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3/17

행성 시대의 생태학 : 통합생태학 < 칼럼 < 기사본문 - 더퍼블릭뉴스

행성 시대의 생태학 : 통합생태학 < 칼럼 < 기사본문 - 더퍼블릭뉴스

행성 시대의 생태학 : 통합생태학
기자명 허남진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연구교수   입력 2021.12.22 17:15  수정 2021.12.22 17:1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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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학 / 공공철학
행성적 사유(planetary thinking)
행성적 사유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본 경험에서 시작됐다. 영문학자이자 생태이론가인 티모시 모턴(Timothy Morton)은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게 되면서 생태학적 사유가 시작됐다고 보았다(『The Ecological Thought』). 이렇게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존재가 서로 연결돼있다는 생태학적 존재 곧 지구공동체(Earth Community)를 구성하고 있다는 행성 시대(planetary era)가 시작됐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에드가 모랭(Edgar Morin)은 지구를 “물리적·생물학적·인류학적 측면이 복합된 총체”로 정의하면서 ‘지구운명공동체(earthly community of destiny)’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인간공동체도 지구과 운명을 공유하는 운명공동체 속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에게 20세기 말의 가장 중요한 사건은 인간이 지구라는 행성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인식의 발견이었다. 인류는 지구에서 태어나고, 지구에 속해 있으며, 지구 위에 살고 있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그는 “지구는 조국(homeland)”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인류는 지구운명공동체라는 점을 깨닫고 지구를 보존하고 구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지구는 우리의 조국』, 이재형 옮김, 문예출판사, 1996).

전 지구적 차원의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구학(Global Studies)’이라는 학문 분야가 출현한 것처럼 오늘날 같은 행성적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행성적 사유가 필요하다. 이러한 행성적 사유에 근거해 지구와 인간 그리고 인간 이외의 존재들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공존을 모색하기 위한 학문적 전환이 통합생태학이다.

생태학의 흐름
1866년 독일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이 처음 사용한 생태학은 희랍어 ‘오이코스(oikos)’에서 나온 ‘에코(eco)’와 학문을 의미하는 로고스(logos)가 결합된 용어로 유기체와 자연환경과의 상호의존성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생태학은 노르웨이 철학자 아느 네스(Arne Naess)의 심층생태론(deep ecology)과 머레이 북친(Murray Bookchin)의 사회생태론(social ecology)이라는 두 흐름으로 전개됐다. 심층생태학은 생태중심주의, 근본생태론, 영성생태론의 흐름을 포괄한다.

우선 심층생태론은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의 전환을 주장한다. 다양성과 공생이라는 생태학적 시선에서 인간을 생태계 하나의 종種으로 보고 인간과 자연이 서로 연결돼 있고 서로 의존적 관계에 있다는 ‘공생적 존재’로 파악한다. 반면 사회생태론은 북친의 영향 아래 성립된 생태주의를 지칭한다. 북친은 사회문제를 무시하고 인간-자연의 측면만으로 생태문제를 바라보는 심층생태론을 비판하면서 생태문제를 사회적 차원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구조의 변화 없이는 생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박준건, 「생태적 세계관, 생명의 철학」, 경상대학교 인문학연구소 엮음, 『인문학과 생태학-생태학의 윤리적이고 미학적인 모색』, 백의, 2001, 64~75쪽).
통합생태학으로의 전환
생태학이 생물학적 연구에서 차츰 다양한 학문적 영역의 주요한 주제로 부각된 것은 생태 위기가 인류 및 지구 행성 자체의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부터이다. 최근에는 통합생태학(integral ecology)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전개되고 있다.
통합생태학은 세 가지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첫째, 생태 위기에 대한 대응은 다차원적인 작용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관점이다. 둘째, 오늘날 지구와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존재의 위기 즉 행성 공존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사유를 통해 여러 생태적 지혜를 수렴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사고이다. 즉 오늘날의 생태 위기는 단순히 자연환경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적·정치적 문제로 완전히 환원될 수 없다는 것이다.

