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5

Kang-nam Oh 몇 가지 질문 “예수의 이름으로 사탄(병마)는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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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ng-nam Oh
1itSptonshorored  · 
몇 가지 질문

얼마 전 어느 사려 깊은 분이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며 저와 다른 한 분 목사님께 여러 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자신은 현재의 기독교를 떠났지만 “참종교인, 참기독교인으로 깨우침의 길을 가고 싶”은데,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 한 질문입니다.  많은 질문 중에서 제가 답할 수 있는 몇 개를 골라 답을 했습니다.  물론 제 답이 그분이 가진 문제에 대한 완벽한 대답일 수 없다는 것 이해합니다.  그런데 일반 패친분들은 어떻게 대답하실 수 있으실지 궁금하여 여기 옮겨 봅니다.  본래의 질문은 제가 짧게 요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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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계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습니다.  병든 사람에게 “예수의 이름으로 사탄(병마)는 물러가라”하여 병이 사라졌음을 제가 직접 체험했습니다. 알라나 무함마드의 이름으로도, 부처나 기타 다른 이름으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나나요.

오강남 생각: 병이 기적적으로 낫는 체험은 여러 종교에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현상입니다.  그러나 그 체험을 일단 설명하려 하면 그 즉시 그것은 자기가 속한 종교적 사회적 배경에서 나온 해석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독교 배경을 가지신 분은 물론 하느님이나 예수님이나 성령이 고쳐주신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스스로가 상제라 주장하는 증산교 교주 강증산은 하느님이나 성령이라는 용어를 빌리지 않고도 병을 낫게 했습니다. 힌두교나 불교에서도 ‘싯디’라고 하여 기적적인 일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불교도 일반 신도의 경우는 하느님이나 예수의 이름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피나 보살들의 도움에 의해 병이 낫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경우 하느님이나 성령 악령의 개입이라고 하는 기독교의 유신론적 설명은 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정통 기독교에서처럼 인격적인 신을 상정한 해석도 가능하지요.  그러나 그것이 유일한 해석이라 주장할 수는 없겠지요.  

아시겠지만, 종교가 없는 분들은 암으로부터의 기적적인 치유를 spontaneous remission라고 하면서 신이나 초자연적 힘의 개입 같은 것을 상정하지 않고 심리학적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마치 옛날에는 간질병이 악귀가 들어서 생기는 일이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뇌세포의 변이에서 생긴 결과로 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면에서 신을 개입시키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왜 비가 오느냐, 왜 경제가 엉망이냐, 왜 병이 들기도 하고 낫기도 하느냐 하는 등의 문제에 신을 가정하면서 신이 그렇게 한 것이라고 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됩니다.  그러나 그럴 경우 기상학, 경제학, 의학, 과학 같은 것이 무의미하게 됩니다.  인류가 지금 같은 지식을 축적하게 된 것은 이런 알지 못했던 현상에 대한 설명 체계에서 신을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초대교회가 크게 일어나게 된 것은 예수의 부활승천 사건의 목격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부활이 없다면 교회에 모든 것을 바치는 우리는 불쌍한 자들이라는 바울의 생각이기도 한데, 부활승천은 전혀 역사적 사실이 아닌가요?

오강남의 생각:  고린도전서 15장에 바울이 부활이 없다면 우리의 믿음이 헛것이고 우리가 불쌍한 자들이라는 말을 했는데, 전체 문맥을 보아서 저는 육체적 부활보다 옛 사람에서 죽고 새 사람으로 부활하는 것을 더욱 강조한 것이 아닌가 여깁니다.  그 장 끝부분에 바울 스스로도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 바 너희에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라고 한 것을 보면 무덤에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날마다 죽는” 매일 영적 죽음과 부활의 기쁨을 누리는 삶을 산 것을 자랑으로 겨긴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런 영적 죽음과 부활의 경험이 없는 삶은 헛것이라는 것이지요.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안믿는 것보다 무한대로 더 낫다는 파스칼의 다소 드라이한 논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믿는 것이 삶 속에서도 낫다고 봅니다. 심층종교인이 누리는 평안 때문이지요.

