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04

Namgok Lee - 귀신을 섬기는 일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Namgok Lee - 장수에서 처음으로 논어 읽기를 하면서 나누었던 대화들이군요. <계로가 귀신을 섬기는 일에... | Facebook

장수에서 처음으로 논어 읽기를 하면서 나누었던 대화들이군요.

<계로가 귀신을 섬기는 일에 대하여 묻자, 공자 말하기를, “ 사람을 섬기지 못하면서 어찌 귀신 섬기는 일을 할 수 있겠는가?”
“감히 죽음에 대하여 여쭈어 보겠습니다.”
“아직 삶도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
季路 問事鬼神 子曰 未能事人 焉能事鬼 敢問死 曰 未知生 焉知死 (논어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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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神)을 섬기는 일에 앞서 사람을 섬기라는 말씀으로 다가오네요.
- 신(神)은 미지의 영역이지만 사람은 바로 같이 살고 있잖아요. 그런데도 미지의 신에 대해서는 지극정성으로 섬기면서 바로 이웃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냉담하다면 무언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지요.
-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신을 섬기는 바탕을 보면 결국 자기를 섬기는 것 같아요. 보통 신앙이 이기적 기복(祈福)으로 흐르는 경향이 많잖아요.
- 일종의 보험 같은 것이지요.

- 신이 영감의 원천으로 되는 것도 큰 것 같아요. 신을 섬기는 것과 이웃을 섬기는 것이 같은 것이라고 자각하고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많아요.
- 참된 종교인의 모습이라고 생각되네요.
- 신에게 맡기면 편해지잖아요. 아집이 많은 우리들이 신에게 의탁(依託)함으로서 그 아집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닌가요.

- 편리할 때만 신에게 맡기는 경우도 있는 것 같아요. 온전하게 다 맡기지 못하는 거죠.
- 신을 섬기는 것과 인간을 , 그것도 추상적인 인류라던가 하는 것이 아니고 바로 이웃을 섬기는 것이 같은 것이라는 자각이 종교인들에게는 절실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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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 인간의 가장 뿌리 깊은 두려움은 죽음 아닐까요.
- 그렇지요. 그런데 무엇이 그 두려움의 원인일까요.
-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닐까요.
- 생명 일반이 가지는 속성 아닐까요.
- 살려고 하는 것은 생명체의 속성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살고 있으면서 죽음을 의식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성이 아닐까요.

- 인간의 관념이 갖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삶이 두려운 사람들이 죽음을 택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 삶이 주는 고통으로부터의 단절이 더 절박한 것이지요.
- 그러나 보통의 경우는 죽음의 두려움이 더 크지요. 저는 그것이 세상을 지탱하는 원천으로 되기도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봐요. 조금만 힘들어도 편한 죽음을 선택한다면 어떻게 되겠어요?

- 죽음은 생명 일반의 자연인데, 이 죽음 자체에 대한 공포는 관념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결국 자연(自然)인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올바른 관념 아닐까요.
- ‘결국 죽지 않는다’가 목표가 될 수 없고, ‘잘 죽는다’가 목표가 되어야겠네요.
- 그렇지요. 그것이 정상적인 관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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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죽는다는 것은 잘 사는 것의 결과물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그렇지요. 결국 자신의 아집은 임종의 순간에 고통과 두려움의 원인으로 되고 말지요. 이것은 피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이라고 생각해요. 가까운 주위에서 너무 많이 보게 되요.
- 결국 아집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 삶을 사느냐 하는 것이 좋은 죽음을 맞이하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요.
- 알기는 알겠는데, 마음속의 두려움은 잘 없어지지 않네요.
- 그것이 우리들의 실태가 아닐까요.
- 소극적으로 말하면 아집으로부터 자유스러운 삶이지만, 그 말 자체가 자기중심적으로 이해되기 쉬운 것 같아요.
- 그런 생각이 들어요. 무아(無我)를 이야기하는 바탕도 자기중심적이 되기 쉬운 경향이 있어요. 내가 편해지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는 결코 진정한 자유에는 이르지 못하는 것 같아요.

- 그래서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삶, 자비의 실천 같은 것이 훨씬 중요하게 생각되네요.
- 공자님의 인의 실천도 같은 뜻이 아니겠어요.
- 그런 의미에서 조문도석사가의(朝聞道夕死可矣)라는 말이 다가오네요.

- 개인적인 깨달음이나 삶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한 사회나 문화로 넓혀서 생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런 점에서 보면 ‘나’ 중심의 가치관이 바탕이 되는 사회는 ‘삶과 죽음’을 옳게 바라보는 문화를 만들기 힘들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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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사람들의 욕망 수준에는 자본주의가 가장 잘 어울리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지만, 사람들의 궁극적 자유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 그런 점에서 자본주의는 언젠가는 보다 자유로운 사회로 넘어가리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체제의 전환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미 실패한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떠올리는 사람이 있지만, 그것은 아니지요.
-이웃에 대한 사랑이 사회 구성과 운영의 바탕으로 되는 사회라고 생각되는데요. 뭐라 이름붙여질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사회주의가 아니라 사회애주의(社會愛主義) 같은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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