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5

Kang-nam Oh 탈종교화 시대의 종교 [종교 없는 삶] 필 주커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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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nam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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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종교화 시대의 종교

오강남 (리자이나 대학 종교학 명예교수)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탈종교화 현상이다. 이른바 산업화된 사회에서는 전체적으로 전통 종교와 상관없이 사는 탈종교인들의 숫자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탈종교가 현재 가장 급성장하는 종교 현상인 셈이다.
종교 인구가 미미한 유럽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미국도 종교와 무관하게 사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 성공회 주교 존 셸비 스퐁(John Shelby Spong) 신부는 미국에서 제일 큰 동창회는 ‘교회 졸업 동창회(church alumni association)’라고 했겠는가? 물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에서 특히 10대에서 40대의 젊은 층, 그리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에게서 이런 탈종교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보고다.

왜 이런 탈종교화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우리 나름대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장 주된 이유는 현대인들이 기복이나 상벌을 기본 전제로 하는 종교에 더 이상 매료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불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도 최근에 낸 <종교를 넘어서>라는 책에서 극락이나 천국, 지옥으로 사람들을 회유하거나 협박하는 종교는 이제 그 설득력을 잃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제 종교와 상관없이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탈종교적 윤리(secular ethics)”가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종교가 완전히 무용지물인가? 종교사회학자 뒤르켐(Durkheim)의 영향을 받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사회심리학자 아라 노렌자얀(Ara Norenzayan)은 그의 책 <거대한 신들(Big Gods)>에서 한때 종교를 필요로 하는 시대, 종교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수렵시대 이후 점점 인지가 발달되면서 사회관계를 넓혀 가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늘에서 인간들의 행동거지를 감시하는 거대한 감시자(Watcher)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지하면서 신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오늘도 이런 신을 필요로 하는 사회나 사람들이 있다. 그런 믿음이 인간 사회가 오늘의 수준에 올라오기까지 일종의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이제 상당 수 앞서 가는 나라에서는 그 사다리를 걷어차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종교 없는 사회가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미국의 기독교 설교자들에 의하면 종교 없는 사회, 신을 믿지 않는 사회는 어쩔 수 없이 혼돈과 무질서, 범죄가 창궐하는 흑암의 사회가 된다고 한다. 그런데 <종교 없는 삶>이라는 책을 낸 미국의 종교사회학자 필 주커먼이 안식년을 맞아 덴마크에 가서 1년여를 지나면서 관찰한 바에 의하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실질적으로 ‘신이 없는 사회’인데도 불구하고 범죄율이나 부패지수가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 나아가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들임을 발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계를 둘러보면 신을 믿는 비율이 높은 나라들일 수록 번영과 평등, 자유, 민주주의, 여권, 인권, 교육 정도, 범죄 율, 기대수명 등에서 그만큼 덜 건강하다는 것이다. 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세계적으로 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신을 가장 많이 믿는 이른바 바이블 벨트에 위치한 중남부 주들이 교육 수준이나 범죄율 등 여러 면에서 신을 가장 덜 믿는 서부와 동북부 주들보다 훨씬 낙후되어 있다고 한다.
영국의 저명한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은 그의 책 <신의 역사> 마지막 부분에서 전체적으로 미국이 유럽 국가들보다 도덕적으로 낙후한 것은 미국에 신을 믿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 지적하고 있다.

주커먼은 전통적으로 받들어 오던 신을 믿고 종교적으로 열렬하게 살 때의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상세하게 열거하고 있다. 여기서 그의 주장을 되풀이할 필요가 없다. 그의 주장을 보지 않더라도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면 그 부작용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칭 열렬하다는 근본주의 신자들의 경우 대부분 한번 받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자연히 보수적이 된다.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닫힌 마음의 소유자들이 되어 모든 것을 흑백·선악 등 이분법적으로 보고 자기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용납하지 못한다. 지금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는 몇몇 종교인들과 종교 지도자들, 그리고 그들과 부화뇌동하는 일부 종교인들을 보라. 민주적이고 다원주의적인 현 사회에서 자기만 옳다고 고집하는 이런 배타주의적 정신으로서는 다른 이들과 어울릴 수가 없다.
종교 없이 산다고 허무하게 살아야 하는가? 주커먼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실증적 자료를 통해 명확히 하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종교가 없어도, 신이 없어도,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종교가 없어야, 신이 없어야’ 잘 산다는 것이다.
 
숨 막힐 정도의 전통적 종교의 도그마에서 벗어나면 삶과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지금껏 당연히 여기던 것을 새롭게 보게 된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을 보고, 봄에 솟아나는 들풀 한포기, 바람에 나부끼는 잎 새 하나를 보고도 경이로움과 놀람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사소한 일상의 일에서부터 광대한 우주의 ‘경이로운 신비(awesome mysteries)’를 하나하나 발견하며 외경과 환희와 황홀함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아하!(aha!)’의 연속이다. 이렇게 종교를 넘어서 모든 것을 신기한 눈으로 보며 사는 삶의 태도를 저자는 ‘외경주의(aweism)’라고, 그리고 이런 태도로 사는 사람을 ‘경외주의자(aweist)’라 불렀다. 이것이 오늘에 절실한 ‘종교 아닌 종교’라는 것이다.








