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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내가 만일 촛불대통령이라면
[세상읽기]내가 만일 촛불대통령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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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2019.11.08.
아래로부터의 민생 요구는 분출하는데, 보수세력의 발목잡기 속 적폐청산은 갈수록 태산이다. 답답한 마음에 상상을 해본다. 내가 만일 촛불대통령이라면,
45년 전의 작고 가난한 나라 부탄처럼 더 이상 GDP(국민총생산)가 아닌 GNH(국민총행복)로 나라를 경영하겠다! 우리는 부탄보다 10배나 잘사니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오해 마시라, 나는 마을이장 너머의 권력을 탐하지 않는다.
첫째, 중립국 선언을 하고, 미국 트럼프가 요구하는 6조원 규모의 방위비를 거부한다. 약 3만명 미군을 집으로 보낸다. 이미 천문학적인 미군 주둔비와 국방비 등을 절약해 민생을 위한 농업, 교육, 복지, 평화통일 분야에 쓰겠다. 세계 중립국 동맹도 강화한다.
둘째, 대통령 욕도 모자라 ‘목’을 친다는 자, 거짓뉴스를 퍼뜨리는 세력, 촛불시민을 종북으로 몰아 계엄령을 공모한 자들을 척결한다. 촛불시민은 자유와 방종을 철저히 구분한다. 총선 땐 스웨덴처럼 정당에만 투표한다.
셋째, 모든 경제활동의 기본인 식량주권을 위해 농민·농촌을 살리는 정책(예를 들면 농민기본소득)을 편다. 현재 23%에 불과한 곡물자급률 100% 목표를 세우고, 특히 유기농업, 자연농업, 대안농업을 장려한다. 밥상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넷째, 한쪽에서는 과로와 일중독, 다른 쪽에서는 실업과 고용불안이 공존하는 모순을 고치고자 일자리 나누기(하루 4시간)를 한다. 없앨 일과 필요한 일도 엄격히 구분한다. 소득감소에도 민초의 삶이 여유롭게 주거비, 양육비, 교육비, 의료비 등을 온 사회가 분담한다.
다섯째, 재벌과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노동법, 환경법, 조세법 등을 철저히 적용한다. 위법, 탈법, 편법 사례 발견 시 ‘예외 없이’ 응당 조치를 하고 ‘3진 아웃제’를 실시, 경제와 사회의 건강성을 드높인다.
여섯째, 헌법 121조 ‘경자유전의 원칙’에 충실하게 농지 및 부동산 투기나 난개발, 자연훼손을 상시로 단속, 엄벌한다. 대신 공공의 땅을 싸게 임대해 주말농장·텃밭을 장려하고, 기후위기를 직시, 에너지 전환과 산·들·도로변 나무 심기를 지속한다.
일곱째, 학종과 정시 간 줄다리기게임에 빠진 대입을 획기적으로 바꾼다. 한국의 모든 대학을 K1~K100으로 재편, 공립화한다. 수능 70% 이상 학생은 합격하되, 소망·적성에 따라 5개 대학을 지원, 전자추첨으로 배정한다. 고졸 4년차와 대졸 초임을 같게 한다.
이 모두가 가능하려면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하나는 국정원, 공수처, 검경 등 이른바 공권력이 이 구상의 민주적 실현을 도와야 한다. 대통령의 권력은 촛불혁명 완성을 위해 위임된 것이니 민주주의의 수단일 뿐이다. ‘검찰개혁’ 역시 수사권이나 조직문화를 넘어 촛불혁명의 뜻대로 전 사회적 변화를 함께 이뤄야 마땅하다.
다른 하나는 대다수 민초의 뜻이 앞서 말한 ‘더불어 행복한 사회’로 모이는 것이다. 과연 우리 일반 시민들의 소망은 무엇인가? 만일 (50년 전 청년 전태일처럼) 나의 행복이 온 사회의 행복과 연결된다고 느끼지 못한다면, 즉 사회 전체의 행복 속에서 비로소 내 행복도 가능하다고 여기지 않는다면, 우리는 오직 ‘나와 내 가족만의 행복’에 집착할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야말로 우리가 없애려던 적폐 그 자체의 근본 토대 아닌가? 2016년 박근혜·최순실로 상징되는 국정농단 사태는 바로 그 ‘오직 나와 내 가족만의 행복’을 추구하던 이들이 재벌의 후원과 결합함으로써 발생한 일이었다. 돈과 권력이라는 이중의 중독! 천하무적 검찰과 다양한 스폰서의 결합, 권력중독에 빠진 국회의원과 자본의 유착 역시 같은 원리다. ‘조국 논란’ 당시 일부 건강한 분노의 바탕에는, 사회구조를 비판하던 이가 ‘자기 가족 행복’을 위해 기득권을 십분 활용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있었다.
이제 그 모든 기득권 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그러려면 단지 대통령 교체나 선거 승리라는 권력 지향적 패러다임을 넘어서야 한다. 헌법에 나오듯 권력의 원천은 국민(민초) 자신이다. ‘피플 파워’가 중요하다. 파워는 단지 많이 모인다고 생기진 않는다. 이런 면에서 서초동과 광화문에 모인 사람 수를 비교하는 건 그리 중요치 않다. 진정한 파워는 바로 그 사람들이 어떤 ‘가치’에 힘을 모으는지가 결정적이다. 자본의 가치가 아닌 인간의 가치, 파괴가 아닌 생명의 가치, 전쟁이 아닌 평화의 가치에 마음을 모으느냐, 이게 우리 미래를 좌우한다. 이런 가치 패러다임이 절박하다.
만일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어떤 가치로 나라를 경영할지, 각자 상상의 날개를 펴보자. 그리고 매주 토요일 동네 공원의 ‘자유발언대’에 올라 나름의 상상을 자유로이 말하는 운동을 펴자.
단, 폭언과 거짓, 비방은 절대 금지다!
강수돌 고려대 융합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