펠릭스 카타리의 생태철학
프랑스 녹색당 창당 멤버였던 지구철학자(geophilosopher)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는 『세 가지 생태학』(윤수종 옮김, 동문선, 2003)에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주요한 문제로 설정한 환경생태학, 사회적 관계를 강조하는 사회생태학, 이 세계의 상태는 인간의 마음 상태와 연결돼 있다는 마음생태학 등 세 가지 흐름을 도식으로 표현했다. 가타리가 세 가지로 생태학을 분류하고 있지만, 지구적 차원의 생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차원적인 작용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관점에서 세 가지 생태학의 작용 영역의 통합을 주장한다. 그래서 그가 제안한 ‘생태철학(Écosophie)’은 세 가지 생태학을 통합시키기 위한 개념이다. 가타리는 이렇게 세 가지 생태학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지만, 주체성 생산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통합생태학은 마음생태학에서 시작한다.

카타리는 네트워크나 공동체 속에서 어떤 특이점이 발생했을 때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분자혁명론’과 결부시켜, 마음생태학의 영역을 주체성 혹은 특이성 생산기제로 보고 있다. 마음생태학을 통해 주류 사회와 다른 특이성을 창출시켜, 마치 생태계에서 부분의 변화가 전체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관점에서 특이성이 출현하게 되면 생태계에 의존하는 자본주의는 고장나거나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신승철, 「환경과 민주주의: 생명위기 시대에서 생태 민주주의 역할- 가타리의 생태학적 구도와 주체성 논의를 중심으로」, 『기억과 전망』 25, 2011, 50쪽).

생태지혜의 통합
통합생태학의 두 번째 흐름은 생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관점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관점이다. 행성적 차원의 생태 위기를 설명하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과학 등 다양한 학문이 통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질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Leonardo Boff)는 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접근방식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생태학의 통합적 접근을 주장했다.

보프는 생태학을 “관계의 학문이자 관계의 예술”이라고 정의한다. 기존 살아 있는 존재를 중심으로 전개된 생물학적 생태학 개념의 전환이 전개되고 있다고 보면서 생태학을 “살아 있는 존재이든 그렇지 않은 존재이든 모든 존재가 자신과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것과 갖는 관계, 상호작용, 대화”로 확장시키고 있다. 이런 생태학 개념의 확장은 자연스럽게 자연과의 관계(환경생태학)뿐만 아니라 사회와 문화(사회생태학, 인간생태학)와 연결된다.

그는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는 관점에서 생태학을 학제적 학문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생태학적 기본자세를 전체론 또는 통합적 관점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주장에 기초해 소외된 사람들과 지구를 포함한 모든 존재들이 위협받고 있는 행성적 위기사태에서 모든 실천과 지식을 생태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종교다원주의에서 구원에 이르는 다양한 길을 인정하듯, 생태학을 ‘기술의 길(생태 기술학)’, ‘정치의 길(생태 정치학)’, ‘사회의 길(사회 생태학)’, ‘윤리의 길(생태 윤리학)’, ‘정신의 길(정신 생태학)’, ‘영성의 길(우주적 신비)’ 등 ‘길’로 설명한다. 생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생태학의 한계를 지적한다. 환경생태학은 사회적 악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즉 소외되고 가난한 사람과 생태 위기를 연결 짓지 못한다는 것이다(『생태신학』, 김항섭 옮김, 가톨릭출판사, 2013).

여기서 그는 해방신학과 생태학을 통합시킨다. 해방신학자인 대니얼 크스티요는 이러한 흐름을 ‘생태해방신학’으로 개념화했다(『생태해방신학』, 안재형 옮김, 한국기독교연구소, 2021). 보프의 통합생태학은 생태적 위기가 단순히 생태 위기 문제가 아니라 행성적 차원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위기담론에 근거하고 있다. 여기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가난한 자’와 ‘지구’의 통합적 해방을 위해 해방신학과 생태학을 통합시킨다(『생태공명』, 황종렬 옮김, 대전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8).

지구의 울부짖음과 가난한 자의 울부짖음 : 해방신학과 생태학의 통합
주지한 바와 같이, 해방신학과 생태학의 통합을 주장한 보프는 해방신학과 생태 담론 모두 가난의 상처와 지구에 가해지는 약탈이라는 두 상처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았다. 물론 해방신학이 생태적 관심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생태학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주장이다. 즉 가난한 이들과 억압당하는 이들이 다른 이들보다 생태적 곤경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프는 인간들이 서로 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사회정의)과 인간이 자연 안에서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생태정의) 등 사회정의와 생태정의를 통합시킨다. 또한 지구도 인류의 진보와 발전모델의 탐욕[지구학살]으로 울부짖고 있기 때문에 가난한 자의 울부짖음과 지구의 울부짖음 모두 경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프의 해방신학과 생태학을 통합시킨 해방생태학은 ‘위기의 지구’와 ‘기후위기로 인해 고통받는 이들’을 통합적으로 해방키기 위한 시도이다(『생태공명』, 황종렬 옮김, 대전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18). 그래서 보프가 주장하는 통합적 해방은 인간과 인간, 지구와 인간, 인간과 만물의 평화 곧 ‘지구평화’(Earth Peace)로 개념화할 수 있다.

