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02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논란 될 것 알면서도 이들이 임신 사실 공개한 이유는 잔잔한 존경심이 차오른다 < 여성 < 보이스 < 기사본문 - 허프포스트코리아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논란 될 것 알면서도 이들이 임신 사실 공개한 이유는 잔잔한 존경심이 차오른다 < 여성 < 보이스 < 기사본문 - 허프포스트코리아



'국내 첫 임신 동성부부' 논란 될 것 알면서도 이들이 임신 사실 공개한 이유는 잔잔한 존경심이 차오른다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저자 김규진
벨기에에서 정자 기증받아 임신…9월 출산
‘대한민국 저출생대책 간담회’ 베이비샤워도
김규진(오른쪽)씨와 배우자 김세연(왼쪽)씨가 규진씨의 출산을 앞두고 만삭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밀럽프로젝트 @milleloveproject

“배가 꽤 많이 나왔죠.”

김규진(31)씨가 동그랗게 부른 자신의 배를 만지며 말했다. 배우자 김세연(34)씨가 옆에서 “벌써 임신 8개월이 됐다”고 덧붙였다. 낯설 것 없는 규진씨의 임신이 생경한 건 이들이 ‘와이프’만 두 명인 동성 부부기 때문이다.

4년 전 신혼여행 휴가를 받기 위해 회사에 청첩장을 제출해 주목받았던 규진씨가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했다. 논란이 될 걸 알면서도 임신 사실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두 사람은 “아이를 낳는 동성 커플이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동성 커플의 임신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출산을 약 2달 남겨 둔 지난 6월24일, 규진씨와 세연씨의 집에서 이들 부부를 만났다. 두 사람은 2019년 5월 미국 뉴욕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같은 해 11월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자신을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하는 규진씨는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를 쓰기도 했다.




“레즈비언이라고? 아이는 낳을거지?”

“원래 아이를 가질 생각이 없었어요. 이성애자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같아요. 좋은 부모 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지난해 12월, 규진씨는 벨기에의 한 난임병원에서 기증받은 정자로 인공수정해 임신했다. 임신과 출산을 생각해본 적 없던 그가 임신을 고민하게 된 건, 2021년 프랑스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부터다. “(한국보다) 프랑스인들은 자녀를 키우는 것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 많았어요. 달리 보였죠.”





이후 프랑스에서 만난 여성 상사가 던진 말은 규진씨가 본격적으로 임신과 출산을 고민하게 했다. “상사에게 ‘난 와이프가 있다’고 말했더니 ‘그렇구나. 근데 애는 낳을 거지?’라고 되묻더라고요. 제가 레즈비언인 것에 놀라지 않았다는 점에서 첫 번째로, 동성 커플에게 출산을 추천한다는 점에서 두 번째로 놀랐어요.”

하지만 임신을 결정하는 데 가장 결정적이었던 건, 그가 현재 행복하다는 것이었다. “불행은 내 대에서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는 자신이 선택한 가정에서 행복감을 느꼈다. “제가 행복하니, 자녀도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언니가 나보다 더 좋은 엄마가 돼 줄 것 같았어요”라고 세연씨를 가리켰다. 세연씨는 “저는 낳을 자신이 없었는데, 규진이가 낳겠다고 하니 말릴 이유가 없더라고요”라며 크게 웃었다.

애초 규진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프랑스에서 시술을 받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자를 구할 수 없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정자가 없었다. “병원에 문의했더니 정자가 없대요. 비혼 여성 등에게 시험관 시술을 합법화한 뒤로 정자를 기증받으려는 여성이 늘어서 정자가 동났다는 거예요. 시술받으려면 1년 반은 기다려야 한다더라고요. ‘세상에 정자가 없다고? 대체 뭔 소리지’ 싶었죠.”

프랑스는 2021년 비혼 여성과 동성 커플에게 시험관 시술을 합법화했다. 43살 미만의 여성에게 인공수정, 시험관 시술 등 난임 시술 비용을 국가가 지원한다. 다양한 가족관계를 인정하는 프랑스의 합계출산율은 2020년 기준 1.83명이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과 비교된다. “한국 출산율이 0.8명도 안 된다고 하면, 프랑스 사람들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해요”라고 규진씨가 말했다.

한국에서 시술받는 걸 고려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시험관 시술을 받으려고 병원을 찾았다가 번번이 거절당하는 비혼 친구들을 보면서 마음을 접었다. 정자 기증자를 찾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한국 병원에선 법적부부나 사실혼 이성애 부부에게만 정자를 제공하기 때문에 저는 해당이 안돼요. 개인적으로 기증자를 찾더라도 정자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건 불법이에요. 그럼 지인에게 부탁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쉽지 않아서 포기했어요.”

그래서 선택한 곳이 벨기에였다.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기차로 몇 시간이면 갈 수 있었다. 프랑스가 비혼여성·동성 커플에게 시험관 시술을 합법화하기 전, 임신을 원하는 프랑스의 비혼 여성 등은 벨기에에서 시술을 받았다.


임신하니 이성애자와 더 가까워진 느낌


김규진(오른쪽)씨와 배우자 김세연(왼쪽)씨가 규진씨의 출산을 앞두고 만삭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밀럽프로젝트 @milleloveproject

벨기에 난임센터에서 겪은 경험은 ‘엄마’로서의 사고를 확장하는 기회가 됐다. 병원에선 정자를 받아 임신을 시도하는 이들과 두 차례 상담하는 필수 과정이 있었다. ‘아이에게 엄마가 두 명이라는 걸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아이에게 소개해줄 만한 좋은 남성 어른이 주변에 있는지’ ‘(커밍아웃을 받아들이지 못한) 부모님에게 아이를 소개할 생각인지’ ‘자녀가 학교에서 엄마가 두 명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일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질문과 답을 서로 주고받았다.

“저희는 성인이고 또 선택해서 내린 결정이지만, 아이는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난 게 아니니까 걱정은 돼요. 우리가 나서서 미리 아이가 상처받지 않도록 단속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했더니, 상담사가 ‘영원히 아이를 보호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가정이 안전한 곳이라는 걸 아이가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우리는 서로 사랑해서 너를 원했다’고 아이에게 잘 설명할 생각이에요.“ (규진)

시술을 받은 뒤 임신을 확인하기까지 걸린 2주는 임신테스트기를 ‘낭비’하는 시간이었다. 한 줄인지, 두 줄인지 뚫어지게 들여다보는 ‘매직아이’의 시간이기도 했다. 세연씨가 “병원에서 시술 2주 뒤에 테스트기 하라고 했는데, 거의 매일 하더라고요”라고 눙치자, 규진씨가 “난 하루에 세 번 해보고 싶었던 걸 참았던 거라니까”라며 항변했다. “다리를 달달 떨면서 답답해하던” 시간이 지나고, 연한 두 줄은 진한 두 줄이 됐다. 규진씨는 세연씨에게 “봐봐. 언니 내가 임신 맞댔지!!!”라고 외쳤다.

