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준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 읽으며
달포 전 어느 술자리에서 김교수
가 내 손을 잡고 한 얘기가 있다. 장
군에게 무슨 세부 전공이 있겠나.
모든 것을 통할(統轄)하는 것이 장
군이지 음! 이분네가 사람 보는 눈
이 좀 있구만 하하하, 그랬는데 천
쪽에 이르는 방대한 이 저작을 보고
알게 되었다. 에둘러 스스로를 지칭
하는 말이었던 것이다. 김장군! 내
말이 맞지 않소? 장자의 붕새를 몬
순 지역의 바람 혹은 태양으로 읽어
내고 북명에서 남명으로의 종축을
통해 문명의 횡축을 추적한 시선 말
이요. 이를 붕새의 양 날개라고 했
다. 사실 오래전 유사한 추적들을
몇 군데서 본 것 같기는 한데, 이를
몬순과 연결해 설명하는 방식은 처
음 접했다. 아마 내 과문 탓일 것이
다. 수많은 상징과 은유 혹은 생태
적 현상으로 호명하는 남동풍이니
북서풍이니 하는 언술을 새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
종축은 문화권 문명권별로 여러 개
혹은 수십 개 설정할 수 있다. 저자
는 말한다. 동아시아 중심의 종축에
붕새가 있고, 서남쪽을 향해보면 또
하나의 붕새 가루다가 있다. 그뿐이
겠는가. 용과 봉황, 뱀과 나가
(Naga) 등 수많은 종횡의 대칭이
있다. 그가 길을 열었으니 이제 누
군가 대칭성 회복의 기제들을 소환
하고 추적하게 될 것이다. 사회과
학, 자연과학 따위면 더욱 좋다. 다
만 영감 가득한 이 책의 핵심, 문명
의 진로에 대해 내가 언급하기는 어
렵다. 내 수준을 훌쩍 넘어서기 때
문이다. 또 하나의 길을 찾은 어떤
젊은이들처럼 더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뿐. 길 없던 시절, 혼인하
여 큰아이를 낳고 이름을 붕(鵬)
이라 지었던 만용을 만회하기 위해
서라도, 일찍이 동학의 최제우에서
증산의 강일순으로 혹은 흰그늘의
김지하 등으로 어쩌다 꼬리를 무는
북명(北溟)의 성근 성운(星雲)을
올려다볼 따름이다
===
⥭⥒⚒<⇆ ⥯⑿> 붕(鵬)새의 날개
===
⥭⥒⚒<⇆ ⥯⑿> 붕(鵬)새의 날개
말이 맞지 못하야 이 날밤 삼경시에
바람이 차차 일어난다. 뜻밖에 광풍이
우루루루 풍성(風聲)이 요란커늘 주유
급히 장대상에 퉁퉁 내려 깃발을 바래보
니 청룡주작(靑龍朱雀) 양기각(兩旗
脚)이백호현무(白虎玄武)를응하야서
북으로펄펄삽시간에동남대풍(東南大
風)이 일어 기각이 와지끈 움죽 기폭판
(旗幅版)도 떼그르르 천동(天動)같이
일어나니 주유가 이 모양을 보더니 간담
이 떨어지는지라~ 판소리 적벽가 중 동
남풍 부는 대목이다. 적벽대전 눈 대목
의하나, 긴박한장면이기에자진모리로
노래한다. 이 바람 아니었으면 주유가
조조의 백만 대군을 맞아 어찌 화공(火
攻)을 펼 수 있었겠는가.