“모든 것은 관련돼 있다”
2015년 프란치스코 교황 천주교 역사상 최초의 생태회칙인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통해 ‘통합생태학’을 논의한다.

생태 위기가 복합적이고 그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에 해결책이 현실을 해석하고 변화시키는 한 가지 방법에서만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이는 여러 민족의 다양한 문화적 풍요, 곧 그들의 예술과 시, 그들의 내적 삶과 영성에 의지해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파괴한 모든 것을 바로잡게 하는 생태론을 발전시키고자 한다면, 어떠한 학문 분야나 지혜를 배제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종교와 그 고유 언어도 포함됩니다.
- 『찬미받으소서』 63항, 한국천주교주교회의, 2015 -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금의 생태 위기는 복합적이고 그 원인 역시 다양하기 때문에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종교생태학을 포함한 다양한 생태지혜를 수렴해 생태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주장한다. 이렇게 교황은 생태문제를 신학적으로 성찰하면서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산업문명이 어떻게 지구를 착취했고, 불평등을 초래했는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통합생태학을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생태 위기의 근원을 ‘기술’,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의 세계화’에서 찾았고,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의 세계화에 대응하는 다른 시각, 사고방식, 정책, 교육, 생활방식, 영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찬미받으소서』 63항). 여기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통합생태학의 사유가 확인된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은 “모든 것은 관련돼 있다”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다. 환경위기와 사회위기가 별개의 위기가 아닌 환경적이며 동시에 사회적인 복합적 위기에 당면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통합생태론의 성찰을 제안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환경은 “자연과 그 안에 존재하는 사회가 이루는 특별한 관계를 의미”한다. 그래서 생태문제의 근원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회기능, 경제, 행태, 유형, 현실 이해 방식에 대한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찬미받으소서』 139항).

오늘날 우리는 참된 생태론적 접근은 언제나 사회적 접근이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러한 접근은 정의의 문제를 환경에 관한 논의에 결부시켜 지구의 부르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 모두에 귀를 기울이게 해야 합니다.
- 『찬미받으소서』 49항 -

프란치스코 교황은 보프와 동일하게 가난한 이들과 지구의 취약함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성찰한다. 그에게 지구를 소외시키고 약탈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을 억압하고 약탈하는 것(생태적 불평등)은 분리된 것이 아닌 긴밀하게 연결된 위기이다. 그래서 생태 위기와 사회 위기는 분리된 위기가 아니라 사회적인 동시에 환경적인 복합적 위기로 인식된다. 따라서 그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환경, 경제, 사회, 문화 나아가

한국의 생명학과 생명운동
한국의 민주화 이후 사회운동의 주요한 흐름 중 하나는 생명운동이다. ‘환경’문제를 사회문제로 간주하고 생명의 살림이라는 이념적 차원에서 운동화한 것으로, 근대 산업문명이 초래한 위기에 대한 자각과 그로 인해 인간과 생태 곧 모든 생명의 위기에 대한 인식에서 시작된 운동이다. “한살림”은 대표적인 한국 생명운동단체이다. ‘한살림’은 ‘모든 생명을 함께 살린다’,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산다’, ‘모든 생명이 더불어 사는 세상을 이룬다’, ‘모든 생명은 유기적 연관 속에서 더불어 무한하게 공생한다’는 등을 의미한다(이상국, 「한살림운동이란?」. 『도시와 빈곤』. 통권 19호. 1995). 『한살림선언』(1989)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살림은 생명에 대한 우주적 각성이며, 자연에 대한 생태적 각성이고, 사회에 대한 공동체적 각성이다”라는 문구는 보프와 프란치스코 교황의 통합생태학적 사유를 연상시킨다.

