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7

알라딘: 서초교회 잔혹사

알라딘: 서초교회 잔혹사


































Sales Point : 639

8.5100자평(18)리뷰(24)
이 책 어때요?




책소개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상황에 대해 지속적이고 예리하게 문제를 제기해온 옥성호의 첫 장편소설.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 3부작'을 포함한 저자의 기독교 관련 저작들은 선친이 평생을 두고 실천해온 종교적 양심의 연장선에서 오늘날의 기독교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서초교회 잔혹사> 또한 방황하는 한국 기독교와 목회자의 일탈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그동안 천착해온 작업의 문학적 버전이라고만 하기에는 그 설명이 지나치게 부족하다. <서초교회 잔혹사>는 현실에 빗대어 그 의미를 더욱 증폭시키는 알레고리와 일관성 있는 주제의식, 유머러스한 상상력과 재기 발랄한 문체 등이 문학으로서의 독자적 의미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의 김건축 목사는 그 이름이 암시하는 것처럼, 화려하고 거대한 성전을 짓고 사업을 벌임으로써 자신의 신앙을 증명하려는 사람이다. 그의 신앙은 교회의 신도 수와 십일조 액수, 사업의 규모에 비례하여 깊어진다. 이야기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한인교회를 운영하던 김건축 목사가 서초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궤도로 진입한다.

김건축 목사의 등장과 더불어 날로 번창하는 서초교회. 그러나 김건축 목사의 눈부신 활약은 역풍을 맞기 시작한다. 한 인터넷 언론에 익명의 제보가 들어가면서부터다. 글로벌 미션을 무력화하려는 사탄의 본격적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도원에서 생명을 건 기도의 사투를 벌이고 왔다는 김건축 목사가 수염을 기른 채 나타나 사탄의 무리들과의 전면전을 준비한다.


목차


프롤로그
사자 사냥꾼의 등장과 살생부
요루바족 언어가 준 교훈
잇 해즈 섬 굿 포인트
글로벌 미션을 수행하라
마침내 올 것이 오다
하나님의 거룩한 뜻
보이느냐, 공중의 저 새가
중용된 이유가 밝혀지다
운명을 건 최후의 영적 전쟁
소나무야, 소나무야, 푸른 소나무야
작가의 말


추천글

교회 비리, 고작 이 정도?
- 서민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 <밥보다 일기> 저자)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4년 3월 17일자 문학 새책



저자 및 역자소개
옥성호 (지은이)
저자파일
최고의 작품 투표
신간알림 신청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주 노터데임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에서 MBA를 취득했다. 2007년 『심리학에 물든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를 시작으로 『갑각류 크리스천』 시리즈, 『아버지, 옥한흠』 『진영, 아빠는 유학중』 『진리해부』 『야고보를 찾아서』, 장편소설 『서초교회 잔혹사』 『낯선 하루』 등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저술했다.
특허 솔루션 전문 기업인 위즈도메인에서 10년간 미주 지사장을 그리고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국제제자훈련원 출판본부장을 역임했다. 2018년 현재 ... 더보기


최근작 : <신의 변명>,<야고보를 찾아서>,<진리해부> … 총 24종(모두보기)
옥성호(지은이)의 말
고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 와서 얘기하면 부모님은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공부하기 싫으니까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는다고 핀잔을 주셨다. 그 학교에서 매년 서울대를 몇 명이나 보내는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느냐고도 하셨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러 고교 선배 중 한 명이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말죽거리 잔혹사>
그 영화를 본 많은 사람이 영화니까 당연히 재미를 위해 내용을 꽤나 과장했을 거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러나 그 학교를 다닌 사람은 누구나 영화가 과장은커녕 오히려 실제로 그 학교 내에서 있었던 많은 일을 완곡하게 표현했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 책을 읽은 후 많은 사람이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에이, 세상에 이런 교회가 어디 있어? 말도 안 돼!”
안됐지만 그거야말로 편견이다. 한국의 대형교회들 안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 책 속에 표현된 것과 비교도 되지 않게 황당무계할 뿐 아니라 무자비하기까지 하다. 그게 현실이다. 마치<말죽거리 잔혹사>가 내가 실제로 다닌 고등학교의 일면만, 그것도 부드럽게 보여준 것처럼.
후진적인 사회일수록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을 드러낸다. 그건 성역과 금기가 차고 넘친다는 점이다. 아직도 한국에서는 종교를 대상으로 무언가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서 종교는 여전히 성역이자 금기다.
소설가 황석영은 ‘작가’를 이렇게 정의한 바 있다.
“작가란 당대의 한계와 금기를 깨뜨려 일상화하는 사람이다.”
내가 글을 쓰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황 작가가 말하는 작가의 정의 비스무리하게라도 다가가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나는 금기를 혐오하고 성역을 경멸한다. 무엇보다 금기와 성역은 필연적으로 위선과 거짓을 양산한다. 더욱이 그 금기와 성역이 신의 이름으로 포장되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위선과 거짓이 난무한다.
교회에서는 보통 이런 말을 한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은 신본주의자이고 교회를 다니지 않는 사람은 인본주의자다.”
하지만 많은 경우 하나님의 뜻을 가장한 신본주의야말로 가장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인본주의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신의 이름으로 가장된 인본주의는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있는 ‘양심’마저 쉽게 마비시킨다. 신의 이름으로 가장된 인본주의는 인간이 인간이도록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생각’ 자체를 하지 않게 한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독자가 단 한순간이라도 도대체 인간에게 종교란 무엇인지, 그중에서도 하나님을 믿고 교회를 다닌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진지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그럼 이 글을 쓴 내 목표는 달성되는 셈이다. 덧붙여 아직도 한국에 만연해 있는 각종 금기와 성역이 ‘상식의 관’을 통과하며 정화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제 역할을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이 책의 제목은 ‘서초교회 잔혹사’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연을 쌓은 서초교회는 한 곳도 없다. 그럼에도 굳이 소설 속의 교회 이름을 ‘서초교회’로 정한 이유는 서울 강남의 ‘서초동’이 지닌 부유함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특정 교회를 지칭한 것이 아님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힌다. 서초교회는 단지 부유한 동네 안에 위치한 대형 교회를 상징할 뿐이다. 이 글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묻는다면, 내가 지근거리에서 목격하고 관찰한 사실들에 대한 풍자이며, 이는 단지 조소가 아닌 반성적 성찰을 유도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라고 답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정할 때<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힌트를 얻는 빚을 졌다. 주목받는 영화로 좋은 영감을 주신 유하 감독에게, 비록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감사함을 전한다. 이 책을 쓰는 과정에서 좋은 조언을 아끼지 않은 후배 유인호와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나는 우리 사회를 잔혹하게 만드는 성역과 금기가 사라지도록 만드는 데 책보다 더 중요한 매체는 없다고 확신한다. 스마트폰 대신 손에 책을 들고 다니는 독자들이 있는 한 우리 사회에는 아직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하나님은 십자가 장식을 한 그 거대한 건물에 거주할 것인가?
오늘날, 한국 기독교가 가야 할 길에 대해 묻는 촌철살인의 블랙코미디!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상황에 대해 지속적이고 예리하게 문제를 제기해온 옥성호의 첫 장편소설이다. 다수의 저서가 기독교 분야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면서 교단에선 이미 진보적 이론가로 정평이 나 있지만, 그에게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하나 더 있다. 사랑의교회 설립자이며 원로목사였던 옥한흠 목사의 장남이라는 사실이다. 옥한흠 목사가 ‘행동하는 양심’으로 한국 기독교 교단에서 교파를 초월하여 존경받아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2010년에 작고했음에도 옥한흠 목사는 최근 사랑의교회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과 관련해 거듭 회자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저자가 중요한 발언들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 3부작’을 포함한 저자의 기독교 관련 저작들은 선친이 평생을 두고 실천해온 종교적 양심의 연장선에서 오늘날의 기독교 현실에 대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고 있다. 『서초교회 잔혹사』 또한 방황하는 한국 기독교와 목회자의 일탈에 대한 비판이라는 주제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그동안 천착해온 작업의 문학적 버전이라고만 하기에는 그 설명이 지나치게 부족하다. 『서초교회 잔혹사』는 현실에 빗대어 그 의미를 더욱 증폭시키는 알레고리와 일관성 있는 주제의식, 유머러스한 상상력과 재기 발랄한 문체 등이 문학으로서의 독자적 의미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에는 단지 글재주만으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고유의 영역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등단이란 절차를 밟은 적 없는 사람의 첫 장편소설이 본격문학의 영역 안에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성과다. 더구나 첫 소설을 통해 확고한 자기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작가로서의 기대를 품게 할 만한 대목이다. 실제로 그에게는 또 다른 작품의 초고들이 있거니와, 이 소설을 굳이 첫 장편소설이라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곳에 하나님은 계시지 않았다. 단지 사용되었을 뿐이다.
믿음과 위선, 신앙과 욕망에 대한 가장 유쾌한 방식의 질문!