규진씨가 임신한 뒤 무거운 짐들기, 집안일은 세연씨 담당이 됐다. 세연씨는 ‘임신부 배우자’ 역할을 톡톡히 하기 위해 육아에 대해 잘 모르는 퀴어들 대신 이성애(헤테로) 친구들한테 육아 정보를 묻는다. 세연씨는 “퀴어와 헤테로여서 멀었던 감정이 ‘부모 역할’로 가까워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여성인데다 의사이니, 와이프의 임신에 대한 이해가 높진 않을까. “전혀 아니더라고요. 제가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 임신부의 상태는 말을 해줘야 알겠더라고요. 남편들이 왜 헤매는지 이해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세연씨가 웃었다. 규진씨는 세연씨가 일하는 병원에서 출산할 예정이다. 덕분에 세연씨의 커밍아웃 횟수도 늘었다. “언니가 중년 상사 놀라게 하는 커밍아웃 중독자가 된 것 같아요”라며 규진씨가 깔깔댔다.


‘남편’만 출입되는 산후조리원, 아내는?


김규진(오른쪽)씨와 배우자 김세연(왼쪽)씨가 규진씨의 출산을 앞두고 만삭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밀럽프로젝트 @milleloveproject

규진씨가 출산한 뒤 입소할 산후조리원은 ‘남편’만 출입할 수 있다. ‘남편’은 없고 ‘아내’만 있는 규진씨는 난감할 터. “조리원에 ‘아내’ 출입이 가능한지 물었을 때 직원이 ‘저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존중합니다’라고 하더라고요.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표현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규진)

“정상성의 끝판왕”인 산후조리원 생활은 기대된다. “이른바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정상성의 트랙을 밟아온 이들과 친구가 되는 건 너무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아요. 옆에서 살아 숨 쉬는 사람이 소수자라면 외면할 수 없거든요”라고 규진씨가 말했다. ‘동성애는 악마’라고 하던 규진씨의 이모들이, 부모도 참석하지 않은 규진씨의 결혼식에 참석한 것처럼 말이다.

결혼을 탐탁치 않아 했던 규진씨의 아버지는 딸의 임신 소식에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레즈비언인 친구들은 ‘사실 나도 아이를 낳고 싶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세연씨는 커밍아웃한 이후 부모님과 연락이 끊어졌지만, 부모님이 곧 와이프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될 것 같다. 세연씨는 “아버지가 인터넷 기사를 많이 읽어요. 아마 곧 아실 거예요”라고 말했다.

“인생이 TMI(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공개)”인 규진씨가 8개월 동안 임신을 숨기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소비자 마케터답게 가장 화제가 될 수 있는 때를 기다렸다. “저희의 존재를 대중에게 잘 알려야 하니까요.”

이에 규진씨 부부는 7월1일 열리는 제24회 퀴어 퍼레이드에서 임신을 공개할 예정이다. 결혼식 복장을 하고 게이 커플과 함께 명동성당과 시청에서 각각 부케를 던진다. 명동성당은 세연씨가 결혼식을 올리고 싶던 장소였고, 시청은 부부가 혼인신고를 불수리당한 종로구청과 가까워 의미있는 곳이다.

올해 퀴어퍼레이드는 규진씨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하면서 서울 을지로2가 일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지방정부까지 가세한 성소수자 혐오에도 규진씨는 낙관적이다. “그래도 퀴어퍼레이드가 중단되지 않고 이어진다는 점에서 희망”을 본다.

최근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생활동반자법(혈연이나 혼인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돌보며 사는 이들을 가족으로 인정)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가족구성권 3법(혼인평등법, 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법)도 규진씨 부부를 들뜨게 한다. 희망 속에 분노도 있다. 이를테면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생활동반자법을 두고 동성혼 찬성법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것 등이다. “한 장관이 장혜영 의원 발의안은 없는 것처럼 무시하더라고요. 그리고 생활동반자법은 동성혼이랑은 취지가 전혀 달라요. 한 장관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말한 거라면 정말 못됐다고 생각해요.”(규진)

이들은 법적 부부가 아니기에 세연씨는 육아휴직도, 출산휴가도 쓸 수 없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아이를 하원·하교시킬 때마다 일일이 ‘엄마’라고 신원 확인을 해야 할 수도 있다. 훗날 증여·상속 문제도 있다. 규진씨는 “나중에 내가 잘못됐을 때, 아이의 양육권은 언니한테 바로 갈 수 없어요. 입양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죠. 그럴 리 없겠지만, 만약 저희 부모님이 친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법적 다툼이 생길 수도 있고요”라고 말했다. 규진씨는 생활동반자법과 가족구성권 3법이 통과되길 바란다.


‘대한민국 저출생 대책 간담회’ 베이비샤워

규진씨 부부는 7월 중하순, 임신과 출산을 축하하는 행사인 베이비샤워를 떠들썩하게 연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정상성’과 레즈비언의 ‘퀴어함’의 모순과 간극을 담아내는 행사다. 사회자와 출연진들에겐 ‘고 빅 오얼 고 홈(할 거면 제대로 하든지 아니면 하지 말든지)’라는 제목의 PPT를 만들어서 초대장을 보냈다. 장혜영 의원과 가수 이랑 등이 베이비샤워에 참석한다.

베이비샤워의 제목은 ‘대한민국 저출생 대책 간담회’. 저출생 대책의 일환으로 비혼 여성에게 시험관 시술을 하자는 데로 논의가 흐르는 것을 희화화한 제목이다. 한술 더 떠 이날 초대가수 이랑은 ‘좋은 소식 나쁜 소식’이라는 노래를 부른다. 가사 중에 ‘세이프 섹스를 하고 새 생명을 내보내지 말게’라는 내용이 있다. 임신과 출산을 축하하는 베이비 샤워에서 아이를 낳지 말자는 노래는 판을 뒤집는다. ‘축의금 품앗이’인 결혼식을 하기 쉽지 않은 퀴어들을 위해 ‘축의는 금지’다. 베이비샤워 때 사용되는 비용은 부부의 결혼 기사에 악플을 남긴 이들에게 받은 합의금으로 충당한다.

두 사람은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유예기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세상을 바꿔보려고 노력할 계획이다. 만약 아이가 친구들에 ‘아빠가 없다’며 괴롭힘을 당하면, 이민 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에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동성혼 대중캠페인도 이렇게 대대적으로 할지는 몰랐거든요.”(규진)

‘아이의 미래가 걱정된다’며 우려를 가장한 독설을 내뱉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그들의 두손을 잡고 ‘그럼 당신이 도와주면 되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그분들이 도와주면 좋은 사회가 빨리 올 수 있지 않을까요.” (세연)

마지막으로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을까. “보호자 임과 동시에 아이를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로 인정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규진씨가 말하자, 세연씨가 “난 안 될 것 같다. 내 연장된 인격체라고 생각돼서”라며 웃었다.



