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09

유식론 미완성

시산회(詩山會)



창작 교실의 철학 강의 노트


스스로 깨어난 자, 항상 깨어 있는 자 붓다 9 
시 창작 교실의 철학 강의 노트


도봉별곡 2015. 5. 13.


http://blog.daum.net/yc012175/15942503





17강 유식론/미완성



131.유식 삼성/아뢰야식과 무의식/(프로이트, 융)의 관계. 아뢰야식과 윤회의 관계. 의타기성과 연기의 관계


반야심경의 공(空)사상이 대승불교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으며, 대승불교의 양대 사상 중의 하나로서 인간의 의식구조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다룬 유식학파에 대하여 알아본다. 인도의 불교도들은 깊은 요가 수행상태에서 놀라운 발견을 하였다. 그것은 깊은 선정상태에 들어가면 육체는 죽음과 유사한 상태에 놓이지만 선정에서 깨어났을 때는 육체가 죽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인식(認識)의 활동만은 여전히 끈임 없이 이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 식의 존재를 여덟 번째 감각인 아뢰야식, 제8식으로 이름 붙이고 전생의 기억과 행위가 이 식에 저장되어 다음 생으로 이어진다고 설파하였다.



이처럼 서양의 심리학이 그저 ‘무의식’으로 부른 영역에 대하여 그들은 이미 2,000년 전에 요가수행이라는 직접적인 경험을 통해 그것을 체험하고는 깊은 인간의 의식구조를 정치하게 분석해놓았음을 알았을 때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것은 신비한 현상에 대한 경이로움이 아니라 인간의 경험으로 이룰 수 있는 설명 가능한 영역 안에 있었으므로 불교의 수행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해주었다.



159-160.영화 매트릭스/인도 대승의 양대 학파 중 하나이며 인류역사에서 인간의 의식구조를 가장 심도 있게 고찰한 유식학파의 일체 법은 오직 認識(컴퓨터)이 그려내는 표상(프로그램화 된 정보)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과 놀랍도록 일치한다.

유식학파의 수행자들은 치열한 요가 수행을 통해 전생의 업이 인간의식 어딘가에 거친 강물처럼 흐르고 있음을 직접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 의식이 안이비설신 전5식과 의의 분별식 제6의식과 이기식인 제7말라식을 지나 제8아뢰야식 : 저장식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생의 업이 어떻게 저장되며, 어떤 메카니즘으로 현세에 발현되는지, 아뢰야식에 의해 인간이 어떻게 현시를 왜곡해 그리는지를 정확하고 치밀한 이론으로 정립시켰다.

불교란 신령의 계시나 믿음의 구호에 의존하지 않는, 오직 인간의 경험, 누구나 할 수 있는 심오한 경험에 바탕을 두어 이론을 구축했기에 신과 안녕을 고하고 누구나 붓다가 될 수 있다고 선언했다. 유식학파의 실질적 설립자인 세친(무착은 그의 형)의 저서를 읽다보면 온몸에 소름이 돋던 순간을 지금도 기억한다.



○ 유식학 강의 1강

1. 유식학의 출현과 문헌


공사상을 설명하면서 유식학은 중관학에서 말하는 공견을 악취공(惡取空)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공을 잘못 파악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런 악취공적 세계관, 허무주의적 세계관을 비판하면서 우리의 마음인 식(識)에 근거하여 세상만사를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유식학에서는 만법유식의 교리를 통해 악취공적 무견(無見)도 비판하지만, 아비달마교학의 유견(有見) 역시 비판한다. 이와 같이 만법유식은 유견과 무견을 떠난 중도적 가르침인 것이다. 『유가사지론석』에서는 유식학의 출현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부파불교도들의 실재론적 불교관[有見]을 시정해 주기 위해, 용수와 그 제자인 아리야제바는 대승경전에서 추출한 공의 교리를 퍼뜨리게 되는데, 시간이 흐르자 오히려 이런 공의 교리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공견에 빠지게 되었다. 그래서 무착(無着, 395~470경)보살이 삼매의 경지에 들어가 신통력을 얻어 도솔천의 미륵보살로부터 『유가사지론』등을 전수 받았다.’



이후 소승불교도였던 세친(世親, 400~480경)이 그 형인 무착의 설득에 의해 대승으로 전향하였고 『유식삼십 송』등을 저술하여 유식학의 교리를 널리 알리게 되었다.

유식의 교리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경전으로는 『해심밀경』을 들 수 있으며, 『화엄경』이나 『입능가경』 등도 넓은 의미에서 유식학의 소의 경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논서로는 미륵의 『유가사지론』 외에, 무착의 『섭대승론』, 세친의 『유식삼십송』이 있다. 또 호법(6세기경)의 설을 정통으로 삼아 『유식삼십송』에 대한 십대 논사의 주석들을 비판적으로 재편집한 『성유식론』이 있다.