소설 속의 김건축 목사는 그 이름이 암시하는 것처럼, 화려하고 거대한 성전을 짓고 사업을 벌임으로써 자신의 신앙을 증명하려는 사람이다. 그의 신앙은 교회의 신도 수와 십일조 액수, 사업의 규모에 비례하여 깊어진다. 이 모든 게 다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한 성스러운 일이므로 방식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거짓과 속임, 모략과 배신, 협박과 폭력도 하나님의 사업 안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야기는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한인교회를 운영하던 김건축 목사가 서초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인 궤도로 진입한다.
김건축 목사는 부임하자마자 특유의 화법과 카리스마로 단숨에 교역자들과 신도들을 사로잡는다. ‘쌀루리 긴다 꼰다리 말까…’ 그는 아프리카 요루바 족의 언어로 만들었다는 찬양을 가르치고, 교역자들은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시도 때도 없이 목청껏 따라 부른다. 그리고 글로벌 미션(세계 선교)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전 교역자들을 대상으로 토익시험을 치를 것이며, 교역자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다. 교회 내에 언론홍보팀이 신설되고 교역자들은 담임목사와 전무목사, 부장목사, 과장목사, 목사, 파트타임 목사 등으로 철저히 수직 재편성된다. 그리고 글로벌 미션 팀을 이끌 마이클 서 목사와 알렉스 리 목사가 소개된다. “에이멘~” “핼럴루야~” 마침내 교역자들의 발음도 서서히 바뀌어 간다. 말 그대로 점입가경이다.
황당무계하고 코믹하기까지 한 상황들이 이후로도 이어진다. 김건축 목사는 지식경제부에서 주관하는 신지식인에 선정 되고, 『글로벌 마인드로 정복하는 영어회화』라는 책도 출판된다. 책은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고, 김건축 목사의 등장과 더불어 서초교회는 날로 번창한다. 서초교회를 통해 글로벌 미션을 이루시려는 하나님의 꿈은 그렇게 하나씩 차근차근 진행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우는 법. 김건축 목사의 눈부신 활약은 마침내 역풍을 맞기 시작한다. 한 인터넷 언론에 익명의 제보가 들어가면서부터다. 글로벌 미션을 무력화하려는 사탄의 본격적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도원에서 생명을 건 기도의 사투를 벌이고 왔다는 김건축 목사가 수염을 기른 채 나타나 사탄의 무리들과의 전면전을 준비한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은 기독교 자체에 대한 비판도, 팩트에 기반한 르포르타주도 아니다. 신도 수 늘리기에 급급한 일부 대형교회와 욕망에 사로잡힌 목회자의 위선적 태도에 대한 비유적 성토이며, 금기와 성역으로서의 종교에 대한 도전이다. 그런가하면 참담한 종교적 현실에 대한 포복절도할 풍자(諷刺)이기도 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지근거리에서 목격하고 관찰한 사실들에 대한 풍자이며, 조소가 아닌 반성적 성찰을 유도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로서의 풍자이다. 오늘날의 한국 기독교가 금기와 성역을 깨고 상식의 관을 통해 정화되는 데 이 소설이 기여하길 바란다고 저자는 힘주어 말한다. 접기


북플 bookple

이 책의 마니아가 남긴 글
친구가 남긴 글
내가 남긴 글




그렇다면, 서잔의 수난의 애찬은 한 사람의 애곡이 될 수 없다. 서잔의 애곡은 단 한 사람을 주체인물로 세워둔 가운데 주변 환경에 음로세력들을 통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수호천사 2014-05-17 공감 (0) 댓글 (0)








1.



<갑각류 크리스쳔>의 독후감을 통해 소개한 바 있었던 옥성호 씨의 신작. 그간의 저서에서는 주로 대형 교회를 중심으로 한 한국 기독교의 병폐를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해 왔던 그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다.



이전의 저서들도 그러하였지만, 이 소설은 특히 출간되기 전부터 격렬한 논쟁에 휩싸였다. 제목과 내용, 저자의 이력을 감안해 볼 때 비판과 풍자의 소재로 삼고 있는 대상이 대형교회 일반이 아니라 특정교회를 가리키는 것으로 읽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대강의 줄거리를 살펴보도록 하자.