한겨레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한국서 비혼 시험관 시술은 합법이지만…병원에선 번번이 거절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낳기 위해 시험관 시술(난자와 정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수정시켜 만든 배아를 다시 포궁강 내로 이식하는 방법)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현행 ‘모자보건법’과 보조생식술(임신을 목적으로 생식과정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의료행위)을 관장하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 모두 혼인 여부에 따른 금지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단체들은 현행법을 이유로 시험관 시술과 같은 보조 생식술을 비혼 여성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

모순은 모자보건법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 법은 ‘난임’을 ‘법률혼·사실혼 부부가 1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로 규정하고 있는데,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이 규정을 근거로 시험관 시술은 ‘원칙적으로 부부(사실상의 혼인 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 관계에서 시행되어야 한다’는 윤리지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험관 시술 뿐만 아니라, 이 시술에 필요한 정자 기증도 법률혼·사실혼 부부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이같은 지침은 ‘비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커져지고 있는 사회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사회조사’(13살 이상 가구원 3만6천여명 대상) 결과를 보면,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34.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30.3%)보다 4.4%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2021년 서울시에 거주하는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7.1%가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지난달 혼인 여부에 관계 없이 시험관 시술과 같은 출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모자보건법 속에 담긴 난임의 정의 규정을 삭제하고, 임신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조생식술을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난임 극복’과 같이 난임을 비정상적인 것,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표현한 문구를 삭제했다.



한겨레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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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won Chey
1 d
·
<행복한 표상도, 정자도, 임신도, 출산도, 축복도 모두 없는 불임인 나라.>


임신하고 서로 웃고 행복한 사진은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한 사진
우리는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도 서울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지 않는다.
.
기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남성의 정자도, 물음도, 추천도, 축복도, 행복도, 기대도, 합법도, 기회도 모두 한국이 아닌 프랑스, 벨기에, 뉴욕 등에서만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기사화 된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모든 문제를 설명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수구적이고, 중세적인 사회이자, 사회에 악이 가득하다.
서로 존중해 주고, 축복해 줄 수 있는 젊은 사랑하는 동반자나 부부를 “동성애”같은 더럽고 저열한 범주화로 묶어 재단한 뒤 저주를 퍼붓는 것이 바로 한국이 자신의 중세를 지속하는 방법이다.
출산을 가로막고, 자살로 떠밀거나, 출산한 아이를 입양시키고, 젊은이들을 반도에서 살 수 없게 만들고 반도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서로 박탈하는 저주하는 것도
나의 이런 문제제기에도 동성애 저주나 프레임으로 시비나 걸고 그것이 자기가 ‘보수’나 되는 듯이 착각하는 중세인들아