오강남 생각: 신이 있다고 하는데 베팅했다가 없다고 해도 손해 볼 것이 별로 없는데, 신이 없다고 했다가 신이 있으면 완전히 망하게 되기 때문에 신이 있다고 믿는 쪽에 베팅하는 것이 좋고 그렇게 믿고 사는 것이 좋다는 파스칼의 “도박 논증(wager argument)”을 말씀하시는데, 우리가 하느님의 존재를 인정해드리는 것과 안 해드리는 것에 대해 하느님이 그렇게 신경 쓰실까 하는 문제가 있지요.  저는 하느님이니 천국 지옥을 믿을 수 있는 믿음이 있으면 어느 정도 초기에는 믿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머리가 커지면서 믿기지 않는데 억지로 믿으려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억지로 믿으려 하는 데 따른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존 레논의 <이매진>의 노랫말처럼 천국도 지옥도 종교도 없으면 싸울 일도 목숨 바칠 일도 없고 세상에 평화가 온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신이 존재하고 내세 심판이 있어야 현재의 도덕적 생활이 가능한 것 아닌가요?

오강남 생각: 임마누엘 칸트의 실천이성에 의한 신 존재 증명을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캐나다 UBC 대학의 아라 노렌자얀 지음, 오강남 (해제) 김영사 <거대한 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 신은 인간을 선하게 만드는가 악하는게 만드는가>를 읽어보시면 옛날에는 이런 신의 존재를 상정하는 것이 수렵채집 사회에서 공동사회로 발전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위에서 지켜보는 신’이 있어야 도덕적 생활이 가능하고 이로 인해 공동체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제 그런 신은 필요 없다고 합니다. 덴마크의 경우 그런 신이 없어도 훌륭한 사회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지요.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런 것을 믿는 것이 오히려 독자적인 결단에 의한 윤리 생활에 방해가 되고, 가난한 사람이 있어도 그것이 신의 뜻이라 치부하므로 인간들이 스스로 해결해보려는 복지 사회가 되는 데도 장애 요소가 된다고 합니다.  

필 주커먼이 쓴 <종교 없는 삶> (판미동, 오강남 해제) 나 기타 <신이 없이도 선할 수 있는가>류의 책들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책들입니다.   덴마크나 스웨덴 노르웨이 등 제일 경제적으로나 윤리적으로 건전한 나라들은 실질적으로 “신 없는 사회”(이것도 필 주커만 책의 제목입니다.)라는 것입니다.  그 반대도 성립하는데 미국이 신을 믿는 사람들의 제일 많은데, 유럽 국가들에 비해 범죄율, 도덕성, 문맹율 등 여러 면에서 뒤진다고 합ㄴ다.  미국 국내에서만 보아도 루이지애나 등 교회출석율이 제일 많은 남부 바이불 벨트 주들의 범죄율이 가장 높고, 반대로 교회 출석율이 가장 낮은 북동부 버몬트 주나 서북부 오레곤 주가 범죄율이 가장 낮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감옥에 있는 죄수들 중 무신론자는 5%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감옥에 있는 죄수들의 통계수치를 보면 기독교인들의 범죄율이 다른 종교의 범죄율보다 높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팩트체크 부탁합니다.

3 comments
Seongdoo Cho
두번째 문제는 불교도들에게 윤회의 인정과 비슷한 문제인것 같습니다.
붓다재세시 단멸론이 도덕적 방종의 근거로 사용되었기에 배척 되었던것과 비슷하네요.
윤회와 업이 없이도 충분히 도덕적일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굳이 윤회론도 필요가 없어지겠네요..
감사합니다.
 · Reply · 1 h
Guho Jo
불교의 성립 근거인 윤회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