2.



소설의 주인공은 대형교회인 '서초교회'의 부목사인 '장세기'이다. 이 장세기의 시점에서 서초교회에 일어나는 변화상들을 관찰한 기록이 큰 얼개이다.



주인공인 장세기는 쟁쟁한 유학파인 다른 목사들과 달리 교회의 청년부 간사로 시작해 국내의 신학대학원을 졸업하여 간신히 목사가 된, 말하자면 '스펙이 딸리는' 목사였다. 다행히도 간사 때부터 몸을 담고 정성을 쏟았던 서초교회 청년부에서 그를 받아주었다. 장세기에게는 기적같은 일이었다.



평화롭던 그의 인생에 변화가 닥친 것은 서초교회의 개척자이며 모두에게 존경받는 사역자인 '정지만' 목사가 은퇴를 준비하면서부터였다. 교회 내에는 새로 오게 될 목사로 아프리카에서 한인교회를 운영 중인 '김건축' 목사가 물망에 올랐다는 소문이 퍼졌다. 정지만 목사는 김건축 목사를 자신이 개척한 교회를 물려줄 적임으로 보았지만 몇몇 목사들은 그렇지 않았다. 소문에 의하면 김건축 목사가 아프리카로 선교를 떠난 이유는 미국에서 몇 개의 개척 교회를 하다가 말아먹고 도피를 한 것이며, 도피처 중에서도 특히 아프리카를 정한 것은 그가 사자 사냥에 미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오면 평화롭던 사랑의 교회가 크게 바뀔 것이라는 걱정을 하는 이도 있었다.



김건축 목사가 부임하기도 전, 목회자들 사이에 '살생부'가 돌았다. 이미 김건축 목사에게 줄을 댄 한 목사가 사랑의 교회 목사들의 이력과 성향 등을 분석해 메일로 보고를 하였고, 그에 바탕하여 작성된 살생부라 하였다. 살생부에는 목사들이 남을 사람과 떠날 사람, 있든 말든 별 상관없는 사람의 세 부류로 분류되어 있었다. 공교롭게도 떠날 사람으로 분류된 목사들은 정지만 목사와 함께 사랑의 교회 부흥기를 이끈 선배 목사들이거나 비판적 의식을 가진 목사들이었다. 주인공 장세기는 있든 말든 별 상관없는, 언제든 대체 가능한 '건전지 요원'으로 분류됐다.



황제의 대관식을 연상시키며 부임한 김건축 목사는 여러가지 혁신적 시도들을 발표하고 변화를 이끌었다. 먼저 예전에는 풀타임 목사와 파트타임 목사의 두 단계로 나뉘던 목사 직급을 담임목사/전무목사/부장목사/과장목사 등으로 수직 재편성하고, '글로벌 미션'이라는 슬로건 하에 교역자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는가 하면 목사들에게 정기적으로 토익 시험을 치고 성적을 보고하도록 하기도 했다. 교회 내에 언론홍보팀을 새로 설치하여 언론과의 접촉과 대응을 준비하는 한편 대규모 부지를 매입하여 '잉글리시 타운'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렇게 바쁜 와중 <글로벌 마인드로 정복하는 영어회화>라는 책을 직접 펴내어 베스트셀러에 올리는 업적까지 일구어냈다. 장세기는 신앙의 힘으로 이러한 일들을 이루어내는 김건축 목사에게 진심으로 감복하였다.



그러나 이상한 점들도 있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교역자 회의에서 김건축 목사만은 '다른 목사들의 빠른 이해를 위해' 한국어로 발언과 진행을 하였다. 방송사의 취재진을 불러 진행하기로 했던 김건축 목사의 영어 예배는 얼마 후 립싱크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김건축 목사는 거듭된 기도로 인해 성대결절이 와서 어쩔 수 없이 행한 조치라고 해명하였다. 한국 학생들을 입주시켜 영어를 배우게 하고 복음을 전파하게 하려고 세울 예정이라는 '잉글리시 타운'은 부지의 매입과 그를 위한 은행 대출 등의 주요한 상황을 교회의 정관에 따라 교회 당회에서 논의하지 않고 김건축 목사가 단독으로 추진한 것이라는 신문 기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거기에 신자들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35만 부가 팔려나간 <글로벌 마인드로 정복하는 영어회화>는 자신이 대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목사까지 나타났다. 교포 2세인 이 목사는 그 책이 자신이 집필한 것이며, 김건축 목사 측은 이 책의 대필에 대한 댓가로 상응하는 금액과 함께 '서초교회'의 목사 직을 약속하였는데 이후 어떠한 것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폭로의 이유를 밝혔다.



여러 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지자 김건축 목사와 그 측근들은 '건전지 요원'이었던 장세기를 끌어들인다. 장세기는 몰랐지만, 김건축 목사 측이 그를 끌어들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은 별 스펙이 없는 장세기가 청년부의 목사 직을 맡아 오랫동안 운영해 왔던 것은 전임 담임목사인 정지만 목사의 총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였다. 그래서 그들이 결정적 위기에 몰렸을 때, 장세기를 통해 정지만 목사의 협조와 응원을 얻어내려고 했던 것이다. 장세기는 얼떨떨해 하다가 결국에는 이들을 돕게 된다. 장세기가 정지만 목사의 방에 들어가 몰래 그의 수첩 하나를 훔쳐오자, 김건축 목사의 측근 중 한 명이 그 필적을 흉내내어 잉글리시 타운은 정지만 목사 자신 또한 찬성했던 안이라는 거짓 기록을 작성한다.



이 거짓 기록이 교인들과 세상에 퍼지자 정지만 목사는 충격을 받고 쓰러졌다가 그대로 별세하였다. 장세기는 존경하는 목회자인 정지만 목사의 죽음에 큰 혼란을 느끼다가, 이내 그의 죽음을 본 사탄의 무리들이 '우리 서초교회'를 분열시키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눈물을 닦으며 교회가 하나될 수 있는 멋진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소설의 주된 전개는 김건축 목사와 그 측근들이 벌이는 부정비리를 따라가는 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에 장세기는 다소간 어리숙한 인물로 등장하여 그러한 부정비리의 현상만을 자세히 관찰하고 묘사할 뿐 그들의 의도를 전혀 짐작치 못하거나 아니면 순수한 의도라고 착각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부정비리의 실태를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책을 풍자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 장세기가 건조한 나레이터 역할로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 또한 사건들을 경험하며 나름의 '소설적 성장'을 겪는다. 처음에는 스펙은 모자라지만 신앙심은 충실한, 평범한 목회자로 등장하지만, 김건축 목사 체제가 들어서고 나서는 대형교회 목사직을 유지함으로써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체제에 순응하였다가, 갈등이 본격화되는 종반부에 이르러서는 본인은 의식하지 못한 채 김건축 목사 측의 유용한 도구로써 활약하고, 마침내 결말에서는 현재의 체제를 수호하는 것이 곧 선이라는 강렬한 사명감을 갖게 되기에 이른다. 다소 순수하고 다소 속물적이었던 평범한 한 인물이 부정한 체제의 외부자에서 출발하여 방관자, 참여자를 거쳐 마침내 수호자로 탄생하게 되는 이 과정은 점점 더 목불인견이 되어가는 김건축 목사의 비리상과 템포를 맞추며 강렬한 시너지를 발산한다.