https://www.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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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최재기
모두 못나서 그런 것
Reply1 d
張峻榮
우파 안에서도, 성소수자에 관한 생각으로, 그가 보수주의에 경도되어 있는지, 자유주의 쪽인지 구분이 되는, 단적인 리트머스 시험지가 아닌가 합니다.
저는,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본인의 자기 결정권, 사적 자치의 영역이니, 타인은 반대하고 찬성하고 할 권리조차 없고, 타인이 뭐라 한들, 예로부터 상존하던 실체를 반대하고 부정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성소수자가 아직도 국가와 사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좌파의 주장에도 공감하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내려온 사회적 편견까지 당장 어쩔 수는 없겠지만, 현재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은 성소수자라고 제도적 차별을 하지는 않습니다. 동성 결혼이 문제로 늘 거론되는데, 동성 결혼 합법화를 고집하는 좌파의 공세에는 찬성하지 않습니다. 재산 상속 등 법적 권리를 동거인이나 지정한 사람에게 주는 보완 정도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이 기사도 한겨레 기사인데, 왜 성소수자가 도매끔으로 좌파에 의해, 탄압/억압받는 계급으로 묶여 딱지 붙여져 그들의 신 계급 투쟁에 무단으로 동원되어야 합니까? 서구 선진국에는 동성애자 우파 인사들도 활동한다는데요. 성소수자는 무조건 좌파가 되거나 분류되어야 합니까? 이야말로 좌파의 폭거요 착취이며 무단 도용이죠. 소수자의 권리도 우파 자유주의로 온당하게 지켜질 수 있다고 봅니다.
Reply1 dEdited
Sheendaychule Sheen
張峻榮 맞아요. 하다못해 트럼피즘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해준 마일로 야노풀로스며 트럼프의 최대정치자금줄인 피터 틸 팰런티어 회장,
그리고 브렉시트를 공론화하면서 보리스 존슨과 영국보수당의 장외스피커역을 도맡았던 더글러스 머레이 같은 자들도 우익임을 표방하는 성소수자들이라는 거죠.
Reply1 dEdited
Jaewon Chey
張峻榮 좋은 말씀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보수 우파가 개인과 자유주의의 가치를 지켜 줘야 합니다.
지금 현재는 일부 우파가 수구적이고 기독교에 대한 근본주의나 동성애 혐오 등의 포지셔닝을 함으로써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고,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며, 정치 세력의 세대적 전쟁 구도로까지 젊은 세대를 적대시하며, 좌파들의 진지로만 결집되는 형국이고 이러한 방향성은 보수의 극단적 위기로 귀결되고 있다 생각합니다.
제 말은, 한겨레의 교묘한 선동과 내러티브도 문제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젊은이들이 설 수 있고 모일 수 있는 지반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소위 우파 운운하는 중세인들은 말초적인 혐오와 주홍글씨와 적대시에 능할 뿐, 문화나 동시대에 대한 센스를 결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Reply1 d
張峻榮
최재원 예. 그래서 저는 종교 보수는 우파에 도움 안 된다고 봐서 백안시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가치관을 절대 정의로 신봉하여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자기들이 혐오하는 이슬람 원리주의와 뭐가 다릅니까? 자기가 발 뻗도록 허락된 공간 안에서만 놀아야지, 그런 권리 계산도 안 되면서 무슨 보수 우파인가요.
Reply1 dEdited
Jaewon Chey
張峻榮 좋은 말씀과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또한 종교로서의 기독교나 기독교인에 대해 조금 거리를 둡니다.
저는 신학 논쟁에는 참 관심이 많아서 독일에 살 때 신학과 철학으로 토론도 많이 하고 참으로 많이 배웠는데
한국의 소위 기독교 운운하는 자들은 자기 우월주의에 도취되어 성경을 열정적으로 읽고 공부하거나, 성령의 은혜는 없고 저주와 증오, 근본주의적 배타성 외에 보이는 것이 별로 없더군요.
개인도 자유도 없는 것들이 어디서 기독교를 운운하며 한국의 척박한 보수의, 마지막 기도마저도 암흑으로 몰고 가려는 걸 보면서
저도 선생님 말씀처럼 이슬람 근본주의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성경에서는 이들 마귀들의 모습에 대해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더군요.
Reply1 dEdited
張峻榮
최재원 제가 살면서 만나는 가장 불쾌한 부류 중 하나가 개신교 근본주의자들입니다. 그들은 근본주의가 아닌 신학적 입장에 무례한 도발을 서슴지 않아요.
Reply1 d
한재호
개인적인 생각으로 자칭 우파라고 떠드는 사람의 태반은 좌파나 다를바 없는 극심한 자아도취자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취향이나 감정, 기호에 스스로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해서 우월감에 도취된 사람들이 참 많더군요.
좌파는 자기들도 못지킬 도덕의 잣대로 정의를 부르짖으면서 국가와 사회를 위험에 빠트릴 궁리나 하는 것 같고 우파는 수구꼴통이라 불릴법한 중세적 인간 혹은 누가 더 염세비관적이고 인간미 없는지 경쟁하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공부는 안하고 미천한 인간들이 서로 세력만들어서 자기들끼리 응원해주면 그게 자기 권력인줄 알고 신분상승 욕구에 눈돌아가서 물고 늘어질 대상만 찾아헤멘다는 느낌입니다.
아직도 조선시대 같습니다.
Reply1 d
Алексей Зён
혹시 사진 속 여성분이 재원쎔의 사모님?
Reply1 d
Jaewon Chey
Алексей Зён 글을 안 읽으시네 ㅋㅋㅋㅋ 저 두 분이 부부에요^^
Reply1 d
Алексей Зён
최재원 아.. ㅋㅋㅋㅋ
Reply1 d
Myung-Hi Han-Grambart
No photo description available.
Reply1 d
新免武蔵
자유주의 우파로서의 자각이 있는지, 그냥 수구꼴통 인지, 가장 쉽게 알 수 있는게 성소수자에 대한 자세라고 봅니다.
동성애라고 하면 인격적 모독과 폭언을 서슴치 않으면서 스스로를 자유주의 우파 라고 포지셔닝하는 부류는...
말을 아낍니다 ' ㅅ'
운동가야 해요.
Reply1 d
정순전
공유합니다
Reply1 d
David H. Kim
섹핑턴포스트 기사는 소설이 대부분이라 믿고 걸려야 해요. 글고 LGBT성소수자? 이성애자들은 다수자? 저는 LGBTQ 모두 right to privacy 셀프디시전 존중 받아한다고 봅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라는 제도도 이성애자들의 유닉크한 제도로 남겨 놓고 존중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출생률 상승과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의 상관관계는 1도 없어요.
Reply1 d
Jaewon Chey
저는 이성애자이고, 가족의 가치를 최우선적으로 두는 사람입니다. 이성애자들의 결혼이라는 제도가 절대로 존중받지 못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미국에서는 저는 물론, 일부 PC에 대해서는 극혐합니다만 동성 부부들의 자녀 양육은 이미 싱글맘과 함께 너무나 자주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어 있어서
이를 이같은 기사로 놀랍게 보는 관점에 대해 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far left가 주장하는, 성 정체성은 선택할 수 있는 거라 가르치고 세뇌시키는 것에는 극렬하게 반대합니다.
Reply1 d
정순전
최재원
어떤 취지로 쓰셨는지 알고 있습니다^^
Reply1 d
Artego Misong Park
Jaewon Chey
한 예로 손녀딸 학교 반에 아빠
엄마가 동성애자입니다 물론 아이는
입양된 아이이고요.. 나의 사고로는 어른들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자녀 양육에 대해서는 좀 더 신중하면 어떨까 싶어요 아무리 성정체성에 당당하다고 본인들은 생각하겠지만 그 아이는 어떤 아이로 성장할까요? 아~ 생각하기도 싫군요…
Reply1 d
張峻榮
최재원 세상에는 LGBT도 있고, 그들은 자신의 사적 자치를 실행하는 것일 뿐이므로, 사회에서 공존하면 된다는 정도로만 공교육에서 가르치면 그만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나가는 것은 저도 반대합니다.
그리고, 입양이든, 임신이든, 자녀를 갖는다는 건, 자신의 사적 자치를 넘어서, 자녀라는 미성년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의문인 부분이 있습니다. 제가 동거인이나 지정자에게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정도까지 허용하는 걸로 족하고, 동성 결혼은 반대하는 것 역시, 결혼과 가족 제도의 전통성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Reply1 dEdited
Chang Lee
보수 우파와 자유 우파간의 간격은 좌파와 우파간의 간격 이상으로 느껴질때가 많죠
Reply1 d
Kim Pro
글쓰시는분 생각에 항상 감동받고
인사이트도 받다가 이런글을 보니
가슴이 턱 막히면서,
우파도 참 간격이 넓구나 생각 ㅋ
자유를 사랑하지만
규범안에서의 자유를 생각하는 나는,
진정한 자유주의자가 아니였나 다시 생각
좌파들 맨날 부르짓는 민주주의에
방어적 민주주의 까지만 허용되어야 한다고 보기에
Reply1 dEdited
Jaewon Chey
Kim Pro 선생님 생각 존중합니다. 저는 보수주의와 개인 그리고 자유의 영역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제 눈에 제가 살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는 일반적이진 않더라도 동성 부부의 입양 양육 출산 등의 장면을 볼 수 있고
정말로 고백하자면 저 또한 처음부터 거부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가족이 형해화 되는 시기에 한 인간을 사랑하겠노라고, 그 수많은 사회적 낙인과 지탄을 각오하고서라도 결합하겠다면
저는 그들을 존중해 주고 축복해 주고 싶습니다.
규범 안에서의 자유. 규범은 시대의 산물이자 사회 구성원들이 새롭게 제안하고 구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eply22 h
Kim Pro
최재원 지식이 부족한 별볼일 없는 독자에게 친절하게 댓글도 주시고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역사를 보고 신의 섭리가 있다는 측과 그렇지 않다는 측의
간격이 얼마나 넓겠습니까^^
써주시는 귀한 글 꾸준히 읽고 계속 공유하렵니다 ^^!!
Reply22 h
Jaehong Yang
전 기독교인입니다. 동성애는 죄악입니다.
Reply22 h
Jaewon Chey
당신이 당신 혼자 당신 생각도 아닌걸 씨부리는건 죄악이 아니야? 자기의 신앙이 아닌 자기 해석도 아닌 이념을 들고와 저주만 퍼붓는 중세의 전체주의 마귀들은 물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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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김규진 (지은이)위즈덤하우스2020-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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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쪽

















책소개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레즈비언이 결혼하는 방식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이다. 부모님, 친구, 직장 동료 등 그동안 500번 넘게 커밍아웃을 하면서 체득한 커밍아웃 꿀팁부터 미국에서 혼인신고를 하고 한국에서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은 각종 에피소드, 최근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한 이야기까지, 법적으로는 여전히 미혼이지만 결혼에 한없이 가까운 무언가를 이뤄낸 작은 승리의 역사가 가득하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자그마한 용기를 가지고 하루하루 사소한 악에 맞서 싸우며 매일매일 작은 승리를 이루는 일상의 히어로들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김규진 작가는 우리에게 주저하지 말라고,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목차


프롤로그 매일매일 작은 승리

1 레즈비언이지만 잘 살고 싶습니다
어쩌다 레즈비언이 됐냐고요?
고려대학교 최고 레즈비언
커밍아웃의 기술
제삿날, 부모님한테 고백하기 좋은 날
여러분, 규진이 여자친구 생겼대요!
인상적인 커밍아웃 TOP 5

2 우린 오늘 결혼하지만 혼인신고는 거절당할 거야
결혼이라는 야망
연하는 직진이지!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다 같은 돈 아니에요?
내일모레는 아니겠지만 언젠가 올 우리의 미래
맨해튼, 결혼하기 딱 좋은 곳
전무님, 언니랑 결혼 좀 하고 오겠습니다
레즈비언 결혼식에 혼주석은 없다
가장 보통의 결혼식
결혼식 어땠어?

3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
스물여덟 살, 암에 걸렸다
김규진, 29세,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
결혼 좀 했을 뿐인데 9시 뉴스에 나왔습니다
사이다와 고구마 사이
그냥 좀 편하게 살고 싶어서요
그래도 세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우리의 결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Q&A 규지니어스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에필로그 어느 혼인신고자의 하루
접기


책속에서


첫문장
"언제부터 레즈비언이었나요?" 한 이성애자에게 들은 질문이다.