우리네 이름으로 흔히 마파람이라 한
다. 배산임수를 정향(定向)으로 맞은편
에서 불어오니 맞바람 이고 동쪽으로
살짝 비꼈으니 샛마 다. 새파람과 마파
람의 틈바귀, 남도말로 새다구 바람이
다. 봄철부터 비를 데리고 오는 바람이
기에 비올바람 이다. 반대로 북에서 내
려오는 바람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격이
니 하누바람 이다. 샛마 와 대칭되는
서북풍이라 흔히 늦하누 라 한다. 이러
한 바람의 들고남이 비와 눈 혹은 가뭄
과 동행하는 몬순(monsoon)지대에 우
리가 속해 있다. 어찌 계절풍뿐이겠는
가. 철마다 해 뜨고 지는 길이와 각이 달
라지는것이며, 북두칠성기울어순환하
는 이치가 다르지 않다. 고대 이래 이것
은 신화와 전설로 은유되기도 하고, 철
학과 과학으로 표명되기도 했다. 다만
숨겨져 있으니 일각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각양으로 표명되었으나 선뜻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붕새의날개, 문명의진로>의시선
그런데 말이다.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아카넷, 2021)라는 책을 펼치다
가 무릎을 쳤다. 노숙과 함께 주유를 찾
아간 공명은 남병산에 올라 칠성단을 쌓
고 제를 지냈는데, 김상준 교수는 한해
륙 어느 산에 올라 칠성단 쌓고 제를 지
냈던 것일까. 청명하던 하늘에 동남풍
불어닥쳐 조조의 백만대군 무찌르듯 그
의언어는화살이되고화선(火船)이되
어 종횡무진 지구별의 여러 지축을 울리
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징검징검 바람
거슬러 팽창하는 서양의 어딘가에 대고
불화살을쏘아대기시작한것이다. 나같
이 눈썰미가 없는 사람은 알아채기 어렵
다. 북명(北溟)에서남명(南溟)으로흐
르다 다시 되돌아 흐르는 몬순의 바람만
이 아니다. 그 위에 일출 일몰의 길이를
조절하는 태양이며 구만장천 지구별 전
체를 날개짓하는 장자의 붕새를 포착했
으니 천리안 말고 무엇이란 말인가. 참
고로 북쪽의 하늘바다 북명이나 남쪽의
하늘바다 남명, 곤(鯤)이라는 물고기나
붕(鵬)이라는 새들 모두 장자의 창작물
이다. 김교수의 눈초리가 옹골찬 것은
횡축의 문명 흐름에서 종축의 붕새를 읽
어내는 섬세함에 있는 것 아닐까. 급기
야 저자의 새로운 적벽대전에서는 서양
의 팽창근대를 뒤집어엎는 새로운 문명
의전장(戰場), 내장(內張)근대의승전
을 예고하기에 이른다. 아니 이미 깃발
을 올리는 중이다. 내장근대, 안(in)으
로의 확장(pand) 이라는 뜻일 텐데, 유
럽내전체제와동아시아평화체제, 군현
과 봉건, 무(武)와 문(文), 중심과 주변
은 물론 태평천국의 난에서 동학혁명까
지 종횡무진 추적하다가 중국 내전, 베
트남 전쟁, 우리 민족상잔의 전쟁, 전염
병과기후위기, 500여년을관통하는어
딘가에 도달한다. 그 지점에 코리아 양
국체제가 있고 붕새의 양 날개가 있다.
천 쪽에 가까운 대작을 어찌 한 페이
지 칼럼에 담아낼 수 있겠는가. 다만 몇
군데대화들이귓전을맴돈다. 대항해시
대 낙차 창출의 연속과정이 서구의 팽창
근대가지속된기술이었다. 팍스브리태
니카의 시대, 아메리카나 아프리카처럼
중국도 군사적 정복을 통해 낙차 를 만
들어 정복하려는 욕망이 있었지만 실패
했다. 우리가 아는바 구체적인 근대의
기점은아편전쟁이다. 하지만저자는근
대의기점을혁명적으로올려잡는다. 세
계 역사학계가 근대화=서구화=문명화
라는 성스러운 삼위일체 도식을 폐기한
지오래되었다는설명도덧붙인다. 마찬
가지로 문명화=일본 식민지 지배라는
공식도 부정한다. 총생산과 인구 두 부
분의 증가율이 두드러지게 커지는 시기
를 기점 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동
아시아 내장(內張)근대와 서양 팽창근
대라는 대립항을 도출하고 붕새를 중심
으로 하는 동아시아 부상의 당위를 설명
하고싶었을것이다. 이쯤에서김교수가
이리 말하지 않겠나. 그리 꼼꼼하게 읽
다니.... 그러면 내가 대답한다. 다 먹
어 봐야 맛을 압니까. 손가락 끝에 찍어
보기만 해도 하하하... 이리 대답하면
책을 다 읽지 않았거나 듬성듬성 훑었다
는 것을 혹시 숨길 수 있으려나. 아니 그
것보다는 저자도 얘기했듯 서문의 종합
발제만 가지고도 붕새의 날개짓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으니, 구체적인 사례
야 두고두고 읽어나가면 될 일이다. 권
두에 길을 잃었던 나에게, 이제 그 나이
에도달한오늘의젊은이에게 라는표제
를 붙였다. 헤드라인에는 <도덕경> 22
장을 인용하였다. 멀리 돌았기에 온전
하고, 굽었기에곧다 그래서일까. 멀리
돌아 굽어 생각하면 어렴풋이 보인
다. 반어법이나 변증법보다는, 주역의
대대성(對待性) 회복으로 읽는 것이 옳
을 것이다. 서양의 팽창에서 동양의 내
장으로 전진하는 것이 진보요, 다시 무
(武)에서 문(文)으로 이행하는 것이 형
류세형(形-流-勢-다시形)의 순리라는
점에 동의한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죽
은 시인의 사회 인 우리 현실의 쪽팔
림 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게 되었다.