3.



앞서, '제목과 내용, 저자의 이력을 감안해 볼 때 책이 비판과 풍자의 소재로 삼고 있는 대상이 대형교회 일반이 아니라 특정교회를 가리키는 것으로 읽힐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 여기에서부터는 이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제목에도 등장하는 '서초교회'라는 명칭에 관해. 저자인 옥성호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대형교회 가운데 하나인 '사랑의 교회'를 세운 옥한흠 목사의 장남이다. 1978년에 세워진 사랑의 교회는 오늘날 신자 수가 9만 명에 달하는 공동체로 성장하였다. 교회의 설립과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운 옥 목사는 2003년 원로목사로 물러나고 사랑의 교회는 현재의 담임목사인 오정현 목사를 초빙하게 된다. 오정현 목사의 사랑의 교회는 2011년 현재의 소재지인 서초동으로 대형 건물을 지어 입주한다. 서초동에 있는 사랑의 교회. 작중 교회의 이름인 '서초교회'가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또, 존경받으며 은퇴한 원로목사와 정력적으로 활동하지만 사회에서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새 담임목사라는 주요한 구도도 현실과 유사한 점이 있다. 현 담임목사인 오정현 목사가 대형교회를 맡아 성공적으로 운영을 해 나가는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프리카에서 취득한 박사 학위의 논문이 표절로 판명났고, 이후 미국에서 한 차례 더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는데 이 때의 논문이 앞서 아프리카에서 썼던 자기 논문을 상당 부분 자기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스스로 박사 학위 포기 의사를 대학 측에 전달하는 등의 학위 논란이 있었다. 또한 2009년 현재 입주해 있는 대형 건물을 신축하는 과정에서 부지매입과 건물 건축 비용을 상향 책정해 배임의 혐의가 있던 점, 개인적으로 헌금을 횡령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있던 점 등이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기도 했다. (이 중 특히 서초 교회 부지와 관련된 각종 의혹은 2011년 4월 12일에 방영된 PD수첩 <사랑의 교회 건축 특혜 논란, 그 진실은>편을 통해 자세히 방송되었다.) 사건의 흐름 뿐 아니라 '아프리카' 수준의 디테일한 면까지 상당 부분 유사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현실과 책의 설정이 우연히 닮아있을 뿐, 책의 저자이자 전임 담임목사인 옥한흠 목사의 아들인 옥성호가 정말로 사랑의 교회를 전혀 떠올리지 않았고, 또 현 담임목사인 오정현 목사에게 아무런 불만이 없을 수도 있지 않느냐, 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정현 목사의 논란들이 차례로 불거진 이후인 2013년 2월, 옥성호는 사랑의 교회 장로들에게 아버지인 옥한흠 목사가 생전에 썼던 편지들을 메일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해당 메일은 2010년에 작고한 옥한흠목사가 생전인 2008년 6월에 후임 담임목사인 오정현 목사에게 쓴 편지로, 주된 내용은 오정현 목사의 목회 활동과 교회 경영에 대한 의문 및 질타로 이루어져 있었다. 총 10개 항의 이 의문과 질타 가운데에는 소설 내에서 비판된 내용과 흡사한 것들이 다수 들어있었다. 작가의 펜 끝이 사랑의 교회와 오정현 목사를 향한 것이라는 추측에 더 무게가 실리는 지점이다.







4.



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도 사랑의 교회는 앞서 소개하였던 건들과 관련하여 오정현 목사에 찬동하는 교인들과 반대하는 교인들로 나뉘어 내홍을 겪고 있었다. 폭로와 고발, 그리고 폭력 사건까지 발생하여 사랑의 교회를 사랑하는 건전한 신앙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기에, 비록 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반대하는 교인' 파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 옥성호 '집사'의 또 하나의 폭로가 이어진 것이다. 물론 저자는 책의 머리말과 각종 인터뷰를 통해 소설에 등장하는 '서초 교회'가 '사랑의 교회'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저자의 발언을 들어보자.



"소설 속의 교회 이름을 '서초교회'로 정한 이유는 서울 강남의 '서초동'이 지닌 부유함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 서초교회는 단지 부유한 동네 안에 위치한 대형 교회를 상징할 뿐이다. 이 글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묻는다면, 내가 지근거리에서 목격하고 관찰한 사실들에 대한 풍자이며, 이는 단지 조소가 아닌 반성적 성찰을 유도하기 위한 문학적 장치라고 답할 것이다."(본문 307쪽)



교회의 이름은 단지 '상징'일 뿐이라고 하면서도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지근거리에서 목격하고 관찰한 사실들에 대한 풍자'라는 묘한 여운의 표현을 사용했다. 그러나 책이 출간된 후 <일요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는 보다 직설적인 표현이 보인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100% 허구이자 100% 사실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면 책에 등장하는 ‘김건축’이라는 목사와 실제로 같은 이름을 가진 목사는 없다. 하지만 그 이름을 듣는 순간 누군지 너무 잘 인식이 되는 거다. 건축 좋아하는 사람, 즉 어딜 가도 건물을 지어야지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 그러니까 허구지만 동시에 사실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소설에는 영어 얘기도 자주 나오는데, 그 분이 영어를 그렇게 좋아하신다. 그래서 저희 아버지 살아계실 때 ‘꼭 그렇게 영어를 자꾸 써야 되냐. 나이 드신 분들도 많은데’라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영어가 없으면 견디지 못하더라. 그런데 대체 왜 그렇게 하냐. 한마디로 과시하고 싶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김건축'의 실제 모델이 '건물 짓기를 좋아하'고, '영어를 좋아하'고, '(옥성호의 아버지인 옥한흠과) 얘기를 나누는' 특성을 가졌다고 자세히 설명하는 데에서는 그 모델이 오정현 목사라는 사실을 굳이 감추려고도 하지 않는 의도가 엿보인다.