P. 10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작은 싸움을 이겨내고 승리했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해보니 되더라고, 동성애자도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그리고 언젠가 성미산학교의 남학생과 웃으며, 세상이 변하긴 변하더라, 살다 보니 달라지더라는 얘기를 나누고 싶다.
정말로 그랬으면 좋겠다. 동화 속 공주님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은 아니더라도, 레즈비언 할머니 부부는 드디어 건강보험료를 같이 낼 수 있게 됐다는 해피엔딩이면 좋겠다. - 「매일매일 작은 승리」에서 접기
P. 18~19 나는 대체 언제부터 레즈비언이었던 걸까? 처음으로 여자에게 호감을 느꼈을 때?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칭하기 시작했을 때? 첫 연애를 시작했을 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그 질문을 한 주체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이성애자는 자신이 언제부터 이성애자였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걸까? 하긴, 나한테 굳이 그런 질문을 한 것을 보면 그러함이 분명하다. 설마 본인에 대해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레즈비언은 소수자니까 특수한 계기가 있을 거라고 무례하게 지레짐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 확립 시점에 대해 명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니, 참으로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동성애자인 나는, 계속 성찰을 반복할 수밖에. - 「어쩌다 레즈비언이 됐냐고요?」에서 접기
P. 39 “엄마 아빠, 나 할 말이 있어. 그런데 얘기하면 다들 좀 놀라고 싫어할 수도 있어.”
“너 설마 임신했니?”
엄마가 예상 밖의 화두를 던졌다. 내 방 벽면에 붙어 있는 수많은 걸그룹 포스터와 책장을 빼곡히 채운 동성간 사랑에 대한 서적을 보고도 아무런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임신이라니, 내가 꺼내려는 얘기와 너무나도 먼 주제였다. 이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걸 보면 차라리 임신인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게 아니라고 정정해주며, 내가 사실 레즈비언이고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짧은 정적이 흐르고 엄마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꺼내려던 찰나, 아빠가 개입했다. 할아버지 주무시는데 큰소리 내지 말고, 일단 자자고 했다. 내 커밍아웃은 이렇게 실패로 끝날 것인가. - 「제삿날, 부모님한테 고백하기 좋은 날」에서 접기
P. 104~105 걱정과 달리 조심스럽지만 화기애애한 말이 오고 갔다. 아빠가 주책맞게 자신이 대학생 때 인기가 많았다는 얘기를 꺼내기도 했으나 무척 즐거워 보여 굳이 지적하지는 않았다.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어갈 때쯤 아빠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사실 나는 너희 엄마랑 동성동본 결혼을 했어. 외할아버지 반대가 심해서 내 본관을 다르게 말하고 다니기도 했고.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누가 동성동본 얘기를 하냐? 동성 결혼도 30년 뒤에는 아무것도 아닐 거야.”
처음 들어보는 얘기였다. 하지만 나는 부모님의 결혼 비밀보다는, 이 결혼을 지지해주기 위해 아빠가 자신과 동성 커플의 공통점을 찾아서 해줄 말을 열심히 골랐다는 점에 놀랐다. 정말 맞는 말이기도 했다. 동성동본 혼인 금지, 호주제와 같이 지켜야만 할 절대적 가치로 보였던 일들이 2, 30년이 지난 지금은 정말 별것도 아니지 않나. 우리의 결혼도 30년 뒤에는 그렇게 될 것이라니, 결혼 승낙 발언으로 들을 수 있는 가장 근사한 말이었다. - 「내일모레는 아니겠지만 언젠가 올 우리의 미래」에서 접기
P. 116~117 청첩장 디자인이 완성됐다. 드디어 회사에 휴가 및 경조금 신청을 할 때가 왔다. 전무님과의 일련의 대화 후 인사팀에서는 별도로 얘기가 없었고 나는 조금 불안해졌다. 정식으로 물어본 것은 아닌 만큼 인사팀에게 따로 문의 메일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나 다음에도 결혼하는 사내 동성애자들이 나타날 텐데 혜택 수령 가능 여부를 미리 정리해두면 그들도 편해지리라 생각했다. 메일을 보내기 전에 부장님에게 논의를 드렸다.
“부장님, 첨부한 도표와 같이 각종 혼인 관련 혜택 적용 여부를 인사팀에 문의하려고 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이게 무슨 얘기지. 큰일을 만들지 말라는 뜻인가?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들려는 찰나, 부장님이 말을 이어갔다.
“청첩장만 첨부하라고 규정에 적혀 있는데 규진이라고 굳이 따로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어요. 나는 승인할 테니까, 기안하세요.”
순간 울컥했다. 맞는 말이었다. 내가 동성애자라고 해서 남들 이상으로 증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 「전무님, 언니랑 결혼 좀 하고 오겠습니다」에서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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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동성 결혼 과정에 대한 이 세심한 기록은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한 목소리다. 무엇보다 이 책은 무척 재밌다! 자신을 사랑하는 작가의 밝은 에너지와 주변 사람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속에서 나도 함께 행복해졌다. 성소수자들은 물론, 이성애자들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자녀들에게도 책을 추천함으로써 다양한 방식의 삶을 알게 해주는 것도 무척 좋은 일일 것 같다. 앞으로 한국 사회가 커밍아웃도, 동성 결혼도, 공장식 이성 결혼만큼 익숙한 풍경이 될 수 있기를, 모두가 한목소리를 내어 동성 결혼 법제화가 한국에서 이뤄지기를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김규진 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한다.
- 김보라 (영화 「벌새」 감독)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서울신문
- 서울신문 2020년 6월 26일자 '책꽂이'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20년 7월 3일 성과 문화 새책



저자 및 역자소개
김규진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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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 왜 아무도 레즈비언으로 잘 사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지 궁금해하다, 그냥 제 이야기를 공유하기로 했습니다.

최근작 : <언유주얼 an usual Magazine Vol.10 : XXXY - 여와 남>,<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 총 4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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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놓지 마 과학! 18>,<여기는 시장, 각오가 필요하지>,<한 방울의 살인법>등 총 1,839종
대표분야 : 인터넷 연재 만화 1위 (브랜드 지수 631,071점), 성공 1위 (브랜드 지수 1,187,017점), 정리/심플라이프 1위 (브랜드 지수 64,697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우린 오늘 결혼하지만 혼인신고는 거절당할 거야.”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레즈비언이 결혼하는 방식에 대하여

