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15

이종철의 '에세이 철학'

이종철의 '에세이 철학'
이종철의 '에세이 철학'
앞으로 네이버 스튜디오 파트너 채널을 통해 「이 종철의 ‘에세이 철학’」을 연재하고자 한다. 이 땅에서
흔히 하는 철학 활동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남의 철학을 소개하고 해설하고 해석하는 것들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양철학의 경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근대의 데카르트를 거쳐 영국의 경
험론이나 독일의 관념론, 그리고 20세기 들어 후썰이나 하이데거, 프랑스의 구조주의나 해체주의 계열
의 철학자들 기라성 같은 사상가들을 학습하기도 쉽지 않은데 독자적으로 해석하기는 더 어렵다. 그러
다 보니 이런 철학들을 연구하면서 자기 이야기나 철학을 이야기하기는 더 어렵다. 마찬가지로 동양철
학의 경우도 공맹과 노장 사상, 전국시대의 법가로부터 시작해서 송나라의 주희를 비롯한 신유학자들
을 연구하는 것도 벅찬데 어떻게 자기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사정은 한국의 사상과 철
학을 공부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경험하고 있다. 원효와 의상의 불교 철학으로부터 조선의 뛰어난 유
학자인 퇴계와 율곡의 철학, 그리고 다산과 같은 실학자의 사상들을 연구하는 것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나의 철학과 사상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철학이야말로 가장
독창적이고 주체적인 학문인데 이렇게 허구한 날 고래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의 철학만 한다면
내가 하는 철학을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철학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는 오늘날 이 땅에서
철학을 하는 연구자들이 부닥치는 공통된 딜레마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철학을 오로지 이론으로 학습을 하려 하고, 철학을 공부하는 것을 특정한 철학자들
을 연구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철학을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세운
문제들을 탐구하면서 철학을 하지 않다 보니 거의 대부분 다른 철학자들이나 사상에 의존해서만 철학
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찍이 임마누엘 칸트도 자기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요즘 학생들이 철학은 많이 알고 있지만 자기 스스로 철학을 하지는 못한다(nicht philosophieren)”고
지적한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철학을 연구하고 해석하기만 할 뿐 자기 스스로 철
학적 사유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자문해보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 종철의 ‘에
세이 철학’」은 이런 딜레마적 상황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G.W.F 헤겔은 “철학은 사유 속에 포착한 그 시대”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저기서
말하는 사유와 시대에 과연 나의 사유가 있고, 우리의 시대가 있을까? 영국의 경험론은 17-8세기의 영
국의 시대를 포착한 것이고, 독일 관념론은 18-9세기의 독일의 현실을 반성하면서 나온 철학이다. 20세
기 후반의 포스트 모더니즘과 해체주의는 이차 세계 대전 후 공고해진 자본주의 질서와 냉전, 그리고
6.8 혁명에 대한 반성에서 싹튼 철학이다. 이에 반해 21세기에 살아가는 한국의 어떤 철학자들도 자신
들의 시대와 현실을 반성한 적도 없고, 또 그것을 자신의 언어와 사유로 표현한 적도 없다. 그저 열심히
독일 철학과 프랑스 철학을 이야기하고, 영국 철학과 미국 철학을 이야기할 뿐이다. 정작 우리는 우리
시대와 우리 삶을 반성하지 못하고 개념적으로 포착하지도 못하다 보니 과연 한국 철학은 어디에 있는
가라는 공허한 물음만 던질 뿐이다. 앞으로 이어질 「이 종철의 ‘에세이 철학’」은 이런 근본적인 물음에
2022.05.05. 오전 12:11
이종철
8 4
이 종철의 에세이 철학 MY

이종철의 '에세이 철학'
앞으로 네이버 스튜디오 파트너 채널을 통해 「이 종철의 ‘에세이 철학’」을 연재하고자 한다. 이 땅에서
흔히 하는 철학 활동을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의 남의 철학을 소개하고 해설하고 해석하는 것들로
이루어지고 있다. 서양철학의 경우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근대의 데카르트를 거쳐 영국의 경
험론이나 독일의 관념론, 그리고 20세기 들어 후썰이나 하이데거, 프랑스의 구조주의나 해체주의 계열
의 철학자들 기라성 같은 사상가들을 학습하기도 쉽지 않은데 독자적으로 해석하기는 더 어렵다. 그러
다 보니 이런 철학들을 연구하면서 자기 이야기나 철학을 이야기하기는 더 어렵다. 마찬가지로 동양철
학의 경우도 공맹과 노장 사상, 전국시대의 법가로부터 시작해서 송나라의 주희를 비롯한 신유학자들
을 연구하는 것도 벅찬데 어떻게 자기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사정은 한국의 사상과 철
학을 공부하는 이들도 마찬가지로 경험하고 있다. 원효와 의상의 불교 철학으로부터 조선의 뛰어난 유
학자인 퇴계와 율곡의 철학, 그리고 다산과 같은 실학자의 사상들을 연구하는 것만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과연 어떻게 나의 철학과 사상을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철학이야말로 가장
독창적이고 주체적인 학문인데 이렇게 허구한 날 고래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의 철학만 한다면
내가 하는 철학을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철학 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는 오늘날 이 땅에서
철학을 하는 연구자들이 부닥치는 공통된 딜레마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철학을 오로지 이론으로 학습을 하려 하고, 철학을 공부하는 것을 특정한 철학자들
을 연구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철학을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갖고 스스로 세운
문제들을 탐구하면서 철학을 하지 않다 보니 거의 대부분 다른 철학자들이나 사상에 의존해서만 철학
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일찍이 임마누엘 칸트도 자기 수업에 들어오는 학생들을 보면서
“요즘 학생들이 철학은 많이 알고 있지만 자기 스스로 철학을 하지는 못한다(nicht philosophieren)”고
지적한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철학을 연구하고 해석하기만 할 뿐 자기 스스로 철
학적 사유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자문해보아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 종철의 ‘에
세이 철학’」은 이런 딜레마적 상황에 대한 해답을 구하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독일의 철학자 G.W.F 헤겔은 “철학은 사유 속에 포착한 그 시대”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저기서
말하는 사유와 시대에 과연 나의 사유가 있고, 우리의 시대가 있을까? 영국의 경험론은 17-8세기의 영
국의 시대를 포착한 것이고, 독일 관념론은 18-9세기의 독일의 현실을 반성하면서 나온 철학이다. 20세
기 후반의 포스트 모더니즘과 해체주의는 이차 세계 대전 후 공고해진 자본주의 질서와 냉전, 그리고
6.8 혁명에 대한 반성에서 싹튼 철학이다. 이에 반해 21세기에 살아가는 한국의 어떤 철학자들도 자신
들의 시대와 현실을 반성한 적도 없고, 또 그것을 자신의 언어와 사유로 표현한 적도 없다. 그저 열심히
독일 철학과 프랑스 철학을 이야기하고, 영국 철학과 미국 철학을 이야기할 뿐이다. 정작 우리는 우리
시대와 우리 삶을 반성하지 못하고 개념적으로 포착하지도 못하다 보니 과연 한국 철학은 어디에 있는
가라는 공허한 물음만 던질 뿐이다. 앞으로 이어질 「이 종철의 ‘에세이 철학’」은 이런 근본적인 물음에
2022.05.05. 오전 12:11
이종철
8 4
이 종철의 에세이 철학 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