혹은 퇴행하는 역사일지라도 그것이 일
시적이라는 안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재구성했던 갱번론 과 물골론 을
덧붙여 술안주 삼을 수 있으려나. 나는
그저 바라볼 뿐이다. 남명 이르렀던 태
양이 북명 향하는 어느 계절, 동남풍
예비하는 그의 형창설안(螢窓雪案)을.
===
⥭⥒⚒<⇆ ⥯⑿> 붕(鵬)새의 날개
말이 맞지 못하야 이 날밤 삼경시에
바람이 차차 일어난다. 뜻밖에 광풍이
우루루루 풍성(風聲)이 요란커늘 주유
급히 장대상에 퉁퉁 내려 깃발을 바래보
니 청룡주작(靑龍朱雀) 양기각(兩旗
脚)이백호현무(白虎玄武)를응하야서
북으로펄펄삽시간에동남대풍(東南大
風)이 일어 기각이 와지끈 움죽 기폭판
(旗幅版)도 떼그르르 천동(天動)같이
일어나니 주유가 이 모양을 보더니 간담
이 떨어지는지라~ 판소리 적벽가 중 동
남풍 부는 대목이다. 적벽대전 눈 대목
의하나, 긴박한장면이기에자진모리로
노래한다. 이 바람 아니었으면 주유가
조조의 백만 대군을 맞아 어찌 화공(火
攻)을 펼 수 있었겠는가.
우리네 이름으로 흔히 마파람이라 한
다. 배산임수를 정향(定向)으로 맞은편
에서 불어오니 맞바람 이고 동쪽으로
살짝 비꼈으니 샛마 다. 새파람과 마파
람의 틈바귀, 남도말로 새다구 바람이
다. 봄철부터 비를 데리고 오는 바람이
기에 비올바람 이다. 반대로 북에서 내
려오는 바람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격이
니 하누바람 이다. 샛마 와 대칭되는
서북풍이라 흔히 늦하누 라 한다. 이러
한 바람의 들고남이 비와 눈 혹은 가뭄
과 동행하는 몬순(monsoon)지대에 우
리가 속해 있다. 어찌 계절풍뿐이겠는
가. 철마다 해 뜨고 지는 길이와 각이 달
라지는것이며, 북두칠성기울어순환하
는 이치가 다르지 않다. 고대 이래 이것
은 신화와 전설로 은유되기도 하고, 철
학과 과학으로 표명되기도 했다. 다만
숨겨져 있으니 일각에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각양으로 표명되었으나 선뜻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붕새의날개, 문명의진로>의시선
그런데 말이다. <붕새의 날개, 문명의
진로>(아카넷, 2021)라는 책을 펼치다
가 무릎을 쳤다. 노숙과 함께 주유를 찾
아간 공명은 남병산에 올라 칠성단을 쌓
고 제를 지냈는데, 김상준 교수는 한해
륙 어느 산에 올라 칠성단 쌓고 제를 지
냈던 것일까. 청명하던 하늘에 동남풍
불어닥쳐 조조의 백만대군 무찌르듯 그
의언어는화살이되고화선(火船)이되
어 종횡무진 지구별의 여러 지축을 울리
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징검징검 바람
거슬러 팽창하는 서양의 어딘가에 대고
불화살을쏘아대기시작한것이다. 나같
이 눈썰미가 없는 사람은 알아채기 어렵
다. 북명(北溟)에서남명(南溟)으로흐
르다 다시 되돌아 흐르는 몬순의 바람만
이 아니다. 그 위에 일출 일몰의 길이를
조절하는 태양이며 구만장천 지구별 전
체를 날개짓하는 장자의 붕새를 포착했
으니 천리안 말고 무엇이란 말인가. 참
고로 북쪽의 하늘바다 북명이나 남쪽의
하늘바다 남명, 곤(鯤)이라는 물고기나
붕(鵬)이라는 새들 모두 장자의 창작물
이다. 김교수의 눈초리가 옹골찬 것은
횡축의 문명 흐름에서 종축의 붕새를 읽
어내는 섬세함에 있는 것 아닐까. 급기
야 저자의 새로운 적벽대전에서는 서양
