의 해체로 귀결된다. 자연재해든 공동체의 해체든 그 현장은 지역이고, 이는 범지구적 차원에서의 지역공동체의 위기를 불러온다.
앞으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녹색 계급투쟁의 현장은 공장이 아니라 지역일 것이다. 인지자본주의 시대의 노동계급은 공장으로만 담아지지 않는다. 지역이 노동계급과 녹색계급과 지구를 담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이 노동계급과 녹색 계급의 집이 되고 있다. 지구가 지역을 담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이 지구를 담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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