2019년 11월 10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아주 평범한 보통의 결혼식.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3%쯤 다른 결혼식이다. 드레스도 둘, 부케도 둘. 이 커플은 지금 많은 하객들 앞에서 축하를 받으며 서 있지만 내일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하면 거절당할 것이다. 신혼부부 대출도, 수술 시 보호자 동의도, 사망 시 상속도 불가능하다. 바로 동성 결혼이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동성애자들은 온통 비극적인 스토리의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곁에 숨 쉬며 살고 있는 동성애자들은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다. 남들 다 하는 결혼 좀 했을 뿐인데 9시 뉴스에 나온 주인공 김규진은 “안녕하세요! 레즈비언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할 것처럼 마냥 당당하고 씩씩해 보이지만, 대한민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오면서 결혼식을 올리기까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냐는 질문에 그저 나 좋고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거라고 답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수술 동의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료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되도록, 그냥 다른 부부들처럼 살 수 있도록, 그런 삶의 편의를 위해서.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에는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레즈비언이 결혼하는 방식과 레즈비언으로서 살아가는 법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1부 「레즈비언이지만 잘 살고 싶습니다」에서는 성소수자로서의 청소년기, 대학 시절 동아리 이야기, 그동안 500번 넘게 커밍아웃을 하면서 체득한 커밍아웃 꿀팁부터 인상적인 커밍아웃 에피소드까지 레즈비언으로 살아오며 겪고 느낀 것들을 담았다.
2부 「우린 오늘 결혼하지만 혼인신고는 거절당할 거야」에서는 언니와의 첫 만남부터 프러포즈 기획서, 상견례 이야기, 미국에서 혼인신고 하기, 결혼 준비 과정, 회사에 신혼여행 휴가 및 경조금을 신청한 이야기 등 결혼식을 올리기까지의 일들을 담았다.
3부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는 김규진 작가가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와 그가 바라는 세상 그리고 그가 꿈꾸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부록인 「Q&A 규지니어스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는 작가가 지금껏 주로 받아왔던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을 모았다. 그가 정말 ‘관종’인지 여부부터 결혼 준비 세부 비용까지 모두 다!
그리고 최근 결혼 1주년을 맞아 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한 이야기를 담은 에필로그까지,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에는 법적으로는 여전히 미혼이지만 결혼에 한없이 가까운 무언가를 이뤄낸 작은 승리의 역사가 가득하다.

매일매일 작은 승리를 이루는 일상의 히어로들이 세상을 바꾼다!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야!

막연한 꿈을 현실로 만드는 건 먼저 용기 내어 걸어간 누군가가 만들어낸 ‘선례’다. 더 많은 사람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야 선례들이 쌓이고, 그렇게 쌓인 선례들이 세상을 조금씩, 하지만 확실하게 바꿔나간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자그마한 용기를 가지고 하루하루 사소한 악에 맞서 싸우며 매일매일 작은 승리를 이루는 일상의 히어로들이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에서 작가는 우리에게 주저하지 말라고,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용기를 북돋아준다. 꼭 커밍아웃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크고 작은 모험을 앞에 두고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김규진 작가는 무엇보다 스스로가 가장 행복한 선택을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마음대로 살아도 망하지 않는다고,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라고, 희망을 안겨준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굳이 이렇게 보통의 결혼식을 하려고 하냐고. 김규진은 말한다. 보통의 사람이니까 보통의 결혼식을 하려는 거라고. 결국 우리는 모두 다 같은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은 모두 다 다르다. 그것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세상, 그렇게 다른 세상이 조금씩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다.
혼인신고도 거절당하고, 수술 시 동의도, 사망 시 상속도 불가능하겠지만, 그토록 차별과 혐오가 가득한 세상을 향해 김규진은 용기 내어 묻는다.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그의 프러포즈에 우리가 답할 차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당신과 살겠다고. ‘함께’ 살아가겠다고.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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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니어스님 만세~ 우리 곁에 퀴어 있다!
이종윤 2020-06-06 공감 (21) 댓글 (0)



트위터 통해서 블로그도 잘 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책이 발간되네요 얼른 받아보고싶어요!!작가님 사인하시느라 팔 무지 아프시겠어요~
cnptal123 2020-06-06 공감 (14) 댓글 (0)



작년에 신문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연이 이렇게 책으로 나오는군요! 이런 책이 세상에 나와 너무 기뻐요! 더 많은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요. 작가님, 기획자님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을게요^^
pool2890 2020-06-05 공감 (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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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진. 규지니어스. 여성. 레즈비언. 경영학도. 그리고 한 여성의 아내. 성소수자도 이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 있다는, 굳이 처절하거나 비참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당연한 얘기를 읽게 되어 기쁘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등대처럼 빛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곰둥 2020-06-04 공감 (6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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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지니어스님 만세~ 우리 곁에 퀴어 있다!
이종윤 2020-06-06 공감 (2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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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인터뷰 하신 거 인상적으로, 또 감동적으로 봤었습니다. 이렇게 책까지 나올 줄은 몰랐네요ㅠㅜㅡㅜ 돈 들어오는데로 질러야겠어요!!
HG.Chris 2020-06-04 공감 (2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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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신문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연이 이렇게 책으로 나오는군요! 이런 책이 세상에 나와 너무 기뻐요! 더 많은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서요. 작가님, 기획자님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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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통해서 블로그도 잘 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책이 발간되네요 얼른 받아보고싶어요!!작가님 사인하시느라 팔 무지 아프시겠어요~
cnptal123 2020-06-06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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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존중





“사회에 퀴어는 많아요. 동성애자가 전체 인구의 2~5% 정도라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굉장히 많은 숫자거든요. 한국에만 100만 명에서 250만 명쯤 되니까요. 그들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고, 당연히 사회의 일부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앗, 방금 지나친 그 사람! 동성애자일 수 있습니다.” (200쪽)



나와 다른 삶을 이해하는 일은 때로 간단하다. 그렇구나, 그냥 받아들이면 된다. 하지만 타인이 아닌 가족, 지인, 친구라면 좀 다르다. 이성보다는 감성이 더 가깝기 때문이다. 제3자의 시선에서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관계의 폭이 좁아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식으로 변한다. 김규진의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를 읽으면서 나도 그랬다. 아, 이들의 사랑은 존중받아야 하고 축복해야 한다. 아름다운 인생이라고 격려할 수 있을 것이다. 뉴스에 나온 장면을 봤다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과연 무엇이 대단한가? 그녀는 그녀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뿐인데.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편견 아닌 편견의 틀에 그녀의 삶을 가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저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자신의 정체성이 보통의 그것과 다르다고 해서 두려워해야 할까. 여기서, 보통의 그것은 누가 정하는가.



그렇다. 그게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문화, 관습에 따라 살아가는 게 기준일까. 다양성을 중요시한다고 사회적 제도를 만들어가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레즈비언 커플에 대해 잘 모른다. 소설에서만 만났고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들의 삶에 대해 조금 알 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김규진의 에세이는 내가 만나지 못하고 몰랐던 다른 삶을 들려준다.




제목을 통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다. 대한민국에서 법적인 결혼은 이성에 한해 가능하다. 김규진과 그녀의 와이프는 혼인신고를 하러 구청에 갔지만 접수는 반려됐다. 담당 공무원도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고 민원인은 마냥 기다려야겠다. 예상했던 결과를 듣기 위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솔직하고 발랄한 유머로 일상을 공개하고 있지만 부모님이 참석하지 못한 결혼식은 정말 속상했을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응원했지만 결혼식을 하는 일에는 반대한 저자의 아버지의 태도에 조금 놀랐다. 과거 부모들도 동성동본으로 힘들었다는 말을 하면서 응원했던 아버지였기에. 처음에 관계가 나빴던 엄마는 자신의 카드로 혼수를 준비하라고 할 정도가 되었지만 결혼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거기다 딸이 공개적으로 뉴스에 나와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 아버지는 절연을 선택하고.



