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7/27

전성원 -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시리즈는 미국 역사에 대한 영화적 변주(變奏)가 될... | Facebook

전성원 -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시리즈는 미국 역사에 대한 영화적 변주(變奏)가 될... | Facebook


스토리텔링의 측면에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시리즈는 미국 역사에 대한 영화적 변주(變奏)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늑대와 함께 춤을>이 서부 개척 시절에 자행된 미국의 인디언 학살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 영화라면 <아바타>1편은 그 역사에 대한 SF버전 스토리텔링에 해당한다. 

전쟁에서 상처받은 베테랑 군인(존 J. 던바 중위 vs. 제이크 설리 : 미합중국 해병수색대 요원)이 변방(미개척지 서부 vs. 판도라 행성)에 배치되었다가 그곳 원주민 문화(인디언 수우부족 vs. 오마티캬야 주족)에 감화되어 애초에 자신이 속했던 문명을 버리고 자연친화적인 문명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을 묘사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늑대와 함께 춤을>은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실증서사의 측면에서 영화의 종지부를 인디언 부족의 승리로 마무리 지을 수 없지만, <아바타> 1편은 허구의 행성에서 진행된 이야기였기에, 예를 들어 인디언 부족의 승리였던 ‘리틀빅혼전투’의 승리에 해당하는 마무리로 1편을 종결지을 수 있었다. 

나는 아직 <아바타> 2편은 보지 않았지만, 이곳저곳에서 들려오는 영화의 스토리를 살펴보면 <아바타> 2편은 대륙횡단철도가 완공된 직후 원래 거주지에서 밀려난 인디언 부족들(일부는 악명 높은 인디언 보호구역에 갇히게 되지만)의 이야기와 드디어 태평양으로 진출하게 된 미국 문명의 이야기에 해당하는 지점에서 영화가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미국의 ‘서부개척사’에 대해선 – 웨스턴 무비를 비롯한 다양한 대중문화의 덕분에 - 비교적 상세하게 알지만, 정작 우리 근현대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미국의 ‘태평양 개척사’에 대해선 ‘가쓰라 태프트 밀약’ 정도를 제외하면 상당히 무지한 편이다. 

앞서 나는 미국의 태평양 ‘개척’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일종의 관용어처럼 고정된 ‘서부개척사’란 용어를 통해 미국의 태평양 진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활용한 것일 뿐 미국의 서부 개척이 실제로는 ‘제노사이드와 인종청소’라 부를 수밖에 없는 엄청난 대학살과 피흘림의 역사였듯 미국의 태평양 진출 과정 역시 이에 비견할 만한 일이었다.

미국이 스스로 ‘명백한 운명’이라 여겼던 서부개척과 태평양 진출 또는 점령 과정은 때로 미개척지에 대한 ‘문명화 과업’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었지만, 그 실상은 제국의 팽창과 산업화된 자본의 욕망으로 점철된 탐욕스러운 점령 과정이었다. 파인애플과 바나나, 사탕수수 등의 플랜테이션 산업, 석유가 산업화되기 이전 자연에서 채취할 수 있는 가장 고품질의 기름(oil)으로서의 포경산업을 위해 미국은 ‘하와이 강제 병합’, ‘미서전쟁’, ‘필리핀 대학살’, 남태평양 일대의 여러 군도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잔혹한 폭력 행위를 일삼았다.
 
<아바타> 2편이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것은 제임스 카메론의 심해(deep sea)에 대한 오랜 사랑과 애정 발로라는 개인적인 호감과 관심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문화사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그가 바다와 모험을 사랑하게 된 배경 역시 그의 세대가 성장했던 시대의 역사와 문화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비록 제임스 카메론이 캐나다 출신이긴 하지만, 그가 속한 세대는 이른바 ‘스푸트니크 세대’에 속한다.
 
