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권's post
황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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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짓
등산도 맨발걷기도 해보지 않은 70먹은 내가 첫번째 트레킹 코스를 맨발로 완주했다. 2600 고지에 있는 산장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8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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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제2도시 포카라에서 차를 타고 카레(Kahre)로 이동. 이곳은 해발 1720m로 안나푸루나와 마차푸차레를 등반하는 출발점. 복장점검하고 마음준비를 단단히 한후 첫 히말라야 트레킹에 도전한다. 날씨는 최상. 약 4, 50분 정도 갔을까? 오기 직전 남대문 시장에서 사서 신은 새등산화와 등산양말이 발을 심하게 옭죄어온다. 쉴참에 신을 벗고 맨발로 걸어보았다. 뭐지, 이 해방감은? 내친김에 맨발 트레킹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후로 저녁 6시 반까지 장장 8시간을 맨발로 걸었다. 오후 5시가 조금 넘자 주변이 어두워져 후라쉬를 켜야했다. 밤의 산길을 한시간 넘게 걸었다. 휴대폰 후라쉬를 켜고 발밑을 살피며 행여나 다칠세라 조심조심 발을 내딛는다. 그옛날 논산훈련소에서 배운 야간침투 요령을 여기서 써먹을 줄 이야. 칠흙같은 어둠에 잠겨있는 산장에 도착해 화장실에서 발을 씼었다(씼을데가 화장실 밖에 없음). 후라쉬로 발을 비춰보니 다행히 다친 곳이 없다. 여기까지 오면서 유일한 오점은 막판에 어둠 속에서 말똥을 밟은 것(여기는 산장간 물자유통수단으로 조랑말을 쓰기때문에 등산로에 말똥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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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몸에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도 놀랐다. 사실 나는 등산을 안했을 뿐이지 걷기에는 이골이 난 사람. 지난 20년 동안 생명평화탁발순례, 4대강순례, 탈핵순례 등으로 단련된 몸이다. 해외여행을 가도 탈진할때까지 걸어다닌다.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가끔 요가수행을 하는 서양인들이 맨발트레킹을 한다고. 4500 고지까지 올라간 사람을 보았다고 한다. 혹시 관심있는 사람이 있을지 몰라 맨발트레킹 요령을 적어둔다. 순전히 개인 경험에 기초해 정리한 것이니 다른 의견이 있을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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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트레킹 완벽? 가이드
1. 복장은 최대한 가벼운 것으로.
2. 베낭의 무게중심을 되도록 위쪽으로 올린다.
3. 베낭에는 보통 위 아래에 결속 벨트가 있는데 위의 것을 고정하고 아래것은 푼다. 복식호흡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4. 걷기는 눈과 발과 호흡이 일치해야 오래 지속할수 있다. 등산 스틱을 권하기도 하는데 나는 반대한다. 일치시켜야 할 요소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5. 눈, 발, 호흡을 일치시키는데 요가명상의 지혜를 빌린다. 일치의 핵심에는 호흡과 의념(意念)이 있다. 누구나 숨을 쉬지만 호흡을 제대로 하는 사람은 드물다. 호흡을 어떻게 하는지는 여기서 설명하지 않겠다. 죽는 순간까지 훈련해야 하는것이 호흡이기도 하다. 의념은 자기몸을 원하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뜻과 생각을 모으는 것이다.
호흡을 일정하게 하면서 내몸을 천지기운의 흐름에 태운다(맡긴다)는 생각을 한다. 이때 주문같은 것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나는 <장자>에서 빌려와 만든 天地與我竝進 天地與我一切를 주로 사용한다. "천지는 나와 함께 가고, 천지는 나와 일체"라는 뜻이다. '천지' 라고 의념을 거는 동시에 숨을 들이켜면서 한걸음, '여아' 하고 숨을 내쉬며 두걸음, 이런식으로 6번을 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설명하자니 길어지는데 다 한동작이다. 특별히 주문이 없으면 하나 둘 셋으로 해도 상관없다. 중요한것은 숫자에 의념을 걸어두는 것.
6. 아주 중요한 호흡의 팁을 하나. 맨발걷기는 몸이 가볍고 경쾌해야 한다. 우리몸이 무거운 이유는 주로 음식에 기인한다. 무엇을 먹든간에 소화되는 과정에서 해로운 가스가 발생한다. 물건을 태우면 유독가스가 나오는 것과 같다. 이것을 배출시키지 않으면 해로운 가스가 온몸을 돌며 몸을 무겁게 만든다. 요가 동작 가운데 사기(邪氣)를 배출하는 방법이 있다. 숨을 내뱉을때 혀를 빼고 식도를 열어 위장에서 올라오는 가스를 뱉어내는 것이다. 굳이 혀를 안 빼고 식도만 열어도 가스가 빠진다. 이렇게 숨을 쉴때마다 사기를 빼주면 속이 편해지는 것은 물론 몸이 가벼워지는것을 느낄수 있다. 이를 장시간 하면 청정한 몸을 만들수 있다. 장시간 트레킹을 하고도 몸이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7. 트레킹 도중에 되도록 생수 외에 다른 것은 먹지 않는다. 당이 떨어져 사탕을 먹더라도 맑은 사탕을 먹는다. 밀크나 쵸코릿같은 것이 들어간 사탕을 먹으면 사기(邪氣)가 엄청 올라오는것을 느낄수 있다. 중간에 식사를 하게 되면 과식은 절대 금물. 어쩌다 과식하게 되면 사기 배출 요가를 충분히 한 후에 트레킹을 시작한다.
8. 걸음을 옮길때 뒷발을 평소보다 더 높게 들어야 한다. 잘못하여 돌뿌리나 나무뿌리를 건드리면 쉽게 상처가 날 뿐만 아니라 그때까지 유지하고 있던 기의 흐름(리듬)이 완전히 깨진다. 리듬이 깨지면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늘고 쉬 피로를 느끼게 된다.
9. 너덜이나 날카로운 돌밭을 지날때는 자세를 낯추고 여우걸음을 걷는다.
10. 낙차가 큰 지형을 지날때 절대 점프해서는 안 된다. 손으로 주변의 지형지물을 붙잡고 발을 스무스하게 안착시킨다.
11. 손과 머리를 따뜻하게 보호한다. 밤길에 휴대폰후라쉬를 든 손이 시려서 혼났다.
12. 빨리 걷고 자주 쉬는것 보다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함을 유지하는것이 더 오래 간다.
13. 힘 안들이고 빨리 걷는 법: 경사진곳 등에서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릴때만 발걸음을 빨리한다. 중심이 가운데 또는 뒤에 있을때 빨리 걸으면 그만큼 에너지 소비가 많아진다.
맨발트레킹의 요체는 리듬이다. 내몸을 천지 기운에 태운다는 의념을 걸고 리드미컬하게 걸으면 아무리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는다. 구름이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가는 장면, 또는 강물이 자갈밭을 유유히 흐르는 장면을 상상하는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