2. 모든 존재에 대한 유식학적 분류 - 8식설과 5위 100법설

『아함경』 등 초기불교 경전에서는 우리의 마음, 즉 식(識)을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의 6가지로 분류 하였다. 그러나 유식학에서는 이 중 의식을 다시 ‘의식과 마나식, 아뢰야식’으로 세분하여 우리의 마음을 8가지로 분류하였다.



대개 ‘의식’은 따지거나, 회상하거나, 상상하는 등의 기능을 하며, ‘마나식’은 ‘무아의 이치를 모르는 어 리석음[我癡]’, ‘내가 있다는 착각[我見]’, ‘내가 잘났다는 교만심[我慢]’, ‘착각된 자아에 대해 애착하는 마음[我愛]’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우리의 자의식과 이기심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아뢰야식’은 세상만사를 수렴하고 방출하는 가장 근원적인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은 모두 이 ‘아뢰야식’에 저장되었다가, 시기가 무르익으면 우리가 체험하는 과보가 되어 나타난다. 우리가 짓는 업들은 아직 덜 익은 풋과일과 같은 모습으로 아뢰야식에 저장된다.



그리고 이후에 새로 짓는 업 들은 마치 비료의 작용과 같이 덜 익은 그 업의 열매(= 씨앗)가 성숙하도록 돕는다[現行熏種子]. 그리고 열매가 완전히 성숙하면 씨앗은 과보의 싹으로 변화하여 우리에게 체험되는 것이다[種子生現行]. 이와 같은 업과 과보에 대한 설명을 ‘아뢰야연기론(阿賴耶緣起論)’이라고 부른다.



유식학에서는 앞서 설명한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 의식, 마나식, 아뢰야식의 8가지 마음을 심왕(心王)이라고 한다. ‘굵은 마음’이란 뜻이다. 그런데 이런 심왕 내에서는 분노, 느낌, 질투, 집중, 탐욕, 우울, 추구, 믿음 등 갖가지 마음작용이 일어난다. 이런 ‘작은 마음작용들’을 심소(心所)라고 부르는데 『성유식론』에서는 심소의 종류를 총 51가지로 분류하였다. 51가지 심소법 중 느낌[受]과 생각[想]을 제외한 49가지는 모두 5온 중 행온(行蘊)에 해당 한다.



그런데 심소에 소속된 이런 49가지 행은 마음과 관계된 행, 다시 말해서 유정류(有情類)에게만 존재할 수 있는 행 [조작]이지만 이 중에는 마음과 무관한 행들도 있다. 이를 심불상응행(心不相應行)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문장 [句]’이나 ‘발생[生]’과 같은 행법(行法)은 유정류에게도 있을 수 있고, 무정물(無情物)에게도 있을 수 있다.



‘문장’의 경우 유정류인 우리가 입으로 작성할 수도 있으나 무정물인 책에 글로 쓰여 있을 수도 있으며, ‘발생’의 경우, 우리에게서 아픔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무정물인 번개 역시 발생할 수 있기에 이런 행법들은 ‘반드시 마음과 함께 해야 만 존재할 수 있는 행법’이 아니다. 그래서 이를 심불상응행법(心不相應行法 : 마음과 무관한 행법)이라고 부르며 『성유식론』에서는 ‘문장’과 ‘발생’을 포함하여 총 24가지 종류를 들어 설명하였다.



또한 물질 또는 형상을 의미하는 색법(色法)으로는 우리의 감각기관인 5근과 감각대상인 5경, 또 지계(持戒)나 파 계(破戒)를 다짐할 때 제6의식 내에 형성되는 색법인 법처소섭색(法處所攝色 : 생각의 영역에 존재하는 물질)의 11가지가 있다.



지금까지 열거한 법들은 소위 ‘인연이 모여 형성된 법’이라 하여 이를 유위법이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인연소생의 법’이 아닌 것들을 무위법이라고 하는데, 『성유식론』에서는 무위법으로 허공과 진여 등 6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이상에서 세상만사에 대한 유식학의 분류법인 5위100법 이론에 대해서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세상만사는 8가지 심왕법, 51가지 심소법, 11가지 색법, 24가지 심불상응행법 그리고 6가지 무위법 등 다섯 부류의 총 100가지 법 들이 얽혀서 전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지금 맛있는 떡을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을 때, 심왕법 중 안식과 의식과 마나식과 아뢰야식이 작용하고 심소법 중에서는 느낌[受], 생각[想] 등과 욕망[欲], 집중[定] 등이 작용한다 고 볼 수 있다.