독후감을 쓰는 지금인 2014년 4월 초로부터 약 열흘 전인 3월 말, 사랑의 교회 측에서는 이것이 아버지의 담임목사 직을 세습하지 못한 옥성호 씨의 개인적 감정에서 발로한 것이며, 교회에 대한 명백한 명예훼손이어서 법적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로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뉴스가 나오지 않았다.





5.



정치 문제보다 더 대립적인 토론이 오고가는 장이 종교 문제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기독교는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지금 우리 사회에서 관련한 논쟁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종교이기도 하다. 실제로 인터넷 서점의 서평과 블로그의 독후감 등을 살펴 보면 이 책에 대한 평가는 극렬하게 나뉜다. 사랑의 교회를 지칭한 것이든 아니든 '개독'들 시원하게 까발려 줘서 재미있게 읽었다는 평가가 있는 한편으로 교회의 성공을 시기하고 신앙을 흔드는 '사탄'의 소행이라는 평가도 있다. 양 극단의 근처를 살펴보면 나름의 논리를 가진 주장들도 적지 않으니 무신론자나 타 종교의 교인이라 할지라도 그들을 살펴보고 신앙이란 무엇인지, 신앙 공동체란 어떠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편의 소설로서만 평가해 보자면. 첫 장편소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시원시원하게 읽히는 맛이 있다. 갈등과 해결의 구도를 단순하고 명확하게 짜 놓았고, 적은 수의 인물이 등장하며, 주인공 한 사람의 시점과 진술로만 진행하기 때문에 한층 쉽게 읽혔을 것이다. 인물을 형상화하고 언행을 묘사하는 데 주요하게 사용되는 풍자의 기술 또한 아주 능숙하다. 독실한 기독교인, 혹은 독실한 사랑의 교회 교인이 아니라면 대체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순수하기만 한 주인공 '장세기'의 시선에, 현실 교회의 어두운 단면을 폭로하고 풍자하고자 하는 '옥성호'의 목소리가 이따금 직접적으로 섞여들어가는 점 정도가 소설적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몰입을 방해하는 흠결이라 할 수 있겠다. 저자의 인터뷰를 보니 이 소설은 한국 교회에 관한 장편소설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라 한다. 다음 책에서는 더 현실적인 내용과 더 세련된 표현을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한다.






will810826 2014-04-10 공감 (10) 댓글 (0)






『서초교회 잔혹사』를 읽고





1.아기사자의 추억
수년 전에 한 포털 사이트 종교 게시판에서 유명한 무신론자가 있었다. '아기사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그는 무신론자임에도 해박한 성경 지식과 논리력으로 기독교를 변호하는 기독교인을 꼼짝 못하게 만들곤 했다. 그는 한마디로 종교 게시판을 주름잡는 영웅이었다.






그의 직업은 의사였지만 어느날 개신교 대형 교단 산하의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음을 알렸다. 한때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가 교회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후로 무신론자가 된 그가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이유는 교회 목사가 되어 막대한 돈을 벌겠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 교회만큼 사기쳐 먹기에 안성맞춤인 동네는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잘만 하면 크게 해 먹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던 그에게 여의도의 조 목사는 좋은 롤모델이었다.



가끔 아기사자는 어디서 어떻게 사역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곤 한다. 그런데 그의 근황을 예측하게 하는 소설을 읽게 되었으니,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의 저자로 알려진 옥성호의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다.





2.사자 사냥꾼 김건축
아기사자가 목회를 하고 있다면 이 소설에 나오는 김건축 목사와 다름이 없으리라. 공교롭게도 김건축 목사는 아프리카에서 불법 사자 사냥을 즐긴 것으로 나온다.



C. 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사자는 예수를 상징하는 존재로 나오는데, 김건축 목사는 사자를 총으로 쏴죽이고 사자의 머리를 수집했다는 점에서 그의 적그리스도적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김건축 목사의 총부리는 정확히 예수의 목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오멘」에서 인간 악마가 나오는데, 김건축 목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살아있는 악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김건축 목사의 인간상은 성경에서 말하는 사탄 즉 거짓의 아비를 닮아 있다.





3.백치 장세기
소설은 '장세기'라는 부목사의 관찰자 시점에서 전개된다. 서초교회의 원로목사인 정지만 목사에게 발탁되어 청년부를 맡게 되지만 정지만 목사의 은퇴 후, 김건축 목사의 수족 노릇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소설의 핵심 카메라는 살아있는 사탄 김건축이기보다 김건축의 사기행각에 대한 부목사들과 신도들의 반응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그 중에서 관찰자인 장세기의 심리적 갈등이 중심 축을 이루고 있다.



장세기는 기본적으로 순수하고 평범한 신앙인이다. 그러나 사탄 김건축 앞에서 그는 백치임을 드러낸다. 김건축의 사기행각을 두 눈과 귀로 확인하지만 생존이라는 문제 앞에서 철저하게 선악 간의 판단력을 잃어버리고 김건축에게 중용되는 것을 하나님의 기도 응답으로 받아들인다. 사탄의 앞잡이로 일하게 된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자신의 욕망이 채워지는 지점에서 거짓을 합리화하는 인간의 내면과 신앙인의 무지함을 발견한다. 아니, 장세기의 경우 의도적으로 합리화했다기보다 무지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거짓과 손잡았다는 사실을 장세기 자신은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단 한번도 김건축을 의심하지 않은 실체없는 글로벌미션의 조력자로 살아간다. 김건축 일당의 만행으로 정지만 원로목사가 소천하게 된 순간조차 김건축에게 인정받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장세기에게 있어 김건축은 하나님과 다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백치 장세기에게도 인간적 슬픔은 남아있었다. 김건축을 구주로 삼고 따라가지만, 눈 앞에서 펼쳐지는 부조리한 현실의 한 켠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고 욕이 나오는 분열을 경험한다. 장세기는 신앙의 이름으로 자신을 기만한 욕망의 벽 안에 갇혔다. 그 벽을 뚫고 흘렀던 뜨거운 눈물은 그에게서 발견한 일말의 희망이다.