“사실 나는 너희 엄마랑 동성동본 결혼을 했어. 외할아버지 반대가 심해서 내 본관을 다르게 말하고 다니기도 했고.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누가 동성동본 얘기를 하냐? 동성 결혼도 30년 뒤에는 아무것도 아닐 거야.” (104쪽)



저자는 드레스를 입고 사람들의 축하를 받는 한국의 가장 기본적인 결혼식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준비를 했다. 정보를 얻기 위해 검색을 하고 자료를 찾다가 직접 블로그를 열기로 했다. 자신이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느낀 것들을 공유하는 일, 누군가에겐 절실하게 필요한 정보라 여긴 것이다. 결혼에 대한 자세한 준비과정은 그녀와 같은 상황에 놓인 이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가 된다. 어디 그뿐인가. 레즈비언으로 살아오면서 커밍아웃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이야기는 아직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 이들에게 진정한 팁이다.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으면서 그냥 전하라는 말, 공감한다. 친구가 레즈비언이라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지 않은가. 놀랄 수도 있지만 켜켜이 쌓인 우정이나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온전히 이해하는 건 어렵더라도 말이다.



어쩌다 보니 시끄럽게 일을 벌이게 되었다. 실명과 사진을 걸고 레즈비언의 삶과 결혼에 대한 얘기를 블로그에 연재하고, 회사에서 신혼여행 휴가를 받은 일 가지고 요란 벅적대게 인터뷰를 해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리고, 공중파 뉴스에 출연하여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명감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런 활동들을 이어간 동력은 대의보다는 나 개인의 편의였다. 그냥 내가 좀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175쪽)










“그냥 내가 좀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란 말이 오래 남는다. 책으로 만난 김규진은 귀여웠고 솔직했고 멋졌다. 그러니까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당당한 사람이었다. 우리의 친구, 동료, 혹은 아는 사람, 그냥 그런 사람이었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이나 친구와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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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1-01-11 공감(29)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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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비혼 인구가 나날이 급증하고 있는 이 시대에 결혼 에세이라니. 바로 이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이야기다. 한국 국적 유부녀 레즈비언이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는 저자가 결혼 과정을 세세하게 풀어낸 책이다. (2020년 현재 한국에서는 동성결혼이 법제화되지 않았다. 곧, 이라고 소망해보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이 책에는 500번이 넘는 커밍아웃 일화들, 프로포즈 과정, 웨딩 견적, 뉴욕에서의 혼인신고 등 세세한 이야기들이 기록되어 있다. 저자의 담담하고 씩씩한 태도가 포인트다. (어제 요가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스트레칭은 온데간데 없고 매트 위에 엎드려 본격적으로 읽고 있었다. 물론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조금씩이나마 세상은 바뀌고 있다. 이 책은 동성결혼을 향한 ‘작은 승리‘의 기록들이다. 누구나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이와 같은 ‘작은 승리‘는 비단 저자에게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차별 없는 세상은 곧 나 자신을 위한 세상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동성결혼이든 이성결혼이든 다 같은 결혼 아닌가. 보통 사람이 하는 보통 결혼식 말이다.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동성 결혼이 법제화되어, ‘그땐 그랬지.‘하고 회고하는 날이 오리라. 저자의 아버지 말씀대로 동성동본 결혼이 그러했듯이.







www.instagram.com/vivian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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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북스 2020-07-07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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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비언의 사랑과 결혼, 이성애자와 다르지 않네



누군가를 새로 만나서 나를 소개해야 할 때 보통은 이름, 하는 일, 취미생활, 가족관계 등을 말하곤 합니다. 말하다 보면 그것들이 ‘나’라는 존재를 충분히 정의하지 못하는 것 같아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하는 일, 관심사, 가정과 사회에서의 위치와 역할, 정치적 입장 등에 대해 더 말한다 해도 그것들이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정의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하지만 정체성에 대해 그리 큰 고민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남들에게 나란 존재를 충분히 정의하고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도 살아가는데 큰 불편함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체성을 말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 중 한가지일 뿐인 성적 정체성 때문에 불편을, 불편을 넘어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성소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성적 정체성이, 성적 지향이 사회에서 주류인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억압과 차별, 심지어 혐오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이상한’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은 성소수자의 존재 자체를 죄악시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사회 속에서 정도는 다를지 몰라도 저 역시 성소수자를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봤었습니다.

성적 지향이 나와는 다른 사람을 볼 때 ‘정상’이 아니라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성 정체성과 성소수자에 대해 기사나 책 등을 통해 조금씩 알아갈수록 내가 가졌던 생각과 시선이 얼마나 큰 편견이었나 확인하게 됩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사회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당당하게 말하고 인간으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이야기하는 책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김규진 지음)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또 한꺼풀 벗겨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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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부터 이성애자였지?




“나는 대체 언제부터 레즈비언이었던 걸까? 처음으로 여자에게 호감을 느꼈을 때?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칭하기 시작했을 때? 첫 연애를 시작했을 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그 질문을 한 주체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이성애자는 자신이 언제부터 이성애자였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걸까?”(18-19쪽)


저도 성소수자들에 대해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해하곤 했었습니다. 뭐 궁금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성애자들에게는 이런 질문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런 물음을 하는 제 생각의 바탕에는 성소수자가 나와는 다른 자연스럽지 않은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다른 한편으로 동성애에 따라 붙는 문란한 이미지로 인해 동성간의 사랑은 뭔가 다를 것이라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레즈비언인 저자가 상대를 생각하며 “언니를 보면 설레었다. 핸드폰 알림이 울리면 언니일까 기대가 됐고, 보고 싶어서 어른 주말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마음은 이성애자인 제가 사랑하는 상대를 생각하던 마음과 전혀 다르지 않았습니다.

비혼이 대세인데 결혼을 원하지만

동성애자들은 서로 마음이 맞으면 결혼보다는 대체로 편하게 동거를 하겠거니 단순하게 생각했었습니다. 이 또한 이성애자의 결혼은 보통 혹은 정상이고 동성애자의 결혼은 특별한 무엇인가 혹은 비정상이라는 편견에서 나온 생각이었다는 걸 깨닫습니다. 저자의 주변 동성애자들이 전체를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비혼이 대세인 시대에 오히려 동성애자들은 결혼을 원한다니 새로웠습니다.




“이렇듯 변화하는 세상에 남은 마지막 혼인 수호자들은 바로 동성애자들이다. 미혼으로 남을 완벽한 핑계를 버리고 한 사람과 살고 싶어 하다니, 세간이 생각하는 문란한 이미지와는 조금 괴리가 있다. 적어도 내 주변의 동성애자들은 변화하는 시대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결혼에 집착했다.”(67쪽)


우리 나라는 동성간의 결혼을 법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동성애자들은 신혼부부 특별공급 주택 청약, 부부간의 재산 문제, 대출, 세금공제, 건강보험료, 수술동의서 등 보장받아야 할 권리 및 생활에 필요한 혜택을 제공받지 못합니다. 저자는 이런 현실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례를 남겨보고자, 그리고 행복해지고 싶어서 다양한 시도를 합니다.




