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28

와다 하루키 등 일본 지식인 75명, ‘수출규제 철회’ 서명운동 개시


李宇衍
1 hr ·



일본 일부 인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이 한일관계에 도움이 될까? 안된다. 바람직하지도 않다. 방향을 잘못 잡은 한국정부를 고무함으로써 오히려 유해하다.

지금 이 난리가 난 데는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 탓도 크다. 그들은 전시노동자(소위 “강제징용” 노동자) 관련, 역사왜곡을 방관, 방조하거나, 심지어 그에 가담하기도 했다. 위안부 문제도 마찬가지다. 왜 그랬을까? “동정주의”였다.

그들이 지금 또 다시 사실을 호도하려 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올해 초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하면서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과시했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만 무시했다”
: 한국 정부는 작년 10월 30일 대법원 판결 이후 지난 9개월간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일본의 외교적 협의와 중재위 설치 요구에 대해서는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 한국은 일본을 철저히 무시했다.

“마치 한국이 ‘적’인 것처럼 다루는 조치를 하고 있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잘못”,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구축하고 있는 중요한 이웃”
: 동아시아에서 자유민주주의 한국의 최대의 적은 북조선과 중국이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이들과 손을 잡으려 지극정성을 다해왔다. 반면, 일본에 대해서는 범국민적 극단적 반일운동을 선동한다. 또 상대를 먼저 적대시한 것도 한국이다. 문제인 대통령이 아베 수상 앞에서 “일본은 동맹이 아니다”고 단언한 예가 극명하다.

지식인? 전혀 지성적이지 않다.

일본 “양심적 지식인”들의 이와 같은 태도는 어디에서 나올까? 역시 우리가 청한 바 없은 “동정주의”다. 이런 움직임에 의해 일본 정부가 태도를 바꾼다면,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한국에 이득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아니다. 패자의 콤플렉스만 아니라, 승자의 동정주의도 건전한 상호관계의 발전을 저해한다. 1965년 이후 한일관계에서 우리는 그것을 보아왔다.




와다 하루키 등 일본 지식인 75명, ‘수출규제 철회’ 서명운동 개시

입력 2019.07.26 23:14


김정우 기자

“한국이 적인가’ 성명 발표… “일본 조치는 적대 행위, 한국은 중요한 이웃”

일본 유명 학자와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총 75명이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즉각 철회하라"는 주장을 담은 성명서 발표와 함께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사이트(https://peace3appeal.jimdo.com).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이 달려 있다. 인터넷 캡처

https://peace3appeal.jimdo.com

---

일본의 저명한 학자와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등 사회지도층 인사로 활동하는 지식인들이 일본 정부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최근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개설된 일본의 인터넷 사이트(https://peace3appeal.jimdo.com)에는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가 올라와 있다. 8월 15일을 1차 기한으로 내걸고 서명자를 모집 중인데,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와 우치다 마사토시(內田雅敏) 변호사, 오카다 다카시(岡田充)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다나카 히로시(田中宏) 히토쓰바시(一橋)대 명예교수 등 총 75명이 공동 작성자로 참여했다. 다른 대학 교수와 변호사, 시민단체 활동가, 언론인, 전직 외교관, 의사, 작가 등도 이름을 올렸다.


성명에서 이들은 “우리는 7월 초 일본 정부가 밝힌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반대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며 “반도체 제조가 한국 경제에 갖는 중요한 의의를 생각하면 이번 조치가 한국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적대적 행위임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이 나라(한국)를 침략해 식민지 지배를 한 역사가 있어 한국과 대립하더라도 특별하고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일본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보인다면 (한국의) 어떤 정권도 국민에게서 버림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경제) 보복이 한국의 보복을 부르면 그 연쇄 반응의 결과는 수렁”이라며 “이런 사태만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홍인기 기자ㆍ한국일보 자료사진
--
성명은 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올해 초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일 관계에 대해선 한마디도 안 하면서 한국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자세를 과시했다”며 “(최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도 문재인 대통령만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마치 한국이 ‘적’인 것처럼 다루는 조치를 하고 있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잘못”이라며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기조로 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구축하고 있는 중요한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펼쳤다. 성명은 “일본의 조치는 그동안 큰 수혜를 입은 자유무역의 원칙에 반하며, 일본 경제에도 커다란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면서 “보통 올림픽의 주최국은 주변국과의 갈등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일본은 주최국 자신이 주변과 마찰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강제동원 피해자와 일본 기업과의 화해 성립에 힘써 온 일본의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가 지난 20일 도쿄 사무실에서 한일 징용문제 갈등과 관련, 기급 설립을 통한 해결 방안을 밝히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
특히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과거사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는 일본 정부 입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 관계의 기초로 존재하고 있는 만큼, 존중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아베 정권이 반복하는 것처럼 ‘해결이 끝났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개인에 의한 보상청구권을 부정하지 않아 왔다”며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협정 체결 후) 반세기 동안 사할린의 잔류 한국인 귀국 지원, 피폭 한국인 지원 등 식민지 지배로 인해 개인이 입은 피해의 보상을 갈음할 조치를 해 왔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이 중재위원회 설치를 둘러싸고 대립 중이지만,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 설치 논의는 2011년 8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 헌법재판소의 결정 때 처음 나왔다”며 “당시엔 일본 측이 중재위 설치에 불응했다”고 설명했다.

성명은 결론 부분에서 “(일본에서) BTS(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압도적이고, (매년) 300만명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여행하고 700만명이 한국에서 일본을 찾고 있다”며 “우익과 혐오 스피치 세력이 아무리 외쳐도 일본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나라로서 분리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과 한국 국민의 사이를 갈라놓고 대립시키려는 걸 그만두라”며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즉시 철회하고 한국 정부와 냉정한 대화와 토론을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성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의견이 다르면 손을 잡은 채 토론을 계속 하면 되지 않겠어요?”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