의 팽창근대를 뒤집어엎는 새로운 문명
의전장(戰場), 내장(內張)근대의승전
을 예고하기에 이른다. 아니 이미 깃발
을 올리는 중이다. 내장근대, 안(in)으
로의 확장(pand) 이라는 뜻일 텐데, 유
럽내전체제와동아시아평화체제, 군현
과 봉건, 무(武)와 문(文), 중심과 주변
은 물론 태평천국의 난에서 동학혁명까
지 종횡무진 추적하다가 중국 내전, 베
트남 전쟁, 우리 민족상잔의 전쟁, 전염
병과기후위기, 500여년을관통하는어
딘가에 도달한다. 그 지점에 코리아 양
국체제가 있고 붕새의 양 날개가 있다.
천 쪽에 가까운 대작을 어찌 한 페이
지 칼럼에 담아낼 수 있겠는가. 다만 몇
군데대화들이귓전을맴돈다. 대항해시
대 낙차 창출의 연속과정이 서구의 팽창
근대가지속된기술이었다. 팍스브리태
니카의 시대, 아메리카나 아프리카처럼
중국도 군사적 정복을 통해 낙차 를 만
들어 정복하려는 욕망이 있었지만 실패
했다. 우리가 아는바 구체적인 근대의
기점은아편전쟁이다. 하지만저자는근
대의기점을혁명적으로올려잡는다. 세
계 역사학계가 근대화=서구화=문명화
라는 성스러운 삼위일체 도식을 폐기한
지오래되었다는설명도덧붙인다. 마찬
가지로 문명화=일본 식민지 지배라는
공식도 부정한다. 총생산과 인구 두 부
분의 증가율이 두드러지게 커지는 시기
를 기점 삼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동
아시아 내장(內張)근대와 서양 팽창근
대라는 대립항을 도출하고 붕새를 중심
으로 하는 동아시아 부상의 당위를 설명
하고싶었을것이다. 이쯤에서김교수가
이리 말하지 않겠나. 그리 꼼꼼하게 읽
다니.... 그러면 내가 대답한다. 다 먹
어 봐야 맛을 압니까. 손가락 끝에 찍어
보기만 해도 하하하... 이리 대답하면
책을 다 읽지 않았거나 듬성듬성 훑었다
는 것을 혹시 숨길 수 있으려나. 아니 그
것보다는 저자도 얘기했듯 서문의 종합
발제만 가지고도 붕새의 날개짓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으니, 구체적인 사례
야 두고두고 읽어나가면 될 일이다. 권
두에 길을 잃었던 나에게, 이제 그 나이
에도달한오늘의젊은이에게 라는표제
를 붙였다. 헤드라인에는 <도덕경> 22
장을 인용하였다. 멀리 돌았기에 온전
하고, 굽었기에곧다 그래서일까. 멀리
돌아 굽어 생각하면 어렴풋이 보인
다. 반어법이나 변증법보다는, 주역의
대대성(對待性) 회복으로 읽는 것이 옳
을 것이다. 서양의 팽창에서 동양의 내
장으로 전진하는 것이 진보요, 다시 무
(武)에서 문(文)으로 이행하는 것이 형
류세형(形-流-勢-다시形)의 순리라는
점에 동의한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죽
은 시인의 사회 인 우리 현실의 쪽팔
림 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게 되었다.
혹은 퇴행하는 역사일지라도 그것이 일
시적이라는 안도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재구성했던 갱번론 과 물골론 을
덧붙여 술안주 삼을 수 있으려나. 나는
그저 바라볼 뿐이다. 남명 이르렀던 태
양이 북명 향하는 어느 계절, 동남풍
예비하는 그의 형창설안(螢窓雪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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