소승 부파 중 설일체유부의 교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는 세친의 『구사론』에서는 모든 존재를 ‘5위 75 법’으로 분류하는데, 그 취지 역시 유식의 ‘5위 100법’ 이론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체험을 법의 조합으로 분석해 내 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체험을 법의 조합으로 분석한 후 그런 법들 중에서 ‘번뇌’나 ‘착하지 못한 마음[不善]’에 해당 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갈 경우 우리의 인격은 향상하며 궁극적으로 성인의 길에 가까이 가게 되는 것이다.



3. 모든 존재에 대한 3가지 조망 -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의 3성설

아비달마와 중관과 유식사상은 법(法 : 우리가 체험하는 현상의 구성요소)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소승 교학서인 『아비달마구사론』에서는 75가지 법들 하나하나가 모두 실체[自性]가 있다고 간주하는 반면, 중관학에서는 그런 모든 법들이 궁극적으로는 무자성(無自性)하다는 점을 논증하였다.



그러나 유식학에서는 이런 법들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자성이 있음을 조망하였다. 이런 세 가지 자성을 삼성(三性)이라고 하는데, 첫째는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이고, 둘째는 의타기성(依他起性)이며, 셋째는 원성실성 (圓成實性)이다. 변계소집성이란 우리말로 ‘두루 분별된 자성’이라고 풀이되며, 의타기성은 ‘다른 것에 의존한 자 성’, 원성실성은 ‘완전히 성취된 자성’으로 풀이된다.



그러면 이런 삼성의 의미를 구체적인 실례를 들어서 설명해 보자.



누군가가 ‘긴 막대’가 실제 있다고 주장한다고 하자. 그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통해 그에게 원래 ‘긴 막대’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 줄 수 있다. 긴 막대가 있다는 생각은 짧은 막대와의 대비를 통해 발생한 것이다. 더 긴 막대와 비교할 경우에는 동일한 막대가 짧은 막대가 된다. 따라서 어디서나 항상 긴 막대는 실재하는 것이 아니 다.



이런 설명을 통해 애초에 ‘긴 막대’가 실재한다고 착각했던 사람은 ‘긴 막대’란 것이 공하다는 점을 알게 될 것이 다. 여기서 실제 있다고 착각된 ‘긴 막대’는 ‘변계 소집된 것’이며, 다른 짧은 막대와의 비교를 통해 존재하게 되는 ‘긴 막대’는 ‘의타기한 것’이다. 그리고 길이란 이렇게 상대적인 것이기에 그 막대에 본래적 길이가 없다는 진실은 ‘원성실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살펴보면 중관학에서 논증하는 공성(空性)은 삼성 중 원성실성에 해당하고, 비판의 대상이 되는 갖가지 법들은 변계소집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중관학에서는 변계소집된 자성을 비판하며 원성실한 진제적 공만을 추구할 뿐이었는데, 유식학에서는 양자를 매 개하는 것으로 모든 법들의 자성에 대한 의타기적 조망을 추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의타기적 조망은 연기적 조망이다. 그리고 ‘아뢰야식’과 ‘갖가지 법들’의 연기적 관계에 의해 세상만사를 상세하게 해석하는 이론이 바로 유식학의 아뢰야연기론인 것이다.



4. 아뢰야연기론 - 두 가지 인과응보

그러면 이러한 아뢰야연기론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자.



착한 행동이든, 악한 행동이든 우리가 짓는 모든 업들은 씨앗[種子]으로 아뢰야식에 저장되었다가, 성숙한 후 적정 한 시기가 되면 다시 우리가 체험하는 길흉화복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는 자업자득적인 인과응보이다.



그런데 유식학에서는 이 이외에 또 다른 인과응보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의 인지적(認知的) 성향이 겪게 되는 인과응보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은연중에 갖게 된 세계관과 자아관(自我觀)은 씨앗과 같은 상태로 아뢰야식 내에 저장되었다가, 미래 혹은 내생에도 우리로 하여금 그와 동일한 세계관과 자아관을 갖게 한다. 이는 우리의 인지(認知)에서 일어나는 인과응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인과응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업의 씨앗이 초래하는 인과응보와 자아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인지의 씨앗이 야기하는 인과응보가 그것 이다. 업의 씨앗은 문자 그대로 ‘업종자’라고 불리고, 세계관이나 자아관과 같은 인지의 씨앗은 우리의 언어적 능력 과 관계되기에 ‘명언종자(名言種子)’라고 불린다. ‘전생에 남을 많이 해친 사람은 삼악도에 떨어져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남을 많이 도운 사람은 삼선취에 태어나 행복한 삶을 산다’는 말은 업종자와 관계되고, ‘전생에 이기적이었던 사람은 현생에도 이기적이다’라거나, ‘전생에 물을 무서워하던 사람은 현생에도 물을 무서워한다’는 것은 명언종자 와 관계된다.