“어쩌다 보니 시끄럽게 일을 벌이게 되었다. 실명과 사진을 걸고 레즈비언의 삶과 결혼에 대한 얘기를 블로그에 연재하고, 회사에서 신혼여행 휴가를 받은 일 가지고 요란 벅적하게 인터뷰를 해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리고, 공중파 뉴스에 출연하여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명감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런 활동들을 이어간 동력은 대의보다는 나 개인의 편의였다. 그냥 내가 좀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175쪽)


“가끔 도무지 세상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중략) 하지만 두려움을 무릅쓰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례들을 믿는다. 서울 한복판에서 축제도 벌여보고, 친구들을 불러 결혼식도 열어보고, 마일리지 가족합산도 신청하고, 회사에 돈이랑 휴가도 달라고 해보고. 그렇게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사회는 변한다. 앞으로도 조금 더 나를 믿고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야겠다.”(184-185쪽)


그들은 생각보다 많고 같은 인간이다

커밍아웃했던 몇몇 유명 연예인들과 미디어에 이따금씩 노출되는 사례들로 인해 성소수자가 말 그대로 정말 ‘소수’일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인하는데 뭔가 더 특별한 사연이나 계기가 있을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성소수자들은 생각보다 많았고,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차별하고 억압하고 혐오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정체를 밝히기 어려울 뿐입니다.




“사회에 퀴어는 많아요. 동성애자가 전체 인구의 2~5% 정도라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굉장히 많은 숫자거든요. 한국에만 100만명에서 250만명 쯤 되니까요. 그들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고, 당연히 사회의 일부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앗, 방금 지나친 그 사람! 동성애자일 수 있습니다.”(200쪽)


저자는 비장한 톤으로 동성애자 혹은 성소수자 차별을 철폐하자 주장하기보다는 유쾌하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커밍아웃 팁, 프러포즈 방법 등 자신의 평범한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회사에서 저자가 신혼여행에 대한 경조금과 휴가를 신청했을 때 “동성애자라고 해서 남들 이상으로 증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라는 말이 우리 사회 전체의 당연한 반응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류가 아닌 성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견고한 장벽을 두르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저자와 같이 새로운 선례를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점은 사회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희망적 신호로 보입니다. “미정부의 승인을 받고, 결혼식도 공개적으로 하고, 언론에 알려져도” 여전히 법적으로 미혼 여성인 저자와 저자의 와이프가 우리 나라에서도 똑같은 인간으로, 부부로 받아들여지는 날을 맞이하기를...




"나는 대체 언제부터 레즈비언이었던 걸까? 처음으로 여자에게 호감을 느꼈을 때? 자신을 레즈비언으로 칭하기 시작했을 때? 첫 연애를 시작했을 때?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그 질문을 한 주체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이성애자는 자신이 언제부터 이성애자였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걸까?"(18-19쪽) - P18



"이렇듯 변화하는 세상에 남은 마지막 혼인 수호자들은 바로 동성애자들이다. 미혼으로 남을 완벽한 핑계를 버리고 한 사람과 살고 싶어 하다니, 세간이 생각하는 문란한 이미지와는 조금 괴리가 있다. 적어도 내 주변의 동성애자들은 변화하는 시대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결혼에 집착했다."(67쪽) - P67



"어쩌다 보니 시끄럽게 일을 벌이게 되었다. 실명과 사진을 걸고 레즈비언의 삶과 결혼에 대한 얘기를 블로그에 연재하고, 회사에서 신혼여행 휴가를 받은 일 가지고 요란 벅적하게 인터뷰를 해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리고, 공중파 뉴스에 출연하여 동성혼 법제화에 대한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명감이나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런 활동들을 이어간 동력은 대의보다는 나 개인의 편의였다. 그냥 내가 좀 편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175쪽) - P175



"가끔 도무지 세상이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중략) 하지만 두려움을 무릅쓰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선례들을 믿는다. 서울 한복판에서 축제도 벌여보고, 친구들을 불러 결혼식도 열어보고, 마일리지 가족합산도 신청하고, 회사에 돈이랑 휴가도 달라고 해보고. 그렇게 조금씩, 그러나 확실하게 사회는 변한다. 앞으로도 조금 더 나를 믿고 미지의 영역으로 뛰어야겠다."(184-185쪽) - P184



"사회에 퀴어는 많아요. 동성애자가 전체 인구의 2~5% 정도라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굉장히 많은 숫자거든요. 한국에만 100만명에서 250만명 쯤 되니까요. 그들은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고, 당연히 사회의 일부라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앗, 방금 지나친 그 사람! 동성애자일 수 있습니다."(200쪽) - P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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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20-07-09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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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구체적이고 작은 승리에 집중하자는 것˝












커밍아웃한 일반인 레즈비언 김규진님이 아내와의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동성간의 혼인이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자신이 속한 집단(규진님의 경우 회사)에 이를 알리는 일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한국에서는 커밍아웃한 게이 연예인은 있지만 레즈비언 연예인은 없다. 김규진님 이전에는 매스컴을 통해 커밍아웃한 레즈비언 또한 없었다. 그래서 공개적으로 퀴어 결혼식을 올려서 퀴어가 있음을 알려주신 규진님에게 감사한 마음이 컸다.










난 결혼<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하면 온갖 생각이 다 든다. 책 속에서도 나와있다시피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결혼을 꿈꾸는 건 퀴어 집단일 뿐이라는 얘기, 어렸을 때부터 퀴어 결혼을 간절히 바랬지만 차차 결혼은 내가 생각했었던 결혼과 다른 거라는 걸 깨달아 간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화 되지 않은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 동성 결혼이 가능한 국가들에 대한 부러움 등. 결혼이 뭘까? 안 해봐서 모르겠고 앞으로도 모를 가능성이 크다. 책 속 결혼에 대한 정의 중 하나는 "내가 선택한 가족이 생긴다는 것".










얼마전 헤테로이신 전 직장 동료분과 공원을 산책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분은 비혼주의자이고, 결혼에 대해서 이런저런 깊은 생각을 갖고 계신 분이었다. 같이 한 얘기 중에 나온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은 정말 솔깃하고 배아픈 정책이었다. 예전에 게이인 친구와 정 주거문제가 막막하면 위장 결혼을 해서 혜택을 누리자는 우스갯소리도 생각났다. 어떤 집단의 혐오 때문에 누렸을 수도 있는 사회적 혜택을 못 누린다는 건 역시 암담하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런 절망감이 들 때, "매일 매일 구체적이고 작은 승리에 집중하자는 것"이라는 규진님의 문장을 떠올리면서 너무 먼 미래에 벌어질 불공평한 일이 아닌 가까운 미래에 바뀔 수 있을 지도 모를 작은 일들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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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 2021-04-13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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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특별판] 언니, 나랑 결혼할래요?

결혼식 준비부터 우열곡절의 혼인신고까지 -동성커플에겐 쉬운게 하나 없었다. 남여커플이면 당연하게넘어갈 문제들이 ..결혼식 준비부분은 괜히 내가 들떠서 두근두근하면서 읽었다.레즈비언 커플이니 드레스부터 메이크업까지 두배로 준비하면서 얼마나 즐거우셨을까♥앞으로도 꾸준히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의 모습을 보고 싶다
머랭이 2020-07-25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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