4.소나무야 소나무야
여느 소설처럼 인물과 배경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있기보다 사건 전개, 인물간의 대화,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었음에도 이 소설이 주는 즐거움은 컸다. 개인적으로 폭소를 터트렸던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서초교회의 모습이 단순히 허구에 그치지 않고 한국 교회의 현실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서초교회 잔혹사』라는 제목만큼이나 잔혹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김건축과 그를 따르는 부목사, 장로들의 어딘가에 실재할 것이라는 개연성은 우리로 하여금 경악하게 만든다. 한국의 대형 교회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사기극은 김건축의 서초교회보다 더 심각하고 거대한 수준임을 생각하면 한국 교회는 이미 살아있는 사탄, 김건축들의 손에 넘어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 진실은 교회의 가장 큰 이단이 되었다. 허구를 통해 진실을 전달하고 있는 이 책은 '서초교회'에서 금서로 이해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기극에 가담한 자들은 숨어서 이 책을 읽을 것이다. 과연 이 책이 그들에게 거울이 될 수 있을까. 강남의 한 대형 교회는 이 책의 저자를 향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 교회의 이름이 서초 교회가 아닌데,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기네 교회가 이 소설 속의 서초교회이며 자기네 담임목사가 김건축임을 자인하는 꼴이 아닌가. 과연 이들에게 장세기의 눈물이 남아 있을까. 그들도 김건축을 만나기 전에는 순수하고 평범한 신앙인이었으리라.



뜬 눈으로 사탄에게 교회을 빼앗긴 잔혹한 오늘날, 우린 누구를 탓해야 할까.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장세기가 떠올렸던 이 노래는 변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상실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노래의 슬픔을 하나님 들으사, 푸르렀던 교회의 빛을 되찾아주소서.


2srael 2014-03-26 공감 (3) 댓글 (0)


더보기


마니아
읽고 싶어요 (1)
읽고 있어요 (0)
읽었어요 (51)
이 책 어때요?



구매자
분포



0.2% 10대

0.6%


3.7% 20대

1.8%


9.7% 30대

12.8%


11.0% 40대

21.9%


11.8% 50대

17.8%


3.0% 60대

5.7%
여성 남성

평점
분포

8.5




52.4%


31.0%


11.9%


2.4%


2.4%



100자평






등록


마이페이퍼 > 마이페이퍼

스포일러 포함
글 작성 유의사항



구매자 (7)
전체 (18)

공감순







소설출판까지...와우~
옥성호작가님정말대단하십니다
서초교회의잔혹사 제목부터확~와닿습니다
출판을진심으로축하드립니다
이책을통해요즘문제시되고있는대형교회들이
새롭게변화되고개혁되기를소망합니다
ruth311 2014-03-09 공감 (10) 댓글 (0)
Thanks to
공감





좋은 교회가 더 많겠지만 일부의 교회는 이 소설의 내용이 허무맹랑한 픽션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더 추악할 수도 있다.
Kaleidoscope 2019-03-08 공감 (3) 댓글 (0)
Thanks to
공감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할 것. 특히 부목사들.
2srael 2014-03-26 공감 (3) 댓글 (0)
Thanks to
공감





사람사는 곳은 어디나 같은 원리가 지배한다. 종교라고 예외겠는가.
냉소적이고 진정한, 무엇보다 위트가 탁월한 작품을 써주신 작가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 서초교회유사 집단의 신도였었던 사람 드림----
플로랑스 2015-08-01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벼룩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산간 다 태우는 꼴이네요 하나님의 임재와 동행이 없는... 촛대가 옮기운 목사들 불편한 진실일수도...그 놈(?)의 벼룩만 잡을 것이지...
勿忘我 2015-03-16 공감 (0) 댓글 (0)
Thanks to
공감


더보기




마이리뷰

구매자 (3)
전체 (24)

리뷰쓰기

공감순





그저 사실이 아니길 바라






우연하게 사랑의 교회 설립자 옥한흠 목사의 장남 옥성호 씨의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와 기독교와 이슬람교를 각각 한 번 씩 배교한 레자 아슬란의 <젤롯>을 같이 주문했다. 부활절이 다가 오면서 종교 관련 서적이 읽고 싶었던 걸까. 후자는 아직 접하지 못했지만, 전자는 한국 기독교계가 작금에 처한 상황과 맞물려 현실과 소설적 상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서술 때문에 단 이틀 만에 완독할 수가 있었다.



쌤앤파커스의 임프린트 <박하>에서 출간된 <서초교회 잔혹사>는 당당하게 표지에서 “장편소설”이라고 이 책의 성격을 규정한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서초교회 잔혹사>가 과연 소설일까라는 생각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이 현실을 빼닮은 소설의 배경은 정지만 목사가 설립한 서초교회다. 소설을 이끌어 가는 화자는 이 교회 청년부 출신 간사로 신학교를 졸업해서 사역 중인 장세기 목사다. 그저 그런 학교를 졸업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그야말로 평신도 출신 장세기 목사는 한 번 사람을 쓰면 끝까지 믿는 정지만 목사의 간택으로 청년부 교역자의 자리에 오른다. 한편, 은퇴를 앞둔 정 목사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서 지역 주민을 상대로 교역 중인 김건축 목사를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하면서 소설은 급피치를 올리기 시작한다.



새로운 목사 담임목사 부임을 앞두고 어수선한 가운데, 핵심, 잉여 그리고 건전지 목사라는 세 부류로 작성된 소위 살생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서초교회에 사역하는 교역자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이렇다할 스펙이 없는 장세기 목사 역시 잉여보다는 좀 낫지만 쓰고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건전지 목사로 분류되고 만다. 인간이 아닌 하나님에게 봉사한다는 사명감으로 청년부에 헌신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자괴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달마다 월급통장에 찍히는 사례비와 자동차 그리고 교회에서 제공 받은 사택이라는 물질적 유혹에 흔들리는 보통의 여느 가장과 다르지 않은 사역자의 심리 상태를 저자는 너무나 현실적으로 짚어낸다. 이런 기득권을 과감하게 버리고,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교회 개척이라는 황무지로 나갈 자신이 있는가하고 장세기 목사는 거듭해서 스스로에게 묻는다.



드디어 담임목사로 등장한 김건축 목사는 세계선교라는 하나님의 지상명령을 “글로벌 미션”이라는 그럴싸한 캐치프레이즈로 포장해서 교역자 회의부터 영어로 진행하겠다는 파격을 선보인다. 비전 성취를 위해 토익 시험을 치르는 건 오히려 약과다. 그리고 자신이 요루바 어로 작곡했다는 “쌀루디 긴다” 송을 모든 교역자들에게 뜻도 가르쳐 주지 않은 채 암기해서 회의 때마다 부르게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담임목사와 부목사 시스템이던 기존 시스템을 부장목사, 과장목사라는 해괴한 명칭으로 고쳐서 수직적 관계로 재편성한다.