가치의 측면에서 볼 때 세상만사, 즉 만법은 선(善), 악(惡), 무기(無記)의 세 종류로 분류된다. 이 중 무기법은 선법 도 악법도 아닌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업종자는 선인락과 악인고과(善因樂果 惡因苦果)의 인과응보를 발생케 하고 명언종자의 경우는 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의 인과응보를 발생케 한다. 업종자의 경우 인(因)은 선악이나 과(果)는 무기성(無記性)인 육도(六道)의 고락이고, 명언종자의 경우 인도 선악이고 과도 선악이다.



그래서 업종자를 ‘이숙습기(異熟習氣 : 성질을 달리하여 익은 습기)’라고 부르고 명언종자를 ‘등류습기(等流習氣 : 같은 흐름을 갖는 습기)’라고 부르는 것이다. 습기란 아뢰야식에 훈습된 기운으로 종자의 다른 이름이다. 이런 이숙 습기와 등류습기는 아뢰야식 내에 형성된 후 우리가 짓는 갖가지 업의 기운을 받아 성숙해 가다가[因能變] 시기가 무르익으면 발현되어[果能變] 우리가 체험하는 주관[見分]과 객관[相分]의 세상만사로 나타나는 것이다.



5. 수행과 깨달음

유식학에서는 연기된 세계, 즉 의타기한 법들의 세계를 아뢰야식과의 관계 속에서 해석한다. 그리고 그런 법들 중 번뇌에 해당하는 것들을 하나하나 제거해 나가는 것이 유식학의 수행법이다.



번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지는데 하나는 자아에 대한 집착인 번뇌장(煩惱障)이고 다른 하나는 갖가지 법들에 자성이 있다고 집착하는 소지장(所知障)이다. 번뇌장은 정서적 장애, 소지장은 인지적 장애라고 풀이할 수 있다.



번뇌장과 소지장을 포괄하는 ‘근본 번뇌’에 해당하는 것은 ① 탐욕, ② 분노, ③ 어리석음, ④ 교만, ⑤ 불교에 대한 의심, ⑥ 몸이 있다고 생각하는 유신견(有身見), ⑦ 전생과 내생에 대해 갖가지로 생각하는 변집견(邊執見), ⑧ 인과응보를 부정하는 사견(邪見), ⑨ 잘못된 종교의식을 신봉하는 계금취견(戒禁取見), ⑩ 이런 세계관들을 의식화하여 집착하는 견취견(見取見)인데, 이런 10가지 근본번뇌는 5위100법 중 심소법에 속한다.

이런 번뇌들을 하나하나 제\거함으로써 우리는 성불의 길로 다가가게 되는 것이다.



유식학에서는 성불을 위한 보살의 길을 크게 다섯 단계로 구분한다. 수행의 준비단계에 해당하는 자량위(資糧位), 주관과 객관이 각각 공함을 관찰하는 가행위(加行位), 만법유식을 체득하고 사성제를 관찰하는 통달위(通達位), 십지(十地) 수행에 들어가는 수습위(修習位), 그리고 보리와 열반을 얻어 성불하는 구경위(究竟位)가 그것이다.



이 중 자량위에서 시작하여 통달위를 마치기까지 1아승기겁(= 1무량겁)의 세월이 걸리고, 수습위의 십지 중 초지에서 제7지까지 이르는데 1아승기겁이 걸리며, 제8지에서 제10지까지 향상하는데 다시 1아승기겁이 걸린다. 자량위 이후 총 3아승기겁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세월이 흘러야 보살도가 완성되어 성불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불하게 되면 안식에서 아뢰야식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총 8식은 모두 부처의 지혜로 바뀌는데, 이를 전식득지(轉識得智)라 고 부른다. 안식, 이식, 비식, 설식, 신식의 전5식은 신구의(身口意)로 신통력을 보이는 성소작지(成所作智)로, 제6의식은 변재 (辯才)가 출중한 묘관찰지(妙觀察智)로, 제7마나식은 자타평등의 대자비심을 발하는 평등성지(平等性智)로, 제8아뢰야식은 세상만사를 비추는 대원경지(大圓鏡智)로 전환되는 것이다.





