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론 해악 허점
-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7.03.21 18:10
- 댓글 22
윤회론을 믿으면 오히려 해가 된다. 지금의 기억이 까마득히 지워질, 다음 생에 대한 매력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말로는 윤회론을 믿는다 해도, 무의식적으로는 무시한다. 죽을 때 기억이 다 사라진다면 새로 태어나도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윤회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윤회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열심히 사나, 윤회를 믿는 사람들은 이생에 복을 쌓아 내생에 잘살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회개혁에는 별로 또는 전혀 흥미가 없다. 게임의 규칙을 바꿀 필요를 못 느낀다. 영원한 게임규칙인 '윤회와 선인선과(善人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를 윤회를 통해 실현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문제는, 게임의 규칙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무한한 세월 동안 무한히 윤회하는 동안, 선업만 쌓으면 어떤 규칙하에서건 복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왕정을 민주정으로 고치지 않더라도, 선행을 쌓아 다음 생에 왕이나 귀족으로 태어나면 될 일이다. 왕정하에서 인구의 40프로가 노비신세가 되더라도(조선이 그랬다), 그건 제도의 탓이 아니라 노비가 된 자들의 전생의 악업이 문제이다. 제도는 그들이 지은 악업을 해소할 수 없으므로, 제도를 고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노비제도하에서 고생함으로써 그들의 악업이 해소되므로, 노비제도는 좋은 제도라는 것이다.
이처럼, 어떤 비인간적인 일이 벌어져도, 다 당하는 사람 탓이다. 다 그 사람이 전생에 지은 업 탓이다. 그러므로 제도를 고칠 일이 아니다. 제도를 고치려고 하는 사람들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된다. 그 과정에서, 전생의 업을 씻기는커녕, 오히려 새 업만 더 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은 기독교인들이, 하나님이 죄인들을 벌주려고 내리는 질병과 벼락을 방해한다면서, 백신과 피뢰침 발명을 반대한 것과 같다.
당신이 전생에 죽도록 노력해서 가축 신분을 탈출해서 지금 인간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지금 기억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당신이 게으르고 염세적인 것은 그래서일 수 있다. 전생만 기억할 수 있다면, 부지런하고 낙천적으로 변할 것이다. 전생에 노력해서 금생에 복을 받았으므로, 금생에 노력해서 내생에 더 멋진 생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으로 노력할 것이다. 그 결과 매사에 낙천적이고 긍정적이 될 것이다.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고 하면서.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전생과 조금도 기억하지 못할 내생으로의 윤회를 믿는 국가들은 활력이 없고 침체되어 있다.
(전생을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극소수의 예를 들어도 소용없다. 당신을 포함한 99.9999999프로의 사람들은 조금도 기억하지 못한다. 당신이 내생에 현생을 기억할 확률은 자동차 사고를 당해 죽을 확률보다 십만 배나 작다. 후생에 동물로 태어나면 문자 그대로 '0'이다. 대다수 동물은, 일 년 전 일은 고사하고, 한 달 전 일도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물의 수는 인간의 수보다 조 배는 많다. 사고로 죽을까봐 두려워 자동차 타기를 거부하는 사람이 없는 걸 보면, 불교신도들이 스님들이 아무리 겁을 줘도 윤회를 두려워하지 않는 게 이해가 간다. 자동차 사고사보다 십만 배나 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즉 내생에 현생을 기억하는 일을, 어떻게 두려워하겠는가? 살인범이 감옥에 가는 대신 10년간 마취형을 당하고 10년 만에 깨어날 때 늙기는커녕 오히려 더 젊어진다면, 이건 형벌이 아니라 오히려 상이다. 사람이 벌을 받고 지렁이로 태어나는 게 이런 일에 해당한다.)
인도, 동남아시아 국가들을 보라. 과학은 발달하지 못하고 점술·풍수·사주·미신·부적·점성술 등 온갖 사이비가 판을 친다.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
[불교중심 불교닷컴, 기사제보 cetana@gmail.com]
십이연기론이 이미 윤회설을 품고 있는데 기존 인도종교들에서 이미 회자되던 윤회론을 여섯가지 세계를 구체적으로 적시해 가시면서 가르쳤겠느냐는 의문이 든다는 말씀입니다.
불교의 윤회설이 초기에는 아수라가 없는 "오도윤회"로 설명되다가 나중에 "육도윤회"로 발전되었다는 점도 저를 의아하게 합니다.
물론 쌍윳타 니까야 등 초기경전부터 부처님께서 전생얘기를 하시는 가운데 윤회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전이나 대승경전이 모두 불멸 300-500년 이후에 쓰여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육도윤회설"은 불교 교리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보다 체계화를 거친 결과가 아니겠는가 하는 정도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