김지하는 한국 생명운동을 주도한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다. 김지하는 1980년대부터 생명학과 그에 기반한 생명운동을 제창했다. 그는 “생명이 위태롭다, 지구 생태계 전체가 심각히 오염돼 있다. 그것을 먹어야 하는 인간 생명도 위태롭다”라고 지구적 위기를 진단하고 죽임에서 살림의 문명으로의 전환을 주장했다(『생명과 평화의 길』. 문학과지성사, 2005). 김지하는 지구적 생태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태학, 동학, 풍수학 등이 상호 보완적으로 통합해야 가능하다는 관점에서 ‘생명학’을 모색했다.

그는 ‘환경’은 모든 생명계를 인간의 병풍 혹은 무대장치로 보는 철저한 인간 중심주의 관점이며, 무기물도 자기 조직화하는 속성을 가지고 생명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생명계와 무생명계를 구분하는 생태학 역시 분명한 한계를 지고 있다고 비판한다(『생명학 1-생명사상이란 무엇인가』. 화남, 2008). 지구와 우주 전체의 보이지 않는 숨겨진 질서에 대한 근원적 인식에 기초한 생태학의 변화를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전일적 사유를 통해 생태학이 변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주창한 ‘생명학’ 혹은 ‘우주생명학’은 전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종합학[통합생태학]이다.

지구평화운동으로서 생명평화 운동
생명운동은 평화사상과 만나면서 ‘생명평화운동’으로 확장된다. 생명운동이 ‘생명평화운동’이라는 보다 넓은 사회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평화’ 개념은 2000년 10월 21일 조계사에서 진행된 ‘새만금농성선포식’에서 처음 사용됐는데, 여기서 ‘생명평화’는 생명과 평화의 합성어가 아닌 ‘생명의 평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임은경, 「“80년대가 민주화운동이었다면 지금은 환경운동” - ‘생명평화’라는 용어와 ‘삼보일배’를 처음 만든 소설가 최성각」. 『월간말』 11월호, 2007). 그래서 ‘생명평화’에는 지구, 인간 그리고 인간 이외의 존재들과의 평화를 의미한다.

본격적인 생명평화운동은 ‘지리산 살리기운동’이 모태가 된 2003년에 시작된 ‘생명평화결사운동’이다. 「생명평화서약문」을 통해 지구평화로서 생명평화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생명평화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넘어 모든 생명, 모든 존재 사이의 대립과 갈등, 억압과 차별을 씻어내고, 모든 생명, 모든 존재가 다정하게 어울려 사는 길이며, 저마다 생명의 기운을 가득 채워 스스로를 아름답게 빛나게 하는 것입니다.
- 『생명평화서약문』 -

‘생명평화’는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넘어 모든 생명의 평화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지구공동체(Earth community)의 평화 즉 지구평화론이다. 개신교 생명평화운동을 전개한 김용복은 평화운동은 생명운동의 출발이고 생명운동은 평화운동의 포괄적 지평이라고 주장하면서, 생명운동과 평화운동은 서로 분리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까지 평화운동은 인간 생명에만 한정돼 있다고 비판하면서, 인간의 평화와 자연의 평화를 통합시킨 생명평화운동을 제창한다(「평화운동은 생명운동이다」, 『YMCA생명평화운동구상』, 한국YMCA전국연맹 생명평화센터, 2007).

우리가 꿈꾸는 생명평화의 삶은 모든 생명이 서로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구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세상이 서로를 존중하며 상생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 생명평화마중물 <창립 취지서> -

위의 인용문은 천주교의 대표적인 생명평화 운동가인 문규현 신부가 2004년 지속가능한 생태적 삶과 평화운동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설립한 ‘생명평화마중물’의 <창립취지서>의 내용이다. 모든 것이 생명이고, 이러한 생명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인식에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평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의 생명학과 생명평화운동은 생명을 행성적 차원으로 확장시키면서 지구공동체의 공생을 위한 지구평화학이며 지구평화운동이다.

최근 인류세는 지질학, 생물학, 기후학, 지구시스템학, 사회학, 경제학, 정치학, 철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횡단하면서 성찰되고 있다. 인류세는 단순히 지질학적, 기후학적 문제가 아닌 인간 존재 방식에 대한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인류세는 지구의 고통, 인간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고통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행성적 사유와 함께 지구와 지구생명체들과의 적절한 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한 재성찰이 아닐까? 바로 여기에 통합생태학의 의의가 있다.

※ 이글은 필자의 「통합생태학의 지구적 전개」(『한국종교』 50, 2021)의 일부를 수정·보완한 것이다.  
 

 허남진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 연구교수 webmaster@thepub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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