○유식학 2강 2014/09/03 21:28

개념 및 정의

세친(Vasubandhu)

유가행파는 유식학파 혹은 유가행유식학파로도 불리며, 중관학파(中觀學派)와 더불어 대승불교의 양대 학파를 형성한다. 이 학파의 개조(開祖)는 미륵으로 전해진다. 지금까지 학계에서는 미륵이 역사상 실존 인물인지 혹은 도솔천에 머무르는 미래불(未來佛)인지에 대해 매우 다양한 관점에서 견해들이 제시되었으나 아직까지 정설이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유식사상은 무착과 세친(Vasubandhu)에 의해 『유가사지론』과 소의경전인 『해심밀경』을 근거로 하여 체계화되었다. 일반적으로 유식사상이란 우리들이 경험하는 이 세계는 단지 마음의 표상에 지나지 않고, 외계의 사물은 마음의 표상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유식의 개념은 『해심밀경』의 〈분별유가품(分別瑜伽品)〉의 기술에서 드러나듯이 유가행의 실천적 체험에 근거하여 성립된 것이다. 『해심밀경』은 말 그대로 불교 교법의 심오한 뜻을 해석한 경이라는 뜻으로 『반야경』에서는 다만 5온, 12처, 18계 등의 일체의 모든 존재가 공(空)이라는 사실만을 밝혔을 뿐 그것의 궁극적인 취지를 드러내지 못하였지만, 여기서는 그것을 완전하게 밝히고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명칭이다.



이 학파는 승의적으로는 중관학파와 ‘반야의 공(空)’을 사상적 기반으로 삼으면서도, 세속적으로는 ‘오직 식(識)만이 존재한다’는 입장을 취한다. 특히 알라야식(阿賴耶識)을 중심으로 마음에 나타나는 모든 현상의 분석과 해명을 통해 잡염(雜染)과 청정의 두 길로 전환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해명한다. 또한 지관(止觀)수행의 실천을 통해 미혹(迷惑)에서 깨달음으로 전환되는 전미개오(전의)의 구조와 보살도의 실천체계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 학파의 유식사상은 7세기에 당나라의 현장이 구법 여행을 마치고 인도에서 돌아온 후, 그에 의한 『유가사지론』 등의 유식 관련 경론들에 관련한 주요 번역들과 『성유식론』 등의 저술 등을 통해 체계적으로 전해진다. 특히 현장의 제자인 자은대사는 현장의 사상을 계승하여 법상종을 조직한다.



이러한 유식사상은 구사학(俱舍學)과 더불어 불교의 교의를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초적인 토대와 철학적 기반을 제공함과 더불어 8식의 체계를 통한 심층적인 불교심리학(佛敎心理學, buddhist psychology)의 성격을 드러낸다.



2. 유식사상의 성립배경과 주요 논서

1) 유식사상의 성립배경

유식학파의 개조는 미륵보살이라 하고 그에게 귀속되는 논서들 가운데 『유가사지론』이 가장 일찍 성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가사지란 yoga행자(유가사)의 실천 단계를 말한다. 유식학파의 별명을 유가행파라고 하는데 이 명칭은 『유가사지론』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서 이 논서가 이 학파의 창제적인 문헌임을 나타낸다.



또한 『해심밀경』은 붓다의 심밀한 가르침을 해명한 경전이란 뜻이다. 이 학파의 성립을 규정하듯이 새로운 교의를 천명(天命)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해심밀경』은 거의 그 전문이 『유가사지론』의 〈섭결택분(攝結擇分)〉에 인용되고 있는 바와 같이 두 경론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사실 『유가사지론』과 『해심밀경』은 교의 개념에 있어서는 법상이나 법수(法數)의 측면에서 공통된 점이 많지만 특성상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우선 『유가사지론』은 소승의 아비달마 교설과 대승의 여러 교설체계를 수집하여 종합하고, 새로운 방침 아래 대승의 형식적인 체계를 수립하여 정리한 것이다. 한편 『해심밀경』은 ‘3전법륜설’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이, 새로운 대승 이론을 내세울 것을 의도하여 저술된 것이다. 특히 삼상·삼무자성을 바탕으로 유식관(唯識觀)을 근거로 한 유식설의 체계를 제시한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유식사상은 『반야경』의 대승적인 공사상을 계승하고, 그 토대 위에서 대·소승을 비판적으로 아우르는 유식학파의 새로운 진리관을 반영하여 실천적인 입장에서 확립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한편 유식사상의 체계에 중요한 역할은 담당한 것은 4~5세기 무렵에 활약한 무착과 그의 동생 세친이다. 이들 두 형제가 출현하기 이전에 유식사상을 전파한 『유가사지론』과 『해심밀경』, 그리고 미륵에 귀속되는 것으로 전해지는 『중변분별론』 등의 논서들과 무착이나 세친의 저작들을 비교·검토해보면, 유식사상의 형성 및 그 변천의 양상을 엿볼 수 있다.