‘스푸트니크 세대’란 동서냉전 시대 소련보다 미국이 과학기술 문명에서 앞섰다고 생각해오던 자신감과 자부심을 깔아뭉갠 사건,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1957.10.4.)’ 이후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이 젊은 세대에 대한 과학기술교육 강화를 주창하면서 미국의 학교 교육시스템에 대대적인 변화가 실시되었다. 이들 세대는 보다 수학교육의 강화를 비롯해 폭넓은 과학 실험과 모험 정신이 강조되는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이런 흐름은 미국의 영향력 아래 있는 대부분의 나라로 널리 전파되어 한국에서도 1958년 7월 대중과학잡지 <과학세계>가 창간되었다(물론 오래 버티진 못했다).
 
개인적으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든 영화들을 좋아하지만, 그를 ‘작가’나 ‘예술가’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그는 예술가라기보다 뛰어난 ‘장인’에 가깝다. 물론 뛰어난 장인은 여러 측면에서 작가나 예술가들을 가볍게 넘어서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간 카메론 감독이 보여준 영화 중 성공적인 작품의 대부분은 장인적 완벽주의 내지 영화 제작 기술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실험적인 영상 실험의 성공에 기대고 있다. 그에 비해 다른 작품들은 그저 그런 오락영화들이었다. 그는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탐구나 사회 문제에 대한 날카롭고 면밀한 비판을 추구하지 않으며, 간혹 이런 요소들을 차용해 스토리텔링의 재미와 의미를 위한 양념으로 사용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영화를 통해 자신만의 멀티버스 내지 세계관을 구축하고 싶다는 야심(아, 이 양반아! 그런 건 <터미네이터> 때 했어야지)은 크게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그 대신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시리즈에서 특유의 이미지 실험을 보여준다. CG에서 가장 구사하기 힘든 것이 물의 질감과 촉감인데, 그는 발달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놀라운 시각적 효과를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용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는 못할 것이다. 아마도 영화 <아바타>에 대한 관객들의 호불호는 그 지점에서 갈릴 테지만 어떤 의미에서든 카메론 감독에게 그런 것을 기대했다면 그건 애초에 당신 탓이다.
 
제임스 카메론은 이처럼 장구한 서사와 세계관을 홀로 만들어낼 능력자이거나 작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이 영화에서 스토리텔링적 모험을 하는 대신 미국의 관객들은 물론 전 세계 관객들에게 미국의 역사를 씨줄 삼고, 문명에 대한 성찰을 맛보기 양념 삼아 이후 시리즈를 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해본다. 다시 말해 <아바타>1이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의 SF버전이라면, <아바타>2는 미국의 태평양 진출 초기의 역사에 대한 SF버전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순이라면 당연히 이후의 이야기 <아바타>3 역시 미국사에서 길어올린 이야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이후 시리즈는 본격적인 태평양전쟁(재점령) 이야기를 다루거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거나 베트남전쟁 같은 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물론 아니면 말고….
 
#하루교양공부 활용법 :
이 책을 가지고 계신 분, 읽는 분들은 1095쪽의 연대표를 펼치시고, 1869년 5월 10일 ‘미국 대륙 동서를 연결하는 선로 결합’편부터 1903년 2월 23일 ‘미국․쿠바 간 관타나모 임대 협정 체결’ 편 사이에 등장하는 일련의 사건들 1890년 12월 29일 ‘운디드니 학살 사건’, 1893년 1월 17일 ‘하와이 강제병합’, 1896년 12월 30일 ‘필리핀 독립운동가 호세 리살 처형’, 1898년 2월 15일 ‘메인호 침몰’, 1901년 9월 28일 ‘발랑기가의 종’ 편을 주의 깊게 읽어보시길 추천드린다.
이렇게 읽어보신다면 역사를 점(點)이 아닌 선(線)과 면(面)으로 이해하고 각각의 사건들이 외따로이 고립된 사건이 아닌, 서로 연결된 일련의 연쇄 작용으로 역사를 이해하고 공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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