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07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 경북매일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기자명   등록일 2013.11.20 

▲ 김현욱 시인

 
독일 속담에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려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는 말이 있다. 사랑이나 인정은 물과 같아서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는 쉬워도 역류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랑은 내리사랑`,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하는 것이리라.

“은유, 내가 봐주마. 너희 둘이 열심히 벌어서 빨리 일어서기나 해라” 엄마는 기꺼이 손녀를 돌보겠다고 했다. 옛말에 “애 볼래? 밭맬래?” 하면 밭매러 간다고 할 정도로 육아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처음에는 어린이집에 맡길 생각이었지만 연일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뉴스도 그렇고 무엇보다 은유가 너무 어렸다. 환갑이 다된 엄마에게 은유를 맡기자니 마음이 무척 아렸다. 스무 살에 시집와 자식 셋 뒷바라지도 모자라 여동생 손주, 손녀도 돌봐주셨는데 이제 나까지 엄마에게 멍에를 지우게 됐으니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다 싶었다.

죄송한 마음에 틈날 때마다 갖가지 먹거리를 사 들고 들어갔다. 많지는 않지만 매달 용돈도 드렸고 안부 전화도 빼먹지 않았다. 고생하시는 엄마를 위한 나름의 치사랑이라고 생각했지만 큰 오산이었다.“손녀 봐주는 통에 요즘 내가 효도를 다 받는구나!” 엄마의 그 말이 우레처럼 가슴에서 울렸다. 그랬다. 사실은 엄마를 위한 게 아니라 은유를 위해서였다. 부끄럽지만, 아프지만, 그랬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대단했다. 생전에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며 어르신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으니 2013년 여름은 사람들에게 가장 뜨거웠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 와중에도 건설 현장 일용직 노동자인 아버지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나가셨다. 온종일 뙤약볕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돌아온 아버지의 검붉은 목덜미를 보노라면 그렇게 애잔할 수가 없다. 이제 연세도 있고 하니 그만 쉬시라고 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너거한테 손 벌리고 싶지 않다. 일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할 끼다”

전국학생 주산경연대회에 군 대표로 나가 상을 받아 올 정도로 영민했던 아버지의 운명은 1959년 9월17일 추석 아침, 한반도를 관통한 태풍 `사라`로 완전히 뒤바꿨다. 태풍 `사라`는 지금까지도 한반도에 상륙한 가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사망자가 849명, 실종자가 206명에 이를 정도로 그 피해는 막대했다. 실종자 206명 중의 한 명이 바로 할아버지였다. 태풍 `사라`는 할아버지의 시신도 돌려주지 않았을 정도로 아버지에게 가혹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할머니가 개가하면서 삼촌 집에 얹혀살게 된 아버지는 그때부터 줄곧 눈칫밥을 먹으며 머슴처럼 살았다. 어릴 때부터 얼마나 지게질을 했던지 지금도 어깨에 그 자국이 남아있다.

그때 태풍 `사라`가 오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지 않았더라면 아버지의 삶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태풍 `사라`가 아버지의 운명을 잔인하게 짓밟았다고 나는 믿었다. 적어도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기 전까지는.

요즘 들어 부쩍 기력이 쇠하신 거 같아 아버지를 모시고 한의원에 갔다. 한의사가 진맥하더니 “이제 몸 쓰는 일은 그만 하세요. 몸이 많이 상했어요”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아버지는 껄껄껄 웃으시더니 대꾸했다. “내가 다른 복은 없어도 일복 하나는 타고났소. 거기다 내 이름이 목숨 명에 목숨 수자 아니요. 질긴 목숨에 일복 하나는 타고났으니 내 한 몸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부지런히 벌어야지요. 안 글소?”

태풍 `사라`가 아버지의 운명을 바꿔놨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버지는 아버지 대로 자신만의 운명을 당당히 개척해온 것이다. 하지만 환갑을 넘기고도 “너거한테 손 벌리고 싶지 않다”며 매일 새벽, 일터로 나가시는 아버지의 그 말이 참으로 아프게, 아리게, 쓸쓸하게 내 가슴에 와 메아리친다.

정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는 것인가!

===
내리사랑만 있고 치사랑은 없다
 중부매일 승인 2019.04.08 

[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독일 속담에 '한 부모는 열 자식을 거느려도 열 자식은 한 부모를 못 모신다.'라는 말이 있다. 자식들의 이기적인 태도를 꼬집는 뼈아픈 말이다. 이와 같은 뜻을 가진 우리말 속담으로는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부모님은 우리에게 존재의 근원 그 자체이다. 그런데도 조금만 머리가 커지면 다들 부모님의 은혜는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편의만을 생각하는 것이 요즘의 세태다. 오죽하면 요즘 부모님을 지극정성으로 모시는 사람을 인간문화재라고 부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과연 우리 주위에서 인간문화재가 몇 사람이나 있을까.

어느 업체에서 설문조사를 했더니 '부모들이 자식에게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아픈 데 없다(33%)', '선물 필요 없다. 니들 살림에 보태라(30%)'였다고 한다. 세월은 흘러도 변치 않는 것이 부모의 마음인 것 같다.

이 세상의 그 무엇이 아무리 아름답다 한들 어머니의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있겠는가. 부모에게 끝이 없는 사랑을 받고서도 그 1%도 갚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내리사랑만 있고 부모를 위하는 치사랑은 없다고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이율곡 선생의 전기를 보면 5살 때에 어머니의 병환이 위독하게 되자 밤중에 사당에 나가서 "신이여, 내 몸을 바쳐 어머니 병환이 나을 수만 있다면 기꺼이 드리겠습니다."하고 기도를 드렸고, 11살 때는 아버지가 병환으로 눕게 되자 대꼬챙이로 자기 팔을 찔러 피를 뽑아 아버지에게 먹였다는 기록도 있다.