2) 유식학파의 주요 논서



유식학파의 주요 논서로는 다음과 같이 미륵, 무착, 그리고 세친의 저작 등으로 구분된다. 이중 미륵에 귀속되는 논서로는 중국 전승과 티벳 전승에 각각 5부가 전해지는데, 공통된 것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 우선 공통된 논서는 두 가지로, 즉 『대승장엄경론송(大乘莊嚴經論頌)』과 『중변분별론송』이다. 이 외에 서로 다른 논서 세 가지를 보면, 중국 전승으로는 『유가사지론』, 『분별유가론(分別瑜伽論)』(현존하지 않음), 『금강반야경론송(金剛般若經論頌)』이 전해진다. 티벳 전승으로는 『법법성분별론』, 『현관장엄론송(現觀莊嚴論頌)』, 『보성론』 등이 전해진다.



무착의 주요 저작으로는 『아비달마집론』, 『섭대승론』, 『현양성교론』 등을 들 수 있다.



세친의 주요 저작으로는 『아비달마구사론』, 『석궤론(Vyākhyāyukti)』, 『성업론(Karmasiddhi)』, 『연기경석(Pratītyasamutpādavyākhyā)』, 『유식20론』, 『유식30론(Triṃśikā Vijñatpimātratāsiddhi)』 등이 있다.



3. 주요 사상 및 그 사상적 전개



유식학파는 『해심밀경』의 3전법륜설에 입각하여 『반야경』의 ‘일체법무자성(一切法無自性)’이라는 말을 글자 그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취한다. 결국 유식학파는 ‘일체(一切)는 공(空)이다’고 인식하는 ‘심(인식 작용)’만은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기의 ‘마음(心)’이야말로 전 우주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이것을 상식과 진실의 두 차원을 구조적으로 매개하는 중생의 마음 즉 ‘허망분별’이나 ‘유식’의 개념으로 확립시킨다.



이러한 유식파는 존재론의 형태로서 삼성설(三性說)과, 인식론으로 8식설(八識說)을 내세운다. 즉 6종의 현세적 인식 작용에 자아의식(7식)과 윤회(輪廻)의 주체가 되는 잠재의식, 즉 아뢰야식을 더한 8종의 인식 작용설을 확립한다.



1) 3전법륜설



『해심밀경』의 〈무자성상품(無自性相品)〉의 말미에 설해진 ‘3전법륜설’은 인도 유가행파의 불교 사관이나 교판이 붓다의 교법에 상징적으로 투영되어 천명된 것으로, 석존(석가)이 삼시(三時)에 걸쳐서 소승·대승·일체승(一切乘)의 가르침을 다음과 같이 설했다는 것이다.



즉 초시(初時)에는 성문승을 위해 ‘4제’를 설하고, 제2수(第2時)에는 대승을 위해 ‘일체법무자성·무생무멸(無生無滅)·본래적정(本來寂靜)·자성열반(自性涅槃)’을 ‘은밀상(隱密相)’으로 설하고, 제3시(第3時)에는 일체승을 위해 ‘일체법무자성’ 등을 ‘현료상(顯了相)’으로 설했다는 것이다. 유가행파의 입장에서 보면, 『반야경』과 그것을 소의경전으로 삼는 용수로 대표되는 중관파의 ‘일체법무자성’이라는 空의 가르침은 아직 석존이 설한 가르침의 진의를 문자 그대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不了義, neyārtha), 『해심밀경』에서 설하고 있는 ‘삼자상(三自相)·삼무자상설(三無自相說)’이야말로 ‘요의(了義)’라고 하는 것이다.1)



이러한 ‘3전법륜설’의 해석학적 입장은 유식학파의 최초기의 논서인 『유가사지론』에도 반영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고, 대승경전의 해석학으로 알려진 세친의 『석궤론』에도 그 해석학적 입장이 제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인도불교사상사에서 ‘3전법륜설’이 드러내는 교판의 핵심 내용은 제2시에 설시된 『반야경』을 미료의로, 제3시에 설시된 삼자상·삼무자성설을 료의로 간주하여 유식학파의 입장에서 설일체유부·유교(有敎)(제1시)와 용수의 견해·공교(空敎)(제2시)를 비판적으로 종합하고 있는 점이다.



그런데 이것이 중·후기 중관파 이후에는 료의·미료의 해석을 둘러싼 견해차이나 제2시와 제3시에 대해 자파를 제3시에 배당하는 식으로 중관파와 유식파가 서로 대립하는 양상으로 교판이 매우 복잡하게 전개된다.



2) 삼성설



삼성설은 유가행파의 주요한 교설로 여러 경론에서 다양하게 기술되고 있고, 텍스트에 따라서 설명의 방식이나 표현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사상적 상위나 사상사적 변천이 상정된다.