283Namgok Lee, 박길수 and 281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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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범

개인적인 이해로는 탈종교화라는 표현 자체에 공감하는데, 그 의미로는 그 종교의 본질을 알고 완전히 겪어 드디어 벗어나는 것과 그것을 모르는채 감정적으로나 사회적 현상으로, 일종에 종교로부터 도망치는 것 같은 개념으로는 안타까운 현상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진정한 탈종교화는 사실 그 종교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제 종교를 알만큼 알아 그야말로 졸업하는 것같은 의미여야 한다는 이해구요. 그러기에 부정적이긴 하지만 오늘의 그런 근본주의자들의 행태들도 그런면에서는 일종에 반면교사가 된다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곧 종교의 폐해같은 경우로 보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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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욱

탈종교 사회는 괜찮은데 반종교 사회가 되면 위험할지도 ...
저는 평소 종교모임과 종교조직을 구분하는데,
전자는 아직 필요성을 긍정하는 편이고 후자는 부정하는 편입니다.
사회적으로도 종교적 모임과 종교적 조직이 다른 영향을 준다고 생각됩니다.
또 일상적 대화에서 종교의 가르침, 가르침에서 파생된 교리, 교리에서 파생된 문화, 그 종교문화에서 파생된 특정 사회문화가 구분없이 너무 혼합되어 사용되는게 아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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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g-seop Kim

탈종교적 윤리(secular ethics)는 종교라는 틀에서 벗어나 온 영역에서의 윤리성 회복을 의미한다면 A. 카이퍼의 영역주권과는 연계될 수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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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금선 repli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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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en Soo Park

종교를 등에업고 자행되는 악행들,,,, 우리나라는 유래없이 1년 365일을 종교로 시작해서 종교로 끝을 맺습니다. 신년기도회~~송구영신예배, 그리고 매일 새벽기도회,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토요예배, 주일예배, 각종 성서세미나, 계절마다 부흥회,,, 종교가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현 사회는 우리를 “개독교”라 부릅니다. 어떻습니까? 기독교의 현실입니다. 예수님이 종교입니까? 탈종교화라는 말에도 모순이 있습니다. 예수님도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라고 말씀하셨죠. 교회에서 종교에 파묻혀 예배지상주의를 부르짖으며 “주여주여” 불러보지만 이 말씀이 대답을 합니다. 진작 우리나라 통일을 위해서 기도하자면서 남북이 만난 2018년 4월27 눈물나는(개인적으로 눈물이 핑돌음)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그 주 4월 29일 예배때 담임목사 설교에서 일언반구가 없다. 통일기도회는 열자면서 이런일에는 성도들의 관심과 애정을 그리고 소원을 함께 해야하는데... 동감은 아니더라도 공감이라도 해야하는데...
종교는 공감을 뛰어넘어 동감으로 가야하는데 공감조차 없으니 누군들 종교를 갖고 싶겠는가?
위에서 언급한 탈종교화 된 서구 몇 몇 나라들이 더 따뜻하고 서로서로 돕고 아름답게 보이는데 당연히 탈종교화가 가속화 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 “행해야...” 야고보는 “행함이 없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종교를 갖지않는다고 종교가 없는것인가?
믿는 자, 믿지 않은 자를 구분하는 잣대가 종교의 유무로 판단한다면 참으로 어리석다.
참 이웃의 비유도 있지않은가?
탈종교화를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예수님은 종교가 아니다.
종교보다 종교생활(행함)이 되어야하고 신앙이 좋아보이는 것보다 신앙생활(행함)을 함으로써 탈종교화로 진짜 예수님의 성품 본질로 돌아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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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호

아쉽게도 예수님은 종교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종교가 되고말았습니다 이땅으로 내려온 하나님(의 아들)을 하늘로 되돌려 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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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ie Jeong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로 Aweist, Aweism 이라는 새 단어 (나에겐) 를 만났습니다.
생각하지 않아도 알아서 숨을 쉬고, 신진대사를 포함한 모든 몸의일을 미묘하게 진행하고있는 나의 몸둥이를 내려다 보면 "신비" 하지 않을수 없지요. 선악의 구별보다는 우리 자체가 "Awesome!!! " 하다고 인지 (Awareness) 한다면....
신자와 비신자를 구별하는게 안타까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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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Sung Lee

종교없는 삶이 제일 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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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e Sung Lee

박진수! 오랜만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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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kol Yu

거의 문맹이신 나의 할머님은 정규 교육을 받으신 적도 없으시고 절에도 다니시지 않으셨다.그러나 가난한 사람에게 베프시고 가난한 친척에게 도움을 주셨다.부엌뒤에 나무밑에 정화수 떠놓고 비시는것이 그분의 유일한 종교 활동이었다..그분에게는 스님도 목사도 절도 교회당도 경전도 필요치 않았다.그리운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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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ohee Yoon

오늘 아침에 종교와 신, 그리고 신이 인간에게 주신 양심에 대해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 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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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yung-eun Park

‘경외주의자(aweist)’ 라는 말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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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종희

신존재의 유무문제보다. 신의 계시ㅡ복음에 대한 해석과 태도가 문제가되어야 할것 같습니다.샬롬
복음=Evangelism(예수 천당) 일변도에서
복음=Missio Dei(J.P.IC)로의 파라다임 전환.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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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은기

탈종교가 우리에게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14살 중이처럼 피해의식에서 반항과 교만이 싹트는것 아닌가 사람은 자연과 순리에 순복 해야한다고 생각 합니다 오로지 주의 은혜로 잘 살았다 함이 없다면 평안이 올까요 교만하지 말고 겸손함으로 살아기자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