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1

항상 깨어있어라. : [도올고함(孤喊)] `취업률 96%` 도쿄대 교수에 물어보니.

항상 깨어있어라. : [도올고함(孤喊)] `취업률 96%` 도쿄대 교수에 물어보니.



[도올고함(孤喊)] `취업률 96%` 도쿄대 교수에 물어보니.

도올 김용옥.키튼 2007/05/18 13:54
일본 대학 졸업자의 취업률이 96%를 넘고, 주요 기업들의 5년 연속 매출이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곧바로 일본 사회의 날카로운 평론가로 정평이 있는 도쿄(東京)대학 윤리학과 구로즈미(黑住眞)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운 좋게 수업을 끝내고 나오는 그를 복도에서 잡아챘다.

-대졸자 취업률 최고 수준, 기업과 노동시장의 활황, 이런 기록 숫자들이 사실인가?

"사실이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일본 경제는 성장을 멈추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부터 경제가 활성화되고 성장세가 회복되었다. 그 꾸준한 사회 변화가 그런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변화가 일어났나.

"전반적 사회 변화의 정황을 서너 방면에서 분석해 볼 수 있다. 첫째, 대학 졸업생 취업률의 증가에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은 내 나이 또래의 전쟁 직후 태어난 단카이(團塊)세대가 인구비례로 볼 때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의 정년퇴직이 시작되어 빈자리가 많이 생겨났다는 사실이다. 둘째로는 대학과 기업의 체제가 공(公)에서 사(私)로 대대적인 구조적 이행을 했기 때문이다. 옛날의 관학(官學) 중심, 인문학 중심의 분위기가 사라지고 일종의 경영회사처럼 대학이 변해버렸다. 기업도 위계 중심의 질서가 사라지고 상부에서의 정보.경영독점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결정권이 공유되는 다양한 포스트들이 생겨났다. 셋째, 인터넷 사용에 따른 미디어혁명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넷째, 취업이라고 하지만 그 취업 형태가 옛날과는 다른 다양한 양상이 있다. 한마디로 공공성이 사라지고 마켓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런 변화가 바람직한가?

"일본화폐 5000엔(円)권에는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 1862~1933) 초상이 있었고 1만 엔권에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 1834~1901) 얼굴이 있었는데 몇 년 전 니토베는 사라졌으나 후쿠자와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이것은 현재 일본을 움직이는 자들이 후쿠자와 계열의 사람들이라는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 후쿠자와가 세운 게이오(慶應)대학 출신들이 일본을 장악하고 있는데, 후쿠자와는 탈아론자(脫亞論者: 일본은 아시아에 속하지 않는다)였고 그의 후예들은 탈아시아, 친아메리카, 친유럽적 성향을 갖는다. 그리고 철저히 중앙집권적 경제관료 멘털리티에 젖어 있다. 

니토베는 일본 최초의 퀘이커교도였으며 이상주의자였다. 일본의 이상주의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오히려 경제학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은 표밭을 항상 계산하는 정치인들이다."
-무엇이 우려되나?

"과거의 자민당에는 그래도 사회의 '중간집단'을 의식하는 분배론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의 자민당은 '막가는' 자민당이다. 사회 소수의 급성장이 다수를 먹여살린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다. 대학생들의 취직 자리는 늘고 있지만 실제 중간층 상인들의 경기는 별 볼일 없으며 농촌은 붕괴되고 있다. 자살이라든가 살인범죄는 훨씬 증가하고 있으며 사회의 건강한 중산층의 윤리가 해체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경제성장을 빌미로 한 국제감각의 상실이다. 평화헌법을 폐지하고 국수주의적 군국주의로 가겠다는 것이며 국가지상주의적 이념이 판치고 있다. 내가 가르치는 도쿄대 학생 중에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화했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학생도 있다. 일본의 경제성장을 한국인이 기뻐해야 할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취직 잘하니 좋지 않나?

"대학생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진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이 글로벌한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데, 취직이 잘된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현재의 생활데이터만 가지고 살아간다면 그런 나라는 희망이 없다."

-일본의 문제는 무엇인가?

"공공(公共) 정신에서 뒷글자의 공(共),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그 정신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7.05.17 04: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