우선 『유가사지론』의 〈섭결택분(攝結擇分)〉 삼성설은 『해심밀경』의 삼성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삼성설에 알라야식이나 입무상방편상(asallaksananupravesopayalaksana) 등 유식설의 중요한 교설들이 도입되어 있지 않다. 이런 점에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중변분별론』등 미륵의 논서나 『섭대승론』과 『유식30론』등의 삼성설에 비하여 초기적 형태와 특징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해심밀경』과 『유가사지론』 〈섭결택분〉의 삼성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해심밀경』



㉠ 구나카라여, 이 가운데 제법의 변계소집상은 뭔가 하면, 일상적 언어활동의 범위 내에서 가설하기 위해 제법의 자성과 차별로서 명칭과 언어협약으로서(ming dang brdar) 정립된 것이다.



㉡ 구나카라여, 제법의 의타기상(依他起相)은 뭔가 하면, 제법이 연기적으로 생기는 것이고, 즉 ‘이것이 어떤 것에 의해 그것이 생기고, 이것이 생기는 것으로부터 그것이 생긴다. 즉 무명이라는 연에 의해 제행이’라는 것으로부터 ‘이와 같이 이런 순대고온(純大苦蘊)이 생기게 된다’고 언급되기까지의 것이다.



㉢ 구나카라여, 제법의 원성실상(圓成實相)은 뭔가 하면, 제법의 진여이고, 제 보살은 정진이라는 원인과 여리작의(如理作意)라는 원인에 의해, 그것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이해의 수습을 완성하는 것에 의해, 또한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에 이르기까지 성취하는 것이다.



② 〈섭결택분〉



㉠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은 뭔가 하면, 일상적 언어활동에 따르는 범위로 가설하기 위해, 명칭과 언어 협약으로부터(ming dang brda las) 생긴 자성이다.



㉡ 의타기성은 뭔가 하면, 연기를 자성으로 하는 것이다.



㉢ 원성실성(圓成實性)은 뭔가 하면, 즉 정화되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nimitta)과 추중의 모든 속박에서 해방되어야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공덕이 완성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제법의 진여이고, 성자의 지혜의 대상영역이고, 성자의 지혜의 소연이다.



이와 같이 유식사상사에서 삼성설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는 『해심밀경』의 삼상설과 〈섭결택분〉의 삼성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두 경론의 삼성설은 그 설명 방식으로 볼 때 삼성의 세 요소의 관계가 고립적이며 의타기성의 정의가 12연기나 연기하는 것으로 기술되는 등 매우 단순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특히 삼성설의 구조 내에 알라야식이나 유식성의 개념이 도입되지 있지 않은 단계로서, 새롭게 설정된 의타기성을 제외하면 이제설(二諦說)의 개념과 상당히 유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미륵 논서의 대표적인 『중변분별론』에는 『유가사지론』에서 보이지 않았던 ‘허망분별’이나 ‘소취·능취’의 개념이 등장하는데, 유식사상의 이론적 체계가 확립되어 있는 유식설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술어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중변분별론』의 허망분별의 구조는 『보살지』에서 〈진실의품〉의 ‘법(vastu)’의 사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상적 특징을 텍스트의 성립사나 교설의 형성사적인 측면에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이 크게 3단계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제1단계는 『해심밀경』을 기준으로 삼아 이 경보다 시기적으로 조금 앞선 『유가사지론』의 〈본지분〉의 교설이나 사상을 좀 더 발전된 형태로 제시하고 있는 〈섭결택분〉의 삼성설이 이에 해당된다. 이 〈섭결택분〉의 삼성설은 『해심밀경』의 삼상설의 정의를 거의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제2단계는 『해심밀경』이나 『유가론』의 삼성설의 기본적인 정의를 계승하면서도 이보다 더욱 진전된 형태로 전개되고 있는 미륵 논서에 속하는 『중변분별론』과 『대승장엄경론』의 삼성설로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중변분별론』의 삼성설은 허망분별의 구조 위에서 설명되고 있는 점과, 그 허망분별의 구조자체가 ‘3전법륜설’의 해석학적 입장을 반영한 유식적인 이제에서 삼성으로의 이행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제3단계는 『유가사지론』과 『중변분별론』의 삼성설을 계승하면서도 의타기성에 식의 기능이나 작용의 측면을 좀 더 부각하여 내용적으로 식의 의미를 강화시킨 특징을 보여주는 무착의 『섭대승론』과 세친의 『유식30송』의 삼성설로 볼 수 있다. 이 단계는 세부적으로는 다시 두 단계로 나눌 수도 있다.



4. 주요 용어

• 공(śūnya): 초기경전에도 ‘공(空)’이라는 말은 나타난다. 교실에 학생 A가 없을 경우, ‘학생 A라는 점에서 교실은 공이다’고 표현한다. 즉 공이란, ‘결여되어 있다’ ‘비어있다’는 형용사로, 이 경우 교실 자체는 공이 아니라 실재한다. 한편 『반야경』에서는 어떤 것이 결여되어 있는가는 보이지 않고, 단지 모든 존재가 공이라고만 한다. 『반야경』에서 공이란 ‘무·비존재’를 의미한다.