미군이 필리핀 상륙전을 할 때에 어떤 섬에서 군함에 타고 있던 병정 한 사람이 웃옷을 벗고 바람을 쏘이다가 웃옷을 바다로 떨어뜨렸다. 함장에게 달려가 저 웃옷을 꼭 건져 달라고 부탁을 했으나 함장은 시간이 바쁘다고 그냥 가자고 했다.

그러자 그 병정은 죽음을 무릅쓰고 다이빙을 해서 뛰어내렸다. 자살하는 줄 알았는데 웃옷을 붙잡아 가지고는 살려 달라고 해서 살렸다. 그리고 그는 군법 회의에 회부가 되었다. 군법 회의에서 "어찌하여 너는 그토록 어리석은 짓을 했느냐?"고 묻자, 그 병사는 젖은 웃옷 포켓 속에서 사진 한 장을 꺼내며 "이것이 우리 홀어머니의 사진인데 어머니의 사진을 물에 빠뜨리고 싶지 않아 들어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감동하여 그를 무죄로 석방해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미국의 대통령 가운데 제임스 가필드라는 대통령이 있었는데 그는 취임식을 할 때 나이가 많아서 잘 걷지도 못하는 그의 어머니에게 '어머니가 취임식에 안 가시면 저도 취임식에 안 나가겠다'고 고집하여 거의 업다시피 하여 취임식에 모셨다. 그리고 모든 군중 앞에 어머니를 앉히고는 대통령 취임식의 모든 영광을 나이 드신 어머니께 돌렸다. 그러자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이 "가필드는 과연 효자구나. 그러기에 축복을 받았다."고 칭송했다. 자식이 아무리 효도한들 부모 은혜에 어찌 미칠 수 있으랴. '나무는 조용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멈추지 않고, 자식이 공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옛 성현의 가르침이 새삼 귓전을 울린다.

===

치사랑과 내리사랑!익산열린신문 | 승인 2014.02.17 09:16댓글0icon트위터icon페이스북
순 우리말 중 ‘치사랑’이란 단어가 있다.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을 사랑함 또는 그런 사랑을 일컫는다. 여기서 ‘치’는 아래에서 위로를 뜻하는 접두사다. 주로 ‘눈을 치켜뜨다’는 표현에서 많이 사용된다. 치사랑의 반대로는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내리사랑’이라는 표현이 있다.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을 사랑함. 특히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말한다.
예문으로는 속담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를 들 수 있다.
‘안갚음’이란 단어를 들어 봤을 것이다.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일. 즉 자식이 커서 부모를 봉양하는 일을 말한다. 발음상 혼동할 수 있는 ‘앙갚음’은 남이 나에게 해를 준 대로 그에게도 해를 준다는 뜻으로 사용한다. ‘안갚음’과 ‘앙갚음’. 전혀 다른 뜻이니 잘 기억해야겠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 사랑은 없다' 과학적으로 규명
입력2018-04-12 


‘부모의 자식 사랑’ 과학으로 설명할 뇌부위 발견

美 하버드대 연구 성과 ‘네이처’에 발표

“뇌 시상하부의 전시각중추가 담당…총각 쥐도 아빠 쥐로 변신”


viewer새끼를 돌보는 쥐의 모습. /사진제공=Dulac Lab/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Harvard



‘내리 사랑은 있어도 치 사랑은 없다.’(부모가 자식을 위하는 마음은 많지만 자식이 부모를 위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진이 어버이의 자식 사랑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논문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11일자에 실렸다.

연구진이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쥐는 부모가 되면 보금자리를 만들고 새끼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새끼 쥐를 보듬어주는 시간이 늘어나는 반면 다른 쥐에 대한 관심은 줄어든다. 교미 경험이 없는 젊은 수컷 쥐는 다른 새끼 쥐를 물어 죽이는 등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다가 자신의 새끼가 태어날 때쯤 되면 공격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쥐의 부모 행동이 뇌 시상하부의 전시각중추(medial preoptic area)와 관련돼 있음을 밝혀냈다. 이 부위는 수컷 쥐의 성적 행동을 담당한다고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연구진은 여기 있는 세포 중에서도 ‘갈라닌’(galanin)이라는 물질을 만들어 내는 신경세포가 부모 행동과 관련돼 있음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갈라닌 발현 세포를 인위적으로 활성화하자 젊은 쥐도 마치 아빠 쥐처럼 공격성이 줄어들고 새끼를 보듬는 행동을 보였다. 연구진은 암컷 쥐 역시 수컷 쥐와 같은 뇌 부위가 부모 행동을 유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를 진행한 캐서린 듀락 교수는 “포유류의 부모 행동 같은 복잡한 사회적 행동을 세부적인 수준에서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이 연구는 언젠가 산후우울증이 있는 엄마와 아기의 유대를 돕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은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뇌질환연구단 연구위원은 “이번 연구에서는 바이러스 및 형광단백질을 이용해 뇌 회로를 시각적으로 보여줬다”며 “칼슘 이미징을 통해 부모 행동이 나타날 때 시상하부 내 특정 세포의 활성을 현미경으로 확인했고 광유전학적인 방법으로 세포의 활성을 조절하며 나타나는 쥐의 행동을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출처 : https://www.sedaily.com/NewsVIew/1RY86LVA5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