서초교회의 이런 파격적 행보는 보수 언론의 관심을 끌게 되고, 급기야 글로벌 시대에 맞춰 영어로 진행되는 교역자 회의 취재에 들어가겠다는 발표가 나면서 교회는 또 한 번 술렁이게 된다. 장세기 목사는 사전 교역자 회의 리허설을 통해 김건축 목사의 허풍과는 달리 실제로 그의 형편없는 영어 실력을 알게 되고, 담임목사가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게 될지 궁금해 한다. 동료 차명진 목사의 예언대로 립싱크로 마지막 영어 기도로 마무리가 되면서 허깨비 같은 그의 실체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김건축 목사가 야심차게 출간한 책이 자신이 직접 쓴 책이 아니라 미국 출신의 재미교포 목사가 대필했다는 사실이 인터넷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서초교회에 또다른 파란을 몰고 온다. 그야말로 아스트랄한 사건사고가 새 담임목사 부임과 동시에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온다.



한편, 자신의 밥그릇을 위협할 새로운 청년부 목사가 청빙 중이라는 사실에 절망한 장세기 목사는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기 시작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벼랑 끝에 놓였던 장세기 목사의 운명은 김건축 목사에게 맹목적 충성을 다짐하면서 극적 전환을 맞이하게 된다. 잉여나 건전지 요원이 아닌 핵심 포스트에 배치되면서 권력의 단맛을 알게 된 장세기 목사는 하나님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세상의 안락함과 물질의 지속적 공급을 위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양심을 내려놓고, 김건축 목사와 공동운명체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하나님이 주신 자유의지가 철저하게 왜곡되는 순간을 저자는 일관된 과정을 통해 담담하게 서술한다.



김건축 목사를 옹호하기 위해 청년부를 대대적으로 동원해서 대여론전에 나선 장세기 목사는 자신에게 부여된 물질과 인적 자원을 총동원해서 담임목사의 각종 비리 방어전을 훌륭하게 수행해낸다. 비로소 잉여/건전지 요원에서 일약 핵심 포스트의 자리에 올랐지만, 한 번 이탈하기 시작한 정상 궤도를 유지하기 위해 김건축 목사 그룹은 불가피한 무리수를 지속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다. 강원도 화천 지역에 당회의 승인 없이 임의대로 계획한 잉글리시 타운 설립이 언론에 알려지고, 이 상황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던 원로목사인 정지만 목사가 서초교회는 자신이 시무하던 시절의 서초교회가 아니라는 양심선언을 하면서 파국이 보이기 시작한다. 김건축 목사의 최측근인 마홍위 전무목사의 지휘 아래, 사실을 호도하기 위한 비열한 방법까지 동원되고 그 총대를 장세기 목사가 매게 되면서 잉태된 비극은 건강이 좋지 않던 정지만 목사가 급작스러운 소천으로 마무리된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그나마 양심을 가지고 있던 장세기 목사가 회심해서 김건축 목사의 전횡에 맞서는 최후의 영적 전쟁에 나서길 바랬다. 하지만 기득권이 보장하는 세상의 물질적 유혹은 너무 강했고, 담임목사가 제시한 권력의 맛은 너무 달콤했기에 예수 그리스도가 자신의 제자들에게 그렇게 강조했던 고난을 체화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던 그는 온전하게 김건축 목사에게 투항하고 말았다. 이것이 현실이라면 자신이야말로 절대순종하는 주의 종이라고 입으로는 외치면서, 하나님이 아닌 다른 대상을 섬기는 블라스피미(blasphemy)가 아닌가. 하나님과 물질의 신인 맘몬을 두 주인으로 섬길 수 없다는 성경 말씀조차 지키지 못하는 이 땅의 교역자들에게 외치는 예언자의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공의를 주장하며 늦기 전에 회개할 것을 부르짖는 예언자의 말은 구약시대부터 대중과 권력자들을 설득하지 못해왔다. 그게 현대에는 소설에 나오는 마 전무목사가 지휘하는 SNS 여론부대의 활동으로 세련되었지만 말이다.



소설의 어떤 부분에서는 불편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성직자들이 성무를 집행한다는 이유로 소득세 납부조차 거부하고 있는 마당에, 장세기 목사조차 일인당 국민소득을 월등하게 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간접 정황이나 탈식민주의 시대에도 여전히 아프리카 사람들이 하나님에 대해 무얼 알겠냐는 식의 설정이 그것이다. 하긴 사자 사냥을 취미로 삼는 목사나 있는 마당에 그 정도쯤이야.



이 소설을 읽으면서 부디 이 소설에 묘사된 이야기들이 그저 작가의 상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교계의 지도자라는 이들이 논문 표절을 하고도 충분한 회개 없이 주일 강단에 서고, 배임 횡령으로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처참한 현실이 겹쳐지면서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왔다. 자고로 견제 받지 않는 권력과 성역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21세기 서초교회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500년 전 민중의 가슴을 울렸던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 요구에 다시 한 번 귀기울일 때가 아닌가 싶다.
- 접기
레삭매냐 2014-03-26 공감(3) 댓글(0)
Thanks to
공감




서초교회 잔혹사를 읽고





『서초교회 잔혹사』를 읽고





1.아기사자의 추억
수년 전에 한 포털 사이트 종교 게시판에서 유명한 무신론자가 있었다. '아기사자'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했던 그는 무신론자임에도 해박한 성경 지식과 논리력으로 기독교를 변호하는 기독교인을 꼼짝 못하게 만들곤 했다. 그는 한마디로 종교 게시판을 주름잡는 영웅이었다.






그의 직업은 의사였지만 어느날 개신교 대형 교단 산하의 신학대학원에 입학했음을 알렸다. 한때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가 교회에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후로 무신론자가 된 그가 신학대학원에 입학한 이유는 교회 목사가 되어 막대한 돈을 벌겠다는 것이었다. 그가 보기에 교회만큼 사기쳐 먹기에 안성맞춤인 동네는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잘만 하면 크게 해 먹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던 그에게 여의도의 조 목사는 좋은 롤모델이었다.



가끔 아기사자는 어디서 어떻게 사역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지곤 한다. 그런데 그의 근황을 예측하게 하는 소설을 읽게 되었으니, 부족한 기독교 시리즈의 저자로 알려진 옥성호의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다.





2.사자 사냥꾼 김건축
아기사자가 목회를 하고 있다면 이 소설에 나오는 김건축 목사와 다름이 없으리라. 공교롭게도 김건축 목사는 아프리카에서 불법 사자 사냥을 즐긴 것으로 나온다.



C. 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사자는 예수를 상징하는 존재로 나오는데, 김건축 목사는 사자를 총으로 쏴죽이고 사자의 머리를 수집했다는 점에서 그의 적그리스도적 정체를 드러내고 있었다. 김건축 목사의 총부리는 정확히 예수의 목을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오멘」에서 인간 악마가 나오는데, 김건축 목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살아있는 악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닐 것이다. 그만큼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김건축 목사의 인간상은 성경에서 말하는 사탄 즉 거짓의 아비를 닮아 있다.