또한 ‘공성(śūnyatā)’이라는 말도 쓰이지만, 이것은 공이라는 형용사의 추상명사이다. 인도 문헌에서는 일반적으로 ‘저 꽃은 붉다’는 표현 보다는 ‘저 꽃에는 붉음이 있다’는 표현이 잘 쓰인다. 즉 ‘A는 공이다’, ‘A에는 공성이 있다’는 양자는 의미상 다르지 않다. 다만, 유식사상에서는 공성은 추상적인 진리 개념을 나타내고 그 의미가 다르다.



• 유식(唯識): 유식이란 우리들이 경험하는 이 세계는 단지 마음의 표상에 지나지 않고, 외계의 사물은 마음의 표상과 별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유식의 개념은 『해심밀경』의 〈분별유가품〉에서 드러나듯이 유가행의 실천적 체험에 근거하여 성립된 것이다. 하지만 유식이란 점차 실천적 의미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인식 활동 일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발전된다.



• 전의(轉依, āśrayaparivṛtti): 일반적으로 ‘전의’란 초기불교 이래 해탈사상과 결합되어 전개되어 왔다. 그 개념은 『성문지』나 『보살지』를 거쳐 『해심밀경』에 이르면, ‘해탈신’과 ‘법신’의 본질적 차이에 의해 대승보살도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게 된다. 그 사상적 특징은 무명의 개념이 초기불교에서는 4제 연기나 연기법에 대한 무지인데 비하여, 대승의 유식학파에서는 공성이나 진여에 대한 무지로 대치되는 점과 깊은 관련을 지닌다. 『성문지』에서 제시하는 ‘전의’의 기본적 개념은 지관수행을 통한 무시 이래로의 추중의 속박을 벗어나 심신의 경안(輕安)을 획득하는 것, 즉 존재 기반의 변화나 정화를 의미한다고 한다.



• 삼성설: 삼성(三性)이란 간략히 말하면, 공(무자성)사상을 분석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삼성이란 변계소집성, 의타기성, 원성실성이다. 이 이론은 기본적으로 유가행파의 존재론적·인식론적 차원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여러 유식 논서에서 매우 다양하게 설명된다. 이중 대표적으로 삼성설의 경증으로 제시되는 『해심밀경』의 삼상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변계소집상은 언설의 사용되는 방식에 의해 제법의 자성(自性)이나 차별에 대해 명칭과 표식으로 확립하는 것이다.

② 의타기상은 제법이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③ 원성실상은 제법의 진여이며 또 보살들이 정진을 원인으로 하여 올바른 사유에 의해 그 진여를 수행으로 체득하고, 그것을 반복함에 의해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에 도달하는 것이다.



한편 삼무자성은 이들 삼상이 각각 상(相)으로서 본질이 없고(상무자성, 相無自性), 생겨난 것으로서 자성이 없고(생무자성, 生無自性) 또 궁극적으로 자성이 없는 것(승의무자성, 勝義無自性)으로 설명된다.



• 알라야식(ālaya-vijñāna): 알라야식은 한역에서 아리야식(阿梨耶識(진체(眞諦))) 또는 아뢰야식(阿賴耶識(현장))이라고 음역되고 있으며, 그 의미와 기능에 따라 장식(藏識), 택식(宅識), 이숙식(異熟識), 일체종자식(一切種子識) 등으로 번역되고 있다. 『해심밀경』에서는 아다나식(執持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유식학파에서 알라야식은 개인 존재의 깊은 곳에 있는 중심적인 식으로서, 말하자면 잠재심 또는 잠재의식에 해당된다. 이러한 알라야식의 인연 작용에 의해 개인의 심신과 환경 즉 현실세계의 역동적인 연쇄적 상호연기 관계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요컨대 알라야식설은 삼성과 관련하여 중생의 윤회전생(輪廻轉生)의 유전문과 깨달음의 세계로 전개되는 환멸문의 연결 구조를 제시한다.



• 보살도: 유식학파의 보살도의 체계는 오도(五道(자량도(資糧道)·가행도(加行道)·견도(見道)·수도(修道)·구경도(究竟道)))와 유가의 오단계로서 알려진다. 본래 이 두 체계는 그 기원을 달리하는데, 『대승장엄경론』에 보이는 바와 같이 나중에는 동일한 하나의 체계로 확립된다. 그 근본구조는 ‘입무상방편상-법계지증(法界直證)-보살의 십지’의 사상으로 볼 수 있다. 오도(『성유식론』은 오위(五位)로 명명)의 기본체계는 소승의 아비달마 수행도(오도)의 체계를 유가사가 계승하여 대승적으로 새롭게 확립한 것이다.



[출처] 유식학|작성자 임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