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3

[예술과 목회] 포도 없는 포도나무 - 가스펠투데이

[예술과 목회] 포도 없는 포도나무 - 가스펠투데이

[예술과 목회] 포도 없는 포도나무
임윤선 교수
승인 2024.11.19




현시대는 초고속 디지털 문명의 시대로 프랑스 사회학자 쟝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가 과거에 지금 현시대는 ‘가짜가 진짜보다 더 진짜같이 느껴지는 비현실세계로 되어갈 것’임을 예견한 바 있다. 그가 말한 실재보다 더 실재 같은 가짜 즉, 시뮬라크르(Simulacrum)와 하이퍼리얼리티(Hyper-Reality)의 세상이 현실화되는 지금, 사람들이 실제 현실보다 가상현실 그리고 복제 이미지나 상징물들을 사용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사람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하는 세상에서 살아갈 위험이 높음을 보여주는 가짜 뉴스, 가상현실, 소셜미디어가 넘쳐나면서 진정한 현실을 왜곡하거나 대체하게 된다. 대학 면접위원으로 있을 당시, 이력서에 붙어있는 사진과 실제 면접 학생들의 얼굴이 확연히 다른 적이 많아 당황했던 경험이 떠오른다. 불과 이 경험은 8년 전의 일이고 그 당시 페**북이나 유*브같은 SNS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포토샵으로 마치 성형한 것처럼 꾸며 올리는 부분도 실제와 다른 이중적인 모습으로 보여주었다. 이는 보드리야르가 말한 시뮬라크르 현상의 예로 들 수 있는데 그때부터 ‘참으로 세상은 점점 실제가 아닌 비실제로 되어 가고 있구나’를 느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관계의 세상이다. 더군다나 치열한 경쟁과 부딪힘이 많은 좁은 한국사회 속에서 관계를 형성하고 이어가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가면(Mask)과 인격(Personality)의 상관관계가 사회적 관계를 뒷받침해 준다. 이 둘은 어원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는데 고대 로마와 그리스에서 연극과 관련된 개념에서 비롯되었으나, 어원은 같은 뿌리를 지닌다. 그것은 사회 즉, 타인에게 보이는 자아를 보호하고 나타내는 도구로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이나 실제를 보이지 않고 보이는 세상이나 대상에 맞춰 자신을 만들어 살아가는 것을 말해주며, 보드리야르가 말했던 비실제의 시뮬라크르와 하이퍼리얼리티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겉보기에는 완벽해 보일 수도 있고 아름답거나 대단해 보일 수 있으나, 후면에는 텅 빈 자아를 맞닥뜨릴 때 오는 위험이 존재하며 실제와 비실제에서 오고 가는 혼란감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가 도래된다. 표면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고 멋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보이지 않는 내면은 오히려 훨씬 피폐해진다. 그래서 심리, 정신적인 문제가 다양하게 형성되고 있는 추세이나 그에 대한 대응책은 매우 미비한 실정이다. 보이는 부분은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고 수정 보안이 가능하지만 보이지 않는 마음 즉, 정신적인 부분은 인간의 기술로는 손을 댈 수 없다.

매스미디어와 디지털문명이 일상으로 되어 가는 현대사회에서 큰 문제는 인간이 몸을 직접적으로 활용하는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점이다. 몸과 마음을 다하여 움직여 노력하는 일상에서 멀어지고 있는 게 문제가 되는데 더욱이 심리 부분에서는 약물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한 방법이며 치료실 안에서 언어로만 주고받는 상담은 치료가 될 수 없다. 이는 치료의 보조적인 한 수단에 불과할 뿐이다. 진정한 치유는 자신이 스스로 마음을 다해 몸을 일상에서 움직여서 자신의 일상 훈련을 해야 한다. 실제보다 비실제가 진짜 같은 가짜의 세상이 되어 가는 현시대에 있어 가장 진솔된 현상은 자연의 현상뿐이다.

구약성경에 보면, 무화과나무나 감람나무같이 스스로 열매를 맺는 나무들에 감사하여 왕들이 추대되는 내용들이 있으나, 가시나무 같은 경우는 예외로 쓰여 있다. 이는 열매가 맺혀 쓰여 지기는 커녕 자기방어에 급급한 가시로 위협이 되는 나무이기 때문이다. ‘열매가 맺어지지 않는 매실나무는 제구실을 못하는 쓸모없는 나무다’라는 말이 있듯이 포도나무에 포도가 없다면 그 나무는 포도나무가 될 수 없다.

“이론은 멋지나 실전에 옮기기 전까지는 무용지물이다”라고 미국 유명백화점 사업가 페니(J, C. Penny)가 한 명언처럼 포도나무에 포도가 맺히기 위해 관리가 필요하듯이 우리네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위한 행함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예술치료매체로 포도나무를 활용하여 내담자의 일상 훈련을 위해 체크하도록 한다. 마음 치유는 타인이나 물질로는 가능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몸과 마음이 움직여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임윤선 교수
미국 미드웨스트 대학 예술치료학과 주임교수
우울증과 자살연구가
패션아트테라피 전문가
예목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