3.백치 장세기
소설은 '장세기'라는 부목사의 관찰자 시점에서 전개된다. 서초교회의 원로목사인 정지만 목사에게 발탁되어 청년부를 맡게 되지만 정지만 목사의 은퇴 후, 김건축 목사의 수족 노릇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소설의 핵심 카메라는 살아있는 사탄 김건축이기보다 김건축의 사기행각에 대한 부목사들과 신도들의 반응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그 중에서 관찰자인 장세기의 심리적 갈등이 중심 축을 이루고 있다.



장세기는 기본적으로 순수하고 평범한 신앙인이다. 그러나 사탄 김건축 앞에서 그는 백치임을 드러낸다. 김건축의 사기행각을 두 눈과 귀로 확인하지만 생존이라는 문제 앞에서 철저하게 선악 간의 판단력을 잃어버리고 김건축에게 중용되는 것을 하나님의 기도 응답으로 받아들인다. 사탄의 앞잡이로 일하게 된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기서 자신의 욕망이 채워지는 지점에서 거짓을 합리화하는 인간의 내면과 신앙인의 무지함을 발견한다. 아니, 장세기의 경우 의도적으로 합리화했다기보다 무지했다고 보는 편이 옳을 것이다. 거짓과 손잡았다는 사실을 장세기 자신은 전혀 자각하지 못했다. 단 한번도 김건축을 의심하지 않은 실체없는 글로벌미션의 조력자로 살아간다. 김건축 일당의 만행으로 정지만 원로목사가 소천하게 된 순간조차 김건축에게 인정받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장세기에게 있어 김건축은 하나님과 다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백치 장세기에게도 인간적 슬픔은 남아있었다. 김건축을 구주로 삼고 따라가지만, 눈 앞에서 펼쳐지는 부조리한 현실의 한 켠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흐르고 욕이 나오는 분열을 경험한다. 장세기는 신앙의 이름으로 자신을 기만한 욕망의 벽 안에 갇혔다. 그 벽을 뚫고 흘렀던 뜨거운 눈물은 그에게서 발견한 일말의 희망이다.





4.소나무야 소나무야
여느 소설처럼 인물과 배경에 대한 세밀한 묘사가 있기보다 사건 전개, 인물간의 대화, 심리 묘사가 주를 이루었음에도 이 소설이 주는 즐거움은 컸다. 개인적으로 폭소를 터트렸던 부분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서초교회의 모습이 단순히 허구에 그치지 않고 한국 교회의 현실을 담고 있다는 측면에서 『서초교회 잔혹사』라는 제목만큼이나 잔혹한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김건축과 그를 따르는 부목사, 장로들의 어딘가에 실재할 것이라는 개연성은 우리로 하여금 경악하게 만든다. 한국의 대형 교회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사기극은 김건축의 서초교회보다 더 심각하고 거대한 수준임을 생각하면 한국 교회는 이미 살아있는 사탄, 김건축들의 손에 넘어갔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 진실은 교회의 가장 큰 이단이 되었다. 허구를 통해 진실을 전달하고 있는 이 책은 '서초교회'에서 금서로 이해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기극에 가담한 자들은 숨어서 이 책을 읽을 것이다. 과연 이 책이 그들에게 거울이 될 수 있을까. 강남의 한 대형 교회는 이 책의 저자를 향해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 교회의 이름이 서초 교회가 아닌데, 그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자기네 교회가 이 소설 속의 서초교회이며 자기네 담임목사가 김건축임을 자인하는 꼴이 아닌가. 과연 이들에게 장세기의 눈물이 남아 있을까. 그들도 김건축을 만나기 전에는 순수하고 평범한 신앙인이었으리라.



뜬 눈으로 사탄에게 교회을 빼앗긴 잔혹한 오늘날, 우린 누구를 탓해야 할까.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장세기가 떠올렸던 이 노래는 변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상실감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 노래의 슬픔을 하나님 들으사, 푸르렀던 교회의 빛을 되찾아주소서.


- 접기
2srael 2014-03-26 공감(3) 댓글(0)
Thanks to
공감




있을 법한 이야기




외부에서는 잘 모르는 교회 내부의 이야기를 소설로 꾸민 책이다. 학교에서 배운 데로 소설의 개념은 가능성 있는 이야기를 꾸며낸 허구이다. 그러니 이 책은 말죽거리’잔혹사’의 고등학교는 상문고, 서초교회는 사랑의교회, 김건축 목사는 오정현 목사님, 네버컷 뉴스는 노컷뉴스 등으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으나 소설이기 때문에 거짓임을 바탕으로 이해하고 읽었다. 유사점과 상징성으로 내용에 대해 심증은 있으나 내부에 직접 들어가본 당사자가 아닌 이상 어떻게 알겠는가, 그리고 소설인데. 아 이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이해하면서 봤다.



더욱 실감나는 것은, 사랑의교회가 최근 서초동에 건축한 큰 교회이고, 여러 차례 부정적인 내용을 포함한 사실관계에 관한 신문기사가 지속적으로 그리고 진행되는 이야기를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에 관심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담임 목사님의 학위논문 표절, 교회 건축과 비용 유용, 교인들과 갈등, 절차상에 들어난 의문점이 많은 부분 사실로 확인된 것도 아쉬움이 교차한다. 내가 다닌 교회는 아니지만 좋은 교회의 후계 목사님을 개인적으로도 기대를 걸었기에 더욱 실망감이 더해진다. 제3자의 입장에서 양쪽의 의견을 들어보면 목사님의 반대편 이야기에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그러기에 소설의 내용에 믿음이 간다. 거래처가 있는 관계로 가끔 그 교회 근처를 지나가는데 큰 예배당 건물이 솔직히 창피하다.



청년부 담당 장세기 목사는 이러해서 저러해서 이렇게 했는데 어떻게 진행되서 결론적으로 저떻게 된다는 한다는 이야기다.(스포일러는 되기 싫어) 누구든지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 할 수 있으나, 분위기나 압도 당하고, 누군가 정확하게 가는 길을 알려 주지 못한다면, 장세기 목사처럼 될 수 있겠다.



소설은 재미있다. 스토리 전개가 자연스럽고, 사건의 연결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긴장도 있고, 반전도 있고, 웃음도 있다. 책을 잡은지 3일 만에 읽어버렸다.
- 접기
밀어준다 2014-08-25 공감(0) 댓글(0)
Thanks to
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